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건축학회는 지난 4월29일부터 30일 이틀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aT센터에서 2026 정기총회 및 춘계학술발표대회를 진행했다. 춘계학술발표대회에서는 ‘탄소중립시대 제로에너지건축과 G-SEED인증의 고도화 방향’을 주제로 한 건축성능원의 특별세션이 개최됐다.
강부성 건축성능원 이사장은 축사를 통해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속 건축부문은 탄소배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관리분야”라며 “건축성능원은 대한건축학회 탄소중립건축원과 함께 국내 인증제도가 단순한 규제를 넘어 글로벌 표준으로 도약하기 위한 지혜를 모으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2017년 세계 최초로 국가단위의 ZEB 의무화 로드맵을 선포하며 녹색건축의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라며 “오늘 같은 행사를 통해 우리나라가 탄소중립건축의 선도국가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진철 대한건축학회 제41대 회장은 축사를 통해 “오늘 행사는 건물에너지의 특정 기술이나 제도를 소개하는 자리를 넘어 탄소중립과 제로에너지라는 에너지 국가안보 문제로서 건축분야에서 달성해야 할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건축은 이제 각 분야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통합시스템을 요구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여러 분야 간 소통과 협력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건축학회내 탄소중립위원회와 건축성능원이 공동으로 탄소중립 ZEB의 정책 및 기술방향과 G-SEED인증의 고도화 방안을 건축성능 관점에서 연계하는 자리로써 탄소중립건축이 한층 앞당겨지길 바란다”라며 “제로에너지기술 적용이 더욱 빨라져 화석 연료시대의 종말을 앞당기고 진정한 탄소중립이 실현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정재 대한건축학회 제42대 회장은 축사를 통해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이 선택이 아닌 필수과제가 됐다”라며 “특히 건축분야는 국가 에너지소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ZEB와 녹색건축 인증제도의 고도화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이 자리가 ZEB 방향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G-SEED 인증제도의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의미 있는 논의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라며 “학계·산업계·공공기관이 함께 협력해 대한민국 건축의 미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엄격한 검증체계 마련… ZEB정책 실효성 담보할 것"
김영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제로에너지건축물(ZEB) 개선 방향’을 주제로 발표하며 ZEB의 실질적인 성능확보를 위해 '공정한 심판' 역할을 수행할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의 전면적인 개편을 촉구했다.
김영일 과기대 교수는 “최근 100년간 지구 온도가 1.3°C 상승하고 서울의 CO₂ 농도가 600ppm에 도달하는 등 기후위기가 심화됐다”라며 “이에 따라 건물부문의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당초 19.5%에서 32.8%로 대폭 상향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건물은 한 번 지어지면 30년 이상 유지되는 특성이 있어 초기 성능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건축적 패시브기술과 설비적 액티브기술뿐만 아니라 이를 통합 관리하는 BEMS의 역할이 핵심적이라고 강조했다.
제도적으로는 2025년부터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과 ZEB인증이 하나로 통합되며 에너지자립률 120% 이상의 ‘ZEB Plus’등급이 신설되는 등 인증체계의 변화가 예고됐다. 그러나 현재 BEMS가 인증을 위한 ‘형식적 도구’로만 활용되고 있다.
공공건축물 70개소를 전수조사한 결과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곳은 단 2.9%에 불과했으며 기계·전기·통신 공정의 분리발주로 인해 데이터가 누락되거나 통신연동이 불가능한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조사대상의 약 30%에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누락이 발견됐으며 심지어 모니터링용 컴퓨터가 사라진 사례까지 포착되는 등 사후관리체계의 심각한 부실이 드러났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처별로 상이한 BEMS 가이드라인을 통합하고 설계부터 시공, 운영 전 단계에 걸쳐 공정 간 연동을 책임지는 ‘종합 코디네이터’ 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또한 전년대비 절감률로 성과를 평가하는 현행방식은 이미 효율이 높은 건물에 역차별을 줄 수 있으므로 건물의 절대적인 에너지성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김영일 과기대 교수는 “AI기반의 데이터 보정기술과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누락되거나 왜곡된 데이터를 복원하고 표준조건으로 환산해 객관적인 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기술적 고도화가 병행돼야 한다”라며 “정교한 측정과 공정한 분석이 뒷받침되지 않는 탄소중립은 불가능하며 실적 중심의 엄격한 검증체계를 갖추는 것만이 ZEB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체감형 인센티브 확대, G-SEED 완성도 ‘좌우’
서성모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 녹색건축센터 팀장은 ‘G-SEED인증 고도화 방향’을 주제로 발표하며 지난 20여년간 운영된 녹색건축 인증제도(G-SEED)의 성과를 공유하고 탄소중립 목표달성을 위한 전면 개편 방향을 제시했다.
서성모 팀장은 “G-SEED인증은 2002년 도입 이후 현재까지 누적 인증건수가 2만8,000건을 돌파했다”라며 “연간 준공 건축물 면적의 약 35%가 인증을 취득하는 등 시장의 핵심제도로 안착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간 정량적 증빙이 부족했던 녹색건축인증의 탄소중립 기여효과를 시뮬레이션데이터로 입증하며 정책적 당위성을 부여했다. 분석결과 500세대 공동주택이 최우수등급을 획득할 경우 미인증 건축물대비 탄소중립효과가 60%에 달하며 3,000m² 규모의 업무시설 또한 58%의 저감 효과를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녹색건축인증이 단순한 건축 가이드라인을 넘어 국가 NDC 목표달성을 위한 실질적인 수단임을 나타내는 지표다.
