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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먼즈, ‘아파트 E시스템 3.0’ 본격 실증

패시브 외피·통합배관 기반 공기열 HP·캐스케이드 융합

공동주택의 에너지 역사가 화석연료 연소시대를 지나 전력 기반의 통합시스템으로 전환되는 중대한 분기점을 맞이하고 있다.

 

개별 세대가 연탄을 때 난방을 해결하던 ‘아파트 1.0’과 도시가스 보급으로 세대별 가스보일러가 일상화된 ‘아파트 2.0’을 거쳐 건물 내 화석연료 연소를 배제하고 전동화(Electrification)와 중앙 통합운영을 결합한 ‘아파트 에너지시스템 3.0’이 구체적인 실증단계에 돌입했다.


서울 성북구 개운산마을가로주택정비사업(프로젝트명 ‘커먼즈 종암’)은 단순한 주거 정비사업을 넘어 건물 내에서 화석연료를 직접 태우지 않고 전기를 기반으로 냉난방·급탕을 해결하는 미래형 주거에너지 모델을 현장에 구축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각 가구에 개별적으로 분산돼 있던 설비관리 책임을 단지 전체의 유기적인 통합 에너지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이를 입주민 중심의 사회적협동조합을 통해 장기적으로 경영하는 전주기솔루션을 제시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개별 관리’서 ‘통합시스템’으로 패러다임 전환
커먼즈가 정의하는 ‘아파트 3.0’은 단순한 기술사적 구분을 넘어 에너지소비 주체와 운영방식의 근본적 진화를 뜻한다. 1.0시대의 연탄과 2.0시대의 도시가스 보일러가 개별 세대 중심의 연소방식이었다면 3.0시대의 핵심은 전기를 기반으로 한 전동화와 단지단위의 통합 운영이다.


세대마다 개별 보일러를 두고 각자 수리·교체하던 파편화된 관리구조에서 탈피해 아파트 전체가 하나의 통합 에너지플랫폼으로 묶이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건물 내 화석연료 직접 연소를 원천 차단하고 단지 전체의 에너지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


히트펌프·가스 캐스케이드 활용 단계적 전동화 실현
아파트 3.0의 열원시스템이 지향하는 최종 목적지는 전동화이지만 겨울철 혹한기 급격한 피크부하와 높은 급탕온도를 감안할 때 완전한 탈가스로의 전환은 현실적인 완충단계가 요구된다. 이에 따라 커먼즈 종암은 전동화로 가는 가장 안정적인 과도기 모델로 ‘통합배관’ 기반 하이브리드 열원방식을 채택했다.


중앙에 통합배관망을 구축하고 공기열 히트펌프를 주열원으로 사용하되 혹한기 피크부하에 대응할 수 있도록 캐스케이드 가스보일러를 보조열원으로 결합한 형태다.


해당 시스템의 본질적 가치는 가스와 전기의 구성비율보다 ‘세대와 열원의 물리적 분리’에 있다. 반면 통합배관망을 갖춘 단지는 배관 인프라가 50년 이상 유지되는 동안 기술발전과 제도변화에 맞춰 중앙 열원을 자유롭게 교체할 수 있다.


초기에는 가스 캐스케이드를 보조로 활용하더라도 향후 히트펌프 비중을 점진적으로 높이거나 차세대 청정열원으로 손쉽게 전환할 수 있어 미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구조적 유연성을 확보하게 된다.

 


커먼즈 종암이 그리는 완성형 에너지시스템은 △수요 절감 △전동화 △자체 생산 △저장 △사용 △공유 등의 전 과정을 하나의 통합 시스템으로 관리·운영·경영하는 플랫폼이다.


기존 개별보일러방식은 130세대 기준 130대의 기기와 전용공간, 배관·연통이 필요해 유지관리·교체비용과 안전 책임을 각 세대에 전가하는 구조적 비효율이 존재했다. 또한 공급자 편의 위주로 설계돼 장기적 자산관리 측면에서도 비효율이 누적되는 문제가 지적돼 왔다.


반면 통합배관시스템은 세대 내 열교환기를 통해 중앙 기계실의 모듈 열원과 세대를 물리적으로 분리한다. 해당 방식의 결정적인 강점은 단순한 효율을 넘어선 압도적인 유연성에 있다. 열원과 세대가 분리돼 있기 때문에 향후 열원이 바뀌더라도 아파트 전체나 세대 내부를 뜯어고칠 필요가 없다.


중앙집중식 전환에 따른 관리비 우려 역시 정밀한 데이터 제어로 해소할 수 있다. 130개로 쪼개져 방치되던 설비를 하나의 전문시스템으로 통합하면 운전상태와 실시간 에너지소비량을 정밀하게 계측할 수 있으며 △외기온도 △전력요금체계 △COP(성능계수) △급탕부하 변동 등에 맞춰 복수의 모듈열원을 단계별로 가동하거나 순차적으로 교체할 수 있어 실운영 경제성을 능동적으로 최적화할 수 있다.

 

패시브 외피 활용 설비 최적화·재생E효율 견인
커먼즈 종암이 제안하는 차세대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한 최우선 전제조건은 건물의 에너지 기본 수요 자체를 근본적으로 낮추는 데 있다. 난방과 냉방에 소요되는 부하를 최대한 줄여야만 작은 용량의 설비로도 안정적인 대응이 가능해지고 공동주택의 한정된 옥상과 외벽에서 생산하는 태양광 전력의 실질적 기여도 역시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아파트 3.0의 모든 엔지니어링은 ‘패시브 건축(Passive Design)’에서 출발한다. 단열을 비롯해 △기밀 △고성능 창호 △열교차단 △열회수환기장치 등 기본적인 건축 외피성능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특히 다세대가 거주하는 공동주택의 특성상 구조체 외부를 빈틈없이 연속적으로 감싸는 ‘외단열’ 시공이 필수적이다.


