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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R EXPO에서 만난 사람들] 박병용 국립한밭대 설비공학과 교수

“전동화·AI·저GWP·DC열관리
HVAC, 데이터기반 운영산업 확장”

박병용 국립한밭대 설비공학과 교수는 현재 ASHRAE T.C.(Technical Committee, TC05.05, TC04.03, SPC 16)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AHR EXPO 참관을 통해 글로벌 HVAC기술의 발전 방향과 표준화 흐름을 지속적으로 관찰해 왔다. 박병용 교수를 만나 전시회 트렌드에 대해 들어봤다.

 

■ AHR EXPO 참관배경은
AHR EXPO는 북미 최대 HVAC 전시회로 단순한 제품 전시를 넘어 산업 구조 변화를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다. 특히 올해는 건물 전동화(Electrification), Low GWP냉매전환, AI기반 HVAC 제어 확산 등 기술 패러다임 전환이 본격화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현장 확인의 필요성이 더욱 컸다.

 

또한 ASHRAE Winter Conference와 연계 개최되기 때문에 학술적 논의와 산업현장의 상업화 흐름을 동시에 비교·분석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T.C. 및 SPC 16 표준위원 활동을 통해 표준 및 기술 가이드라인의 방향성을 접하고 전시현장에서 그 기술이 실제 시장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 ASHRAE 컨퍼런스에서 주목할 만한 발표는
ASHRAE는 이번 컨퍼런스를 ‘Indoor Environmental Quality and electrification are defining themes of 2026’로 명명했으며 전동화와 실내환경질(IEQ)이 핵심의제였다. 특히 고온히트펌프의 상업·산업용 적용 가능성, A2L 냉매 전환에 따른 안전설계기준 변화, AI 기반 HVAC 운영 최적화 사례 발표가 인상적이었다.

 

또한 데이터 기반 제어, 디지털트윈 활용 사례, 관련 세션은 HVAC산업이 장비 중심에서 운영·플랫폼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단순 효율 개선이 아니라 시스템통합과 제어 알고리즘 고도화가 주요 경쟁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했다.

 

■ AHR EXPO 트렌드를 평가한다면
이번 전시의 핵심 키워드는 △전동화(Electrification) 가속 △AI 기반 HVAC 운영 최적화 △저GWP냉매전환과 안전 체계 재정비 △데이터센터 및 산업용 열관리시장 확대 등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특히 80~90℃급 고온히트펌프가 상업화 단계에 진입한 점은 보일러 대체시장 확대를 의미하는 구조적 변화로 해석된다.

 

또한 AI 기반 제어기술은 개념적 연구단계를 넘어 상용 솔루션으로 자리잡는 모습이었다. 이는 HVAC산업이 장비제조산업을 넘어 데이터 기반 운영산업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 전시기업 중 가장 눈여겨본 기업은
개인적으로는 일본 유학 시 공동연구를 수행했던 DAIKIN과 국내에서 근무했던 LG전자 기술연구소 경험이 있어 DAIKIN, LG전자, 삼성전자의 신규 라인을 관심 있게 관찰했다. DAIKIN은 여전히 열역학적 안정성과 부분부하 운전효율에 강점을 보였으며 정밀 인버터제어와 실내외기 통합제어를 통해 시스템 완성도를 높이고 있었다. 특히 주택·상업용 라인에서 기류 제어와 전열교환시스템 연계 운전의 안정성이 인상적이었다.

 

LG전자는 고온히트펌프와 데이터센터 냉각 등 열관리 영역을 확장하는 동시에, 슬림형·빌트인 구조 등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루는 설계를 강화하고 있었다. 다중온도센서와 인체감지센서를 활용한 공간 인지 기반 제어도 고도화되고 있었다. 삼성전자는 AI 기반 제어와 사용자 경험(UX)에 초점을 두고 재실감지와 행동패턴학습을 통한 기류·풍량 최적화를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세 기업 모두 공조제품을 단순 설비가 아닌 공간 제어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 있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확인됐다.

 

또한 장치를 넘어 통합 플랫폼 전략을 제시한 기업들이 인상적이었다. 일부 글로벌기업은 히트펌프, 열회수시스템, BEMS, 탄소 모니터링기능을 하나의 통합 솔루션으로 제시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 제품경쟁을 넘어 ‘열관리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특히 삼성전자의 건물-건물간, 건물-실별관리 플랫폼 UX는 인상적이었다.

