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환경제 기반 탄소중립 건축센터(C·CNB)는 1월16일 ‘C·CNB 2025 국제 심포지움’을 개최했다. 심포지움은 그랜드 인티컨티넨탈서울 파르나스 2층 아이리스홀에서 열렸으며 ‘건축물에서 탄소중립 기술’을 주제로 기조 연설과 토론회로 구성됐다.


문진우 중앙대학교 교수(C·CNB 센터장)는 인사말에서 “C·CNB는 건물 전생애주기에서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2023년 설립됐으며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13가지 핵심기술을 개발하며 실제로 적용해 2050 국가 탄소중립 달성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C·CNB는 6개 대학과 90여명 연구진, 70여 개 학술단체 및 산업기관이 협력하고 있으며 총 160억여원 연구비를 바탕으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오늘 처음으로 열리는 국제 심포지움을 통해 탄소중립과 지속가능한 건축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지며 센터가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기반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축사를 맡은 박진철 대한건축학회 회장은 축사에서 “대한건축학회는 1945년 창립 이후 80년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최대 학술연구단체로 학회 3만여명 회원을 대표해서 심포지움을 축하드린다”라며 “C·CNB가 추진하는 연구가 대한민국 탄소중립 건축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또한 “C·CNB 연구단이 순환경제 기반 탄소중립기술을 연구하며 지속가능한 건축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라며 “이번 심포지움에 함께 해주신 발표자와 토론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이번 논의가 건축분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탄소중립 위한 에너지효율성‧저장기술 필요성 강조

기조연설에서 파리보즈 하기가트(Fariborz Haghighat) 콘코디아대학교 교수는 ‘탄소중립건물-에너지수요관리’를 주제로 발표했다. 발표를 통해 에너지소비 증가의 환경적 영향을 분석하며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다각적 접근법을 제시했다.
하기가트 교수는 “1985년 이후 전 세계 에너지소비는 두 배로 증가했으며 여전히 화석연료가 에너지소비 85%를 차지하고 있다”라며 “전 세계 인구는 지난 40년간 60% 증가했으며 경제규모 역시 108% 성장했는데 이러한 요인들이 에너지소비와 탄소배출의 핵심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건축부문은 탄소배출의 핵심영역으로 전 세계 에너지소비 약 34%가 건축물과 관련돼 있으며 탄소배출의 37%를 차지한다. 이중 건물 자체에서 발생하는 직접배출은 21%를 차지하며 전력생산 등 간접배출은 11%로 나타났다.
하기가트 교수는 건축부문에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해결해야 할 주요문제점을 언급했다. 먼저 많은 국가에서 에너지효율 기준이 없거나 강제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196개국이 파리협정에 서명했지만 에너지규제가 없는 국가들이 여전히 많으며 일부 규제가 존재하더라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또한 태양광과 같은 재생가능 에너지는 높은 가능성을 보이지만 고층건물과 같이 면적이 제한된 환경에서는 실질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단점도 있다.
하기가트 교수는 “서울과 같은 대도시 고층건물에서는 태양광 패널만으로 에너지자급을 실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에너지수요와 공급 불균형도 주요과제로 꼽혔다. 낮 동안 생산된 에너지가 저장되지 못해 밤에는 사용되지 못하고 낭비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개발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기가트 교수는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건축물 설계‧시공‧해체 전 과정에서 에너지효율을 높이며 재생가능 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러 해결방안을 제시하며 특히 에너지저장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진행된 사례를 소개하며 건물 지하에 열에너지를 저장해 피크시간대 에너지소비를 줄이는 방식을 설명했다.
하기가트 교수는 “우리는 건물 기초와 콘크리트를 활용해 열에너지를 저장하며 이를 필요한 시점에 사용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라며 “이 방법으로 피크시간대 에너지소비를 줄이며 에너지수급 불균형 문제를 완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태양광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에너지저장기술과 결합해 사용해야 한다”라며 “이를 통해 낮에 저장한 에너지를 밤에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 및 공급시스템을 동시에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하기가트 교수는는 “파리협정 목표에 따라 2030년까지 건물에서 발생하는 직접 탄소배출을 50% 줄이며 간접배출은 60%까지 감소시켜야 한다”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건축재료와 공정에서 사용되는 에너지효율성을 높이며 생산 및 운송단계에서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기술개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블록체인‧디지털트윈, 건축효율 및 투명성 개선

