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진천 설비설계협회 BIM위원회 간사

2023-03-18

“기계설비, 작업 요소 복잡·다양
유지관리 고려 시 BIM 필요성 절실”

설비설계協, LH 발주 공동주택 BIM 연구용역 수주
공동주택 BIM 도입 본격화 첫 단계…향후 로드맵화

BIM은 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의 약어로 ‘건축물의 설계, 시공, 유지관리 단계의 생애주기 동안 생성되고 관리되는 모든 정보를 담고 있는 디지털 모델’을 말한다.  

4차 산업혁명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데이터’다. BIM의 Information이 데이터에 해당되며 단순한 형상만이 아닌 정보(데이터)를 담은 설계를 의미한다. 장기적이며 넓은 의미로 보면 설계단계에서 머무르지 않고 시공, 제작, 유지관리까지 연계되도록 정보를 입력하고 관리하는 제반 업무를 포함하고 있다. 

대한설비설계협회는 최근 LH가 발주한 ‘공동주택 기계분야 BIM 지원기반 정립 연구용역’을 수주했다. 설비설계협회의 BIM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번 용역이 진행될 예정이다. BIM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이진천 디씨에스 대표를 만나 연구용역 수주 배경 및 계획, BIM현황에 대해 들어봤다.

■ BIM 적용 현황은
우리나라는 2010년 즈음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해 국토부, 조달청 등에서 BIM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정책적으로 적극 추진하고 있다. 초기의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으로 인해 한때 침체기도 있었지만 10여년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업계 전반에 이제 ‘하지 않으면 안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20년 12월 ‘2030 건설산업 BIM 디지털 전환 로드맵’을 발표했다. 로드맵에서 LH의 경우 2023년까지 신규의 50%, 2024년부터는 100% BIM으로 공모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른 공공건축물에 대해서도 사업비 규모에 따라 순차적으로 BIM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며 민간부문도 연면적 기준으로 BIM설계 도입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BIM 도입에 대한 정책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2022년 7월 ‘BIM 도입으로 건설산업 디지털화’라는 주제를 메인으로 한 ‘스마트건설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정부의 BIM설계 도입에 대한 의지는 변함이 없다는 신호가 건설업계 전반에 확산되면서 BIM 도입을 촉진시키고 있다.


LH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해 적극 도입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파일럿 프로젝트 수준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지금까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포인트는 실무를 수행하는 종합건설사, 설계사무소 등에서 BIM의 필요성 및 중요성을 인식해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삼성이나 SK의 반도체공장을 비롯해 DL E&C, 현대산업개발 등 대형 종합건설사를 중심으로 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발주처에서 BIM설계를 요구하지 않아도 업무효율을 고려해 BIM설계를 도입하고 있다. 특히 기계설비건설협회 산하 기계설비산업연구원에서 라이브러리 구축과 기계설비용 프로그램 개발을 진행해 ‘KMBIM’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내에 BIM설계가 도입된 지 10여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지금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BIM설계 도입과 활용을 위한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고 발전을 도모하는 단계다. 



■ 기계설비분야 BIM 필요성은
기계설비분야는 토목이나 건축보다 많은 종류의 요소(장비, 부속류, 기기류 등)로 이뤄지는 작업이다 보니 BIM설계가 가장 절실한 분야다. 특히 유지관리에 연계되는 것을 고려하면 기계설비에서의 BIM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대표적인 예로 BIM의 필요성을 강조할 때 내세우는 간섭체크의 경우 좁은 천장 내부에서 덕트, 배관, 부속류 등 수많은 설비요소가 복잡하게 얽혀있고 교차하고 있어 BIM설계에 의한 간섭체크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기계실에서도 많은 장비배치, 이를 연결하는 배관 및 덕트가 교차하고 있다. 

이외에도 부하계산에 따른 실별 부하, 다양한 장비의 위치 및 제원, 기기류 정보, 덕트나 배관크기 등 많은 정보를 요하는 분야가 기계설비다. 이런 기계설비의 정보(데이터)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BIM설계가 필수적이다. 이 정보는 설계에서도 필요하지만 시공 및 발주단계에서도 필요한 정보이며 건물이 완공된 이후 유지관리단계에서도 필요하다. 이런 제반 여건을 보면 다른 분야보다도 BIM 도입이 가장 절실한 분야가 기계설비분야라 할 수 있다.

