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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엄병환 한경대 식품생명화학공학부 교수

한반도 기후위기 대안 ‘케나프’
탄소포집·보조연료 활용 ‘에너지작물’

국지성 집중호우는 지구가 우리에게 보내는 대표적인 경고다. 화석연료를 태우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 온도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이로 인해 기후변화는 전례 없는 수준의 집중호우를 만들어내고 있다.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든 빗물에 처리되지 못한 하수가 넘쳐 홍수 재난을 연출하는 장면은 이제 계절을 가리지 않고 예고 없이 찾아오고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한국형 뉴딜에서 그린뉴딜의 추가 요구는 한반도 기후변화 영향과 대응을 심각하게 주문했다는 점에서 반가운 제안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앞서 2018년 10월30일 문재인 대통령은 새만금 비전 선포식에서 장기적 국가 기후변화 대응을 제안한 바 있다. 생태학적 접근으로 새만금을 이용한 거대한 에코시스템을 복원하는 한국형 기후변화 대응 국가적 실험을 제안한 것이다.

새만금에서 그린뉴딜 비전을 제시한 것인데 한반도 에너지전환을 위해 환경문제 및 에너지자립이라는 두 가지 핵심 어젠다를 포괄하는 전략으로 ‘그린’이 강조됐다. 새만금의 그린은 그린뉴딜 개념이 매우 구체화된 형태다. 씨앗을 뿌려 거두는 식물이며 탄소를 잡는 탄소 천적이자 에너지를 만드는 신토불이 작물 ‘케나프’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번 기고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매커니즘과 심각성을 살펴보고 그 대안으로 새만금에서 실험되고 있는 에너지작물 케나프의 잠재력을 제안하고자 한다.



한반도 기후는 안녕한가?
지난 6월24일부터 54일간 중부지방의 길고 지루했던 장마로 국민들은 충분히 기후변화의 현실을 체감했다. 장마는 매년 있었지만, 이번 장마는 달랐다. 장마 그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그 시기에 내리는 비의 강수량과 일수가 많아진다는 것은 지구가 변했거나 변하고 있다는 신호다.

기후변화가 무서운 이유는 바로 물이다. 지구의 기온이 1℃ 상승 할 때마다 공기의 수분 보유 용량은 약 7% 증가해 구름에 더 많은 물이 집중된다. 이는 특정 지역에는 극단적인 강수량을, 다른 지역에는 극단적인 가뭄을 발생시킨다. 예를 들어 극심한 한파와 초대형 폭설, 봄에 파격적인 홍수, 여름의 장기적인 가뭄 및 산불, 치명적인 태풍 등이 물의 위력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장마가 길어지고 태풍이 많아지는 반면 호주, 미국 등에서는 수개월간 꺼지지 않는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원인은 바로 온실가스다. 이산화탄소(CO₂), 메탄(CH₄), 아산화질소(N₂O) 등이 산업화와 더불어 무분별하게 대기 중으로 방출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스들이 지구에 들어오는 태양의 복사에너지를 방출하지 못하게 차단하고 있어 지구가 조금씩 열이 올라가게 된다.

이러한 온실가스는 대부분 지구에 묻혀있는 탄소형태의 물질들을 인간이 끄집어내 에너지라는 형태로 전환해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특히 CO₂의 경우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이 산소와 반응해 연소하는 공정을 거치게 되면 부산물로 생성된다. 인류가 사용하고 있는 전력, 자동차 등이 대표적인 온실가스 주범이다.

2018년 기준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인 한국의 전력 46%는 석탄에 의존하고 있다. 오늘날 전 세계의 혼잡한 도시지역에서는 12억대에 달하는 자동차와 버스, 트럭이 굴러다니고 있다. 한반도의 파괴적인 장마는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다.

우리의 아파트 난방과 식단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대부분 메탄성분으로 구성된 난방연료인 천연가스의 경우 전 지구적으로 채굴, 저장, 및 운송 중 대기로 방출되는 양이 연간 약 850억㎥ 정도다. 이는 대략 고척돔 야구장 5만개 정도에 채울 수 있는 양이다.

즐겨 먹는 소고기의 경우는 어떨까. UN 식량농업기구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현재 지구에는 약 14억 마리의 소가 사육되고 있다. 실로 어마어마한 양이다. 그 소들의 배설물에서 주로 메탄과 일부 아산화질소를 방출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5배, 아산화질소보다 300배 더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친다. 채굴에서 에너지원 활용까지 모든 과정을 살펴보면 청정연료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시베리아 영구동토가 녹으면서 어마어마한 메탄이 유출될 경우 지구가 큰 위험에 처할 것이란 경고도 있다.

그렇다면 미래의 대한민국은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 국가는 그 위기에 맞는 적재적소의 정책과 기술개발들을 실행 가능한 형태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래세대를 위해서 지금이라도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많이 늦었다.

먼저 인구학적, 역학적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 수도권 대도시 인구증가에 따른 에너지 부족, 폐기물, 공해문제를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국가적 실천능력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각 정부 부처 수장들은 구시대적 규제에 얽매여서는 안 되며 냉철하고 예민하면서 결단력 있는 전문성을 쌓아야 한다. 

