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건축학회는 지난 4월29일부터 30일 이틀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aT센터에서 2026 정기총회 및 춘계학술발표대회를 진행했다. 춘계학술발표대회에서는 △공기질 모니터링·감염제어 △GR효과 분석 △모듈형 바닥공조시스템 △목조건축활성화를 위한 법제도 동향 등 국내 건축산업 전반의 주제발표가 진행됐다.
"공기청정시스템 도입, 공기 감염 위험 획기적 감소"
한재현 서울시립대학교 건축공학과 연구생(공동저자 김솔, 김지민, 신희원, 강동화)은 ‘공중밀집시설의 공기감염위험 저감을 위한 환기 및 공기청정시스템 도입의 비용·편익 분석’을 주제로 발표하며 재실조건에 따른 최적의 공조시스템 운영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불특정 다수가 밀집하는 시설에서 환기 및 공기청정시스템이 행정적 통제보다 적은 비용으로 일관된 감염 제어효과를 낼 수 있음을 실증 데이터로 입증했다. 기존 연구들이 시설 유형별 편익을 0.8~42.5배로 광범위하게 보고해 왔으나 실제 이용객의 재실시간이나 연령 분포 등 구체적인 행태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서울시 다중이용시설 평균 모델을 바탕으로 1시간 단위 교체(식당·카페)와 장시간 재실(사무실·병원)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전 연령층과 노인층의 중증도 분포를 정밀하게 모델링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지역 내 감염병 확산 정도(유병률)를 확률적 변수로 도입해 실질적인 감염 위험을 평가했다. 비용산정 시 나라장터 데이터를 활용해 초기 투자비와 유지관리비를 도출했으며 편익은 감염 저감에 따른 의료비 절감액과 사망 및 입원으로 인한 생산성 손실 방지액을 보수적으로 산정해 분석의 신뢰도를 높였다.
분석결과 열회수형 환기장치(HRV)나 공기청정기(PAC)를 도입할 경우 실내 감염위험은 도입 전대비 약 7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극심한 감염병 확산기에도 시스템을 가동하면 감염 위험도를 선행 연구기준인 ‘낮음(0.1% 이하)’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주목할 점은 재실시간에 따른 위험도 변화다. 식당이나 카페처럼 재실시간이 짧은 시설은 개인의 감염위험은 낮지만 재실자 교체가 빈번해 감염자가 방문할 확률이 높아지면서 2차 감염자 수는 오히려 장시간 재실시설보다 많게 나타났다. 이는 짧은 시간 머무는 공간일수록 더욱 철저한 공기질관리가 필요하다는 결과다.
경제성 평가에서는 공기청정기(PAC)가 낮은 초기 비용 덕분에 더 높은 비용대비 편익(B/C ratio)을 보였으나 열회수 환기장치(HRV) 역시 보수적인 산정조건에서도 최소 11배 이상의 편익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재현 연구원은 “환기량을 무한정 늘리는 것보다 경제적 효율성을 고려한 임계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분석 결과 인당 30~33m³/h 수준까지는 순편익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지만 그 이상은 비용대비 편익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여 에너지회수율을 고려한 적정 환기량 설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연구를 통해 환기 및 공기청정시스템 도입이 공기 감염 위험을 줄이는 데 있어 경제적으로 매우 타당하다는 것을 정량화했다”라며 “추후 실제 재실밀도 변동을 반영한 추가 분석을 통해 공중밀집시설의 장기적이고 효율적인 운용방식을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별 건물 예측 한계, ‘건물군’단위 검증 돌파구 마련"
이승주 서울대학교 대학원 건축공학과 연구원은 ‘동적 건물에너지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그린리모델링효과의 정량적 분석’을 주제로 발표하며 정책 결정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개별 건물이 아닌 '건물군(Cluster)' 관점에서의 시뮬레이션 검증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린리모델링(GR)사업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 동적 시뮬레이션이 널리 활용되고 있으나 시뮬레이션 결과가 실제 에너지사용량 변화를 얼마나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연구배경은 기존 연구들이 소수 건물의 예측 정확도에 집중했다면 정책 결정자들에게는 보다 광범위한 건물군 관점에서의 종합적인 검증 데이터가 유용하기 때문에 시작됐다.
이번 연구는 공공 GR사업이 완료된 어린이집 45개소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에너지플러스(Energy+) 모델구축을 위해 GR 보고서와 도면뿐만 아니라 데이터가 누락된 노후건물의 특성을 고려해 현장조사 및 설문조사를 병행하는 등 데이터 보완규칙을 수립해 모델의 정밀도를 높였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개별 건물단위에서는 실측값과 시뮬레이션 값 사이에 일부 편차가 존재했으나 전체적인 경향성은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건물군 전체의 평균값(EUI)을 비교했을 때 시뮬레이션 결과는 y=x 선상에 매우 가깝게 분포해 실제 에너지사용량을 정밀하게 모사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GR 전후의 변화 양상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가 도출됐다. 시뮬레이션상의 에너지저감 패턴이 실제 사용량 변화와 평행하게 이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동적 시뮬레이션이 다양한 에너지효율 개선 조치(ECM) 조합에 따른 실제 에너지저감 경향으로 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건물군 전체의 월간 에너지사용량을 합산해 분석한 결과 GR 전후의 오차율(CvRMSE)은 약 14% 수준으로 나타나 국제 기준(15%)을 만족했다. 특히 시뮬레이션 모델이 실제 에너지사용량의 계절별 변곡점까지 정밀하게 잡아내며 실제 저감 패턴을 유사하게 구현해냈다는 점이 주목받았다.
