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데이터센터산업은 어느 때보다 숨 가쁘게 움직였습니다. 출발점은 지난 6월29일 공개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였습니다. 정부는 SK·GS·네이버와 함께 1단계로 8.4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투자유치를 포함해 약 550조원을 투입하는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SK의 2단계 확장계획까지 포함하면 2035년까지 구축될 AI 데이터센터는 총 18.4GW에 이릅니다. 국산 AI반도체는 물론 전력·냉각솔루션의 국산화, 초대형 테스트베드와 클러스터 조성, 수요·공급기업 간 얼라이언스 구축방안도 함께 제시됐습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대규모 계획입니다. 데이터센터와 냉동공조, 전력, 기계설비업계에는 거대한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발표된 투자규모와 설비용량이 곧바로 산업경쟁력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계획된 데이터센터가 제때 구축되고 안정적으로 운영되려면 전력과 용수, 부지, 인허가, 금융, 설계·시공, 냉각, 안전, 유지관리까지 전 밸류체인이 함께 움직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투자가 국내 기술과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해외 장비와 솔루션을 대규모로 도입하는 데 그친다면 데이터센터는 늘어날 수 있어도 국내 산업생태계는 남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력·냉각장비 국산화와 테스트베드 구축이 메가프로젝트의 주요 과제로 포함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러한 질문을 산업현장에서 확인한 자리가 지난 7월9일 개최된 ‘All That Datacenter 2026’ 컨퍼런스였습니다. 칸kharn은 정책·안전, 차세대 냉각, 엔드투엔드 인프라, 모듈러 데이터센터, 냉각인프라·운영기술, 데이터센터 R&D 등 6개 세션을 마련했습니다. 컨퍼런스에는 연인원 1,300여명의 관계자가 참석해 AI 데이터센터 전환에 대한 산업계의 높은 관심을 보여줬습니다.
컨퍼런스에서 확인된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AI 데이터센터는 더 이상 IT장비를 설치하는 건물이 아닙니다. 전력과 냉각, 건축, 운영, 안전이 하나로 결합된 융복합 인프라입니다. 특히 AI서버의 고밀도화로 액체냉각 적용이 확대되면서 공조기나 냉동기 등 개별 장비의 효율만으로는 경쟁력을 설명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전력공급부터 서버, CDU, 냉각수 분배, 열교환, 외기 방열, 수질관리, 통합제어와 운영까지 전체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국내 중소·중견기업에게 기회가
이제부터가 더욱 중요합니다.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이 메가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야 합니다. 냉동기와 냉각탑뿐만 아니라 CDU, 열교환기, 펌프, 밸브, 배관, 커넥터, 누수감지, 수질관리, 제어 등 데이터센터 냉각시스템에는 수많은 전문기업이 필요합니다. 이들 기업이 기술을 보유하고도 실증기회와 납품실적이 없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됩니다.
초대형 테스트베드는 일부 대기업의 제품을 확인하는 공간이 아니라 국내 중소기업이 기술을 검증하고 글로벌 레퍼런스를 확보할 수 있는 개방형 실증기반이 돼야 합니다.
AI 데이터센터 메가프로젝트의 성패는 18.4GW라는 숫자만으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그 안을 어떤 기술과 장비로 채우는지, 국내 기업들이 얼마나 참여하는지, 구축경험이 수출산업으로 이어지는지가 더욱 중요합니다. 대규모 민간투자가 국내 기업의 수주와 실증, 고용과 수출로 연결될 때 비로소 ‘메가프로젝트’라는 이름에 걸맞은 성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칸은 ‘All That Datacenter 2026’에서 확인한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정책이 산업으로, 투자가 기술로, 대기업의 프로젝트가 중소·중견기업의 기회로 이어지는 과정을 계속 점검하겠습니다. 올해 7월이 대한민국 AI 데이터센터산업의 규모만 키운 달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산업생태계를 만들기 시작한 달로 기록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