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연성 자연냉매 R290을 적용하면서 냉매 충전량과 설치공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차세대 소형 히트펌프 개발이 추진된다. 단위용량당 냉매 충전량을 30g/kW 이하로 낮추고 기존 시스템보다 부피를 40% 이상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중앙대학교 산학협력단은 8월5일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공고한 에너지국제공동R&D 신규 과제인 ‘차세대 히트펌프 소형화 기술개발’ 과제를 수행한다고 밝혔다.
컨소시엄은 이번 과제를 통해 5kW를 초과하는 R290 히트펌프에서 COP 3.5, 100시간 연속운전, 기술성숙도 TRL 6 이상 상용화 시제품을 확보할 계획이다.
김민성 중앙대 교수가 과제 총괄과 통합시스템을 담당하며 인정빈 교수는 3D프린팅, 김동규 교수는 압축기, 이상욱 교수는 열교환기 설계와 역설계를 맡는다. 미국미시간주립대(MSU)와 한국기계연구원은 적층제조 열교환기 제작과 공정 최적화에 참여하며 국민대학교는 열교환기 열유동 해석을 지원한다. 장한기술은 브레이징 및 열교환기 양산을, 링크솔루션은 금속 3D프린팅과 제조 스케일업을, LG전자는 R290 히트펌프 사업화를 담당한다.
컨소시엄은 IEA HPT Project 64 ‘가연성 냉매 안전대책’과 Project 69 ‘고성능 소형화 컴포넌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Fraunhofer ISE와 KTH, 상하이교통대 등 해외기관과의 교류를 통해 개발기술을 교차검증하고 글로벌 표준화 논의에도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냉매규제·공동주택 설치문제 동시 대응
이번 연구는 냉매규제 강화에 따른 자연냉매 전환과 국내 공동주택의 제한된 설치공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내 가정 난방용 히트펌프 보급률을 2% 미만이며 향후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단독주택뿐만 아니라 공동주택에 적용할 수 있는 소형·고밀도 제품이 필요하다. 또한 EU F-gas 규제에 따라 가정용 공기열원-물(ATW) 히트펌프에 적용되는 냉매의 GWP 기준이 강화되고 PFAS 규제까지 현실화하면 HFO를 포함한 불소계 냉매의 사용 제약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R290은 GWP가 매우 낮고 열역학적 성능이 우수하지만 가연성으로 인해 충전량과 설치조건에 제약을 받는다. EN 378에 따르면 ‘별도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냉매량’ 기준에서 R290은 150g 이하다. 이에 따라 5kW급 제품을 150g 이하로 구성하려면 단위용량당 충전량을 30g/kW 이하로 낮춰야 한다.
컨소시엄은 저충전 히트펌프 구현을 위해 열교환기 소형화에 나선다. 기존 소형 R290 히트펌프를 분석한 결과 열교환기가 전체 냉매충전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압축기 오일섬프에도 냉매가 윤활유에 용해된 형태로 상당량 잔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채널 미세유로를 적용하면 전열면적과 열전달계수를 높이면서 냉매체류량을 줄일 수 있지만 유로가 좁아질수록 압력강하가 증가하고 오일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열교환기만 축소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압축기 오일량과 배관, 냉매저장장치, 운전점까지 함께 최적화하는 시스템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주거용 압축기는 통상 300~700cc 수준의 오일을 사용하는 반면 자동차용 압축기는 50~100cc 수준을 사용한다. 기존 저충전 연구가 열교환기와 연결배관 축소에 집중한 데 비해 이번 과제는 압축기와 오일저장부 소형화까지 연구범위에 포함했다.

SEAM·마이크로 DED ‘투트랙’ 열교환기 개발
고집적 열교환기 개발은 2개 기술경로로 추진된다. 먼저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MSU)가 보유한 SEAM(Scalable and Expeditious Additive Manufacturing) 공정을 활용한 적층제조 일체형 열교환기다. SEAM은 기존 적층제조보다 제작속도가 10~20배 빠르고 프린팅 면적을 대형화할 수 있어 기존 금속 3D프린팅 열교환기의 느린 생산속도와 높은 제조비용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두 번째는 중앙대가 보유한 ‘마이크로 DED’기술을 기존 판형열교환기에 접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열교환기 내에서 상대적으로 큰 체적을 차지하는 냉매 기상구간에 미세 핀과 리브, 돌기 등을 직접 적층해 열전달을 촉진한다. 중앙대의 구리 DED기술과 장한기술의 판형열교환기 브레이징기술을 결합해 제조성과 접합 신뢰성도 확보할 계획이다.
