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중 콘덴싱유닛과 유니트쿨러의 고효율에너지기자재 인증 도입을 공식화하는 고시가 발표될 예정입니다. 국내 냉동·냉장설비시장이 가격과 정격능력 중심의 경쟁에서 연간에너지효율과 생애주기비용 중심으로 전환하는 제도적 출발점이 마련되는 것입니다.
콘덴싱유닛과 유니트쿨러의 고효율인증은 필요한 제도입니다. 하루 24시간, 연중 365일 가동되는 냉동·냉장설비의 에너지성능을 객관적으로 비교하고 기술에 투자한 제품이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도록 하려면 공인된 효율기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냉동설비는 초기구매비용보다 수년 또는 수십년 동안 사용하는 전력비와 유지관리비가 훨씬 큰 설비입니다. 이제는 제품가격뿐만 아니라 실제 부하변화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대응하는지, 연간 전력소비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까지 비교해야 합니다.
기업들도 제도 도입으로 고효율인증이 제품의 객관적인 성능비교 기준이 마련되고 인버터 압축기, EC팬, 고효율 열교환기, 전자팽창밸브와 정밀제어 등에 투자한 제품의 가치를 시장에서 입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고효율제품을 선택한 사용자는 전력비를 절감하며 제조사는 기술개발 투자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받는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현재 제시된 기준안은 유니트쿨러의 냉장·냉동능력대비 팬 소비전력을 EEF로 평가하고 콘덴싱유닛은 국내 외기온도 빈도와 부분부하 운전을 반영한 AEPF로 연간성능을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단순한 정격성능을 넘어 연간효율을 평가한다는 방향은 타당합니다.
또한 시험의 재현성과 현장 대표성을 함께 확보해야 합니다. 콘덴싱유닛과 유니트쿨러는 서로 연결돼야 하나의 냉동시스템으로 작동합니다. 이로 인해 대표적인 제품조합을 연결해 세트시험을 실시하는 것은 시스템성능을 확인하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실제 냉동·냉장현장은 하나의 콘덴싱유닛에 여러 대의 유니트쿨러가 연결되는 구성이 일반적이며 동일 제품도 저장온도와 냉동부하, 설치공간, 배관길이와 제상방식에 따라 다양하게 조합됩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대표모델과 패밀리 모델 인증, 파생모델 인정범위 확대를 요구합니다. 특히 단품시험과 대표조합 세트시험을 병행하고 일정한 시험역량을 갖춘 제조사에는 공인기관 입회시험을 허용하는 방안도 필요해 보입니다.
고효율기자재 편입, 고효율·저탄소시장 전환 출발점
고효율인증기준이 아무리 정교해도 시험기관과 설비가 부족하면 기업들의 동시신청이 몰리면서 인증 지연, 출시·납품 차질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자연냉매와 가연성 냉매제품은 고압·방폭시험설비까지 필요해 시험기관 선택폭이 더욱 좁아집니다. 이에 따라 제도 도입을 공식화하는 시점에 시험가능 용량·냉매·소요기간·수수료 등 인증 인프라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시험설비 확충과 중소제조기업의 시험비·기술컨설팅 지원방안을 함께 제시해야 합니다.
또한 고효율인증은 냉매전환정책과도 같은 방향을 바라봐야 합니다. 기업들은 지금 에너지효율 향상과 저GWP·자연냉매 전환이라는 두 가지 기술과제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시장을 이끌 기술이 시험설비와 기준 부재로 인증대상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냉매별 시험방법과 안전요건, 적용일정을 명확히 제시해야 합니다. 고효율정책과 냉매전환정책을 하나의 산업전환 로드맵으로 연결해야 기업도 어느 기술에 투자해야 할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인증제품이 실제 시장에서 선택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기업이 제품을 다시 설계하고 시험비를 부담해 인증을 취득했는데도 시장에서 미인증 저가제품과 같은 조건으로 경쟁해야 한다면 기술투자는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고효율인증이 비용만 늘리는 행정절차가 되지 않으려면 공공 냉장·냉동시설과 농식품 저온유통 현대화, 노후 냉동설비 교체, 스마트팜과 에너지절감 지원사업에서 인증제품을 우대해야 합니다.
그래야 고효율인증이 일부 기업을 선별하는 행정적 문턱이 아니라 국내 냉동산업 전체를가격경쟁을 기술·효율경쟁으로 끌어올리는 산업정책이 될 수 있습니다. 9월 고시는 제도 도입의 마침표가 아니라 국내 콜드체인산업이 고효율·저탄소시장으로 전환하는 출발점이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