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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기식 냉방기 보급 의무화 폐지 ‘반대’

기후부, ‘건축물 냉방설비 설치 및 설계기준’ 폐지안 행정예고
관련업계 “하절기 전력수요 급증·전력계통 안정성 저하” 우려

 

전력사용을 최소화해 하절기 전력수요 분산과 에너지절감, 탄소저감에 기여해 왔던비전기식 냉방기기 보급 의무화가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업계는 충분한 영향평가와 의견수렴 없이 전면 폐지가 예고돼 하절기 전력수요 급증과 전력계통 안정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반대의견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최근 탈탄소 전환과 전기화 가속을 위해 비전기식 냉방설비 설치 의무를 폐지하는 ‘건축물의 냉방설비에 대한 설치 및 설계기준’ 폐지안을 행정예고했다.

 

건축물의 냉방설비에 대한 설치 및 설계기준 제3조 제10항 및 제11항의 흡수식 냉동기는 가스 및 산업·발전폐열을 활용하는 열구동 냉방설비로, 전력 사용을 최소화해 하절기 전력수요 분산과 에너지 절감, 탄소저감에 기여해 왔다.

 

그동안 흡수식 냉동기는 △하절기 최대전력 수요 커트 △냉방부하 전력 집중 억제 △발전·송배전 설비 증설 압력 완화 등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흡수식 냉동기를 포함한 가스냉방시스템은 하절기 전력대체 효과가 RT당 0.95kW 수준으로 분석됐으며 전력피크 시 5~7%의 전력대체율을 보인 바 있다.

 

또한 지역냉방 공급을 통해 전력부하 약 201.5MW 저감, 연간 약 12만3,000MWh의 에너지 절감, 약 5만4,000톤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확인될 정도로 흡수식 냉동기를 중심으로 한 비전기식 냉방체계가 전력피크 완화와 탄소저감에 실질적으로 기여해 왔다.

 

흡수식 냉동기는 산업폐열 재활용과 고효율에너지전환을 위한 핵심기술로, 글로벌시장에서도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제조사들은 정책방향에 맞춰 연구개발과 설비투자를 지속해 왔으며 국내 시장은 기술실증과 수출 확대의 토대가 돼 왔다.

 

특히 최근 폭염의 상시화로 하절기 냉방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이번 고시가 폐지될 경우 냉방수요의 전력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고 특정 시간대 전력 집중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극한 폭염 시 냉방부하가 전력 중심으로 집중될 경우 계통운영의 유연성은 감소하고 공급 안정성 부담은 확대될 수 있으며 전기식 냉방설비로 전환이 가속화돼 전력수요 급증으로 인한 블랙아웃 위험까지 우려된다.

 

이번 고시가 폐지될 경우 국내 신규 수요는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생산 감소와 원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시장은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인도 등 해외 제품으로 빠르게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A사의 관계자는 “축열식과 열병합발전 그리고 연계한 가스냉방기기는 전력인프라 증대가 필요없으며 에너지비용 변화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으로서 평가받는 시스템들”이라며 “이런 시스템 활용도를 더욱 높여야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폐지하는 것은 분산에너지시스템과 그 관련 기기들의 발전을 저해함으로써 국가적인 생산성 저하를 초래해 국내 제조 기반은 약화되고 열 기반 에너지기술분야에서의 경쟁력 저하와 수입 의존이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B사의 관계자난 “향후 국내 기후변화의 변동성을 단정적으로 예측할 수 없으며 특히 단순 전력 냉방설비이면서 국내에 보편적으로 설치되고 시장 포화상태인 공기열 히트펌프를 기후부가 재생에너지라고 지정하고 확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더욱더 전력피크의 가능성이 농후하다”라며 “특히 전력피크 시에는 고비용 LNG발전소를 주로 이용하고 있는 국내 현실에서 요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 인프라 무너진다

 

에너지 수입국인 대한민국은 LNG 장기수입이 필요한 상황이며 장기계약 특성상 LNG는 수요가 떨어지는 하절기에도 수입량이 유지해야하므로 4계절 내내 LNG의 안정적인 수요처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가스냉난방은 LNG의 안정적인 수요분산 및 냉방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지역난방 온수를 활용한 흡수식 냉동기는 하절기 열병합발전소의 폐열을 냉방에 활용함으로써 열과 전력을 동시에 생산하는 집단에너지시스템의 계절적 불균형을 완화해 왔다. 이번 고시의 전면 폐지는 집단에너지에 기반한 냉방의 제도적 유인을 약화시켜 △하절기 열 인프라 활용도 급감 △열병합발전 종합효율 저하 △집단에너지 기반 냉방 위축 △폐열 회수 체계 약화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단순히 특정 설비시장의 축소 문제가 아니라 국가 에너지 인프라 활용 구조의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열발전의 부산물로 발생하는 고온의 증기 혹은 물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에너지낭비이다. 지역냉방용 흡수식 냉동기는 하절기 열병합 발전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활용해 냉방을 할 수 있어 대한민국 전력 발전과 전기 사용량 감축을 위한 중요한 기기로 평가받아 왔기 때문이다.

 

친환경 발전으로 주목받고 있는 수소발전에서도 발생하는 폐열을 활용하기 위한 기술개발 및 연구를 위해서도 열에너지를 활용해 냉방하는 비전기식 냉방기기 사용이 권장돼야 한다.

 

C사의 관계자는 “기후변화를 억제하기 위한 탈탄소의 일환으로 산업의 전기화는 필요하나 현재의 전력생산량 기준으로 비전기식 냉방을 전기식 냉방을 권장하는 것은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라며 “향후 데이터센터 건립, 철강, 화학분야 전기화 촉진을 추친하는 과정에서 서비스 분야인 냉방분야까지 전기화할 경우 예상을 상회하는 전기수요 증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기수요의 폭발적인 증가는 전기 발전량 증가뿐만 아니라 송전, 수변전 설비 등 전기와 관련된 인프라 시설의 확충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D사의 관계자는 “이번 고시의 전면 폐지는 전력계통, 분산에너지 구조, 관련 산업 기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정책 변경”이라며 “전력피크 영향, 폐열 활용 구조 변화, 산업 및 고용 파급효과 등에 대한 정량적 분석과 종합적인 영향평가가 선행돼야 하며 관련 업계와의 충분한 협의 또한 필요하다”라며 “정부정책을 신뢰하고 투자해 온 기업의 경영 안정성과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할 때 급격한 전환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이번 고시 폐지안을 철회한 후 객관적 영향평가와 이해관계자 협의를 요청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