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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균등한 기계설비업계 침체 속 변화 빠른 기업 '기회'

 

2025년 기계설비·HVAC산업에는 길고 무거운 침체의 그늘이 드리웠습니다. 2022~2023년 건축 인허가와 착공이 급감한 여 파는 결국 2025년 현실이 됐습니다.

 

2025년 상반기 건설투자는 전년동기대비 12.2% 감소했고 1분기에만 13.3% 하락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2021년부터 이어진 감소세가 5년 연속으로 지속되며 건설투자 규모가 10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입니다. 민간건축 착공감소와 PF경색이 맞물리며 신규 물류창고 발주가 끊겼고 유통업계 설비투자도 급격히 쪼그라들었습니다. 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주요 편의점 점포 수는 2025년 말 기준 5만3,266개로 전년 보다 2.9% 감소했습니다. 기계설비·HVAC산업은 이 파도를 정면으로 맞았습니다.


침체는 균등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2025년이 모든 기업에게 똑같은 해는 아니었습니다. 건설의존도가 높은 중앙공조·냉각탑·쇼케이스분야는 수주감 소와 가격경쟁 심화의 이중고에 시달렸습니다. 반면 반도체 칠러, 클린룸·드라이룸, 데이터센터 냉각솔루션과 연결된 기업들은 건설경기와 무관하게 성장을 이어갔습니다. 같은 불황, 다른 결과였습니다.


고효율 인버터시스템과 친환경냉매기술, 통합 에너지관리솔루션을 확보한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했 지만 단순 장비공급에 머물렀던 기업들은 설 자리를 빠르게 잃었습니다. 실물 설비 투자는 얼어붙었지만 운영을 최적화하려는 수요는 되레 커진 결과였습니다.


이러한 국내 상황과는 대조적으로 글로벌시장 흐름은 빠르고 선명했습니다. 올해 3월 밀라노에서 열린 MCE 2026에는 전 세계 1,600여개 기업이 참가했고 4월 베이징 제냉전에는 30개국 1,041개 기업이 모여 역대 최대규모를 기록했습니다. 두 전시회를 관통한 메시지는 하나였습니다.


R290·CO₂ 등 자연냉매기반 제품이 이미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를 굳혔고 AI기반 에너지최적화·예측유지관리, 스마트빌딩 에 너지관리플랫폼 도입이 본격화되고 있었습니다. 단일제품 중심에서 벗어나 설계·시공·운영을 아우르는 통합솔루션 중심으로 의 전환이 뚜렷하게 확인됐습니다.


데이터센터 냉각분야에서는 고발열 AI 서버에 대응하는 액침냉각·CDU 통합솔루션·정밀온도 제어기술이 빠르게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으며 산업 전반이 단순 자동화를 넘어 자율적 판단과 최적화를 수행하는 지능형 운영단계로 이동하는 양상이 역력했습니다.


이 흐름을 눈앞에서 보고 돌아온 국내 기업들이 제도적·기술적 공백 앞에서 쉽사리 발을 내딛지 못하는 현실은 업계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2025년이 남긴 가장 냉정한 교훈은 ‘무엇을 파느냐’보다 ‘어떤 사업모델로 파느냐’가 이미 수주와 매출의 실질적인 차이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성장하는 파이를 나눠 먹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조용히 사업모델을 바꾸고 있는 기업과 경기회복만을 기다리는 기업 사이의 거리는 매일 조금씩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으려 분투하는 기업들이 있는 한, 이 산업의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변화의 속도가 빠를수록 먼저 움직인 기업에게 열리는 기회도 그만큼 커집니다. 2025년의 혹독한 경험이 2026년을 준비하는 단단한 토대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