파르자드 라이미안(Farzad Rahimian) 티사이드대학교 교수는 ‘AEC(Architecture, Engineering & Construction) 산업 디지털화를 위한 통합 BIM‧블록체인‧멀티모달 테이터 기반 디지털트윈’을 주제로 발표했다. 디지털트윈‧블록체인‧멀티모달 데이터(여러 형태 데이터를 사용하여 정보를 처리하는 기술)와 같은 최신기술을 활용한 연구와 혁신적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지속가능한 건설분야에서 성과를 공유했다.
라이미안 교수는 “건설산업에서 블록체인이 신뢰성을 확보하고 투명성을 증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라며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계약을 통해 건설프로젝트 각 단계에서 데이터신뢰성을 보장하며 부패와 오류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데이터센터(DC) 관리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블록체인과 디지털트윈 기술을 결합해 DC 자산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관리하는 방식을 설명했다. DC에는 수백만 개 자산이 있으며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디지털트윈과 블록체인이 통합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자산 이동을 추적하고 검증된 기록을 유지하며 검열 불가능한 데이터 기반을 제공해 운영효율을 크게 향상시킨다.
또한 블록체인이 스마트계약과 결합돼 건설현장 안전을 강화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건설과정에서 자재공급망을 투명하게 관리하며 공급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낭비와 비효율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라이미안 교수는 디지털트윈기술 잠재력을 강조하며 이를 활용한 여러 프로젝트 사례를 소개했다. 스톡턴 바이패스(SB) 터널 프로젝트에서 디지털트윈기술을 활용해 교통운영 및 교육 목적으로 사용한 사례를 설명하며 이 기술은 터널 내 자산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게 해 주rh 연간 약 100만유로 비용절감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라이미안 교수는 AI, IoT, 자연어처리(NLP)와 같은 첨단기술을 활용해 건축 데이터관리와 자동화된 재고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연구를 소개했다.
라이미안 교수는 “블록체인과 결합된 데이터관리시스템은 건설현장 효율성을 높이며 투명성과 신뢰성을 보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라며 “지속가능한 건설기술은 단순히 기술적 도구에 머물지 않고 사회‧환경적 책임을 통합한 접근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PCM, 에너지효율 및 실내환경 개선

스테파노 시아본(Stefano Schiavon) 버클리대학교 교수는 국제 심포지움에서 ‘사용자 만족도 모델’을 주제로 발표했다. 환경과 건축 상호작용, 열적 쾌적성, 사용자경험과 같은 주제를 다루며 최신 연구와 사례를 소개했다.
시아본 교수는 “지난 50년간 건축물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위해 단열재 활용과 건물성능 개선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건물사용자들이 실내환경에 불만족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조사에 의하면 실내공기질과 열적 쾌적성에 대한 불만족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여름철에는 여성사용자 75%가 실내가 너무 춥다고 느꼈다. 이는 에너지낭비와 사용자 불편을 동시에 초래한다는 의미다.
WELL인증과 LEED인증을 받은 건물에서는 사용자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고 언급하며 이러한 인증시스템이 실내환경개선에 기여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센서와 AI 기술을 통해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며 분석하더라도 현재 기술로는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시아본 교수는 열적 쾌적성을 측정하는 기존 PMV모델과 적응형모델 한계를 지적했다. PMV 모델은 실내온도, 습도, 의복 수준과 같은 변수를 기반으로 계산하지만 아직 이 모델 정확도는 약 34%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반면 적응형 모델은 사용자가 환경에 적응하는 방식을 고려하지만 여전히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혼동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온도가 사용자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단순히 상관관계로 해석해서는 안 되며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실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존모델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시아본 교수는 ‘개인 맞춤형 쾌적성 모델(PCM)’을 제안했다. 이 모델은 사용자 개개인 데이터를 활용해 열적 쾌적성을 예측하며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환경 데이터를 결합해 정확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싱가포르 정부와 협력해 진행한 연구에서는 6개월간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해 사용자 맞춤형 온도조절이 에너지소비를 줄이며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
시아본 교수는 “개별화된 모델은 단순히 평균적인 사용자 반응을 넘어 특정 사용자 요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아본 교수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AI와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하더라도 기술적 한계를 인지하고 사용자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라며 “미래 건축환경은 사용자맞춤형 솔루션과 에너지효율을 동시에 고려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간중심 설계, 에너지효율‧사용자 만족 기여

