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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 AI DC 전력·냉각 핵심장비 국산화 착수

과기정통부, 2026년 하반기 업무계획서 추진시점 ‘첫 명시’
인재·테스트랩·금융·수출 패키지 지원… 전후방 산업생태계 육성

정부가 2027년부터 AI 데이터센터(AI DC)의 전력·냉각 핵심장비 국산화와 고도화에 본격 착수한다. AI 데이터센터 정책이 부지와 전력 확보, GPU 도입을 넘어 냉각을 포함한 핵심설비 공급망 육성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청와대에서 보고한 ‘2026년 하반기 업무계획’을 통해 AI 데이터센터 핵심솔루션과 IT·전력·냉각 핵심장비의 국산화·고도화를 2027년부터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클러스터 조성과 연계해 인재, 테스트랩, 금융, 수출을 패키지로 지원하고 AI 데이터센터 전후방 산업을 집중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AI 데이터센터 관련 공식 업무계획에서 냉각장비를 국산화 대상으로 명시하고 추진시점을 제시한 것은 국내 냉동공조·열관리업계에 중요한 정책 신호로 평가된다. 다만 현재 공개된 자료는 정책방향과 착수시점을 제시한 수준으로 세부 대상품목, 예산, 사업기간, 지원방식과 국산화 판단기준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550조원 AI DC 투자 지원… 민·관 추진체계 가동

과기정통부는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K-반도체를 대한민국 대도약을 이끌 3대 메가프로젝트로 설정했다. 정부는 SK, GS, 네이버 등이 추진하는 총 550조원 규모의 GW급 초거대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차질 없이 구축·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범부처 태스크포스(TF), 민·관 얼라이언스, 전담지원단 등 3대 민·관 협력체계를 본격 가동한다. 핵심솔루션·기술 국산화와 클러스터 조성은 2026년 안에 준비를 마치고 2027년부터 사업에 착수한다는 일정이다.

 

이번 계획은 앞서 국가AI전략위원회가 AI 데이터센터 산업생태계 간담회에서 전력·냉각·부지 등 적기 구축을 저해하는 병목요인을 점검한 데서 한 단계 진전된 조치다. 정부가 냉각을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인프라이자 산업육성 대상으로 보고 구체적인 사업 착수시점까지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GPU를 확보하는 것만으로 구축할 수 없다. 고밀도 AI서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수전·배전설비, UPS, 랙 전력분배, 서버냉각, 열방출, 수처리, 누수감지, 통합제어 등 전력·기계설비 전반이 동시에 갖춰져야 한다. 특히 GPU의 발열밀도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냉각설비 성능과 신뢰성이 AI 연산인프라 가동률과 에너지비용을 결정하는 핵심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냉각 핵심장비’ 범위 관건

과기정통부 업무계획에는 ‘냉각 등 핵심장비’라는 방향만 제시됐을 뿐 세부 지원품목은 명시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향후 사업기획 과정에서 정부가 AI 데이터센터 냉각 공급망의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AI 데이터센터 냉각 공급망은 서버 측 콜드플레이트, 매니폴드, 퀵디스커넥트커플링, 냉각액과 CDU뿐만 아니라 시설 측 열교환기, 펌프, 밸브, 배관, 칠러, 드라이쿨러, 냉각탑, 수처리, 누수감지, BMS·DCIM 연계제어 등으로 구성된다. 정부가 이중 일부 서버 측 부품만 핵심장비로 규정할지, 열을 최종적으로 외부에 방출하는 전체 냉각계통까지 산업육성 대상으로 포함할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리퀴드쿨링은 개별 제품만 국산화한다고 완성되는 시스템이 아니다. 콜드플레이트에서 흡수한 열이 CDU, 시설수계, 열교환기, 열방출설비를 거쳐 외부로 이동하는 전 과정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해야 한다. 배관 압력손실과 수질, 재질 적합성, 부식, 입자, 미생물, 누수, 냉각액 호환성 등 운영품질도 함께 검증돼야 한다.

 

정부의 지원범위가 단일 장비 개발에 한정될 경우 국내기업이 제품을 개발하더라도 실제 데이터센터에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장비 단위 R&D보다 서버·CDU·시설수계·열방출설비를 연결한 엔드투엔드 실증이 필요한 이유다.

 

‘국산화’ 판단기준 명확해야

정부가 제시한 ‘국산화’의 의미도 구체화해야 한다. 해외기업 제품을 국내에서 조립하거나 외산 핵심부품을 적용한 완제품을 생산하는 경우까지 국산화로 인정한다면 국내 부품·소재기업에 돌아가는 산업적 효과는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공급망 육성을 위해서는 △국내 설계권 보유 여부 △핵심부품과 소재의 국내 조달비율 △제어 소프트웨어와 펌웨어의 소유권 △특허와 기술이전 구조 △국내 생산·시험·유지관리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모든 구성요소의 완전한 국산화만 요구하면 글로벌 AI 서버 생태계와의 호환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사업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글로벌 공급망과 연계하면서도 국내기업이 설계·제조·운영기술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인 기준이 요구된다.

