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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조선, 부유식 데이터센터시장서 격돌

삼성重, 美 50MW 엔지니어링·200MW 개념설계 확대
HD한국조선해양, 슈나이더와 전력·냉각·제어·SW 통합
한화오션, 60MW 모듈형 공개… 자체발전·해수냉각 강조
부지·전력망·용수 병목 우회… 신뢰성·경제성 검증 관건

 

AI 데이터센터(AI DC)시장을 둘러싼 국내 조선업계의 경쟁이 ‘바다 위’로 확장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미국에서 50MW급 부유식 데이터센터(FDC: Floating Data Center)의 엔지니어링 계약을 확보하고 200MW급 개념설계까지 확대한 데 이어 HD한국조선해양은 슈나이더 일렉트릭과 전력·냉각·제어·소프트웨어 통합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한화오션도 60MW급 FDC 개념설계에 대한 미국선급 ABS의 기본승인(AIP: Approval in Principle)을 확보하고 자체발전·해수냉각·모듈형 설계를 앞세워 시장에 뛰어들었다.

 

다만 현재까지 실제 FDC 건조계약이나 상업운전 실적이 공개된 기업은 없다. 국내 조선 3사의 경쟁은 아직 완성된 시장의 점유율 경쟁이라기보다 먼저 기술표준과 첫 상용 프로젝트를 확보하기 위한 선점전에 가깝다.

 

이처럼 국내 대형 조선 3사가 모두 부유식 데이터센터를 미래사업으로 공식화하면서 FDC가 LNG선·FLNG·FPSO·해상풍력에 이은 K조선의 새로운 해양플랜트시장으로 부상할지 주목된다.

 

삼성重, 50MW서 200MW로… 美 프로젝트 설계 진입

공개된 추진상황만 놓고 보면 삼성중공업이 상용화에 가장 가까이 접근했다. 삼성중공업은 2026년 미국 데이터센터월드에서 자체 개발한 50MW급 FDC 개념설계에 대해 미국선급 ABS와 영국선급 LR의 AIP를 확보했다.

 

50MW급 설계에는 조선소에서 설계·제작·설비통합을 동시에 수행하는 표준화된 건조방식이 적용된다. 육상 전력망 의존도를 낮출 수 있도록 자체발전시스템도 탑재할 수 있는 구조다. 삼성중공업은 ABB와 FDC 전력시스템 공동개발을 추진하고 미국 데이터센터 개발사 무스테리안과 미국시장 진출을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이후 사업은 양해각서 수준에서 엔지니어링 단계로 진전됐다.

 

삼성중공업과 무스테리안은 7월22일 미국에 설치할 첫 FDC 프로젝트의 엔지니어링 계약을 체결했다. 각 플랫폼은 50MW의 핵심 IT용량을 제공하도록 계획됐으며 삼성중공업은 기본설계·상세설계·생산설계를 수행한다. 향후 최종 EPC 계약으로 전환하기 위한 기술적 기반을 마련하는 계약이다.

 

ABS와 협력범위도 확대됐다. ABS는 삼성중공업의 50MW급 설계를 선급규칙과 국제해사기구 관련 기준에 따라 추가 검토하는 설계승인계약을 체결했다. 동시에 기존 50MW보다 4배 큰 200MW급 FDC 개념설계에 AIP를 부여했다. 200MW급 모델은 하이퍼스케일 AIDC 수요를 겨냥한 설계다.

 

삼성중공업의 차별점은 단순히 대형 부유식 구조물을 설계하는 데 있지 않다. 발전·전력·서버·투자·선급·인허가를 담당할 글로벌 파트너 생태계를 빠르게 구축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그리스 선주사 캐피탈과 프로젝트 발굴·투자에 협력하고 LR과 선급규정 및 북미 사업경제성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서버기업 슈퍼마이크로와는 해상환경에서 AI서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공동개발을 추진한다.

 

삼성중공업은 해상 위치제어와 염분·습도 차단기술을 맡고 슈퍼마이크로는 진동·경사·염분성 대기·급격한 습도변화가 서버에 미치는 영향과 운용조건을 검증한다.

 

안영규 삼성중공업 기술개발본부장은 “FDC는 조선업 기술력을 디지털 인프라산업으로 확장한 새로운 사업모델”이라며 친환경에너지와 결합한 글로벌시장 진출계획을 밝혔다.