시대적 요구와 설계 실무의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기존 7개 전문분야를 4대 지향점 중심으로 압축·재구성하는 고도화 방안이 제시됐다. 탄소중립과 자원활용을 비롯해 △생활공간과 건강 △생태공간과 그린인프라 △친환경 계획과 관리 등으로 개편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건축물이 지향해야 할 가치를 보다 명확히 하고 실효성 없는 항목은 삭제하며 고도화가 필요한 신규 기술항목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평가 유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 100점 만점체계를 140점 만점제로 확대한 점이다. 이는 모든 건축물에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던 획일성에서 벗어나 건축주나 설계자가 건물의 특성과 디자인 목표에 맞춰 필요한 항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 자율성을 부여한 것이 특징이다. 최우수등급 커트라인인 80점은 유지함으로써 인증의 변별력과 진입장벽 사이의 균형을 맞추고자 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성모 팀장은 “금융권 및 산업계와 협력을 통한 체감형 인센티브 확대가 제도의 완성도를 높일 것”이라며 “현재 SC제일은행 및 주택금융공사와의 협업을 통해 인증건축물에 대한 대출 우대 금리를 제공 중이며 가전 업계와 연계한 탄소 저감서비스 지원 등 거주자 중심의 혜택을 늘려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하반기 개정안 공포를 거쳐 내년 초 본격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G-SEED의 국제적 위상까지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발표 이후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김용승 한양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이태구 대한건축학회 탄소중립건축원장, 김창성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 여명석 서울대 교수, 주영규 고려대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태구 탄소중립건축원장은 “국내 건축부문 탄소배출량은 운영탄소 23.5%와 간접배출 17%로 합치면 약 40%정도 차지하고 있다”라며 “국내는 이러한 탄소배출량을 어떻게 저감할지 그 방법을 모색하고 협의하고 있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진정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선 건축인증을 에너지 중심평가에서 탄소 총량 중심평가로 전환돼야 한다”라며 “이에 더해 G-SEED가 LCA기반으로 내재탄소 기준을 본격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구 원장은 “ZEB제도는 실제 운영성과를 검증하는 방향으로 운영 탄소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라며 “내재탄소와 운영탄소를 함께 관리하고 건축물 생애주기 전체를 탄소감축성과와 함께 책임지는 인증체계로 개선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김창성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은 “건축물 및 관련 산업이 전체 에너지소비와 폐기물의 1/3 이상, 탄소배출량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을 볼 때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한 정책적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다”라며 “이에 따라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사회로의 전환을 목표로 NDC를 설정했지만 현재 운영 중인 녹색건축인증들은 건축물에서 에너지 획득 관리에 중점을 둬 기밀성, 열교현상과 같은 에너지손실에 대한 평가가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평가체계도 건축물 사용 시 발생하는 운영탄소 중심으로 이뤄져 정부에서 목표로 하는 NDC를 달성하기 어려운 지점이 많다”라며 “이에 따라 친환경건축물에 대한 평가방식도 에너지절감이라는 측면에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며 내재탄소와 운영탄소 감축이 결합된 국가단위의 탄소중립 건축기준 수립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여명석 서울대 교수는 “BEMS는 단순히 설치로 끝나는 시스템이 아닌 건물 운영과정에서 지속적인 데이터 분석, 운영전략 수정, 알고리즘 업데이트가 필요한 운영플랫폼”이라며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준공 이후 유지관리 계약이 체계적으로 반영되지 않거나 건물관리 주체가 별도의 유지보수 업체를 다시 찾거나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동제어시스템이 냉난방, 조명, 환기 등 설비의 운전을 수행하는 실행장치라면 BEMS는 설비와 센서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 에너지사용을 예측하고 최적의 운전전략을 제시하는 지능형 운영플랫폼 역할을 담당하기에 자동제어와 BEMS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라며 “BEMS기술이 인공지능 기반 에너지수요 예측이나 자율제어, 운영최적화 등 고도화되고 있지만 이러한 기술이 실제 건물 운영단계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구축 이후 지속적인 유지관리와 운영지원체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주영규 고려대 교수는 “현행 국내제로로 G-SEED와 ZEB,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체계는 건축물 전 생애 종합 환경성과 정량 에너지 자립성성능을 평가하는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라며 “국제적으로는 운영에너지 효율만이 아닌 전과정 탄소배출, 유지관리, 회복력, 데이터 축적의 관점이 중요해지고 있어 국내에서도 보완작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운영탄소에 대한 인증과 함께 내재탄소 배출저감에 대한 노력과 데이터수집의 체계화가 필요하므로 인증제도를 다듬는 것도 중요하며 기술표준을 제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며 “인증이 확대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인증이 실제 탄소감축, 성과, 기존 건축물의 탄소중립으로 전환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도록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