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인공지능데이터센터 진흥 및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이하 AIDC진흥법)’이 현재 국회 소관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관련업계는 법안 시행을 앞두고 실질적인 현장적용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번 법안은 일정기준 이상의 에너지효율을 갖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DC)의 경우 수도권 내 건립이 가능해질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인공지능DC, 기존 DC와 독립된 법적지위 확보
이번 법안은 AI 시대를 맞아 국가 AI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인프라로 부상한 AI DC를 국가차원의 전략 인프라로 육성하기 위해 제안됐다. 현재 인터넷DC(IDC)나 클라우드센터 등 기존 DC와는 달리 고성능 AI DC 특수성을 반영하는 별도의 정책적 틀이 부재한 상황이다.
AI DC는 고용량 전력·냉각시설·통신망이 동시에 필요한 인프라임에도 일반산업시설로 분류돼 입지 선정과 전력 증설 등에서 행정적 병목이 발생해 왔다. 또한 민간사업자가 개별적으로 DC를 구축 중이지만 이를 국가 차원의 전략인프라로 체계화하는 정책적 투자유인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법안은 AI DC의 특례 조항을 마련하고 구축 및 운영을 위한 행정절차 효율화, 기반 인프라 안정적 확보, 종합적 지원체계 마련을 통해 AI 반도체, 초거대 모델, 데이터산업과 연계되는 실질적 토대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법률안의 주요 내용은 국가와 지자체가 AI DC의 안정적 구축과 운영을 지원하는 종합계획을 수립하도록 의무화하고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을 통해 입지, 전력수급, 기술개발, 인력양성, 수도권 및 비수도권 활성화 방안 등을 포괄적으로 포함하도록 규정했다.
또한 국가AIDC진흥위원회를 설치해 관련정책을 심의하고 조정하도록 했다. 인허가 간소화, 세제감면, 금융지원, 전력 및 부지확보 지원, 수도권 구축 특례, 해외기업 유치 및 국내기업 해외진출 지원, 전담기관 지정, 의견수렴 절차 등이 마련되며 특구지정제도를 통해 특화된 지역지원 방안도 포함된다. 이와 함께 규제개선 신청절차도 마련해 현장 애로사항 해소를 위한 제도적 통로를 제공하고 있다.
법률안은 AI DC를 기존 DC와 명확히 구분해 정의하고 있다. AI DC란 대규모 데이터의 저장, 처리, 학습, 추론 등 AI 개발 및 서비스 운영에 특화된 시설로서 그래픽처리장치(GPU), 신경망처리장치(NPU) 등 고성능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 전력·공조·냉각시설 등 관련 기반 시설이 집적된 시설을 의미한다.
이는 정보통신망법상 집적정보통신시설이나 지능정보화법상 DC와는 구별되는 별도의 개념이다. 이 정의를 통해 고전력, 고집적, 고성능 요구조건을 반영한 독자적 지원·규제체계가 처음으로 법제화되는 셈이다.
정부는 법 시행 후 5년마다 AI DC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기본계획에는 발전목표 및 정책방향, 입지, 전력수급, 네트워크 연계, 기술 연구개발 및 전문인력 양성, 제도개선 사항, 비수도권 활성화 방안, 데이터 수집·보관·활용 촉진방안, 재원조달 및 공공수요 발굴 등이 포함된다. 관계 부처와 지자체는 이 기본계획을 토대로 매년 시행계획을 수립해 추진해야 한다.
또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AIDC진흥위원회가 설치되며 위원회는 기본계획 수립, 시행실적 점검, 수도권 특례 심의, 입지기준 마련, 특구지정 심의 등 핵심정책을 심의·조정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E효율 기준충족 시 수도권 입지 허용… 냉각기술 ‘핵심변수’ 부상
법안은 원칙적으로 비수도권 중심의 분산형 구축을 유도하면서도 일정 에너지효율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수도권 내 구축도 허용할 수 있도록 특례를 마련했다. 이는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현재 수도권 지역은 전력수급, 환경영향, 교통유발 부담 등을 이유로 신규 DC입지가 제한된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이번 법안을 근거로 마련될 에너지효율 기준 충족 시 수도권 내 AI DC 구축을 허용하는 특례조항은 수도권 DC 수요해소에 중대한 정책적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AI DC는 일반 DC 대비 전력 집약도가 높은 만큼 효율적 에너지관리 기술이 핵심적이다. 정부가 에너지효율성을 기준으로 수도권 내 신규 입지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냉각시스템 고도화, 고효율 전력설비, 폐열회수 등 고효율 인프라 투자를 적극 유도하려는 정책적 의도로 해석된다.