둘째, 자원이 부족한 대한민국에서는 혁신을 통한 부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그럴듯한 표현이지만 정작 국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모호하다.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빅데이터는 미래의 떠오르는 자원이다. 이를 정부가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국가적 조치는 규제개선과 정보보안이 최우선으로 돼야 한다. 어떤 공공데이터를 개방하고 정보를 보호해야 하는지 판단하고 개선해 나아가야 한다. 기후변화를 현장에서 전담해야 하는 산업부, 환경부, 농식품부의 경우 정보공유는커녕 소통도 원활하지 않은 실정이다.

셋째, 한반도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변화 해결을 위한 에너지전환이다. 정부가 신속하게 에너지전환에 대한 실천적 대안을 최우선으로 제시해야 한다. 이미 전 지구의 실험은 시작됐다. 바람을 붙잡고 태양이라는 거대한 핵융합로가 만들어내는 에너지를 이용하고 풍부한 토양에서 에너지를 수확하고 기존에너지의 효율성을 높이고 늘 타고 다니는 차량을 개조하는 일이다. 

이번 정부는 대대적인 에너지 전환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에너지시스템의 급전환은 산업경제에 커다란 혼란을 줄 수 있다. 패러다임 전환의 균형과 단계가 중요하다. 기존 에너지와 새로운 에너지가 균형적으로 구성돼야 하며 단계적으로 진입하고 안정적으로 퇴각하는 이행 질서를 유지하고 추진하는 것, 그것이 정부의 에너지 정책의 근간이 돼야 한다.

넷째, 국민들의 실천적 기후변화 대응이다. 늘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뿐만 아니라 모든 생활용품을 절약해서 사용하는 것을 생활화해야 한다. 에너지를 절약하고 폐기물을 줄여야 한다. 특히 전 지구적으로 문제가 되는 플라스틱의 사용은 불편할 정도로 줄여야 한다. 

대기오염과 화석연료에서 탈피해 재생에너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더 이상 늦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대응처럼 시민들을 믿고 과감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정부가 시민보다 둔감하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



케나프, 온실가스·미세먼지·에너지원 해법
개념적인 방향 제시에 머물지 않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최근 새만금에서 실험되고 있는 케나프를 소개한다.

이산화탄소 포집, 저장, 운송, 암반층 재저장이라는 공학적 접근에서는 막대한 비용과 에너지가 투입된다. 전북 새만금에 뿌려진 케나프 씨앗은 식물재배라는 생태학적 방법으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생장 후에는 석탄 대체 발전용 연료로 활용하는 생태순환적 접근이다.

식물 활용은 생태계복원 및 지속가능 성장이라는 점에서 그린뉴딜의 핵심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척박한 간척지에 잘 자라는 이 식물은 생육 중 미세먼지인 아산화질소 흡수율이 옥수수의 66배에 달하고 이산화탄소 흡수율은 벼, 소나무보다 3배가량 높다.

에너지작물로써 케나프의 명성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케나프는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이 지향하는 수평적 지역분산전원, 태양광과 풍력의 간헐성 문제 극복과 대안, 고위발열량(4,300kcal/kg)으로 화력발전 보조원료 활용 등이 가능하다. 이에 대한 공학적 해석과 산업적 테스트는 국가R&D 재원으로 이미 검증을 마친 상태다.

또한 케나프는 현재 한국형 신토불이 에너지작물로 거듭나고 있다. 전북은 새만금 간척지 100ha(약 30만평)에 케나프를 재배해 발전원료 자립의 단초를 제공하고 온실가스, 미세먼지, 및 에너지자립화라는 여러 토끼를 잡아 그린뉴딜의 비전을 준비해왔다. 올해 5월 5ha(약 1만5,000평)에 파종했고 6월 장마 이후 케나프는 9월 현재 3.5m 생장한 상태이다.



새만금의 작물에너지화는 그린뉴딜에 왜 중요한가. 한국의 에너지원은 산업화 이후 모두 수입에 의존해왔다. 2018년 기준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인 한국의 전력 46%는 여전히 수입 석탄에 의존하고 있다. 케나프는 외국에 의존하던 대한민국의 에너지 패러다임을 국내 재배를 통해 조달하는 인프라전환의 첫 번째 시도다. 파종하고 거두고 가공하고 처리하는 전 과정은 다수의 새로운 일자리창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환경, 농업 및 에너지산업의 융합적 뉴딜 성격을 갖는다.

석유, 석탄, 및 우라늄에 의존하던 화석연료 지향에서 태양, 바람, 식물을 이용한 청정·대체에너지전환을 위해 정부는 새로운 법규, 세제 및 재정적 인센티브 확립을 서둘러야 한다. 대통령이 제안한 새만금의 케나프 비전은 국제적 지표에 맞는 제도개선을 몇 년째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비전을 실행할 법과 제도가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기업 GE의 전 CEO 잭웰치는 “외부에서 오는 변화의 비율이 내부의 변화 비율보다 높다면 종말이 가까워 진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은 종말을 기다리고 있는가, 아니면 종말에 대응하고 있는가. 그린뉴딜의 그린은 환경과 에너지 신호등의 그린을 의미해야 한다. 깨끗하고 새로운 에너지가 출발할 수 있도록 푸른 신호등을 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