최준호 서던 캘리포니아대학교 교수는 ‘건물내 탄소중립: 편안함과 에너지효율 통합’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번 발표에서는 인간중심 설계가 건축환경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강조됐다. 연구진은 건축물 에너지소비와 CO2 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사용자 만족도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론을 소개했다.
특히 건물 내 △온도 △공기질 △조명 △음향 △공간활용 등 5가지 주요요소가 사용자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며 최적의 실내 환경을 위해 에너지효율과 사용자 웰빙을 동시에 달성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개별 맞춤형 환경제어 기술(Personal Environmental Control System)은 컨퍼런스에서 중요한 주제로 다뤄졌다. 이 기술은 사용자 생체신호(피부온도, 심박수 등)와 환경데이터를 결합해 개별적인 쾌적성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최준호 교수는 "사람마다 선호하는 온도와 조명이 다르므로 AI와 센서를 활용한 맞춤형 시스템이 필수적"이라며 "이러한 기술은 이미 일부 건물과 실험실에서 도입돼 긍정적인 결과를 보여주고 있으며 에너지소비를 최대 30%까지 줄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발표에서 건축환경 데이터를 수집하며 분석하는 데 사용되는 최신 센서기술을 소개했다. 예를 들어 조도를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시스템과 사용자 주변 공기질을 모니터링하는 장치 등이 포함됐다. 센서데이터는 인간의 생리적 신호와 결합될 때 더욱 정교한 환경제어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도입에는 여전히 한계가 존재한다. 높은 초기비용과 복잡한 유지보수 및 기술대중화 부족이 주된 문제로 지적됐다.
최준호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연구와 산업 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발표는 건축환경과 인간중심 기술융합이 미래 지속가능성 핵심이라는 메시지로 마무리됐다. 건물과 인간의 상호작용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솔루션을 도출하면 에너지효율과 인간 웰빙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건물 탄소중립 위한 정책 및 기술적 과제 논의






발표를 마친 후 이광호 고려대학교 교수가 의장을 맡은 가운데 토론회가 진행됐다. 이번 토론에서는 △탄소중립 △4차 산업혁명 △에너지절감 기술 등 다양한 주제가 심도 있게 논의됐다.
이윤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센터장은 AI, 디지털트윈, 머신러닝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활발히 개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용화가 미진한 이유에 대해 △경제성 △데이터 표준화 부족 △법적 제한 △전문 인력 부족 등을 지적했다.
이윤규 센터장은 "경제성 향상과 프로토콜 표준화 및 정부지원 확대가 필수적"이라며 “기술 신뢰성과 사용자 만족도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연 연세대학교 교수는 개인 공조시스템과 서머 컴포트 연구가 국내에서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로 윤리적 승인절차 복잡성과 비용 및 기후와 산업적 특성의 제약을 들었다. 사례연구와 성공적인 적용사례를 통해 고급 공조방식이 보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재동 캔자스대학교 교수는 PCM(Phase Change Material) 기술이 미국에서 6억달러 규모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향후 10억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PCM 기술이 건물 에너지절감 및 온도 조절에 효과적이며 국내에서도 연구와 도입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임재환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에너지 수요관리를 강조하며 재생에너지 활용과 국가별 에너지소스 차이에 따른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건물 단위뿐만 아니라 도시 규모의 계획적인 접근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남유진 부산대학교 교수는 “지열을 포함한 신재생 에너지가 국내에서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라며 "지열에너지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정책적 지원과 기술개발이 필요하다"고 알렸다.
2004년 이후 신재생에너지 설치 의무화법이 시행됐지만 공공건물 중심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좌장을 맡은 이광호 교수는 "오늘 논의된 내용이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이어져서 탄소중립과 에너지 절감에 기여하길 바란다"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