 

삼성중공업의 다음 과제는 명확하다. 엔지니어링계약을 실제 EPC·건조계약으로 전환하고 미국 내 첫 부지의 전력원·계류방식·광통신·운영사를 확정해야 한다. 50MW급 프로젝트가 실제 건조로 연결될 경우 국내 조선업계 최초의 상업용 FDC 레퍼런스가 될 가능성이 있다.

 

 

HD한국조선해양, 슈나이더와 ‘DC 인프라’ 통합

HD한국조선해양은 데이터센터 인프라 전문기업과 기술결합을 선택했다. HD한국조선해양과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지난 7월7일 FDC 핵심기술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해상플랫폼 기반 데이터센터 인프라 통합구축을 목표로 전력·냉각·제어·소프트웨어 전 영역에서 협력한다.

 

HD한국조선해양은 부유식 구조물 설계·건조와 해양플랫폼·발전선 엔지니어링을 담당한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해양환경에 최적화된 전력관리, 고밀도 AI서버 냉각, 통합운영·제어와 소프트웨어기술을 제공한다. 이는 선체나 해상구조물을 먼저 만들고 데이터센터설비를 탑재하는 방식보다 전력–냉각–IT–제어를 초기설계부터 하나의 인프라로 통합하는 접근이다.

 

AI랙의 전력밀도가 높아질수록 전력공급과 열제거시스템을 별도로 설계하기 어려워진다. 랙 전력밀도와 서버 냉각방식이 결정돼야 UPS·배전·CDU·펌프·열교환기와 해수 열배출계통의 용량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수전·UPS·배전부터 랙 전원과 데이터센터 관리소프트웨어까지 보유하고 있으며 고밀도 AI 인프라용 냉각솔루션도 확대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러한 설비를 해양플랫폼에 통합하고 태풍·파랑·진동·염해조건에서도 운영할 수 있는 구조·안전기준을 개발하는 역할을 맡는다.

 

김형관 HD한국조선해양 대표는 조선·해양분야에서 축적한 부유식 구조물 설계·건조역량을 바탕으로 “대규모·고밀도 컴퓨팅 인프라를 바다 위에서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핵심기술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HD한국조선해양의 경쟁력은 부유식플랫폼과 발전설비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전력·냉각·자동제어의 글로벌 표준을 보유한 슈나이더 일렉트릭과 공동 아키텍처를 개발한다는 점이다. 향후 양사가 표준 FDC 용량과 전력원을 확정하고 선급인증과 파일럿 프로젝트를 확보할 수 있는지가 사업진척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한화오션, 60MW급 공개… 에너지·보안까지 그룹 통합

한화오션은 9월14일부터 18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열린 ‘Gastech 2026’에서 자체 개발한 60MW급 FDC 실물모델을 글로벌 고객에게 처음 공개한다.

 

한화오션의 FDC는 해상에서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으며 저온의 해수를 냉각에 활용하는 구조다. 발전·전력공급방식과 서버 종류, 설치용량을 고객과 설치지역의 조건에 맞춰 조합할 수 있도록 모듈형으로 설계됐다. 미국선급 ABS로부터 60MW급 개념설계에 대한 AIP도 확보했다.

 

한화오션이 내세우는 차별점은 그룹 통합역량이다. 한화오션의 선박·해양플랜트 설계·건조기술에 한화그룹이 보유한 발전·에너지, 데이터센터, 유지관리, 보안기술을 결합해 전력공급부터 데이터센터 운영·보안까지 패키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손영창 한화오션 제품전략기술원장은 “조선·해양분야에서 축적한 기술과 한화그룹의 에너지·데이터역량을 결합해 글로벌 FDC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한화오션은 표준모델과 선급의 개념승인을 확보해 고객에게 사업모델을 제시하는 단계다. 앞으로 발전원과 냉각방식의 상세설계, 서버·전력·냉각 파트너 선정, 첫 고객과 실증사업 확보가 상용화의 관건이다.

 

왜 ‘부유식’인가… 핵심은 ‘Speed to Power’

부유식 데이터센터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단순히 육상 부지를 바다로 옮길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핵심은 Speed to Power, 즉 대규모 전력에 얼마나 빨리 접근할 수 있느냐다.

