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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석기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국장(AI DC 건설활성화포럼 정부위원장)

“AI 데이터센터, ‘기계설비가 본체’
국가수요, 산업성장으로 연결할 것”
실행로드맵 마련… 실증·표준화·금융 연계 ‘K-스펙’ 세계화

AI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정보통신시설을 넘어 전력망, 용수처리시설, 교통망 및 배후단지까지 대규모 건설수요를 창출하는 첨단 인프라다. 특히 냉각·공조·배관·전원 등 기계설비가 데이터센터의 성능과 안정성, 공사비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건설·기계설비산업의 구조를 바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석기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국장은 AI 데이터센터 건설활성화포럼 정부위원장으로서 국가 AI 데이터센터 구축사업이 창출하는 수요를 국내 산업의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정책을 총괄한다. 김석기 위원장을 만나 포럼 출범 배경과 국가 구축사업과의 연계방안, 연내 마련할 실행로드맵, 기술기준·전문인력·금융지원 및 K-스펙 세계화 전략 등을 들었다.

 

■ 국토부가 AI 데이터센터를 건설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한 배경은

두 가지 흐름이 맞물린 결과다. 먼저 국내 건설산업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관점이다. 기술 변화와 미래 대비를 위해 우리 건설산업의 패러다임을 신기술, 첨단 인프라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6월 발표된 반도체, 피지컬AI, 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는 전력망, 용수 처리시설, 도로·철도, 데이터센터 배후단지 공사 등 100조원대의 파생 인프라시장을 만들어낸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AI 데이터센터다.

 

두 번째는 건설 및 기계설비산업 구조의 전환 관점이다. 데이터센터는 발열량이 일반 상업건물의 100배 이상이며 냉각·전력 등 기계설비가 전체 공사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사실상 ‘기계설비가 본체인 건축물’이다.

 

그동안 건축공정에 종속된 ‘후속 공종’으로 인식되던 기계설비산업이 프로젝트의 핵심기술을 주도하는 산업으로 올라서는 전환점인 것이다. 글로벌 빅테크 투자가 대규모로 확대되는 지금 우리 건설·설비산업이 이 시장을 선점하느냐가 향후 수십년의 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보고 국토부가 데이터센터 건설산업 활성화를 핵심 과제로 추진하게 된 것이다.

 

■ 국가 AI DC구축사업과 이번 포럼은 어떻게 연계되나

 

정부는 ‘세계 3대 AI 강국’ 도약을 목표로 국가 차원의 AI 인프라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전남 해남 솔라시도에 착공한 국가 AI 컴퓨팅센터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AI 데이터센터가 구축되고 전력·용수 등 기반 인프라도 함께 확충될 예정이다.

 

이러한 국가적 투자가 실제 ‘건설’로 구현되는 단계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이번 포럼의 역할이다. 데이터센터를 얼마나 빨리, 얼마나 높은 품질로, 얼마나 경제적으로 지어낼 수 있느냐는 결국 설계·시공·기자재·유지관리로 이어지는 건설산업 생태계의 역량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포럼은 제조·시공, 운영·유지관리, 제도·표준화, 해외진출·금융지원 등 4개 분과를 통해 국가 구축사업 과정에서 드러나는 현장의 애로와 기술적 과제를 발굴하고 이를 제도 개선으로 연결하는 통로가 될 것이다. 국가 AI 데이터센터 구축사업이 ‘수요’를 만든다면 포럼은 그 수요를 감당할 ‘공급 생태계’를 키우는 장치다. 국가사업에서 축적된 시공·운영경험이 산업 전반의 표준과 역량으로 확산되도록 하는 것이 연계의 핵심이다.

 

■ 이번 포럼을 통해 정부가 최종적으로 마련하려는 정책이나 제도적 결과물은

가장 가시적인 결과물은 연내 발표를 목표로 준비 중인 ‘AI 데이터센터 구축전략 실행 로드맵’이다. 포럼의 정례회의와 현장 간담회에서 수렴된 의견을 로드맵에 담아 데이터센터 건설산업 육성을 위한 중장기 정책 방향과 실행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고밀도 AI 데이터센터에 대응하는 설계·시공·유지관리 기술개발 및 이에 대응하는 기술기준의 정비, 관련 법제도를 개선하며 AI 데이터센터 설계, 시공, 운영에 특화된 전문인력을 양성한다. 또한 기업 맞춤형 금융지원 체계 구축을 비롯한 산업 육성과 국내 인증을 기반으로 한 K-스펙의 세계화 및 우리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한다. 일회성 대책이 아니라 포럼이라는 상시 협의체를 통해 현장에서 제기되는 과제를 지속적으로 제도에 반영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결과물이다.

