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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H 활용 핵심설비 히트펌프, ‘탄소없는 섬 제주’ 실현 앞당긴다

제주도, 탄소중립·난방전기화 실증거점 부상
2035년까지 10만가구 히트펌프 전환 추진
전용요금제·통합모니터링 등 제도기반 과제


제주도가 국내 히트펌프보급 확대와 난방전기화 전환의 핵심 실증지로 부상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2035년까지 히트펌프 350만대 보급 목표를 제시한 가운데 제주도는 온난한 기후와 높은 재생에너지비중을 동시에 갖춘 히트펌프보급에 최적화된 지역이다.


제주도의 가장 큰 강점은 히트펌프 운용에 적합한 기상조건이다. 겨울철 외기온도가 높아 히트펌프 효율을 상시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또한 단독주택 비중이 높고 도시가스 보급률이 낮아 기존의 화석연료 난방을 전기로 전환했을 때 도민들이 체감하는 에너지비용 절감효과가 타 지역보다 클 것으로 기대된다.


제주도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은 24.3%로 전국 최고수준이며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출력제어와 계통안정 문제가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히트펌프는 태양광·풍력발전량이 많은 시간대의 전력을 열로 전환해 활용할 수 있어 재생에너지 수용성을 높이고 전력계통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일조량이 풍부한 제주도에서 태양광과 히트펌프를 결합할 경우 재생에너지 활용도를 높이면서 난방·급탕부문의 화석연료 사용을 줄일 수 있다. 공기열 히트펌프의 재생에너지 인정과 가정용 공기 대 물(ATW) 히트펌프 고효율에너지기자재 인증기준 마련 움직임도 보급확대의 제도적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2026 난방전기화 사업 대상제품 선정기준’을 마련하며 공기열 히트펌프 보급확대를 위한 제도정비에 나서고 있어 제주도 히트펌프 보급사업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P2H 기반 난방전기화 선도모델 자리매김
제주도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풍부함에도 활용률이 낮고 난방은 여전히 LPG에 의존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현재 전체 전력생산의 약 2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고 있으며 전기차 보급률은 전국 1위를 기록하는 등 성과를 이어가고 있지만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소비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해소하기 위한 핵심수단으로 P2H가 주목받고 있다. P2H는 히트펌프나 전기보일러를 통해 생산한 열을 축열조에 저장하거나 지역난방에 공급하는 기술이다.


기존 전기보일러 방식 P2H가 전력을 열로 1대1 전환하는 구조라면 히트펌프는 외기·지중·수열 등 주변 열원을 함께 활용해 투입 전력보다 많은 열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동일한 전력소비조건에서도 더 높은 열생산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난방·급탕비 절감효과를, 계통운영측면에서는 출력제어 완화효과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제주도는 P2H 최적 실증지로 ‘재생에너지 출력제한을 이용한 P2H 기술개발’ 등 다양한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24년 시범사업을 통해 5개소에 분산형 수요자원 확장 기반을 마련했으며 신축과 구축 건물을 아우르는 보급을 통해 실질적인 에너지절감 효과를 확인했다. 생활영역 전기화 정책, HP보급 견인히트펌프보급 확대를 위한 정책추진도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2035 제주 탄소중립 협의체’를 구성한 제주도는 지난 3월 2035년까지 도내 약 10만가구에 히트펌프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담은 ‘생활영역 열에너지 전기화 대전환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이는 △청정열 히트펌프보급 확대 △산업·관광 RE100 전환 △지능형 수요관리 자원 확대 △제도적 기반 구축 등 4대 전략을 중심으로 추진된다. 올해 2,380가구를 시작으로 2029년까지 9,520가구, 2035년까지 총 9만6,156가구에 히트펌프를 순차적으로 설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히트펌프 보급사업 추진을 위한 사전 수요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보급계획을 구체화하며 컨소시엄 선정·평가, 대상지 확정, 설계·시공 준비 등 후속절차를 거쳐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올해 보급 예정물량에 대한 수요조사가 마감되며 생활영역 열에너지 전기화와 히트펌프 보급에 대한 도민 관심도 확인됐다.

 

 

또한 공공부문에서는 △마을회관 △복지시설 △어린이집 등에 히트펌프를 우선 도입한다. 취사분야에서는 도청·시청 등 주요 행정기관 10곳의 구내식당 가스레인지를 2027년까지 인덕션으로 교체한다. 시설하우스에는 태양광과 히트펌프를 결합하고 양식장에는 해수열 활용 히트펌프를 보급할 예정이며 축산분야에서는 국내 최초 RE100 축산물 출시를 넘어 농가단위 실질적인 재생에너지 자급체계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오경섭 제주도 에너지산업과장은 “제주도가 추진하는 히트펌프 보급은 단순한 난방기기 교체사업이 아니라 생활영역에서 화석연료기반 에너지소비구조를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는 에너지대전환의 핵심사업”이라며 “제주의 바람과 햇빛으로 만든 청정에너지가 히트펌프를 만나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2035 탄소중립 제주 실현과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달성의 선도모델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제주 HP시장 내 국내 기업참여 확대
국내 기업들도 제주도를 중심으로 히트펌프시장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경동나비엔 △오텍캐리어 △대성히트에너시스 등은 공기열 히트펌프, 난방·급탕 통합솔루션, 고효율 조달제품 등을 앞세워 주택·상업시설·농수산시설 다양한 적용처를 공략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정부의 난방전기화 보급정책에 대응해 공기열 기반 히트펌프 제품을 국내시장에 출시하며 관련시장 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기존 에어컨·공조기기 제조역량과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가정용 및 상업용 히트펌프시장 확대에 대응하고 있다.