■ 기계설비분야가 BIM설계가 더딘 요인은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겠지만 주로 중소기업 설계사무소 및 시공사 입장에서 세 가지를 생각해봤다. 
가장 먼저 들 수 있는 것이 ‘맨 파워’ 부족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BIM을 도입하기 위해 BIM 교육훈련을 통해 인력을 양성해놓으면 대형 설계사나 건설사로 이직하는 현상으로 인해 연속성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다 보니 BIM설계를 수주하더라도 외부용역에 의존하게 되고 BIM 기술력 확보와 인재 확보도 어렵다. 그렇다고 BIM인력에 특혜를 주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은 중소기업 오너들의 의견이다.

투자비에 대한 부담을 들 수 있다. 초기에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는 물론 임직원 교육훈련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도 투자해야 한다. 중소기업에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도 부담이지만 프로젝트에 바쁜 인력을 빼내 별도로 시간을 할애해 교육훈련에 투자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투자해서 그만큼 효과를 거둬 투자비를 회수하면 되겠지만 초기에는 BIM설계 용역이 많지 않다 보니 단기적으로 마이너스를 감수해야하기 때문에 쉽게 투자하지 못한다. 



특히 BIM이 어렵다는 선입견도 있다. 사실 BIM설계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체계적인 건설 및 유지관리의 모든 프로세스를 정확히 파악해 정보를 체계화하고 모델링을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는 기본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3차원 모델링하는 비중이 높다. 3차원 모델링과 간단한 정보를 입력하기 위해서 2차원 CAD 툴을 사용하듯 BIM 툴을 조작하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BIM 툴은 대부분 Revit을 사용하고 있는데 Revit 사용법이 그리 어렵지 않다. AutoCAD, ZWCAD 등 2차원 CAD로 도면을 그리는 설계자라면 3차원 툴인 Revit도 그렇게 어렵지 않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어렵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어 쉽게 도전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한 선입견을 깨트리고자 국내 최초로 기계설비 BIM 툴 조작서 ‘따라하며 배우는 Revit MEP’ 책을 집필했다. 이후에도 ‘따라하며 익히는 Revit 패밀리’, ‘따라하며 익히는 설비 BIM’과 최근에 ‘따라하며 익히는 기계설비 BIM(Revit)’을 집필했다. IT 엔지니어인도 조작할 정도이니 기계설비 엔지니어는 훨씬 더 쉽게 조작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중복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과도기이다 보니 발주처에서도 BIM설계를 발주하고서 정작 인허가 단계에서는 2차원 도면을 요구한다. 또한 현장의 소장들이 BIM 툴을 다루지 못하다 보니 2차원 도면을 요구한다. 3차원 모델을 작성하고도 인허가 및 현장 실무자들의 요구에 의해 2차원 CAD작업을 별도로 진행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 문제는 앞으로 BIM설계가 일반화되면 해결되리라 보지만 아직까지는 이러한 비효율적인 중복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열거한 내용 외에도 설계에 필요한 라이브러리 부족, 업무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한 기술적인 문제, 의사전달 체계, 공사 및 발주처 관계자들의 교육훈련, 기타 제도적인 문제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BIM설계가 추진되면서 초기에 비해 많이 개선됐으며 무엇보다 BIM의 필요성 및 효용성이 확인되면서 도입하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업계 전반에 걸쳐 BIM 도입이 늘어날수록 이러한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 최근 LH가 발주한 BIM관련 용역을 수주했는데 
LH 기계설비처에서 발주한 연구용역으로 LH BIM 활성화 목표 달성을 위해 현재까지 상대적으로 표준화 및 지원 기반이 미흡한 건축기계설비 및 소방기계분야 라이브러리와 템플릿 업그레이드, BIM 기반 2D 도서표준화 및 특화요소 발굴을 목적으로 추진된다. 

