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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R EXPO에서 만난 사람들] 류진우 한국기계연구원 박사

“냉각탑대비 물 사용량 대폭 절감
Adiabatic cooling기술 인상적”

전 세계 HVAC업계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GWP가 낮은 냉매전환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보다 낮은 GWP를 냉동공조기기에 적용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도 친환경 냉매전환의 핵심 연구기관이다.

 

ASHRAE Winter 컨퍼런스에 참여한 류진우 기계연구원 박사를 만나봤다.

 

■ ASHRAE Winter 컨퍼런스 참관배경은
ASHRAE 학회는 겨울(Winter)과 여름(Annual) 연 2회 개최되며 약 90여개의 상설 표준 프로젝트위원회(SSPC: Standing Standard Project Committee) 미팅이 함께 진행된다. SSPC는 HVAC&R 관련 코드문서, 표준 및 지침 선정, 개발, 개정 및 작성을 통해 최종 채택을 담당하는 위원회다.

 

이중 SSPC 34에서 진행되는 총 4회의 미팅에 참석해 신규 냉매 신청 및 심사동향을 파악했다. SSPC 34는 ASHRAE Standard 34, Designation and Safety Classification of Refrigerants(냉매의 명칭 및 안전등급 분류)를 담당하는 위원회로, 표준 개정 업무뿐만 아니라 신규 신청된 냉매에 대한 평가를 통해 R번호를 부여하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SSPC 34는 Main Committee와 3개의 Subcommittee(Designation and Nomenclature, Flammability, Toxicity)로 구성돼 있다. 이에 따라 총 4회의 미팅이 진행된다. 신규로 신청된 냉매는 각 Subcommittee에서 개별적으로 심사되며 이들의 검토 의견을 종합하여 Main Committee에서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올해는 총 4개 업체로부터 5건의 냉매 심사가 접수됐으며 모든 신청 냉매는 혼합냉매이자 A2L등급으로 분류됐다. 특히 모든 신청업체가 중국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중국의 신규 냉매기술 확보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또한 신청된 냉매들은 모두 4성분 이상의 혼합냉매로, 냉매조성의 복잡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각 위원회 미팅은 약 3시간 가량 진행됐으며 위원들은 사전 리뷰를 수행해 현장에서 심도 있는 토론을 이어갔다. 일부 제안된 물성치나 계산결과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직접 REFPROP을 활용해 계산 과정을 검증하는 등 세부사항까지 꼼꼼하게 확인하려는 위원회의 회의 진행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이와 함께 유지관리 제안(CMP: Continuous Maintenance Proposal)을 통해 내부 및 외부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데 제출된 모든 의견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고 자유롭고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다. 본인이 2025년 제안한 냉매 충전량 한계(RCL: Refrigerant Charge Limit)의 계산수식 수정과 관련된 제안이 이번 Designation and Nomenclature Subcommittee 미팅에서 다뤄졌으며 위원회에서 Further Study 안건으로 채택되어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ASHRAE Standard 34는 2022년까지는 3년 주기로 개정됐으나 최근 HFC 및 PFAS 이슈로 인해 규제 대응을 위한 냉매 개발과 신규 신청건수가 급증함에 따라 현재는 2년 주기로 개정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차기 개정판은 2026년 발행될 예정이다.

■ AHR EXPO 트렌드를 평가한다면
미국의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 역시 유럽시장 못지않게 전기화를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제시하고자 하는 노력이 두드러졌다. 특히 가스와 전기를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듀얼 퓨얼(Dual Fuel) 히트펌프 제품들이 다수 전시돼 인상적이었다.

 

냉매와 관련해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히트펌프 제조사들이 사용냉매 자체를 적극적으로 강조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올해 전시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눈에 띄게 약화된 모습이었다. 한동안 강조되던 ‘PFAS free’ 문구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으며 개별 냉매명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냉매 안전등급(주로 A2L)을 중심으로 홍보하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었다.

 

또한 자연냉매를 선호하는 유럽과 달리 미국은 냉매산업의 중심지답게 R1234yf 및 R1234yf 기반 혼합냉매를 활용하려는 의지가 강하게 나타났다. 특히 R32와 혼합냉매인 R454B는 가정용 및 상업용 히트펌프의 주 냉매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였다.

 

Copeland는 콜드체인용 실외기인 X-line 역시 R1234yf가 포함된 혼합냉매인 R454A와 R454C를 사용하는 제품으로 전시했다. X-line의 경우 두 가지 냉매를 병기해 표기했는데 이는 냉매규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동시에 재고관리를 효율화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담당자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이와 같은 냉매 병기 전략은 압축기에서도 확인됐다. Gree에서 사용하는 Landa 압축기 제품이 R410A와 R32를 병기했다. 전반적으로 냉매규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중간단계 성격의 제품들이 다수 출시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주요 히트펌프업체들은 압축기 제작과 관련한 원천기술 경쟁력 역시 적극적으로 부각시켰다. LG전자는 시스템 솔루션 부스와 부품 솔루션 부스를 별도로 구성해 압축기 자체 생산역량을 강조했으며 북미지역에서 LG 압축기의 총판 역할을 수행하는 Prattco 또한 별도의 부스를 통해 LG 압축기를 홍보했다. Gree는 자회사인 Landa를 함께 홍보했으며 Midea는 자회사 GMCC가 독립적인 부스를 운영하며 압축기 기술력을 강조했다.

