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안영철 부산대 교수

2021-01-10

열회수형 환기장치 에너지효율등급제 도입 제언
B2B 납품구조로 저가경쟁 치중
기술·성능 기반 생태계 필요
10년간 발전 없어…최소요구성능에 수렴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기계기구를 통칭하는 가전제품은 크게 다섯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텔레비전·라디오 등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음향기기(스테레오·전축·인터폰 등) △전열을 이용한 조리용 전열기구(전기밥솥·전기오븐·토스터·전기쿠커 등) △난방용 전열기구(전기난로·전기담요·전기장판 등) △조명기기로서 형광등·백열전등·살균등·수은등 △모터를 사용하는 전기청소기·전기세탁기·선풍기·환풍기 등 △냉동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전기냉장고·룸쿨러 등이다.

이러한 정의에 비춰 볼 때 열회수형 환기장치는 환풍기에 속하는 가전제품으로 분류가 가능하다. 통상 가전제품은 소비자들로부터 직접 선택을 받기 때문에 가격, 성능, 디자인, 브랜드 등 복합적인 고려사항이 존재한다. 소비자들은 이러한 요소를 고려해 구매결정을 내리게 되며 이에 따라 구매 이후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사용하게 된다.

그러나 열회수형 환기장치는 이러한 관점에서 소비자가 직접 선택하지 않고 건설회사가 선정해 설치하기 때문에 가전제품이라는 인식보다 마치 엘리베이터와 같이 건축물에 종속된 부속시설물 정도의 느낌으로 대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보통의 가전제품들은 여러기업이 경쟁하며 성능을 높이고 가격을 낮추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정부에서는 ‘에너지소비효율등급’ 제도를 운영하며 에너지절약형기기에 대한 검증과 객관적인 비교를 용이하게 한다.

이러한 성능은 1~5등급으로 구분해 나타내고 있으며 일정기간 이후 해당등급의 기준을 상향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즉 2019년 1등급 제품이 경우에 따라 2020년 2등급 제품보다 에너지성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렇게 강화되는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각 가전회사들은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경쟁을 통해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는 생태계가 조성돼 있다. 

현재 열회수형 환기장치의 경우 에너지소비효율등급제도의 적용대상은 아니며 과거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실시하는 고효율에너지기자재 인증품목으로 지정돼 운영되다가 2018년 만료돼 품목제외된 상황이다.

현재는 이렇다 할 관리기준 없이 기존의 고효율에너지기자재인증 시 성능기준이었던 에너지계수 냉방 시 8 이상, 난방 시 15 이상, 유효전열교환효율 냉방 시 45% 이상, 난방 시 70% 이상일 경우만 우대하는 방향으로 적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열회수형 환기장치는 건설회사가 주요 구매고객이 되므로 납품단가에 크게 좌우되고 있다. 일정 성능기준만 충족하면 제품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반 가전제품과 같이 성능향상이나 디자인 개선 등에 대한 요구가 반영될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10년간 제품성능변화 추이 분석
환기장치 성능인증기관의 협조를 얻어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10년간 열회수형 환기장치의 성능변화 추이를 살펴본 결과 시간경과에 따른 기술개발 흔적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분석은 △풍량 300CMH 이하 제품 500여대 △풍량 300~800CMH 제품 200여대 등의 성능분포를 토대로 수행했다.

냉난방에 대한 유효전열교환효율과 에너지계수를 각각 살펴본 결과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현재도 난방 시 유효전열교환효율이 70% 수준인 제품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일부 대기업 제품이 80%대를 나타냈다. 그 외 절대다수의 제품이 75% 이하의 효율을 보이고 있다.





즉 시장에 출시할 수 있는 최소성능수준에 정확히 맞춰진 제품사양으로 생산되고 있으며 제품의 고효율화 및 고급화를 위한 동향의 변화는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특성상 지금까지의 열회수형 환기장치는 제품의 성능개선보다는 납품단가 경쟁에 집중했기 때문에 환기장치시장이 확장되고 성장해온 것에 비해 업체들은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제품의 고급화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다행히 시기적으로 미세먼지에 대한 문제로 환기장치에서의 미세먼지 여과성능 강화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고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실내환기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환기장치를 보다 고급화하고 고효율화해 새롭게 시장을 성장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건설회사 중심의 시장이 소비자중심으로 바뀌어 소비자들이 가격과 품질 등을 고려해 선택할 수 있게 함으로써 소비자 인식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제품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상당히 오랜 시간 준비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겠으나 에너지소비효율등급제도 도입 시 대부분의 가전제품과 마찬가지로 지속적인 성능개선과 기술개발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열회수형 환기장치시장의 성숙과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모두가 같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칸 기자 kharn@kharn.kr
저작권자 2015.10.01 ⓒ Kha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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