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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 대한건축학회 회장

AI·디지털 패러다임 전환… 건축 뉴노멀시대 선도
건축 사회적 위상 ‘통합교육·조달혁신’ 통한 강화 시급

 

대한건축학회는 1945년 설립된 국내 건축분야 대표 학술단체로 회원수 3만2,000여명에 달하는 국내 최고, 최대 규모 건축 전문가 집단이다. 대학, 연구소,건설회사, 건축사사무소 등 건축 전 분야를 아우르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종합학술 연구단체로서 지난 80여년간 한국 건축문화 발전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지난 5월1일부로 2년 임기를 시작한 이정재 제42대 신임 회장(동아대 교수)은 한양대 건축학 학·석사와 도쿄대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한국건축친환경설비학회 8대 회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전문위원 △국토교통부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 등을 역임한 건물에너지·탄소중립분야의 독보적인 전문가다. 현재 동아대 공과대학 학장 및 융합대학 학장, 탄소중립스마트시티 BK21 사업단장을 겸임하며 학술과 정책현장을 두루 누비고 있는 이정재 건축학회회장을 만나 향후 건축산업 발전과 건물부문 탄소중립을 위한 학회의 비전과 실행계획 등을 들었다.


■ 출마배경과 임기 내 추진할 주요공약 및 핵심과제는

 


현재 건축분야는 △AI △디지털전환 △탄소중립 △스마트건설 등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하는 패러다임에 직면해 있다. 건축은 단순한 공간 설계와 시공을 넘어 국가 미래전략과 국민 삶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분야다. 이러한 거대한 시대적 변화를 수동적으로 따라가기만 해서는 건축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논할 수 없다.

 

대한건축학회는 건축의 새로운 정의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싱크탱크로서 ‘건축을 다시 시대의 중심에 세우기 위한 7대 공약’을 제시했다. △건축의 사회적 위상 강화 △인재 중심의 혁신적 건축교육 △AI·디지털기반 건축 패러다임 혁신 △지회와 동반성장 △개방형 학회운영 △건축학술 경쟁력 강화 △신뢰 중심 학회 운영 등이 주요공약이다. 공약을 바탕으로 학회가 정책·교육·연구·산업을 연결하는 전문플랫폼으로 도약하도록 노력할 것이며 회원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혁신을 끌어낼 계획이다.


임기 동안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할 과제는 ‘건축정책협의체’ 구성과 ‘건축학·건축공학 통합교육’이다. 학회는 지난 80년 동안 학술분야에서는 제 역할을 잘 수행해 왔지만 정책과 제도문제 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이거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급변하는 시장환경 속에서 학회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건축 관련 △전문학회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유관기관과 함께 현안을 논의하고 국토교통부 및 국회와 협의하는 구조를 만들어 라운드테이블 형태의 논의를 시작하고 선제적인 정책대안을 제안할 방침이다.


이에 더해 산업현장에서 설계와 기술을 함께 이해하는 실무형 융합인재 수요가 급증하는 현실에 발맞춰 교육구조를 개편하고자 한다. 현재는 건축학은 기술이해가 부족하고 건축공학은 설계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산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학회 차원에서 통합 교육프로그램 표준안 개발과 교육 인증체계를 논의하고 이를 건축사 자격시험제도 개편과 연계하는 장기적 기틀을 마련하고자 한다.


■ 국내 녹색건축정책의 현주소 평가와 건물부문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학회의 역할은
국내 녹색건축정책은 2012년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 제정 이후 ‘제3차 녹색건축물 기본계획(2025~2029)’에 이르기까지법적·제도적으로 체계화돼 왔다.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의무화 확대나 노후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GR) 추진 등 강한 정책적 의지가 반영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지자체별 설계기준과 인센티브 편차가 존재하며 무엇보다 뉴욕이나 도쿄 등 해외 선진도시처럼 준공 후 건물에서 실제 탄소배출량을 검증하고 초과시 벌금을 부과하는 등 성능기반 규제정책이 아직 정착되지 못한 상황이다.


과거 정책이 신축 건축물의 규제와 인증을 통한 ‘양적 성장’에 목표를 뒀다면 이제는 ‘질적 성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단순히 인증받은 건물의 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BEMS나 AI 등 디지털기술을 활용해 실제 운영데이터를 기반으로 에너지가 얼마나 절감되는지 검증하는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또한 녹색건축에 대한 국민인식은 높아졌지만 실생활에깊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홍보 △금융지원 △기술컨설팅 등 국민 체감도를 높일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


건물부문 탄소중립은 신축과 기축, 도시정책, 설계·시공·운영의 전생애주기 등이 얽혀 있으며 건축을 넘어 △기계설비 △전기 △IT △AI 등 다학제적 기술이 유기적으로 융합돼야 풀어갈 수 있는 복잡한 문제다. 학회는 폭넓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가 정책의 기술적 타당성을 검토하고 현장에 적용가능한 표준을 만드는 ‘정책 조언자’ 역할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학회 부설 탄소중립건축원을 중심으로 전과정평가(LCA)를 위한 인증 프로세스 및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실무용 탄소중립설계지침을 정립해 나갈 예정이다.


