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고GWP 냉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콜드체인설비시장의 장기적인 냉매전환 방향성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칸kharn·콜드체인뉴스는 5월7일 코엑스마곡에서 친환경 냉매 컨퍼런스 ‘친환경 냉매 대전환 시대: 규제에서 기회로’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연인원 700여명이 참석하며 콜드체인시장 변화를 살피고자 하는 현장·실무 관계자들의 열기를 엿볼 수 있었다.
친환경 냉매전환 컨퍼런스는 △친환경 냉매정책 및 R&D △HVAC분야 친환경 냉매 전환 △친환경 냉매 전주기 관리 △콜드체인설비 친환경 냉매 전환 △대형 콜드체인설비 친환경 냉매 전환 △DC·반도체분야 친환경 냉매 전환 등 6가지 세션으로 구성됐다.
501호 B실에서는 오전 10시부터 ‘콜드체인설비 친환경 냉매전환’ 세션이 진행됐다. 발표는 △콜드체인 설비 효율관리제도 도입 경과(임도연 에너지공단 처장) △차세대 냉매적용 쇼케이스 개발현황(이한구 CRK 이사) △산업·상업용 냉동에서의 CO₂ 기술동향(김민수 댄포스코리아 매니저) △자연냉매 전환 핵심 전문인력 양성 CO₂ 아카데미(정지원 베이어레프코리아 부장)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쇼케이스 효율등급제 2028년 시행 예정
임도연 에너지공단 처장은 ‘콜드체인 설비 효율관리제도 도입 경과’를 주제로 발표하며 냉동·냉장 진열장과 콘덴싱유닛·유닛쿨러를 대상으로 한 효율관리제도 도입 방향을 소개했다.
최근 신선식품과 의약품 소비 증가로 콜드체인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콜드체인설비 효율관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임 처장은 글로벌 콜드체인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에너지사용량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에서도 관련 설비의 효율관리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기기분야 에너지효율관리제도는 △고효율에너지기자재 인증제도 △에너지소비효율등급표시제도 △대기전력저감프로그램 등 3가지 축으로 운영되고 있다.
임 처장은 “시장 초기에는 고효율기자재인증제도를 통해 새로운 시장형성과 도입을 촉진하고 성숙시장에서는 등급제도와 대기전력저감 프로그램을 통해 의무적인 에너지관리를 하고 있다”라며 “이를 통해 저효율제품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출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공단은 콜드체인분야에서는 냉동·냉장진열장에 에너지소비효율등급제 적용을, CDU 및 유니트쿨러에는 고효율기자재인증제도 편입을 각각 검토하고 있다.
임 처장은 “국내·외 콜드체인시장의 급속한 성장과 함께 에너지사용량 관리 및 절감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라며 “하지만 국내에서는 상업용 전기냉장고를 제외하면 관련 에너지규제가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냉동·냉장진열장 효율등급제 도입안도 공개됐다. 적용대상은 콘덴싱기능이 내장된 제품 중 정격입력 3kW 이하, 유효체적 0.3m³ 이상 3m³ 이하 제품이다. 음료용 냉장진열장과 일반 냉동·냉장진열장으로 구분해 관리될 예정이다. CDU 외장형 등 원격형 제품이나 서로 다른 온도로 운전되는 복수 저장실 제품, 라운드형 진열장 등은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임 처장은 “시험은 실제 매장환경과 유사한 조건에서 이뤄질 예정”이라며 “냉동실은 시간당 6회, 냉장실은 시간당 10회 개방시험을 진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효율등급은 단위 체적 또는 전시면적당 1일 소비전력량 기준으로 1등급부터 5등급까지 구분된다. 업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시리즈 모델’ 제도도 함께 운영된다. 동일한 구성품을 사용하고 전시면적 편차가 일정 범위 이내인 경우 최대 25개 모델까지 하나의 시리즈로 묶을 수 있도록 했다.
CDU와 유닛쿨러에 대해서는 우선 ‘의무제도’가 아닌 ‘고효율기자재인증방식’으로 추진된다. 유닛쿨러는 △냉장 EEF 30 이상 △냉동 EEF 15 이상 등을 인증기준으로 제시했으며 콘덴싱유닛은 연간성능계수(APF)를 적용해 △냉장 2.23 이상 △냉동 0.92 이상 등을 기준으로 검토 중이다. 이 기준은 국내 제조사 제품의 실사용 환경 테스트 데이터를 기반으로 도출됐다.
현재 에너지공단은 냉동·냉장 진열장 효율등급제의 규정 개정작업을 진행 중이며 2028년 1월1일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CDU 및 유닛쿨러 고효율 인증제도는 규정 개정을 거쳐 2026년 하반기 시행을 추진할 계획이다.