이승주 연구원은 “동적 에너지 시뮬레이션은 개별 건물의 에너지사용량을 소수점 단위로 예측하기보다 건물군 수준에서 정책적 효과를 정량화하고 저감패턴을 예측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도구”라며 “이번 연구결과는 향후 대규모 GR사업의 예산편성 및 성과지표 수립 시 시뮬레이션 데이터의 신뢰성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모델링시장 공략 ‘모듈형 바닥공조시스템"
김현민 하이멕 연구원(공동저자 권오익)은 ‘건축물 리모델링을 위한 모듈형 바닥공조시스템 설계방안’을 주제로 발표하며 최근 건설산업의 OSC(탈현장 건설) 흐름에 맞춘 혁신적인 공조솔루션을 제시했다.
시공품질 향상과 공기단축이 가능한 모듈러기술이 단순 구조물을 넘어 설비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공간제약이 심한 리모델링시장에서 모듈형 바닥공조가 강력한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모듈형 바닥공조시스템은 대형 공조실과 복잡한 덕트 대신 이중 외피공간에 소형 공조기를 분산 배치하고 바닥 하부공간(Plenum)을 정압챔버로 활용해 공기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은 별도의 기계실 면적을 줄여 전용 면적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 덕트 설치공간을 최소화해 낮은 층고의 노후건물에서도 충분한 천장고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특히 바닥공조 설계 시 간과하기 쉬운 ‘플래넘 내 급기 온도상승효과’를 핵심 설계변수로 꼽았다. 공기가 바닥 하부를 흐르는 동안 슬래브 및 상판과 끊임없이 열교환을 하며 온도가 상승하는데 이를 정밀하게 검토하지 않으면 거주구역의 냉방성능 저하와 에너지효율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설계사례로 소개된 1999년 준공 대학 건물 리모델링 프로젝트에서는 설비 스페이스와 층고가 극도로 제한된 환경을 모듈형 바닥공조시스템으로 극복했다. 당초 비냉난방 공간이었던 해당 건물에 분산형 공조기를 배치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의 기기 위치를 선정한 결과 외주부 부하를 효과적으로 제어하면서도 조망권과 실내 쾌적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김현민 하이멕 연구원은 “리모델링 초기 단계에서 바닥공조의 적용성을 검토할 수 있는 정밀한 방법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의 의미가 크다”라며 “향후 1차원 모델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압력 해석 병행과 실제 제어 시나리오를 반영한 후속 연구를 통해 시스템 완성도를 높여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목조건축 활성화, 법적 확장성이 좌우할 것"
지석환 건축공간연구원(AURI) 연구원은 ‘목조건축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 동향과 쟁점’을 주제로 발표하며 건물부문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수단인 목조건축의 저변 확대를 위해 실효성 있는 법적기반 마련과 하위 법령의 정밀한 설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캐나다, 일본 등 해외 주요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목조건축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이 미흡해 전체 건축물 중 목조건축이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목재는 생장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저장하고 건축자재로 활용 시 탄소를 장기간 고정하는 효과를 제공한다. 타 건축자재대비 생산과정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낮고 공기단축 등 기술적·경제적 장점이 뚜렷함에도 불구하고 국산 목재의 공급 및 수요 문제와 법제도적 한계가 결합된 구조적 저해요인으로 인해 목조건축이 탄소중립정책 수단으로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발표에서는 현재 발의된 ‘목조건축 활성화 법률안’(본칙 6장, 29개 조문)에 대한 전문가들의 쟁점 분석이 진행됐다. 특히 법안 제5조의 ‘활성화 시책’ 수립과 관련해 전문가 대다수가 변동성이 큰 단기 시책보다는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중장기 법정 기본계획’ 수립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와 지자체가 안정적인 예산을 확보하고 민간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공공부문의 선도적 역할을 위한 ‘공공건축물 목조건축 의무화’ 조항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전문가 조사결과 탄소저감효과와 대국민 인식제고를 위해 교육·연구시설, 의료·복지시설을 우선 적용대상으로 설정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식이 타당하다. 아울러 목조건축의 특수성을 고려해 기존 건축사 중심 감리를 보완할 ‘목구조기술자’의 감리 참여와 전문공사 위계 내 ‘목구조물공사업’의 신설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석환 연구원은 “별도의 목조건축 인증제도 운영에 대한 전문가 간의 이견이 있다”라며 “기존 녹색건축 인증제도(G-SEED)와 통합여부를 두고 효율적인 운영 묘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향후 하이브리드구조나 중고층 목조건축 등 기술발전을 유연하게 포괄할 수 있는 법적 확장성이 필요하다”라며 “법안 시행 이후 보급 상황을 정밀하게 모니터링하고 관련 상위 계획과 유기적으로 연계함으로써 행정집행의 명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