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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나비엔–KIST·휴마스터, 제습냉방 특허 법적 공방

경동나비엔, KIST 상대 특허무효심판 2건 청구
KIST·휴마스터 공동피고로 민사소송도 제기

 

경동나비엔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KIST 창업기업 휴마스터를 상대로 제습냉방 관련 특허분쟁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지며 공조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기업간 특허다툼을 넘어 국가 연구개발 성과, 출연연 보유기술의 민간이전, 대기업과 연구소기업간 기술사업화 관계가 맞물린 사안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경동나비엔은 최근 KIST를 상대로 특허무효심판 2건을 청구했으며 KIST와 휴마스터를 공동 피고로 하는 민사소송 1건도 제기했다. 쟁점은 KIST가 보유한 제습냉방 관련 특허 2건의 유효성과 해당 특허에 대해 휴마스터에 전용실시권이 설정된 과정이다.

 

휴마스터의 관계자는 “분쟁 대상이 된 특허들은 KIST 재직 당시 발명한 기술로, 휴마스터 창업 이후 KIST로부터 정당한 절차에 따라 전용실시권을 받아 사업화해 온 것”이라며 “경동나비엔은 해당 특허가 무효이므로 전용실시권 설정 역시 무효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쟁점은 ‘선출원’보다 ‘공동발명 여부’

이번 분쟁에서 가장 큰 쟁점은 경동나비엔이 KIST 특허의 무효 사유로 ‘공동발명자 누락’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휴마스터 측 설명에 따르면 경동나비엔은 KIST 특허가 경동나비엔 측의 발명 기여를 반영하지 않은 채 KIST 단독으로 출원됐기 때문에 특허법상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무효심판을 청구했다.

 

휴마스터의 관계자는 “해당 기술 아이디어는 경동나비엔과 정부 R&D과제를 수행하기 전 KIST 내부에서 이미 발명신고가 이뤄진 사안”이라며 “이후 경동나비엔에 기술개발 방향을 제안하면서 해당 기술은 KIST 특허로 출원절차가 진행 중이었으며 사업화 시 라이선싱이 필요하다는 점을 사전에 설명했다”고 반박했다.

 

휴마스터는 특히 경동나비엔이 유사한 내용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단순한 선출원 관계를 주장하기보다 공동발명자 누락을 문제 삼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휴마스터의 관계자는 “경동나비엔이 보유한 유사 특허는 KIST 측 기술제안 이후 출원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라며 “이 사안의 핵심은 누가 먼저 형식적으로 출원했느냐가 아니라 해당 기술 아이디어가 어떤 경위로 형성됐으며 누구의 발명에 기반했는지를 따져야 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2014년 정부 R&D과제와 맞물린 기술사업화

제습냉방기술은 국내에서는 KIST를 중심으로 오랜 기간 연구가 진행돼 온 분야다. 데시컨트 제습, 잠열부하처리, 태양열·폐열 활용 냉방 등은 기존 전기식 에어컨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아 왔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여름철 고온다습하고 겨울철 건조한 기후에서는 온도뿐만 아니라 습도제어가 실내 쾌적성과 에너지효율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

 

경동나비엔은 2014년 정부 에너지R&D과제인 ‘태양열 주열원식 캐스케이드 제습냉방시스템 개발’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번 과제에는 KIST, 경희대, 이맥스시스템 등이 참여했으며 당시 경동나비엔은 보일러 중심 기업에서 공조시장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기반기술 확보에 나선 것으로 평가됐다.

 

캐스케이드 제습냉방은 제습냉방 사이클과 히트펌프를 연계해 냉방효율을 높이는 개념이다. 데시컨트 기반 제습냉방이 생산한 냉열을 히트펌프와 결합하거나 냉매배관을 통해 실내 공간으로 냉방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어 기존 덕트형 제습냉방의 적용 한계를 줄일 수 있는 기술로 거론돼 왔다.

 

이번 소송은 바로 이번 기술개발 과정에서 형성된 특허와 사업화 권리를 둘러싼 공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휴마스터의 관계자는 “당시 경동나비엔과 협력과정에서 기술자료와 아이디어가 공유됐으며 그 전제는 KIST 특허에 대한 정당한 라이선싱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경동나비엔은 KIST 특허가 자사 기술 기여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다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용실시권 유효성도 민사소송 쟁점

특허무효심판과 별도로 제기된 민사소송에서는 KIST가 휴마스터에 부여한 전용실시권의 유효성이 쟁점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동나비엔은 해당 특허가 무효라면 이를 기초로 한 전용실시권 설정도 무효라는 취지의 주장을 펴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자사 사업에 지장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도 청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휴마스터의 관계자는 “KIST 보유 특허를 기반으로 정당하게 전용실시권을 확보해 사업화한 사안”이라며 “오히려 대기업이 출연연 기술과 연구소기업의 사업화를 압박하는 구조로 비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제습냉방 제품 상용화를 앞둔 시점에서 소송이 제기돼 기업 경영과 투자, 임직원 안정성에도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사안은 현재 심판과 소송이 진행 중인 단계로, 양측의 주장이 법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특허무효심판은 특허심판원 절차를 거쳐 판단되며 그 결과에 따라 민사소송의 쟁점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출연연 기술사업화 보호장치 시험대

이번 분쟁은 제습냉방기술의 소유권 다툼을 넘어 출연연 연구성과의 민간이전시스템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보호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 국가 연구개발비로 축적된 기술이 민간기업과 공동개발, 기술지원, 라이선싱, 창업기업 사업화 과정을 거칠 때 권리관계가 명확하지 않으면 유사한 분쟁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이 참여한 정부 R&D과제에서 출연연 연구자가 사전에 보유하거나 개발한 핵심 아이디어가 민간기업의 제품화 과정과 결합될 경우 발명자 특정, 기술자료 제공 시점, 내부 발명신고일, 실제 출원일, 공동연구계약서, 기술이전계약서 등이 핵심 증거가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습냉방은 온도 중심의 기존 냉방에서 습도·잠열 중심의 공조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기술”이라며 “이번 분쟁은 기술 자체의 우열보다 기술개발 과정에서의 권리 귀속과 사업화 룰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향후 특허심판원과 법원의 판단에 따라 경동나비엔의 제습냉방사업화 전략, KIST 보유특허의 권리 안정성, 휴마스터의 전용실시권 기반 사업전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된다. 공조업계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개별 특허분쟁을 넘어 제로에너지건축, 잠열 히트펌프, 제습환기 등 차세대 공조기술의 사업화 생태계 전반에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주목하고 있다.

 

경동나비엔의 관계자는 “휴마스터의 주장은 상당 부분 왜곡돼 있거나 사실과 다르다”라며 “다만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법정에서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