이에 더해 최근 재개된 민간건축물 GR 이자지원사업과 같은 마중물정책이 더욱 효과를 발휘하도록 제도 개선을 제언하고자 한다. 과거 10년간 8만건을 지원했던 GR 이자지원사업 재개는 반가운 소식이나 고금리 환경에서 최대 4~5%의 이자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자발적 확산을 위해서는 에너지성능 향상 결과에 따른 △세제혜택 △용적률 완화 등 종합 인센티브 패키지를 연계하고 노후 공공건축물 의무화 정책과 민간 지원사업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정책 간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 AI, BIM, 디지털트윈 등 미래 건축 패러다임이 격변하고 있다. 대응전략은
최근 건축환경은 실내·외 환경 감지 수준을 넘어 AI 에이전트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고 최적 대응·운영까지 수행하는 ‘자율형 빌딩(Autonomous Building)’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첨단기술과 함께 OSC(Off-Site Construction)공법의 확산은 △건설현장의 인력 부족 △고령화 △안전 확보 △탄소중립 실현 요구 등과 맞물려 건축을 ‘현장에서 짓는 산업’에서 ‘미리 계획하고 정밀하게 생산〮조립하는 산업’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

 

 

학회는 AI·BIM위원회 등을 발빠르게 구성해 자율형 빌딩의 개념정립과 표준화 작업을 추진하고 실무자와 학생들이 첨단기술을 신속히 습득할 수 있는 교육 커리큘럼을 개발 및 보급하고 있다.

 

또한 기업과 건물의 탄소관리가 가치사슬 전반을 아우르는 전생애주기(Scope 3) 관점으로 확대됨에 따라 건설산업 역시 초기 공사비 최소화에서 ‘전과정에서 탄소배출 절감’으로 가치기준이 전환되고 있다. 원자재 구매부터 △시공 △운영 △해체 등에 이르기까지 단계별 탄소정보를 투명하게 산정하고 검증할 수 있는 표준화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학회는 관련 연구와 전문인력 양성을 통해 건축산업이 전생애주기 탄소관리체계로 연착륙할 수 있도록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러한 혁신을 R&D 및 제도 측면에서 뒷받침하기 위해 세 가지 개선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개별 기술 중심의 연구를 △컴퓨터 △기계 △에너지 △AI 등을 아우르는 ‘다학제적 융합연구’로 전환해야 한다. 이어 녹색건축인증과 ZEB인증 등 파편화된 평가제도를 통합하고 간소화하는 ‘통합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국가시스템에 축적된 방대한 실제 건물운영데이터를 비식별화해 민간과 학계에 과감히 개방함으로써 혁신적인연구와 미래 성장동력 창출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 건축업계의 신뢰 회복을 위한 ‘조달 혁신’과 현장수요를 반영한 ‘교육인증 및 자격제도 정비’ 추진계획은
현재 건설산업은 △디지털전환 △안전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과제에 직면해 있지만 조달체계는 여전히 최저가와 단기 성과 중심의 관행에 머물러 있다. 가격경쟁 위주의 구조에서는 △기술투자 △품질 확보 △안전성 향상 △탄소저감기술 등의 확산이 어렵다.  조달혁신은 단순한 계약절차 변경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가치의 건축을 지향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과정이다.

 

학회는 부설 건축조달혁신위원회를 통해 △성능 △품질 △안전 △탄소배출 저감 △유지관리 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조달체계기준을 검토하고 있다. OSC 등 새로운 기술이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모색하고 공공조달이 단순한 행정을 넘어 건축산업 혁신의 실질적인 동력이 될 수 있도록 학술적 검증과 정책 제언을 이어갈 계획이다.


교육인증 및 자격제도 역시 개별적인 조정을 넘어 인재양성체계 전반의 통합적 재설계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30년간 산업구조가 지식융합형으로 바뀌고 학령인구가 감소했음에도 현행 △건축교육인증 △건축사 국가자격 △국가기술자격 △건설기술인 경력관리체계 등은 각각 분절된 독립구조로 작동하고 있다. 그 결과 교육받은 역량과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BIM △스마트건설 △PM △탄소중립 역량 등의 불일치가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의 단일 학제중심 관리에서 벗어나 산업수요 기반의 역량 중심 평가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국가자격제도의 유연성을 확대해 다양한 교육과 실무경험을 종합적으로 인정하는 개방형 인재양성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교육이 길러낸 역량을 자격제도가 공정하게 검증하고 경력관리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산업변화의 속도를 제도가 뒷받침하도록 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현재 건축계 산·학·연 협력의 본질적인 문제는 협력의 부재가 아닌 당장 인력이 필요한 산업(현재), 4~6년 후 인재를 키우는 대학(중기), 10년 후 기술을 준비하는 연구기관(장기) 등이 서로 다른 시간축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AI와 디지털전환으로 산업변화 속도가 사람을 키우는 속도보다 훨씬 빨라진 지금, 단순한 공동연구나 MOU 체결을 넘어 ‘미래비전과 로드맵을 공유하는 협력’으로 발전해야 한다.


대한건축학회는 건축 전 분야를 아우르는 국내 최대 종합학술단체로서 △산업 △대학 △연구 등이 같은 미래를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대체 불가능한 플랫폼 역할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교수의 현장 참여 △실무 전문가의 교육 참여 △학생들의 연구 및 산업 프로젝트 참여 등 유연한 인재 순환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저출생과 지역대학 위기, 청년 인재의 타 산업 유출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학회가 중심이 돼 건축계 전체가 지속가능한 인재양성이라는 공동의 과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찾아나가겠다.


동시에 국가 건축정책 수립과정에서 학회의 학술적 성과와 회원들의 전문성이 체계적으로 반영되도록 시스템을 정비할 계획이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 및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와 정례적 협력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지역지회와 연계해 지자체 공무원, 지역 건축가들과 정책포럼을 활성화하겠다. 중앙정부 중심의 논의를 넘어 지역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와 경험을 국가 정책 논의과정에 전달하는 가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마지막으로 회원 소통채널과 뉴스레터, 학술대회 및 토론회를 확대해 회원들이 직접 정책의제를 발굴하고 공론화할 수 있는 열린 거버넌스 장을 만들 방침이다. 현재 건설경기 침체와 산업 전반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지만 건축계가 한목소리를내 이를 극복하고 건축학회가 국민의 삶의 질과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중심축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