실질적으로 수도권 내 초고성능 AI연산센터, 초거대모델 트레이닝 전용센터 등의 입지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특히 AI DC의 에너지효율성을 좌우하는 핵심분야로 냉각시스템이 지목된다. AI 학습용 서버는 고성능 연산처리로 인해 막대한 발열을 동반하며 이를 안정적으로 제어하기 위해서는 고효율 냉각설비 구축이 필수적이다. 최근 액침냉각(Immersion Cooling), 수랭식 냉각(Direct Liquid Cooling), 프리쿨링(Free Cooling) 등 다양한 차세대 쿨링기술이 실증 적용되고 있으며 이러한 설비기술이 수도권 입지허용 기준충족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DLC(Direct Liquid Cooling), D2C(Direct to Chip), 액침냉각 등 수랭식 쿨링기술은 공기냉각 대비 냉각효율을 최대 90% 이상 향상시키고 서버 밀집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동시에 전력사용효율(PUE) 지표개선을 통해 에너지소비 총량을 줄이면서 전력계통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어 정부가 수도권 내 AI DC 입지허용을 위한 평가기준으로 이러한 고효율 냉각기술 도입 수준을 적극 반영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더해 폐열회수 및 활용기술도 병행될 경우 DC의 에너지자립성 및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정책적 평가를 더욱 유리하게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법안은 조세특례제한법, 지방세특례제한법 등과 연계해 AI DC 구축에 필요한 각종 조세감면을 적용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특히 폐열회수기술, 단열기술, 액침냉각기술 등 고효율 기술개발 투자에 대해서는 세제상 및 금융상의 추가지원이 가능토록 명시됐다.
또한 전력계통 연계 시 AI DC 수요를 우선 반영하도록 했으며 송전계통부담금 감면 등 전력관련 비용경감 방안도 포함됐다. 냉각에 필요한 공업용수 공급지원, 적합부지 확보지원, 전용 전기요금제 도입 등을 정부가 적극 검토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AI DC에서 공공 및 민간데이터를 안전하게 수집·보관·학습·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추진하며 초거대 AI모델 개발에 필수적인 대용량 데이터 확보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법안의 핵심 중 하나는 ‘AI DC 특구제도’의 도입이다. 정부는 국가균형발전 및 제조업 연계강화를 위해 특구를 지정할 수 있으며 분산에너지특화지역과 연계해 분산에너지 투자도 지원할 계획이다.
특구에 입주하는 기업은 전력공급시설, 용수공급시설, 신재생에너지설비 등 기반시설 설치비를 전부 또는 일부 지원받을 수 있으며 보조금 지급, 각종 부담금 감면, 국유·공유재산 사용료 감면, 부지매입 및 임대, 신용보증 우선지원, 설비투자비 및 서버·스토리지 취득비 지원 등 패키지형 종합지원을 받을 수 있다.
법안은 또한 해외 글로벌기업의 국내 투자유치 및 기술제휴 활성화를 위한 정부시책을 마련하고 국내기업의 해외진출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도 포함시켰다. 이와 함께 정부는 전담기관을 지정해 법 집행의 효율성을 높이고 실태조사를 통해 정책수립에 필요한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AI DC 특구 내 입주기업과 연구기관 등은 과기부장관에게 규제개선을 신청할 수 있으며 관계기관은 15일 내 검토결과를 회신해야 한다. 실증특례 부여를 포함해 규제자유특구, 산업융합촉진법, 정보통신진흥법상 특례제도와 연계돼 현장규제를 신속히 조율할 수 있도록 제도적 통로도 확보된다.
업계는 이번 법안이 실질적인 제도 전환점을 마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패스트트랙형 인허가 간소화 시스템과 특구 내 종합지원제도는 부지확보, 전력수급, 자금조달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제야 AI DC에 특화된 법제도가 구축되기 시작했다”라며 “이번 법령이 얼마나 빠르게 통과될지, 구체적 하위법령과 시행령이 어떻게 설계될지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법령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진흥위원회 구성방식, 수도권 특례기준, 세제지원 범위, 전기요금제 개편, 특구지정 기준 등 주요 세부사항이 대통령령 및 시행령에서 추가 논의될 예정이다.
정동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번 법률안은 단순한 지원법이 아니라 AI DC 산업 전체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재정의하고 핵심 인프라로 체계화하려는 입법적 시도로 평가된다. 향후 국회 논의과정에서 세부조문 정비와 업계 의견수렴이 병행된다면 대한민국 AI 생태계의 실질적 경쟁력 확보에도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