건축 외피의 기초체력이 완성된 이후 설비시스템이 결합된다. 난방과 급탕배관을 일원화한 통합배관을 깔고 세대 내에는 콤팩트한 열교환기를 설치해 중앙 열원과 개별세대를 분리한다. 에너지를 적게 쓰는 건물을 먼저 완성하고 꼭 필요한 에너지를 효율적인 전기로 공급하며 그 전기를 스스로 생산하는 정교한 엔지니어링 순서가 핵심이다.

 

지속가능성 해법 ‘HW·SW·거버넌스’ 3대 층위 결합
아파트 3.0 시스템이 30~50년 동안 성공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설비기기 자체뿐만 아니라 이를 운영하는 다층적 관리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커먼즈 종암은 이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거버넌스라는 3대 층위로 구조화했다.


패시브 외피에 더해 △통합배관 △히트펌프 △태양광 △ESS 등으로 구성된 ‘하드웨어’ 위에 실시간 계측, 데이터 분석, 최적 제어 및 유지관리 알고리즘인 ‘소프트웨어(Software)’가 얹어진다. 이에 더해 이를 입주민과 전문조직이 장기적으로 관리하고 의사결정하는 ‘거버넌스’가 결합되는 구조다.


이는 설비 제조 및 시공 업계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우수한 히트펌프나 고효율 태양광 모듈 등 단품 기기를 납품하는 기존 사업모델에서 나아가 수십년 동안 시스템 전체가 고효율로 작동할 수 있도록 통합하고 운영체계까지 책임지는 ‘운영 연계형 통합서비스’로 기술기업들의 역할이 확장돼야 하기 때문이다.

 

차세대 도전 ‘복사냉방’… 사계절 연중 가동률 극대화
커먼즈가 다음 단계로 검토 중인 기술적 도전은 ‘복사냉방’이다. 히트펌프로 냉수를 생산해 바닥이나 천장 복사패널로 순환시키면 동절기 난방·급탕에 쓰이던 히트펌프를 하절기에도 연계 활용해 사계절 연중 가동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


복사냉방의 핵심과제인 결로와 실내 습도문제는 패시브급 외단열·고기밀 외피와 고성능 제습·환기시스템을 통해 기술적으로 제어가능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다만 130세대 공동주택 적용 선례가 드물고 결로 하자 발생 시 시공사의 책임 부담 리스크가 존재하는 만큼 시공사와 기술협의를 거쳐 최종 적용여부를 신중히 판단할 방침이다.


복사냉방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세대별 가스보일러에 이어 외벽과 발코니를 차지하던 ‘개별 에어컨 실외기까지 완전히 배제된’ 진정한 의미의 중앙 냉난방 통합 주거 플랫폼이 완성된다.

 

지속가능 아파트 실현


커먼즈 종암의 가장 독창적인 차별점은 사회적협동조합 기반의 장기 자산경영 거버넌스다. 아파트를 건설하는 것과 향후 30년, 50년 동안 고효율로 운영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판단에서다.


기존 정비사업 조합원들이 선제적으로 설립한 협동조합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해 입주민들이 아파트 공용 에너지설비의 전문관리와 운영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도록 설계됐다.


또한 태양광과 히트펌프를 입주민 공동의 자산으로 규정하고 △에너지생산량 △에너지소비량 △설비성능 변화 등을 장기데이터로 축적할 계획이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밀 운전제어와 부품교체를 직접 주도함으로써 완공 후 노후화되는 기존 아파트와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시스템이 고도화되는 ‘지속 업데이트 아파트’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이원형 커먼즈 대표(개운산마을조합 조합장)는 ”에너지를 적게 필요로 하는 건물을 짓고 필요한 에너지는 고효율 전기로 공급하며 스스로 생산·저장하고 주민 협동조합을 통해 장기관리하며 마침내 이웃과 공유하는 것이 커먼즈가 지향하는 아파트 3.0의 본질“이라며 ”커먼즈 종암에서 그 가능성을 하나씩 검증해 나가며 기후위기시대 국내 공동주택의 실질적인 미래 해법을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에너지자립 범위는 아파트단지 담장을 넘어 인접지역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커먼즈 종암은 단지 바로 옆에 위치한 서울개운초등학교의 유휴 옥상공간을 활용한 지역단위 에너지공유 모델을 장기 프로젝트로 검토하고 있다.


학교와 주거단지는 에너지소비 시간대와 패턴이 상호 보완적이다. 학교는 평일 주간에 수요가 집중되고 방학과 주말에는 유휴 전력이 발생하는 반면 아파트는 저녁과 주말에 전력 및 난방 수요가 급증한다.


학교 옥상에 태양광을 설치하고 ESS와 연계할 경우 주간 잉여전력을 저장해 아파트 야간 부하에 활용하고 학교 필요 시 재공급하는 고효율 지역 마이크로그리드가 가능해진다. 장기적으로 학교 냉난방설비까지 히트펌프로 전동화된다면 지자체, 교육청, 학교, 주민이 협력하는 대규모 지역 에너지전환 실증 모델로 발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