연구용역의 주요 내용은 △기초자료 조사 및 방향 설정 △BIM 기반 2D 도서표준화 △라이브러리 및 템플릿 업그레이드 △시공 및 유지관리 연계 △특화요소 발굴 및 제안 △정책 제언 등이다. 공동주택 BIM 도입을 위한 기본적인 환경 구축(라이브러리, 템플릿)과 향후 발전을 위한 로드맵에 대한 연구용역이다. 궁극적으로는 공동주택의 BIM 도입을 본격화하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향후 BIM 도입과 함께 관련 연구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설비설계협회가 수주할 수 있었던 배경은 
설비설계협회는 그동안 기계설비분야에서 BIM설계를 활발하게 진행해온 경험으로 BIM설계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해 왔으며 문제점과 해결방안에 대한 해법도 많이 보유하고 있다. 또한 기계설비산업연구원에서 2021년 발주한 ‘시공용 샵드로잉을 위한 BIM 프로그램 개발’ 경험도 가지고 있어 라이브러리 구축 및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과제 수행은 대한설비설계협회의 BIM위원회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참여기업인 나우설비기술은 인천공항, 빌딩스마트협회 국책 과제 등 BIM 과제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자료조사 및 라이브러리의 표준분류 체계 적용을 담당한다. 삼인이에스는 다양한 프로젝트 수행 경험과 LH의 BIM 프로젝트 수행 경험을 가진 설계사로, 라이브러리 구축과 템플릿 파일 구축을 수행하고 이를 표준도면에 적용하는 업무를 담당하며 이번 용역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중요한 연구용역을 맡고 있다. 

디씨에스는 설비설계용 툴 꼬메(CO-ME), BIM 프로그램 개발, BIM 교재 개발 및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시공 및 유지관리 연계 방안 및 특화요소 발굴을, 이번 연구용역의 총괄 책임자인 변운섭 설비설계협회 회장이 대표로 있는 우원엠엔이는 연구용역 조율과 정책 및 제도에 대한 제언을 맡았다.

이밖에도 협회 소속사인 한일엠이씨, 성일이앤씨 등 BIM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받아 진행된다. 연구용역 업무는 각 회사의 특징에 따라 구분돼 있지만 실제 연구용역 수행은 많은 회의를 거쳐 분야에 관계없이 공동으로 수행할 계획이다.

■ 이번 용역을 통한 기대효과는
이번 용역은 BIM설계 도입의 과정의 첫 스텝이며 최종 목표는 BIM 활성화를 통한 공동주택건설 업무 전반의 효율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BIM설계 도입을 촉진하고 장기적으로는 시공, 유지관리 효율화를 도모하기 위함이다. 설계사입장에서는 라이브러리, 템플릿 표준도면을 통해 BIM설계 진입장벽을 낮춰준다. 그동안 BIM 도입을 망설였던 설계사들의 애로사항이었던 라이브러리 및 템플릿을 제공함으로써 BIM설계 도입의 원활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관리자(발주처, 관공서)는 인허가 등 관리 효율화 및 비용절감을 도모한다. 발주처인 LH를 비롯해 인허가 관련 관공서에서는 표준화된 라이브러리 및 템플릿을 통해 작성된 모델로 관리효율화 및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번 용역은 공동주택 BIM 도입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BIM 도입 촉진을 위한 첫 번째 단계다. 향후 진행과정에 나타나는 문제점 및 해결을 위한 연구와 공동주택 설계 및 시공, 유지관리단계에서 필요한 특화요소 발굴 및 개발 등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강은철 기자 eckang@kharn.kr
저작권자 2015.10.01 ⓒ Kharn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바 무단전제,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칸(KHARN) |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중앙로 171, 마곡나루역프라이빗타워Ⅱ 1006호 (우 07788)
대표이사 겸 발행, 편집인 : 강은철 | 사업자등록번호: 796-05-00237
인터넷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아5613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제 강서4502호
정기구독문의: 02-712-2354 | 이메일 : kharn@kharn.kr
Copyright ⓒ khar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