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영일 설비공학회 설비내진전문위원장(서울과기대 교수)

2024-04-18

“제도기반 설계지침 표준화·절차, 기계설비 효율성·일관성 높여야”
내진설계분야 연구·기술개발 지원제도 마련 시급

대한설비공학회 설비내진전문위원회는 기계, 전기 등과 같은 비구조요소 기술 발전, 내진설계 및 시공기준을 정립하고자 2017년 설립됐다. 2019년과 2022년 건축물 내진설계기준 제·개정과 2021년 국토교통부에서 연구용역을 의뢰한 기계설비 열원장비 내진설계기준(안)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또한 지난해 국가건설기준센터 KDS 내진설비 설계 및 공사기준 제정(안)을 집필했으며 설비공학회 하계·동계 학술대회 및 강연회에서 기계 비구조요소 내진설계 필요성과 기술내용을 발표하는 등 성과를 보여왔다. 현재 설비공학회 설비내진전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를 만나 기계 비구조요소 내진설계 필요성, 이슈, 내진설비 기술수준 등을 들었다. 

기계설비 내진설계 필요성은 
비구조요소는 기계, 전기 등과 같이 건축물의 고유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중요 구성요소다. 국내 지진은 해외처럼 강진이 발생하는 지역에 속하지는 않으므로 구조체의 심각한 피해보다는 비구조요소에 따른 피해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해외 지진사례에 따르면 기계, 전기 등 비구조요소 피해비용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설비가 손상되면 냉난방 및 환기 불가, 누수‧단수‧배수 및 오수처리 불가, 화재 등 2차 피해로 이어진다. 

인체에 비유한다면 기계설비는 인체를 움직이고 작동시키는 역할을 하는 장기와 혈관, 전기설비는 인체의 신경망에 해당한다. 기계설비는 인체와 같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건물기능과 안전의 핵심이 되므로 지진발생 후에도 정상적인 작동이 필요하다.  

내진설계는 지진으로부터 안전을 보장한다. 기계설비는 건물의 쾌적성, 편의성 및 안전성을 제공하는 시설로서 지진발생 시 진동과 충격에 노출되면 기계설비 기능이 손상돼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지진은 건물의 구조체에 피해를 주는데 기계설비도 예외는 아니다. 소방과 기계설비는 같은 공간에 공존해 설치 운영되고 있으며 기계설비에서 내진설계가 배제될 경우 소방시설 내진설비도 무용지물이 된다. 기계설비 내진설계는 시설물 피해를 최소화하며 사용가능한 상태를 유지시킨다. 

2015년 소방시설 내진설계기준 제정을 기점으로 화재감지 및 소화시스템은 조기경보와 신속한 대응을 통해 화재위험을 줄이는 한편 소방시설에 대한 내진설계를 강화해 건물과 거주자들을 보호할 수 있게 됐다. 지진이 발생해도 냉난방 및 환기시스템은 건물 내부 온·습도와 공기질을 조절해야 한다. 깨끗한 수돗물 공급 및 배수를 담당하는 급수 및 배수시스템은 재난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국가에서는 건물구조체에 대한 내진설계를 규정해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지진피해 대상은 기계설비도 예외는 아니며 내진설계 규정 준수를 통해 국민의 생명과 시설물을 보호해야 한다. 


기계설비 내진설계 절차적 근거는   
국가건설기준센터가 관장하고 있는 ‘건축구조기준 총칙(KDS 41 10 05 6.2)’, ‘건축물 내진설계기준(KDS 41 17 00)’에서 내진설계는 시공자가 작성한 시공 상세도서를 책임 건축구조기술사가 구조의 적합성과 구조안전을 확인하도록 규정돼 있다.
 
시공자가 공사를 하기 위한 기계설비 설계성과물은 ‘건축법 시행령’ 제91조 3항 및 ‘기계설비법’에 따라야 하며 기계설비 설계자가 모든 공정의 예산과 설치공법, 계산과 시방서 등을 검증해야 한다. 

기계설비의 특성, 장착물의 공법에 따른 지지방식, 장비 설치방법별 설치구조물 규격 및 한계, 보강지지대 추가설치 유무, 배관 및 덕트시스템 등 설계단계별로 검토를 거쳐 작성해야 한다. 기계설비 내진설계는 설계단계부터 상세한 분석이 필요하며 세부설계 및 분석은 전문기술을 갖춘 책임기술자가 참여하는 협업이 바람직하다.  
 
기계설비 내진설계는 구조물의 공간 확보, 추가 장비 설치, 시뮬레이션 등 비용과 시간이 요구된다. 이후 적용과정에서 발생하는 용도변경, 공법 및 계통 변경 등과 관련해 발주처와 협의해야 한다.  

국내 기계설비 내진설계 기술기준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기계설비 내진설계 기술수준은 설계, 분석, 모델링 등의 기술적인 완성도, 적용사례 및 안전성, 연구 및 교육, 인증제도 등에 따라 결정되는데 아직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국내 비구조요소 내진설계는 독립된 기술기준없이 외국기준을 준용하고 있다. 

건축구조기준에 지진하중 산정방법이 제시돼 있으나 지진하중을 견디기 위한 비구조요소 내진설계 방법은 미국 ASHRAE(미국 냉동공조공학회)와 일본 내진설계 시공지침을 참조하고 있다. 소화설비 내진설계와 같이 공인된 설계기준 확보가 시급하며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시험방법과 공인시험기관이 절실하다. 

내진설비 활성화 방안은 
우리나라가 지진안전지대라는 안일한 인식이 큰 문제다. 이에 따라 일반적으로 내진설계가 불필요하다고 여기고 있다. 관련학회와 협회는 세미나 및 홍보를 통해 기계설비 내진설계 중요성을 알리는 한편 대중의 인식과 이해를 높이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전문가들의 지식공유를 위한 세미나 및 워크숍을 활성화해야 한다. 

관공서, 병원, 경찰서 등은 현재 비구조요소 내진설계 의무대상이 아니지만 지진 발생 후 반드시 정상적으로 운영돼야 하는 건축물이므로 비구조요소 내진설계를 필수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기계설비 내진설계분야 연구 및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 산업체, 대학 등이 협력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정부가 연구비를 지원하고 산‧학‧연이 연구결과를 상호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발된 기술 상용화를 위한 지원정책도 마련해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계설비 내진설계분야 전문가들과 기업간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도 시급하다.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며 협업을 통해 보다 나은 기계설비 내진설계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다. 설비설계협회와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의 MOU 체결은 좋은 사례다. 국내·외 기계설비 내진설계 행사나 네트워킹 행사 등을 개최해 적극적인 교류와 협력을 도모할 수 있다.
 
기계설비 내진설계 품질과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표준과 규제도 필요하다. 표준화된 설계지침과 절차를 정립해 기계설비 내진설계 효율성과 일관성을 높이는 것이다. 기계설비 내진설계 성과를 인정하는 제도를 도입해 우수한 기계설비 내진설계 사례에 대한 인증이나 표창을 부여함으로써 기업의 자발적 참여와 열정을 유도해야 한다. 기계설비 내진설계기준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페널티를 부과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동규 기자 dklee@kharn.kr
저작권자 2015.10.01 ⓒ Kha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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