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데이터센터(DC) 고집적·고발열화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국내·외 전문가들이 모여 차세대 냉각기술과 에너지효율표준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ASHRAE(미국냉동공조공학회) 한국지부는 4월20일 ‘2026 ASHRAE 한국지회 DL 세미나’를 개최하고 DC 액체냉각 도입 필요성과 관련 기술동향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임재한 ASHARE 한국지회 회장(이화여대 건축도시시스템공학부 교수)은 개회사를 통해 “최근 DC에 대한 시장 관심도가 매우 높아 리퀴드쿨링의 시장 도입시기와 현황에 대해 세미나를 기획하게 됐다”라며 “ASHREA에서는 미국·아시아·태평양 등 다양한 국가와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DC의 글로벌 전망을 공유하고 방향성을 논의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ASHRAE 90.4를 활용한 공랭식 냉동기시스템의 에너지 효율평가(조진균 한밭대 교수) △최근 데이터센터 냉각 트랜드(이진영 하이멕 사장) △Is it time for Data Center Liquid Cooling?(Dustin W. Demetriou 박사) 등의 발표가 진행됐다.
DC전용 에너지표준 도입 필수
조진균 한밭대 교수는 ‘ASHRAE 90.4를 활용한 공랭식 냉동기시스템의 에너지효율 평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AI DC는 AI·고성능 연산 등으로 인해 과거 전통적인 DC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전력을 소비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반 건축물과는 완전히 다른 DC만의 특수한 에너지소비 구조를 정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DC는 연중무휴 24시간 가동되며 냉방시스템이 전체 에너지소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일반 상업용 건축물이 대상인 ASHRAE 90.1로는 DC의 복잡한 에너지효율을 온전히 평가하기에 한계가 있다.
DC전용 에너지표준인 ‘ASHRAE Standard 90.4’는 90.1의 자매 표준으로서 개별장비의 성능지표에 집중하는 규범적 접근을 넘어 전체 시스템의 에너지성능을 통합적으로 평가하는 성능기반 표준이다.
특히 DC 내 기계설비와 전기설비의 효율을 각각 MLC(Mechanical Load Component)·ELC(Electrical Loss Component)라는 두 가지 핵심지표로 분리해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한 점이 이 표준의 가장 큰 특징이다.
기계설비부문 핵심지표인 MLC는 △냉각시스템 △팬 △펌프 △방열설비 등에 사용되는 모든 전력의 합을 DC IT부하로 나눈 값이다. MLC는 단순히 특정 장비의 효율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기후구역별로 각기 다른 기준값을 제시해 지역적 특성에 최적화된 설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다.
전기설비부문의 ELC는 전력망의 각 구간에서 발생하는 전력손실을 최악의 상황 기준으로 산정해 시스템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검증한다. 이러한 정량적 평가는 설계단계에서부터 DC의 에너지성능을 예측하고 최적화하는 데 필수적인 도구가 된다.
조진균 교수는 “ASHRAE 한국챕터에서 최근 Standard 90.4의 공식 번역서를 출간해 국내 기술진의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라며 “국내 설계 및 운영 실무자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글로벌 표준에 기반한 에너지효율기준을 확립하는 것만이 급변하는 AI 인프라시장에서 국내 데이터센터산업이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에어쿨링, 물리적 임계점 도달
이진영 하이멕 사장은 실무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데이터센터 냉각시스템 동향’을 주제로 기술 패러다임의 급격한 변화에 대해 발표했다.
ChatGPT를 필두로 촉발된 생성형 AI 열풍은 하드웨어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엔비디아의 블랙웰(Blackwell)·루빈(Rubin) 등 고성능 GPU 등장이 DC 설계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단일 칩셋의 설계전력(TDP)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치솟으며 기존의 서버실 공기를 순환시켜 열을 식히는 에어쿨링방식으로는 랙당 수십kW에 달하는 고열을 감당하기 어려운 물리적 임계점에 도달했다.
