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건축학과 연구팀 ‘General Fluids’는 우리 생활과 밀접하지만 관리기준이 미흡하고 유독 문제가 많은 욕실의 환기 및 공기질에 착안해 연구를 시작했다.
대변기에서 발생하는 분변 기원 오염물질을 중심으로 화장실 환기시스템의 성능을 재평가하는 연구를 진행했으며 2025년 열린 대한설비공학회 HVAC 경진대회에 출품해 은상을 수상하는 등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여명석 서울대 건축학과 지도교수 아래 이지후(기계·건축 복수전공)·전민수(기계공학 전공)·이주하(기계공학 전공) 등 총 3명의 학부생으로 구성된 연구팀을 만나 욕실공기질관리 연구배경과 결과, 관리방법 제언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욕실공기질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욕실은 면적이 작고 밀폐된 특성을 지니고 있어 건물 기밀화가 강화될수록 의도된 환기량이 확보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공간이다. 화학적 악취뿐만 아니라 습기와 유기물이 결합해 곰팡이나 세균 등 생물학적 오염원 번식을 촉진하는 환경이므로 쾌적함을 넘어 거주자의 직접적인
위생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핵심 관리 과제로 다뤄져야 한다.
에너지절약을 위한 공동주거의 고기밀화 추세는 화장실 내 급기 부족을 유발해 배기팬의 실질적인 유량을 크게 감소시킨다. 욕실공기질 관련 연구를 진행한 결과 기밀조건에서 문을 닫고 사용할 경우 환기팬의 실제 유량은 설계치대비 절반수준으로 감소됐다. 이는 오염물질의 희석속도를 지연시켜 결과적으로 공간 내 유해물질 농도를 최대 약 34.5% 높게 형성하는 원인이 된다.
기존 정격 환기량 및 평균 농도 중심의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정격 80CMH의 환기팬이라도 기밀화로 인해 실제 환기량은 44CMH 수준으로 약 45% 저하되며 해당 조건에서 수증기나 황화수소와 같은 오염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하지 못한다. 실제로 환기량이 저하된 상태에서는 용변 시작 후 2분이 지나기 전에 황화수소 농도가 위생기준을 초과하며 빠르게 축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욕실 환기시스템 전환이 시급한 상황이다.
■ 최근 발표한 욕실공기질 연구를 소개한다면
연구팀은 대변기에서 발생하는 분변 기원 오염물질을 중심으로 화장실 환기시스템의 성능을 재평가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기존 설계는 주로 수증기 제거와 공간 평균 환기량 확보에 초점을 맞춰왔으나 이번 연구에서는 실제 아파트 화장실 형상을 기반으로 한 전산유체역학(CFD) 시뮬레이션과 Well-Mixed Model을 병행해 오염물질의 거동과 인체 노출을 통합적으로 분석했다.
사람의 배설물에서는 다양한 휘발성 성분이 방출되며 특히 황화수소와 암모니아가 고농도로 검출되는 대표적인 악취성분이다. 황화수소는 약 0.005ppm, 암모니아는 약 0.05ppm의 매우 낮은 농도에서도 후각적으로 쉽게 감지된다.
CFD 시뮬레이션 결과 기존 천장 배기(열기류)와 상호작용해 변기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을 사용자의 호흡선 방향으로 수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호흡선에서 국부 농도가 화장실 전체 평균보다 최대 40.5% 높게 형성됐다. 단순히 전체 환기량을 늘리는 것을 넘어 오염원이 인체에 도달하기 전 변기 인근에서 직접 포집하는 ‘국소배기’방식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 국내·외 욕실공기질관리 기술·제도·연구동향을 평가한다면
국내·외를 통틀어 대변기 오염물질에 집중한 연구나 기술개발은 부족한 실정이다. 관련 시뮬레이션 연구나 논문이 소수 존재하며 대변기 국소환기장치를 상용화한 곳도 유럽의 한 기업 정도에 불과하다.
국내 회사들 역시 온·습도 조절이나 온풍기능이 포함된 욕실 환기시스템 등 ‘전반환기’장치 제품은 다양하지만 정작 오염이 가장 심한 대변기에 집중한 국부적 대책은 찾기 어렵다. 주방의 경우 발생원 인근에 후드를 설치해 국소환기를 하지만 화장실은 이와 같은 시스템이 부재해 전반적인 환경관리에만 치우쳐 있다.
■ 욕실공기질관리기준 개선방향을 제언한다면
현재의 평가체계는 명목상의 환기량과 공간 평균 농도 저감 여부에만 치우쳐 있어 실제 거주자의 노출위험을 과소평가할 우려가 있다. 향후 화장실 환기성능기준은 급기 부족에 따른 압력손실을 반영한 실사용 환기량을 전제로 평가돼야 한다.
■ 산업계가 갖춰야 할 기술·솔루션은
최근 화장실 인테리어가 비약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공간의 심미성은 높아졌으나 이와 함께 보이지 않는 설계의 내실을 다지는 논의도 함께 병행될 필요가 있다.
곰팡이 방지 및 효율적인 국소 환기시스템, 고령자의 안전을 고려한 바닥설계, 해충유입을 차단하는 트랩구조 등 거주성능과 직결된 실무적인 과제들이 디자인의 가치만큼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의 앞선 사례들을 적극적으로 참고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경우 수증기 정체로 인한 드레스룸 곰팡이 등을 막기 위해 대변기 칸을 별도로 분리하는 등 공간을 나누는 효율적인 욕실배치를 적용하고 있다.
이에 더해 인건비 상승과 타일 탈락 등의 시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체형 모듈 욕실(UBR)’을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고장 시 아래층 천장을 열고 고쳐야 하는 국내의 콘크리트 매립 배관과 달리 수평 배관(당해층 배관)을 적용해 해당 층에서 유지보수를 매우 간단하게 하고 배관의 장수명화를 실현하고 있다. 우리 산업계도 이와 같은 기술적 전환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 업계와 정부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현재 화장실 설계가 인테리어나 미관에만 치중돼 있어 가장 고질적인 문제인 환기부족과 곰팡이 발생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오염 발생원에서 직접 오염물질을 처리하는 국소 배기시스템과 수증기를 확실히 배출할 수 있는 지속적인 환기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최근 건설현장의 인건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공사기간이 길고 하자가 발생하기 쉬운 기존 습식타일 공사방식에서 벗어나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모듈러(UBR) 화장실 도입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시공품질을 규격화해 인건비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고질적인 욕실배기와 곰팡이 문제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문적인 솔루션이 업계 전반에 확산돼야 한다.
화장실은 거주자의 위생 및 안전과 직결되는 핵심공간인 만큼 지속적인 환기와 철저한 배관 유지보수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까지 해결하려는 업계의 ‘세심함’과 ‘전문성’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