 

AI 데이터센터의 건설병목은 건물보다 전력에 있다. 부지를 확보해도 송전선로와 변전소를 증설하고 계통접속을 받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 FDC는 발전소·LNG터미널·항만·해상에너지시설 인근에 계류해 기존 발전설비에서 전력을 공급받거나 플랫폼에 발전설비를 탑재하는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 육상 전력망에만 의존하지 않고 프로젝트별로 계통전력·자가발전·재생에너지·ESS를 조합할 수 있다는 의미다.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모두 자체발전이 가능한 FDC를 제시한 이유다.

 

FDC의 사업성은 발전원이 무엇인지, 전력가격이 얼마인지, 계통과 병렬운전하는지 또는 독립계통으로 운영하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조선소 제작…공기 단축·거대 ‘열싱크’ 해수 활용

두 번째 이유는 조선소의 생산방식이다. 육상 데이터센터는 부지에서 골조·전기·기계·배관공사를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FDC는 선체·해양구조물과 전력·냉각·IT모듈을 조선소에서 병렬 제작하고 설비를 사전통합한 뒤 설치장소로 이동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표준화된 조선공정을 활용해 설계·제작·설비통합을 동시에 수행하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ABS도 이 방식이 건설기간을 단축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이는 최근 육상 AIDC에서 확대되고 있는 프리패브 전력모듈·냉각모듈·모듈러DC를 선박과 해양플랫폼 규모로 확장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반복 가능한 표준블록을 조선소에서 생산하면 프로젝트마다 현장설계를 처음부터 다시 하는 방식보다 품질관리와 공기예측이 쉬워질 수 있다. 전력·냉각모듈의 FAT(Factory Acceptance Test)를 완료한 뒤 현장에서는 계류·전력·통신 연결작업에 집중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실제 공기단축효과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플랫폼 건조가 빨라도 계류시설, 광통신, 발전원, 항만·환경인허가가 늦어지면 전체 사업기간은 줄어들지 않을 수 있다.

 

해수는 거대한 ‘열싱크’

세 번째 이유는 냉각이다.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전력은 대부분 열로 바뀐다. 50MW의 IT부하를 갖는 FDC라면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도 약 50MW 규모로 지속적으로 외부에 배출해야 한다.

 

육상 데이터센터는 냉각탑·드라이쿨러·칠러를 설치하고 외기와 물을 이용해 열을 방출한다. 외기온도가 높거나 용수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냉각효율과 수자원 확보가 사업의 제약요인이 된다. FDC는 주변 해수나 하천수를 최종 열배출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수온이 충분히 낮다면 칠러운전을 줄이고 열교환기·펌프 중심으로 서버열을 배출할 수 있어 냉각전력을 절감할 가능성이 있다.

 

K-조선, ‘선박’ 넘어 AI인프라 플랫폼으로

국내 조선업계가 FDC시장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는 배경에는 해양플랜트 경험이 있다. FLNG·FPSO·발전선은 제한된 해상공간에 발전·가스처리·압축·냉각·전력·제어설비를 집약하고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이는 고밀도 전력·냉각설비를 부유식 구조물에 통합해야 하는 FDC와 상당 부분 기술기반을 공유한다. 조선소는 대형 구조물과 MEP모듈을 공장에서 제작하고 수많은 기자재를 통합해 인도하는 공급망도 갖추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냉각·부지문제가 심화될수록 이러한 역량은 조선사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수 있다. 특히 전력망 접속에 수년이 걸리고 냉각용수와 부지확보가 사업속도를 결정하는 지역에서는 FDC가 육상 데이터센터가 들어오기 어려운 곳에 컴퓨팅용량을 빠르게 공급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K-조선 3사의 경쟁은 이제 선박을 누가 더 잘 만드는가를 넘어 AI시대의 전력·냉각·컴퓨팅 인프라를 누가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바다 위에 구현하는가의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첫 상용 FDC가 실제 GPU를 싣고 운영되기 전까지 기술·경제성·인허가에 대한 검증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조선 3사 가운데 누가 먼저 앵커고객과 발전원, 금융, 선급 최종승인과 운영데이터를 확보하느냐가 초기시장의 주도권을 결정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