 

또한 데이터센터 액체냉각 및 폐열회수기술을 전면에 내세운 기업들도 눈에 띄였다. 이는 HVAC산업이 고부가가치 열관리산업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 국내 기업들에게 가장 필요한 기술적 요소는
크게 △고온 히트펌프 및 산업용 전동화 기술 역량 확보 △AI 기반 운영 최적화 및 통합 제어 플랫폼 기술 △열회수·환기시스템의 통합 최적화 기술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AHR Expo 2026에서는 히트펌프의 냉매 순환량 제어와 관련된 기술이 한층 정교해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Daikin을 비롯한 글로벌 VRF제조사들은 전자식 팽창밸브(EEV)와 인버터 압축기 제어를 결합해 부하변화에 따라 냉매유량을 실시간으로 정밀 제어하는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었다. 이는 단순 용량제어를 넘어 부분부하영역에서의 COP 안정성과 실내 온열환경 균일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접근으로 해석된다.

 

LG전자와 삼성전자 역시 VRF 및 유니터리시스템에서 다중센서 기반 제어와 연계한 냉매유량 최적화기술을 적용하고 있었다. 특히 재실감지 및 공간체적 분석을 반영한 운전 알고리즘이 강화되는 추세였다.

 

한편 MSA Safety는 냉매 누출을 ppm단위로 감지하는 모니터링시스템을, A-Gas는 냉매회수·재생을 포함한 생애주기 관리 플랫폼을 제시함으로써 냉매순환의 안전성과 지속가능성을 데이터 기반으로 관리하는 방향을 보여줬다. 이는 향후 냉매제어기술이 단순 기계적 유량조절을 넘어 실시간 모니터링·안전 규제 대응·탄소관리와 통합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국내 기업 역시 전자식 밸브 제어 정밀도 향상과 함께 냉매 상태 진단 및 데이터 기반 최적화 기술을 병행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 국내 기업의 미국시장 경쟁력을 평가한다면
국내 대기업의 경우 기술수준은 이미 글로벌 상위권과 유사한 단계에 도달해 있다고 평가된다. 특히 히트펌프시스템 효율, 인버터 압축기 제어기술, 부분부하 운전 안정성 측면에서는 북미 주요 기업과 기술격차가 크지 않다. 고온히트펌프, VRF시스템, AI 기반 운전 알고리즘 등은 성능경쟁력 측면에서 충분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시장은 제품 성능만으로 평가되지 않는 구조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북미 상업용 시장에서는 AHRI(Air-Conditioning, Heating, and Refrigeration Institute) 인증이 사실상 필수요건으로 작동한다. AHRI 210/240, 340/360 등의 성능인증을 획득하지 않으면 설계사와 발주처의 스펙에 반영되기 어렵다. 또한 A2L냉매 적용 제품의 경우 UL 60335-2-40 규격과 ASHRAE 15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누설감지시스템과 환기연동 설계 등 안전체계 확보가 요구된다. 이는 단순 냉매 교체가 아니라 제품 구조와 제어시스템 전반의 재설계를 의미한다.

 

이와 함께 미국 HVAC시장은 광범위한 딜러·서비스 네트워크 기반 산업이다. 부품 공급 체계, 현지 기술 지원, 트레이닝시스템 구축 여부가 브랜드 신뢰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상업용 프로젝트에서는 BACnet 기반 BMS 연동, 원격모니터링, 데이터 통합 기능 확보 여부도 중요한 평가 요소다.

 

중소기업의 경우 기술력 자체보다 이러한 인증 대응 역량, 현지 서비스 인프라, 플랫폼 통합 능력이 시장 진입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가온테크는 열교환소자분야에서 CE 및 북미 규격 대응을 통해 미국·유럽 시장에 진입한 사례로, 기술력과 규격 대응 역량을 동시에 확보한 우수 사례로 평가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HR EXPO 2026은 HVAC산업이 전동화, AI 기반 운영 최적화, 저GWP냉매 전환, 열회수 고도화, 탄소관리 통합이라는 다층적 구조 변화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줬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적 기술 유행이라기보다 에너지시스템 전환과 탄소중립정책 흐름 속에서 진행되는 중장기적 산업 재편 과정으로 해석된다.

 

현재 HVAC산업은 단순 냉난방설비산업을 넘어 에너지·데이터·탄소관리 인프라산업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계는 장비효율지표 중심의 경쟁을 넘어 통합 제어 역량과 데이터 기반 운영기술 확보를 위한 중장기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고온히트펌프기술, 열회수시스템의 통합 최적화, 실시간 에너지·탄소 모니터링과 연계된 제어기술은 향후 핵심 경쟁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 차원에서도 이러한 구조적 변화를 고려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고온히트펌프 실증사업, 공공건물 기반 열회수 고도화 연구, 탄소 모니터링 연계 HVAC 제어기술과 같은 분야에 대한 실증 중심 연구 지원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특히 실제 건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장기운전성능 검증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향후 HVAC 기술경쟁력은 단순 효율 수치가 아니라 시스템통합 능력과 탄소저감 기여도에 의해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관점에서 데이터 기반 에너지 솔루션과 통합제어기술을 연구테마로 발굴·기획해야 하며 학계와 산업계가 함께 협력할 수 있는 실증 중심 연구모델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