 

정책목표도 수입대체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 국내 AI DC 프로젝트에서 실증한 제품을 해외 데이터센터시장에 공급할 수 있도록 처음부터 국제표준과 글로벌 발주요건에 맞춰 개발해야 한다. 정부가 인재·테스트랩·금융과 함께 수출을 패키지로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방향으로 해석된다.

 

테스트랩, 단순 성능시험 넘어 통합 신뢰성 검증 중요

정부가 클러스터와 연계해 구축할 테스트랩 역할도 중요하다. AI 데이터센터 냉각장비는 일반 냉동공조기기와 달리 고열유속, 고압력·고유량, 장시간 무정지 운전과 서버장비 호환성이 요구된다.

 

테스트랩에서는 단순 정격용량과 효율뿐만 아니라 △부분부하 효율 △급격한 GPU 부하변동 대응 △냉각수온·유량 안정성 △CDU 이중화와 장애전환 △배관·커넥터 누설 △냉각액과 소재 호환성 △부식·입자·수질관리 △고온수 운전 △폐열회수 가능성 △BMS·DCIM 통신연동 등을 검증해야 한다.

 

리퀴드쿨링장비는 서버 제조사와 칩 공급자의 설계조건을 충족해야 하며 해외 데이터센터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글로벌 기술기준과 정합성도 확보해야 한다. 국내 시험성적이 해외 발주처와 운영사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시험방법과 인증체계를 설계하지 않으면 테스트랩이 국내용 성능확인시설에 머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기업이 가장 부족한 것은 제품개발 역량보다 대규모 실제 운전 레퍼런스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테스트랩과 민간 AIDC 클러스터를 연계해 개발제품을 단계적으로 실증하고 검증된 제품이 실제 프로젝트의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전력장비·냉각장비 통합개발 필요

정부는 IT·전력·냉각 핵심장비를 함께 국산화·고도화 대상으로 제시했다. 이는 AI 데이터센터를 개별 설비의 집합이 아니라 전력과 열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AI 서버의 부하변동은 수전·배전설비와 냉각설비에 동시에 영향을 미친다. 연산부하가 급증하면 서버 소비전력과 발열량이 함께 증가하며 냉각수 유량, 펌프동력, 열방출설비의 운전도 실시간으로 조정돼야 한다. 전력과 냉각을 별도로 설계하면 과잉설비가 발생하거나 급격한 부하변동에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산화사업도 전력장비와 냉각장비를 각각 개발하는 방식보다 GPU 워크로드, 서버전력, 냉각부하, ESS, 축열과 수요반응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향후 AI 데이터센터가 전력계통 유연자원으로 역할을 요구받을 가능성을 고려하면 전력·냉각 통합제어 역량은 수출경쟁력과도 연결된다.

 

中企 참여구조, 산업생태계 성패 좌우

국내에는 칠러, 냉각탑, 열교환기, 펌프, 밸브, 배관, 수처리, 제어 등 데이터센터 냉각과 연계할 수 있는 기업이 존재한다. 그러나 AI 서버용 리퀴드쿨링 분야에서는 글로벌 서버·반도체·냉각기업이 기술사양과 공급망을 주도하고 있어 국내 중소기업이 직접 진입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사업이 소수 대기업이나 해외기업과의 협력에 집중되면 국내 중소 부품기업은 단순 제작·납품 역할에 머물 수 있다. 반면 국내기업이 보유한 냉동공조·열교환·유체제어·배관·수처리 기술을 AI 데이터센터 요구조건에 맞게 고도화하고 시스템기업과 공동으로 실증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다.

 

중소기업 참여를 확대하려면 개발비 지원뿐만 아니라 실증공간, 서버 측 인터페이스 정보, 장기 신뢰성 시험, 제품책임과 보험, 글로벌 인증, 수요기업 매칭이 함께 제공돼야 한다. 정부가 제시한 인재·테스트랩·금융·수출 패키지 지원이 실제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세부사업을 설계해야 한다.

 

세부 로드맵 공개 서둘러야

정부가 2027년부터 AI DC 핵심장비 국산화에 착수하겠다는 일정을 제시한 만큼 2026년 하반기에는 구체적인 사업기획과 예산편성이 진행될 전망이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안에 핵심솔루션·기술 국산화와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준비를 마칠 계획이다.

 

업계가 사업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원품목, 예산, 기술개발 목표, 실증방식, 참여자격, 국산화 기준, 테스트랩 위치와 운영주체가 조속히 공개돼야 한다. 특히 냉각부문은 서버 측 장비와 시설 측 기계설비를 모두 아우르는 범부처 협력이 필요하다.

 

정부가 국산화사업을 통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단순히 외산장비를 국내제품으로 교체하는 것이 아니다. 고밀도 AI 서버를 안정적으로 냉각하고 전력과 물사용을 줄이며 폐열을 활용하고 그 성능을 실제 운영데이터로 입증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2027년 AI DC 냉각장비 국산화사업은 국내 냉동공조업계가 AI 인프라 공급망에 진입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원대상 범위와 국산화 기준을 명확히 하고 개발–시험–실증–초기시장–수출을 연결하는 구체적인 실행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