임 처장은 “에너지공단은 냉매변화와 관련한 시험조건을 KS 기준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열어두고 있다”라며 “업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제도를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냉매전환, E효율·탄소중립 흐름 시너지될 것"
이한구 CRK 이사는 ‘차세대 냉매적용 쇼케이스 개발현황’을 주제로 발표하며 글로벌 냉매규제 강화에 따른 쇼케이스기술 변화와 자연냉매 적용 방향을 소개했다.
유럽은 2024년 개정된 F-gas 관리법을 통해 2050년 HFC냉매의 전면 사용 금지를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 역시 AIM Act 기반으로 2036년까지 HFC 생산·소비량을 평균대비 85% 감축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EU와 미국, 일본 등은 이미 상업용 냉장·냉동기기에 대해 GWP 150 이하 냉매사용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 역시 2030년까지 쇼케이스와 콘덴싱유닛 등에 저GWP 냉매 전환을 추진하는 단계에 돌입했다. 2023년 오존층보호법 개정과 2024년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을 통해 HFC 관리체계가 강화되고 있으며 최근 정부는 냉매 전주기 관리체계 구축과 저GWP 제품 전환 확대 방안을 발표한 상황이다.
국가별 쇼케이스 냉매 적용 현황도 소개됐다. 유럽은 R404A 사용이 사실상 금지된 가운데 R290기반 플러그인 쇼케이스가 표준화되고 있으며 CO₂기반 중앙식시스템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 이사는 “플러그인 쇼케이스는 현재 R290 적용이 대세가 되는 방향”이라며 “국내는 아직 일부 HFC냉매가 유지되고 있으나 향후 자연냉매 중심 전환이 본격화될 것이며 대형 시스템의 경우 향후 CO₂기반 시스템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쇼케이스 개발방향이 단순 냉매 교체 수준을 넘어 시스템 최적화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강조했다. △마이크로채널 열교환기 적용 △냉매 충전량 최소화 △EC팬 및 인버터 압축기 적용 △AI기반 제어기술 등이 주요 개발 방향으로 제시됐다.
자연냉매 R290의 특징과 적용효과도 상세히 소개됐다. R290은 GWP가 3 수준으로 매우 낮고 냉동효율이 우수하다. 기존 R134a대비 최대 2배 수준의 냉동능력을 확보할 수 있으며 냉매 충전량 감소와 에너지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 시험 결과도 공개됐다. CRK는 동일 용량의 냉동쇼케이스를 대상으로 R404A와 R290시스템을 비교한 결과 소비전력이 약 29% 절감됐다고 밝혔다. COP는 기존 냉매대비 25~30% 향상되고 비용 역시 감소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연냉매 적용 확대에 따라 안전성 확보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R290은 A3등급의 가연성 냉매로 방폭부품 적용과 누설감지, 환기구조 설계 등이 필수적이다.
이 이사는 “가연성 냉매 적용 시에는 스파크 발생 가능 부품에 대한 관리와 방폭설계가 매우 중요하다”라며 “기계실 내 공기 흐름 구조와 가스 누출 대응 설계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냉매전환은 단순 규제 대응이 아니라 에너지효율과 탄소중립을 동시에 고려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며 “향후에는 자연냉매와 스마트 제어기술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CO₂시스템, 고압대응 관리 중요
김민수 댄포스코리아 매니저는 ‘산업·상업용 냉동에서의 CO₂ 기술동향’을 주제로 발표하며 산업용 냉동시스템의 자연냉매 전환 흐름과 CO₂기반 고효율 솔루션을 소개했다.
최근 산업용 냉동시스템은 △에너지효율 △안전성 △자동화 △총소유비용(TCO) 절감 △지구온난화 대응 등을 요구받고 있다. 특히 환경규제 강화에 따라 암모니아와 CO₂기반 자연냉매시스템 적용이 확대되는 추세다.
CO₂ 캐스케이드시스템 구조와 특징을 중심으로 산업용 냉동시스템 동향이 소개됐다. CO₂는 높은 압력특성으로 인해 단독 시스템 운용이 까다로운 만큼 암모니아와 조합한 캐스케이드시스템 방식이 주로 적용되고 있다.
김 매니저는 “CO₂는 임계점이 낮아 높은 압력을 필요로 하는 특성이 있다”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고단측에는 암모니아나 프레온냉매를 사용하고 저단측에는 CO₂를 적용하는 캐스케이드 시스템이 많이 활용된다”고 말했다.
또한 브라인시스템과 캐스케이드시스템 차이도 언급됐다. 브라인시스템은 저압측 CO₂라인에서 펌프만으로 냉매를 공급하는 방식이며 캐스케이드시스템은 열교환기를 통해 서로 다른 냉매 사이클을 연결하는 구조다.