최종 열교환기 목표는 compactness 7,500m²/m³, 총괄 열전달계수 2,000W/m²·K, 압력강하 70kPa, 최소 유로폭 500㎛다. 출력물 상대밀도는 99.5%, 표면조도는 15㎛를 목표로 설정했다. 냉매 체류량을 줄이면서도 압력손실과 제조결함을 관리할 수 있는지가 기술개발의 관건이다.
‘최저 충전량’보다 상용화 내구성 방점
이번 과제의 차별점은 실험실 수준의 최저 충전량 기록보다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용량과 효율, 내구성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데 있다.
컨소시엄이 비교 대상으로 제시한 독일 Fraunhofer ISE의 프로토타입은 냉매 124g으로 12.8kW 용량을 구현해 9.69g/kW를 달성했다. 그러나 자동차용 고속·저오일 압축기를 사용했으며 성능과 장기운전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아 최장 운전시간이 30분에 그쳤다.
중앙대 컨소시엄은 절대적인 충전량 수치보다는 5kW 이상 용량과 COP 3.5를 유지하면서 100시간 연속운전을 달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저충전기술을 연구용 시제품에서 실제 주거용 제품으로 전환하기 위한 내구성과 운전안정성을 핵심지표로 설정했다.
열교환기 역설계·AI 해석·저오일 압축기 통합
저충전설계에는 열교환기 역설계와 AI 기반 해석기술도 적용된다. 중앙대는 목표 냉난방용량과 COP, 냉매 충전량, 압력강하를 열교환기 설계조건으로 변환하고 CFD와 PINN, Neural Operator, LBM 등을 결합한 다중정밀도 모델을 구축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운전조건에서 열교환기의 열전달성능과 압력강하, 냉매 체류량을 신속하게 예측하고 적층제조 가능한 미세채널 형상을 도출할 계획이다.
압축기부문은 R290과 윤활유의 용해도, 오일섬프 내 냉매 체류량, 오일순환 특성을 분석해 저오일 운전조건을 확보한다. 세부 개발목표로는 압축기 오일 충전량 250g 이하와 장기운전 안정성이 제시됐다. 오일량을 무조건 줄이는 방식이 아니라 최소 윤활조건과 오일회수 불량, 액냉매 유입 방지 제어까지 함께 개발한다.
통합시스템은 1차년도에 배관과 저장장치, 운전점, 액상구간을 고려한 저충전 사이클을 설계하고 2차년도에는 상용 컴포넌트를 이용한 프로토타입을 제작한다. 이어 3차년도에는 개발 시제품을 적용한 파일럿시스템을 구축하며 4차년도에는 극한조건과 장기연속운전 성능을 검증할 예정이다. LG전자는 수요기업으로 참여해 사업화 로드맵과 스케일업을 지원한다.

보일러대체서 데이터센터 열관리까지 확장
사업화의 1차 목표시장은 국내 공동주택의 개별 가스보일러 대체시장이다.
LG전자는 R290 저충전 히트펌프를 주거용 ATW 공조제품으로 개발해 2030년부터 국내 보일러대체시장에 진출하고 이후 주거용 공조시장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목표매출은 2030년 1,000억원, 2040년 2,000억원이다. 기존 개별보일러보다 난방에너지와 탄소배출량을 30% 이상 줄이는 것이 제품화 목표로 제시됐다.
장한기술은 개발된 저충전 판형열교환기를 대체냉매 ATW시장에 공급해 연간 2,000대, 20억원 규모의 수입대체를 추진한다. 링크솔루션은 적층제조 열교환기를 데이터센터 직접액체냉각(DLC)용 ‘매니폴드 일체형 열교환기’로 파생해 2030~2032년 AI·HPC 데이터센터시장에 진출하고 250억원 규모의 매출을 확보한다는 사업화 계획을 제시했다.
이번 기술개발은 자연냉매전환이라는 냉매정책 변화와 공동주택의 협소한 설치공간이라는 국내시장 특성을 하나의 기술과제로 묶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적층제조 열교환기의 생산비용과 잔류분말 제거, 미세유로 압력강하, 브레이징 신뢰성, 압축기 오일회수, R290 누설안전성을 동시에 해결해야 상용화로 이어질 수 있다.
컨소시엄은 저충전 히트펌프가 아파트 주방이나 다용도실 등 기존 건축공간에 설치될 수 있도록 제품 체적과 안전제약을 줄이고 이를 통해 히트펌프 보급에 필요한 건축·설비비용까지 낮춘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