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차량 공조시스템이 단순 냉난방설비를 넘어 에너지절감, 탄소중립, 승객쾌적성, 유지관리 효율성을 좌우하는 핵심 차량부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고속철도 차량의 경우 장시간 운행, 밀폐된 객실환경, 계절별 외기조건 변화, 운행 중 안정성 확보 등이 동시에 요구돼 공조장치의 성능과 신뢰성이 차량 품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 이처럼 중요성이 큰 철도차량용 공조시스템이 개발돼 녹색기술인증을 획득하며 기술력까지 인정받았다.
오텍캐리어는 최근 국가 R&D 철도차량부품개발사업을 통해 ‘동력분산식 고속철도 차량용 지붕탑재형 공조시스템’을 개발해 녹색기술인증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이번 과제는 KTX-이음 차량에 적용 중인 수입 공조시스템을 국산화하는 기술자립 트랙과 탄소중립 대응을 위한 에너지절약형 인버터 압축기 적용 히트펌프 공조기 개발 트랙으로 구성됐다.

총괄연구기관인 오텍캐리어는 동력분산식 고속철도 차량용 공조장치 개발을, 참여기관인 이건산전은 동력분산식 고속철도 차량용 배전반 및 제어기 개발을, 이경은 에너지 절약을 위한 압축기 운전용 인버터 개발을, 남양노비텍은 승객 쾌적도를 위한 순환공기 소음기 및 기류분배 덕트 개발을, 산업기술시험원은 공조기 시험 및 주요부품 신뢰성확보 기술개발을,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공조기 설치상태 차량단위 공인 시험규격 수립 및 성능검증을 담당했다.
이번 개발의 핵심은 기존 정속형 압축기 기반 공조방식이 가진 부분부하 대응 한계를 개선하는 데 있다. 기존 공조시스템은 정속형 압축기 2대를 사용해 객실부하에 따라 냉방용량을 0%, 50%, 100%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공급하는 구조였다. 이 방식은 운전이 단순하고 신뢰성이 높은 장점이 있지만 실제 객실부하가 세밀하게 변동하는 운행환경에서는 필요한 만큼 냉방을 공급하기 어려웠다. 그 결과 과잉 냉방, 불필요한 전력소비, 객실온도 편차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인버터 압축기 적용 공조시스템은 차량의 냉방부하와 외기조건에 따라 압축기 운전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객실 내 승객수, 일사, 외기온도, 운행구간 등 부하 변화에 맞춰 부분부하 운전이 가능해 필요한 만큼 냉방을 공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전력소비를 줄이는 동시에 승객 체감쾌적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성이다.
냉방 SEER 39.5% 향상
성능비교 결과에서도 인버터 공조장치의 효율개선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객실 냉방성능 비교자료에 따르면 냉방정격능력은 정속형 20.4kW, 인버터형 20.8kW로 인버터형이 약 2% 높았다. 소비전력은 정속형 35.8kW, 인버터형 34.4kW로 약 4% 줄었다. 특히 냉방시즌효율(SEER)은 정속형 1.778에서 인버터형 2.48로 향상돼 39.5% 개선됐다. 시험방법은 KS C 0306-2017(2022 확인)에 따랐다.
이는 단순히 정격성능을 높인 것이 아니라 실제 운전조건에서 에너지효율을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철도차량 공조는 하루 중 반복적인 기동·정지, 승객 승하차에 따른 부하변동, 터널·지상구간 통과에 따른 외기조건 변화 등 다양한 부분부하 조건에 노출된다. 정속형 압축기는 이러한 조건에서 세밀한 부하추종이 어려운 반면 인버터 방식은 압축기 회전수를 제어해 운전효율을 높일 수 있다.
오텍캐리어의 관계자는 “인버터 공조장치의 특장점은 객실의 냉방부하에 최적화된 냉방을 공급하는 것은 물론 난방의 경우 기존의 난방은 전기히터를 적용해 에너지효율이 최대 1 이하이나 인버터 히트펌프 공조기는 히프펌프 사이클을 적용해 난방열원을 공급해 난방에너지효율을 크게 향상시켰다”고 밝혔다.
이번 기술개발에서 또 하나의 핵심은 난방방식 전환이다. 기존 철도차량 난방은 전기히터 중심으로 운전되는 경우가 많다. 전기히터는 구조가 단순하고 즉응성이 우수하지만 투입 전기에너지대비 얻을 수 있는 열량이 제한적이어서 에너지효율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다.
다만 히트펌프 난방은 외기온도가 낮아질 경우 실외 열교환기 착상과 제상운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제상운전 중에는 난방이 일시적으로 중단될 수 있어 겨울철 영하권 기온이 빈번한 국내 운행환경에서는 단독 히트펌프 난방 적용에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개발된 시스템은 외기온도가 7℃ 이상일 때는 히트펌프 난방을 적용하고 외기온도가 7℃ 미만일 때는 히트펌프 난방과 전기히터 난방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운전전략을 채택했다.