 

■ 범부처 차원 정책 조정 방식은

데이터센터는 어느 한 부처의 힘만으로 완성할 수 없는 인프라다. AI·클라우드정책은 과기정통부가, 전력, 환경영향과 용수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화재안전은 소방청이 담당하는 등 범부처가 관련돼 있다. 그 속에서 국토부의 역할은 데이터센터가 국토 공간에 어떻게 입지하고 도시와 어떻게 공존하며 어떤 기준으로 건설되고 유지관리되느냐, 그리고 이를 수행하는 건설산업의 역량을 어떻게 키우느냐에 관한 분야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국토부는 이 영역에서 책임 있게 제도를 정비하되 전력·에너지 등 타 부처 소관 사항은 포럼 등에서 수렴된 현장의견을 관계부처에 전달하고 협의하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

 

■ 국내 AI DC시장에서 기계설비산업이 차지해야 할 역할은

기계설비산업이 건축의 부속이 아니라 프로젝트의 핵심기술을 주도하는 산업으로 올라서야 하며 또 그럴 수 있는 시장이 바로 데이터센터다. 

 

시공단계에서는 공장에서 표준화·사전제작하고 현장에서는 ‘플러그 앤 플레이’ 방식으로 조립하는 OSC전환을 주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설비업계는 현장 노동집약적 구조에서 벗어나 정밀제조와 품질관리 역량을 갖춘 기술기업으로 진화하게 된다.

 

운영단계에서는 커미셔닝과 성능검증, 예지보전 등 데이터센터의 전 생애주기 품질을 책임지는 역할이다. 나아가 실증을 거쳐 국산 기술기준을 국제표준에 반영시키고 단순 시공 하청을 넘어 개발·투자·운영까지 주도하는 ‘디벨로퍼’로 도약하는 것이다.

 

‘규격을 따라가는 산업’이 아니라 ‘규격을 만드는 산업’이 되는 것, 그것이 기계설비산업이 이 시장에서 가져가야 할 목표라고 생각한다.

 

■ 국내 기계설비·냉각장비기업이 공급망 참여을 위한 지원책은

현재 데이터센터 핵심 장비시장은 글로벌기업들이 앞서고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도 냉각·공조분야에서 충분한 제조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국내에 대규모 실증 무대가 열리고 있는 지금이 공급망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라고 본다.

 

이를 위해 실증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기술은 있어도 납품 실적이 없어 공급망에 진입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 기업들의 가장 큰 애로다. 국내에서 진행되는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들이 국산장비와 기술의 실증 무대가 될 수 있도록 발주기관·수요기업과 협력하는 방안을 포럼에서 논의하겠다.

 

또한 표준화를 통한 진입장벽 완화다. 관련 부품·장비의 모듈화·표준화가 진전되면 개별 기업이 전체 시스템을 감당하지 않아도 표준모듈단위로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OSC 확산과 기술기준 정비가 곧 중소·중견기업의 시장 진입을 돕는 정책이기도 한 이유다.

 

특히 기술개발도 지원할 계획이다. 모듈러 시공, 액체냉각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R&D를 지원하고 개발된 기술이 기준·표준에 반영돼 시장에서 실제로 채택되는 선순환을 만들겠다. 국산기술이 국제표준에 반영된다면 우리 기업들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의 당당한 일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금융지원과 해외시장 진출지원 방식은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선투자가 필요한 자본집약적 사업인 만큼 금융이 곧 경쟁력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리츠, 인프라펀드, 대체투자 등 다양한 금융기법이 데이터센터 투자를 뒷받침하고 있으며 우리도 이러한 금융 생태계를 갖춰야 한다.

 

지원대상은 특정 기업군에 한정하기보다 밸류체인 전반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데이터센터를 개발·보유하려는 기업, 시공을 담당하는 건설·설비기업, 장비를 공급하는 제조기업, 그리고 해외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기업까지 각 단계별로 필요한 금융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앞서 발표한 제5차 해외건설진흥기본계획의 틀 안에서 포럼의 해외진출·금융지원분과에서 기업수요를 조사해 개발단계의 투자유치, 시공단계의 보증, 수출단계의 정책금융 등 기업 맞춤형 금융지원 체계를 설계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정책금융기관과 협의해 나가겠다.

 

■ 포럼 출범 1년 후 성과를 평가할 핵심지표는

포럼이 협의체로 그치지 않고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냈는지를 세 가지 관점에서 평가하고자 한다. 먼저 제도적 결과물이다. 연내 발표할 AI 데이터센터 건설산업 활성화 로드맵이 차질없이 마련됐는지, 그리고 로드맵에 담긴 과제들, 즉 기술기준 정비, 관련 법령 개정, 금융지원 체계 구축이 계획대로 이행되고 있는지가 가장 기본적인 지표다.

 

두 번째는 현장의 체감이다. 포럼에서 제기된 현장 애로가 실제로 얼마나 해소됐는지다. 기업들이 사업현장에서 변화를 체감해야 진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현장 간담회와 실태조사를 통해 이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

 

세 번째는 산업 생태계의 변화다. 국내 기업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참여 실적, 국산 장비·기술의 실증과 채택 사례, 해외 수주 성과 등이 늘어나고 있는지를 보겠다.

 

다만 데이터센터건설산업 육성은 1년 만에 완성되는 과제가 아니다. 1년차에는 제도의 기반을 놓고 그 위에서 산업의 성과가 축적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포럼이 산·학·연·관이 신뢰를 쌓아가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 것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한 1년차 성과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