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 DC)에 특화된 전용 전기요금제를 올해 안에 도입한다. 전력수요가 집중된 수도권보다 발전량과 계통여유가 있는 비수도권에 데이터센터 입지를 유도하기 위해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와 AI DC 전용요금제를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8월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업무보고에서 ‘2026년 하반기 주요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지역별 전력수급 여건을 반영한 요금체계 정비와 AI DC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AI DC와 첨단산업단지가 신속하게 입주할 수 있도록 전력계통도 선제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에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는 8월 중 공청회를 거쳐 확정하고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전용요금제도 올해 중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전력가격 신호를 활용해 반도체와 AI DC 등 대규모 전력수요를 지방으로 분산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AI DC 전용요금제의 적용대상과 기본요금·전력량요금 구성, 할인 또는 할증방식, 기존 데이터센터 적용 여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번 발표를 곧바로 ‘AI DC 전기요금 할인 확정’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6월 첫 제시… ‘연내 도입’ 재확인
AI DC 전용요금제 도입방침이 처음 제시된 것은 이번 업무보고가 아니다. 정부는 지난 6월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지역별 전기요금제를 통해 비수도권 첨단산업에 경쟁력 있는 요금을 적용하고 AI DC 전용요금제를 신설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정부는 비수도권 AI DC에 대한 전력계통영향평가를 신속히 처리하고 345kV 계통여유 변전소 정보를 공개해 데이터센터 입지분산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AI DC의 입지여건에 따라 재생에너지와 원전, 일부 화석연료 발전원을 조합해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한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8월 하반기 업무보고는 이같은 정책방향을 정부의 공식 하반기 과제로 다시 반영하고 연내 도입이라는 추진시한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부가 전용요금 도입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대규모 AI DC 구축계획이 있다. 정부는 SK·GS·네이버 등과 협력해 2029년까지 1단계로 총 8.4GW 규모의 AI DC를 구축할 계획이다. SK는 장기적으로 자체 구축용량을 15GW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수백MW에서 GW급 전력을 24시간 사용하는 AI DC가 동시에 건설되면 발전설비뿐만 아니라 송전선로와 변전소, 계통안정화설비를 대폭 확충해야 한다. 입지와 운전방식에 따라 전력망 투자비가 달라지는 만큼 획일적인 전기요금 대신 위치·사용시간·계통기여도를 반영한 별도 요금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으로 풀이된다.
지역차등요금·AI DC 전용요금 ‘투트랙’
정부가 추진하는 전기요금 개편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지역별 차등요금제는 발전량과 전력소비량, 송전거리와 계통여건 등을 반영해 지역별 요금을 달리 적용하는 제도다. 발전량과 계통여유가 충분한 비수도권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상대적으로 낮춰 전력다소비기업의 지방입지를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AI DC 전용요금제는 데이터센터의 24시간 연속부하, 대규모 계약전력, 높은 부하율과 단계별 증설특성을 반영해 별도의 계약종별이나 요금구조를 만드는 방안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정부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두 제도는 별도로 마련되지만 실제 적용단계에서는 중첩될 가능성이 크다. 비수도권에 건설되는 AI DC가 지역별 차등요금과 AI DC 전용요금의 적용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역별 차등요금제에 대해 8월 중 공청회를 열어 권역구분과 요금수준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반면 AI DC 전용요금제는 연내 도입방침만 제시됐으며 별도의 공청회 일정이나 요금안은 공개하지 않았다.
AI DC 전용요금제의 가장 큰 쟁점은 글로벌 투자유치와 전력망 비용부담 사이의 균형이다. 대규모 AI DC 유치를 위해 요금을 낮추면 운영사의 투자경쟁력을 높일 수 있지만 송전선로·변전소와 계통안정화설비 구축비용을 다른 전기사용자나 한전이 부담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전력망 구축비와 예약용량 비용을 모두 AI DC 사업자에게 부담시키면 국내 AI DC의 글로벌 가격경쟁력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전용요금 세부안을 마련하면서 최소한 △AI DC 인정기준 △신규·기존시설 적용범위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 △지역차등요금 중복적용 여부 △계통접속·증설비용 부담 △전력사용 이행보증 △수요반응·ESS 보상 △재생에너지 조달 △에너지효율 조건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
특히 정부가 밝힌 ‘글로벌 첨단산업 경쟁력 지원’이 단순한 전기요금 인하인지, 전력여유지역 입지와 계통기여·고효율 운전을 유도하는 새로운 요금체계인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AI DC 전용요금제의 실효성은 전기요금을 얼마나 낮추느냐보다 전력이 남는 지역과 시간으로 수요를 이동시키고 냉각·ESS·연산부하를 계통상황에 맞게 운영하도록 유도할 수 있느냐에 달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