발표에서는 산업용 냉동시스템의 주요 과제로 ‘적상관리’ 문제도 제시됐다. 증발기에 발생하는 적상이 냉동효율 저하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제상기술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댄포스는 내부 에너지를 활용하는 ‘핫가스 제상 솔루션’을 중심으로 고효율 제상방식을 소개했다. 기존 전기히터나 물을 사용하는 외부에너지 방식과 달리 압축기에서 발생한 고온 냉매를 활용해 제상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김 매니저는 “핫가스 솔레노이드밸브가 열리면서 압축기에서 토출된 고온·고압냉매가 증발기로 유입돼 적상을 제거하는 구조”라며 “외부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식보다 에너지효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특히 댄포스는 ICF밸브기반 통합 솔루션을 통해 제상라인 효율을 개선할 수 있다. ICF밸브는 여러 밸브기능을 하나로 통합해 기존 최대 13개의 용접포인트를 2개 수준으로 줄일 수 있는 제품이다.
또한 ICFD밸브를 적용한 ‘Liquid Drain방식’의 제상솔루션도 소개됐다. 이 방식은 제상 후 응축된 액냉매만 회수기로 배출하고 불필요한 가스 유입을 최소화해 압축기의 재압축 부담을 줄이는 것이 특징이다.
김 매니저는 “CO₂ 산업용 냉동시스템은 고압환경 대응이 중요하며 자연냉매 전환은 단순 냉매 교체가 아니라 시스템 신뢰성과 에너지효율, 안전성을 함께 확보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라며 “산업용 냉동시스템 역시 고효율·고압 대응 중심으로 변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CO₂냉매 전문인력 생태계마련 중요
정지원 베이어레프코리아 부장은 ‘자연냉매 전환 핵심 전문인력 양성 CO₂ 아카데미’를 주제로 발표하며 자연냉매 전환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전문교육체계 구축 계획을 소개했다.
베이어레프(Beijer Ref)는 스웨덴 말뫼에 본사를 둔 냉동공조 전문기업으로 전 세계 45~51개국, 500여개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CO₂ 냉동시스템분야에서는 2005년부터 관련 장비를 생산해왔으며 전 세계적으로 1만대 이상의 CO₂ 냉동시스템 공급 실적을 확보하고 있다. 베이어레프코리아는 대성마리프 냉동공조사업부를 기반으로 2023년부터 냉매 유통과 자연냉매시스템 사업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정 부장은 “이제 자연냉매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 단계로 단기적으로는 GWP 150 미만 냉매를 사용해야 하지만 키갈리개정서 기준으로 2045년까지 HFC 사용량을 80% 감축해야 한다”라며 “장기적으로는 결국 자연냉매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연냉매의 종류인 R290(프로판)은 높은 가연성, R717(암모니아)는 독성문제가 있으며 CO₂(R744)는 비가연·비독성이지만 고압특성을 갖고 있다.
정 부장은 “CO₂는 압력에 대한 부담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용자들이 많다”라며 “하지만 유럽에서는 이미 20년 가까이 사용되며 기술적 완성도도 상당 수준 올라온 상태로 한국에서도 이미 상업시설과 산업시설 중심으로 적용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발표에서는 국내 CO₂ 전문교육기관 부재 문제가 중점적으로 짚어졌다. 현재 국내에는 공인된 CO₂ 전문교육기관이 없는 상황이지만 현장에서는 이론뿐만 아니라 실제 장비를 다루는 실무교육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베이어레프코리아는 한국냉매관리기술협회와 공동으로 ‘Beijer Ref Academy Korea’를 설립해 CO₂ 전문교육과 라이선스 발급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아카데미 목표는 △CO₂ 교육 및 라이선스 부여 △CO₂ 냉동기 전문기술자 육성 △공인 교육기관 지정 등이다.
정 부장은 “단순히 장비를 소개하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 설치와 시운전, 유지보수까지 수행할 수 있는 기술자를 양성하려고 한다”라며 “향후 국내 공인 교육기관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교육은 충남 논산소재 한국냉매관리기술협회 인재개발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약 3,300m² 규모 시설 내 강의실과 실습장을 활용하며 실제 CO₂ 냉동시스템 기반 실습장비도 구축된다. 실습장에는 CO₂ 메인랙과 유닛쿨러, 가스쿨러, 쇼케이스 등이 설치될 예정이며 △코플랜드 △비쳐 △댄포스 등 글로벌 파트너사들이 장비구축에 참여할 계획이다.
교육과정은 2026년부터 분기별로 운영된다. △CO₂ 안전·서비스 교육 △저GWP 및 가연성 냉매 교육 △CO₂ CDU 설치 및 시운전 과정 △암모니아 애플리케이션 교육 등이 포함된다. 회당 교육인원은 약 20명 규모의 소수정예 방식으로 진행된다.
정 부장은 “CO₂는 분명 우리 산업에서 중요한 자연냉매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며 “이제는 장비만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전문인력 생태계를 만들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