오텍캐리어는 조달청 등록 고효율 히트펌프를 중심으로 복합리조트, 스마트팜, 양식장 등 안정적인 운전이 필요한 현장에 제품을 적용하고 있다. 애월과 성산지역 호텔·리조트 등에는 기존 공기열 히트펌프를 대체한 통합솔루션이 구축돼 에너지절감과 소음저감 측면의 효과를 확인하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공기열 보일러를 기반으로 난방·온수분야 시장확대에 나서고 있다. 기존 보일러사업을 통해 축적한 온수제어·설치·유지관리 역량을 히트펌프기반 난방·급탕시스템으로 확장하고 있다.대성히트에너시스는 공기열 히트펌프를 제주도 내에 보급하며 냉난방·급탕 운전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 도내 직영 A/S센터와 원격모니터링체계를 기반으로 △사용패턴 △시간대별 급탕·난방 수요 △전력사용량 등을 분석해 운영효율 개선과 유지관리 신뢰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대성히트에너시스의 한 관계자는 “제주도 내 취약계층 10개소에 보조금만으로 시스템을 보급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해 에너지복지 실현에 앞장설 예정”이라며 “VPP 모니터링시스템을 통해 에너지생산·소비데이터를 DB화해 분산에너지 신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속가능 보급, 제도기반 고도화 필요
기업들의 참여가 확대되며 제주 히트펌프시장은 본격적인 보급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이 지속가능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제품보급과 제도·운영기반을 고도화해야 한다. 특히 제주도 히트펌프 보급사업은 단순한 지역 보급사업을 넘어 향후 전국 난방전기화정책의 기준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제주에서 설계·시공·운영·요금·유지관리체계가 검증될 경우 내륙지역 확산을 위한 표준모델로 활용될 수 있다. 반대로 초기 보급단계에서 성능관리와 사용자 만족도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히트펌프에 대한 시장신뢰가 약화될 수 있어 실증단계부터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히트펌프보급 확대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단순한 설비보급을 넘어 적용처별 특성을 반영한 설계·시공·운영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특히 △주택 △숙박시설 △복지시설 △농업시설 △양식장 등은 열수요와 난방·급탕 사용패턴이 다른 만큼 표준화된 설비보급만으로는 충분한 에너지절감 효과를 담보하기 어렵다.


설치 이후 유지관리체계도 중요하다. 히트펌프는 운전조건에 따라 효율 차이가 발생할 수 있어 정기점검과 원격모니터링 기반 성능관리가 필요하다. 실시간운전데이터를 통해 고장징후를 사전에 파악하고 부하변화에 맞춰 운전조건을 조정할 경우 설비 신뢰성과 에너지효율을 높일 수 있다.


오승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주기술실용화본부 수석연구원은 “히트펌프보급은 기기 설치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라며 “△축열조 △펌프 △열교환기 △제어시스템 등이 함께 구성되는 에너지설비인 만큼 운영기술과 제어전략, 전기요금체계가 보급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민 수용성 확보도 핵심과제다. △초기 설치비 부담 △전기요금 증가 우려 △기존 난방방식과의 사용감 차이 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보조금 지원뿐만 아니라 △실제 절감효과 △유지관리비 △고장대응 방식 등을 투명하게 안내해야 참여확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전기요금체계 개선은 히트펌프 대중화의 핵심 변수다.

 

재생에너지가 많이 생산되는 낮시간대 잉여전력을 활용하도록 유도하는 전용요금제나 시간대별 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소비자 경제성을 높일 수 있다. 주택용 누진제 적용 여부, 히트펌프 사용전력 별도계량체계 마련 등도 도민 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과제다.


전기차 전용요금제처럼 히트펌프 사용전력을 별도로 계량하고 시간대별 요금을 적용하는 전용요금제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기반의 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실시간 데이터를 정밀분석해 각 가구에 최적화된 운영 가이드를 제공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에너지생태계를 구축할 필요성도 증가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제주도에서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 만큼 사업적으로 개선하거나 보완해야 할 부분, 업계가 현장에서 겪는 애로사항, 사용자들이 실제로 느끼는 불편요소 등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라며 “단순한 문제인식에 그치지 않고 이를 제도·기술·운영측면의 개선으로 연결해야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