에어쿨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리퀴드쿨링시대로의 완전한 전환이 필수 불가결하다. 특히 서버내부의 칩 위에 냉각판을 직접 부착해 열을 흡수하는 DTC(Direct-to-Chip)방식과 서버를 절연 액체에 직접 담그는 액침냉각(Immersion Cooling)기술 확산이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냉각액체를 정밀하게 순환시키고 열교환을 관리하는 냉각수분배장치(CDU: Cooling Distribution Unit)가 DC 인프라의 핵심 장비로 부상하고 있으며 글로벌시장에서는 이를 표준화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진영 사장은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으로 인해 수도권에 집중됐던 DC가 지역으로 분산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으며 향후 조성될 ‘AI 인프라 특구’ 등 지역 DC 클러스터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각 지역의 기후조건과 전력계통 상황에 최적화된 고효율 냉각전략이 필수적”이라며 “단순한 설비 구축을 넘어 설계단계부터 운영효율과 열회수까지 고려하는 통합적인 기술 대응이 AI시대 DC 생존전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리퀴드쿨링, DC 한계 극복 ‘생존전략’
ASHRAE의 저명 강연자(DL: Distinguished Lecturer)이자 IBM 인프라스트럭처 소속 전문가인 Dustin W. Demetriou 박사는 ‘Is it time for Data Center Liquid Cooling?’이라는 주제로 글로벌 DC산업이 직면한 열관리 한계와 그 해법에 대해 발표했다.
AI 연산을 위한 고성능 GPU와 CPU의 전력소모량(TDP)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반면 반도체소자의 신뢰성을 담보하는 핵심지표인 목표접합온도(Junction Temperature)는 오히려 낮아지거나 정체되고 있다. 칩 내부 집적도가 높아짐에 따라 열밀도는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외부로 배출할 수 있는 물리적 표면적이 한정돼 있어 기존의 에어쿨링으로는 칩의 열을 효과적으로 뽑아내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고밀도 서버 랙의 열을 식히기 위해 에어쿨링을 고집할 경우 막대한 양의 공기를 순환시켜야 하므로 서버 팬의 회전수가 급증하게 된다.
이는 팬 자체의 전력소모량을 늘려 전체 에너지효율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DC 내부의 소음을 유발해 작업자의 안전과 장비의 진동 문제를 야기한다. 또한 공기 흐름의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하는 ‘핫스팟(Hot Spot)’ 현상은 서버의 성능저하를 유발해 결과적으로 AI연산 효율을 떨어뜨리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액체는 공기보다 열전달 효율이 수천배 높아 리퀴드쿨링 도입 시 에너지를 큰 폭으로 절감할 수 있다. 특히 액침냉각의 경우 서버 전체를 비전도성 액체에 담가 모든 구성요소를 균일하게 냉각할 수 있어 공랭식에서 필수적이었던 팬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
대규모 건물의 냉동기나 냉각탑에서 연결되는 설비 냉수 루프인 FWS(Facility Water System)와 실제 IT장비 내부를 순환하며 열을 직접 흡수하는 기술 냉각 루프인 TCS(Technology Cooling System)를 명확히 분리해 관리해야 한다. 이 두 루프 사이에서 열교환을 수행하고 액체의 △온도 △압력 △유량 등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CDU가 전체 시스템의 안정성을 결정짓는 핵심장치가 되고 있다.
리퀴드쿨링을 도입하면 칩의 작동 온도를 더 낮고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어 반도체의 수명을 연장하고 고장률을 대폭 낮출 수 있다. 또한 냉각에 들어가는 전력을 획기적으로 줄임으로써 DC의 에너지효율지표인 PUE를 1.1 이하로 낮출 수 있다.
Demetriou 박사는 “리퀴드쿨링은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당면한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생존 전략”이라며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설계와 운영이 DC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