난방성능 비교에서도 개선효과가 확인됐다. 객실 난방 비교자료에 따르면 난방정격능력은 정속형 27.5kW에서 인버터형 33.3kW로 21% 향상됐다. 정격소비전력 비교에서는 난방시즌효율(HSPF)은 정속형 0.83에서 인버터형 1.67로 높아져 101%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험방법은 냉방과 마찬가지로 KS C 0306-2017(2022 확인)에 근거했다.
수입 공조시스템 대체 국산화 목표
이번 과제의 또 다른 축은 KTX-이음에 적용 중인 수입 공조시스템의 국산화다. 고속철도 공조시스템은 차량 지붕에 탑재되는 주요 장치로, 단순 제품공급을 넘어 차량 구조, 전원특성, 진동, 소음, 유지보수성,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수입 의존도가 높을 경우 부품수급, 납기, 유지보수 대응, 사양변경, 서비스 대응 측면에서 한계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입 공조시스템 국산화를 통해 납기단축, 안정적인 부품공급, 서비스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산화 대상은 운전실 및 객실 공조장치, 제어기를 포함한 컨트롤패널, 배전반, 제어로직 등으로 확대됐다. 배전반과 제어기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확보하고 개선 적용했으며 호환성을 유지한 국산화와 유지보수 개선도 추진됐다. 특히 히터 리셋 개선, 현차검증 12개월 달성 등이 주요 성과다.
오텍캐리어의 관계자는 “단순 부품 대체를 넘어 철도차량 공조시스템의 설계·제어·시험·검증 역량을 국내에 축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며 “고속철도 차량은 운행 중 고장이 발생할 경우 승객불편뿐만 아니라 차량운용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국산화는 가격경쟁력보다 운영 안정성, 서비스 대응력, 장기 부품공급체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철도차량 공조시스템은 에너지효율뿐만 아니라 고장 시 운행 지속성도 중요하다. 인버터 공조장치는 고효율 운전이 가능하지만 인버터에 이상이 발생할 경우 압축기 구동이 제한될 수 있다. 운행 중 공조가 중단되면 해당 객실을 비우거나 차량 회차가 필요할 수 있어 운영기관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오텍캐리어는 인버터로 압축기를 구동하지 않고 차량전원을 압축기에 직접 투입하는 전원 바이패스 기능을 적용해 차량 운영성을 대폭 향상시켰다.
또한 압축기와 인버터만의 개발에 그치지 않았다. 지붕탑재형 공조시스템의 특성을 고려해 경량화, 강건설계, 소음개선, 공기분배, 신뢰성시험 기준 확보 등도 함께 추진했다. 이에 따라 소재 및 구조변경을 통해 약 10% 경량화를 달성했으며 압축기 안전설계를 위해 액분리기를 적용했다.
승객쾌적성 측면에서는 순환공기 소음기 및 기류분배 덕트 개발이 추진됐다. 차량 소음 및 공기분배 자료를 확보하고 시제품을 제작했으며 소음개선 효과는 운전실 냉방 4.5%, 운전실 난방 17.5%, 객실 냉방 7.6%, 객실 난방 12.4%로 나타났다.
철도차량 공조에서 소음과 기류분배는 승객 민원과 직결된다. 냉난방능력이 충분하더라도 특정 좌석에 찬바람이 집중되거나 소음이 크면 쾌적성은 떨어진다. 특히 고속철도는 장거리 승객 비중이 높기 때문에 체감소음과 실내기류 품질이 서비스 품질을 좌우할 수 있다.

녹색기술인증 획득
오텍캐리어가 개발한 철도차량용 공조시스템 기술은 녹색기술인증도 획득했다. 녹색기술인증은 정부가 특정 기술이 환경개선과 탄소저감에 기여하는 친환경·고효율 기술임을 공식 인정하는 제도다. 이번 인증은 국책과제 KPI 목표이기도 했으며 고속차량과 일반차량 공조장치를 제조·공급해온 기업의 에너지절감 기술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배경도 있었다.
녹색기술인증은 에너지효율 향상분야의 에너지절감기술로 취득했다. 녹색기술 평가기준상 에너지효율 30% 이상 향상이 요구되는 가운데 이번 기술은 냉방효율 39.5% 향상으로 기준을 충족했다.
오텍캐리어의 관계자는 “녹색기술인증은 기술홍보 차원을 넘어 공공시장 대응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으며 녹색기술인증이 공공사업 기술평가 항목에 반영될 경우 기술평가 가점, 조달사업 우대, 공공입찰 경쟁력 상승, 철도사업 친환경 평가 대응 등에 활용될 수 있다”라며 “또한 정부 공식인증을 통한 고객신뢰 향상, 친환경 기술기업 이미지 확보, ESG경영 및 공급망 평가 대응, 탄소감축 활동 증빙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철도차량 공조장치는 차량 설계 초기단계부터 중량, 설치공간, 전원, 제어, 정비성, 소음, 안전기준 등이 함께 반영돼야 한다. 기존 차량 개조시장은 기술검증과 운영승인 부담이 큰 반면 신규차량 시장은 설계단계에서 스펙인할 경우 적용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오텍캐리어는 차세대 고속차량, 수소전동차, 신규 도시철도 사업 등 중점 대상 프로젝트로 영업을 활성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