 

특히 다수의 선진기업(LG, Daikin, Carrier 등)은 데이터센터와 연계된 자사의 냉각솔루션을 중점적으로 홍보했다. CDU(Coolant Distribution Unit)와 대형 공랭식 및 수랭식 칠러가 주요 전시품목으로 등장했으며 데이터센터 열관리시장을 겨냥한 기술 경쟁이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 전시기업 중 가장 눈여겨 본 기업은
Nimbus와 Lu-Ve 두 업체는 Adiabaticcooling기술을 홍보하고 있었다. 해당 기술은 기본적으로 냉각탑에서 수분의 증발효과를 활용해 냉각성능을 향상시키는 방식이다. 기존의 물을 흘리는 냉각탑(cooling tower)방식에 비해 물 사용량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Nimbus는 노즐을 통해 물을 분사하는 방식을 적용한 반면 Lu-Ve는 냉각탑 열교환기 흡입부에 필터와 유사한 형태의 종이 구조물을 설치하고 이를 물로 적시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다. 이러한 Adiabatic cooling기술은 기존 데이터센터에서 냉각탑을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물 사용량 증가 및 물 부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제시됐다.

 

기본 운전은 드라이쿨러(dry cooler) 형태로 수행하되 냉각용량이 부족한 경우에만 최소한의 수분을 사용해 보조냉각을 수행하는 것이 공통적인 설계 목적이었다. 두 회사 모두 냉각성능을 확보하면서 수자원 사용을 최소화하려는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서로 다른 접근법을 채택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 향후 국내기업들에게 가장 필요한 기술적 요소가 있다면
HVAC 기기간 연결성이 점차 중요해지는 흐름 속에서 이번 전시에서는 건물 자동화와 관련된 약 120여개의 업체가 별도의 공간에 집결해 운영됐다. 이를 통해 관련 제품과 기술 트렌드를 종합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ASHRAE에서 개발한 BACnet(Building Automation and Control Network)은 건물 자동제어에 특화된 통신 프로토콜로, BACnet을 지원하는 기기들은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에 비교적 손쉽게 통합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향후 건물용 HVAC 기기들은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BACnet 지원이 사실상 필수 요건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판단된다.

 

Coolautomation과 같은 전문기업들은 BACnet뿐만 아니라 RS-485, 그리고 유럽에서 널리 사용되는 KNX 통신을 함께 지원하는 제어 솔루션을 홍보하고 있었으며 다양한 통신 프로토콜간 연동을 통해 시스템통합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국내 주요 HVAC 기기 제조사들 역시 BACnet을 지원하는 제품을 출시하고 있으나 BACnet 기반으로 다양한 HVAC 제품들을 연결·통합하는 역할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국내 S/W업체는 현장에서 찾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개별 HVAC 기기 개발을 넘어 시스템의 ‘두뇌’ 역할을 수행하는 제어기 및 통합 제어기술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보다 확대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국내 출품기업의 미국에서 경쟁력을 평가한다면
국내 주요 출품기업으로는 LG전자, 삼성전자, Navien(나비엔) 등이 있었으며 이들 기업 모두 전시장 내에서 대규모 전시공간을 운영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 LG전자는 시스템 솔루션과 부품 솔루션 부스를 분리해 운영하며 VRF, Rooftop, Chiller 등 다양한 제품 라인업과 함께 압축기기술을 집중적으로 홍보했다. 또한 ThinQ App과 Beacon Cloud 등을 통해 HVAC시스템의 연결성과 통합 관리 역량을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Hylex 히트펌프, DVM S2+ 등의 주요 제품과 함게 SmartThings Pro를 활용한 AI 기반 통합 관리기능을 전면에 내세웠다. 나비엔은 보일러, HVAC, 온수기, 커머셜 제품, 수처리(Water Treatment) 등으로 전시 섹션을 구분해 자사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체계적으로 소개했다. 자사의 원격제어 애플리케이션인 Navilink 역시 함께 홍보했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국내 기업인 Weltem은 다양한 이동형 에어컨 및 이동형 제습기 제품을 전시하며 규모 있는 부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국내 기업들은 가정용 및 상업용 히트펌프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높은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나 Gree, Midea, Haier, Hisense, AUX Air 등 중국기업들 역시 가격경쟁력과 기술수준이 높기 때문에 향후 글로벌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술 고도화와 차별화 전략에 대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HVAC산업은 단순한 설비산업을 넘어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으며 기술·제어·시스템 관점에서의 통합적 접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의 기술 고도화 노력과 함께 정부 역시 국내 HVAC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한 지원 정책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