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건축학회는 7월30일 서울 방배동에 위치한 건축회관에서 ‘기후변화 대응 지속가능한 목조건축 활성화 국제세미나’를 개최하고 탄소중립 시대를 위한 목조건축의 역할과 활성화 방안을 집중 조명했다.
이번 세미나는 대한건축학회 미래비전기획원, 탄소중립건축원, 목조건축위원회가 공동 주관했으며 국토교통부와 산림청 관계자, 국내·외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번 세미나에는 △목재로 빚은 마천루와 거대공간(마르쿠스 아이젠만 오스트리아 비아크 세일즈매니저) △국내 기후변화 대응 목조건축 활성화 정책(이성진 산림청 목재산업과장) △EPD 기반 기후변화 대응 탄소중립 목조건축 활성화 방안(이명식 건축학회 미래비전기획원장) △탄소중립 시대의 건축설계 패러다임: 건축물 생애주기별 탄소배출 저감기술과 정책(윤용상 건축학회 탄소중립건축원 운영탄소센터장) 등 4건의 발표로 구성됐다.
패널토론은 이태구 건축학회 탄소중립건축원장이 좌장을 맡아 △홍성준 국토부 녹색건축과장 △김선형 전남대학교 건축디자인학과 교수 △김수민 연세대학교 교수(대한건축학회 목조건축위원장) △강승희 한국목조건축협회 회장 △이상준 국립산림과학원 목재공학연구과 임업연구관 등이 참석해 진행됐다.

박진철 대한건축학회 회장은 이날 세미나 개회 축사를 통해 목조건축의 역사적 의의와 기후위기 시대의 전략적 가치를 강조했다.
박진철 회장은 “목조는 인류가 가장 먼저 사용한 건축 재료이자 오늘날 탄소중립을 위한 친환경 건축재료로서 재조명되고 있다”라며 “건축학회가 주축이 돼 목조건축 제도화와 기술적 기반확립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특히 박 회장은 “우리나라 산림이 국토의 65%를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구조재로 활용가능한 목재생산량은 여전히 부족하다”라며 “이는 단순히 자원 문제를 넘어 과학적 산림관리와 목재 가공기술의 체계화가 동반돼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려·조선시대에도 목조건축이 활발히 이뤄졌던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현대적 기술을 결합해 다시금 목조가 주류 건축방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책적·산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건축학회는 미래비전기획원, 탄소중립건축원, 목조건축위원회를 중심으로 학술·정책·기술을 통합한 대응전략을 준비해왔다”라며 “이번 세미나는 산림청, 국토부, 그리고 해외 목조건축 선도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그 결실을 보여주는 자리”라고 평가했다.
박 회장은 “국회 발의 중인 목조건축 활성화 법안, 탄소중립기본법, 녹색건축인증제도 등과 연계해 목재사용 확대를 위한 실질적인 제도적 틀을 갖춰야 한다”라며 “공공건축을 시작으로 민간까지 확산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건축학회는 탄소중립 건축의 실현과 한국형 목조건축 모델의 정착을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정책 제안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고층·대공간 목조건축, 이미 유럽에선 현실”
오스트리아의 목조건축 전문 기업 비아크(WEIHAG)의 마르쿠스 아이젠만(Markus Eisenmann) 세일즈매니저는 “목조건축은 더이상 소규모 저층건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라며 “유럽에서는 이미 40층 이상의 고층 빌딩과 100m 이상 대공간을 목재로 구현하고 있다”고 밝히며 유럽의 고층·대공간 목조건축 사례를 공유했다.
아이젠만 매니저는 “목조건축이 가능하려면 단순한 자재사용이 아닌 생산·시공 전 과정이 정밀하게 설계된 산업화 구조가 필요하다”라며 “비아크는 이를 위해 공장에서 사전 제작·조립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비아크는 170년 전통의 가족경영 목조건축 전문 기업으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인근 알타이밍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연간 약 8만㎥ 규모의 목재를 생산하고 있다. 회사는 런던, 슈투트가르트, 빌바오 등 유럽 각지에 지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2010년 영국 철도역사, 2018년 40층 고층 목조건축물 시공을 시작으로 고층화·대형화 기술력을 입증해왔다.
특히 아이젠만 매니저는 “2022년부터 고층 목조건축을 위한 전용 생산시설을 확충하며 산업화·표준화를 통해 구조 안정성과 시공효율을 모두 확보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비아크는 자재건조부터 패널화, 조립, 현장설치까지 일련의 공정을 내재화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설계도면 기반의 정밀시공과 시공기간 단축을 동시에 실현하고 있다.
또한 그는 “목재는 경량화, 조립성, 탄소저감 효과 등 다방면에서 친환경성과 효율성을 겸비한 건축자재로 구조 설계자와 건축가 간 초기협업을 통해 설계부터 시공까지 통합된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표는 국내에서도 고층 및 복합 용도의 목조건축 도입 가능성을 가늠케 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아이젠만 매니저는 “비아크의 경험과 기술은 목조건축의 공공성, 안전성, 경제성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라며 “한국에서도 목조건축산업의 시스템화와 정량적 기반마련이 병행된다면 빠른 시일 내 확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림 순환적 이용 통해 탄소흡수 극대화해야”
산림청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단순 녹화에서 벗어나 ‘순환적 산림경영’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성진 산림청 목재산업과장은 “이제는 산림을 적절히 벌채하고 이를 목재로 활용한 후 재조림하는 순환시스템을 통해 탄소흡수 능력을 지속가능하게 유지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 과장은 “우리나라 산림의 80%는 31년생 이상으로 탄소흡수 능력이 정점을 지나 감소단계에 있다”라며 “지속적인 탄소흡수를 위해서는 오래된 나무를 베어 활용하고 다시 어린나무를 심는 산림순환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산림청 분석에 따르면 국내 산림의 연간 생장량 대비 벌채율은 20% 수준으로 OECD 평균인 50~60%에 크게 못 미친다.
이 과장은 “벌채 후 목재를 구조재로 사용하면 평균 35년간 탄소를 저장하는 효과가 있다”라며 “종이(2년), 인테리어 보드류(25년) 등과 비교해 구조용 목재의 탄소중립 효과가 가장 크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목조건축은 단순한 친환경 대안이 아니라 구조적 탄소저장 수단이자 자원안보 차원에서도 국산목재 활용 확대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산림청은 향후 공공건축물에서 일정 비율 이상 목재를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과장은 “신재생에너지 의무화처럼 공공건축물에 목재사용 비율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이를 녹색건축인증 등 제도와 연계하면 실질적인 확산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현재 국민인식은 여전히 ‘나무를 베는 행위는 환경파괴’라는 오해가 있지만 과학적 산림관리와 활용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전략”이라며 “인식개선과 제도적 기반마련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목조건축, 정량적 EPD 데이터 기반구축 시급”
목조건축이 탄소중립 건축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전 생애주기(LCA)에 걸친 정량적 환경정보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명식 건축학회 미래비전기획원장은 “목조건축의 탄소저감 효과를 입증하고 정책과 설계에 반영하려면 환경성적표지(EPD: Environmental Product Declaration) 기반 데이터 체계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국내에는 아직 목재자재 EPD가 존재하지 않아 정량적 평가나 타 구조재와의 비교가 불가능한 상태”라며 “현재 추진 중인 목조활성화 정책들이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선 목재의 생산·가공·시공·폐기까지 전 주기적 탄소배출량을 수치화할 수 있는 기준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표에 따르면 EPD 구축은 ISO 14025, EN 15804 등의 국제표준에 따라 △원재료 추출(A1) △운송(A2) △제조(A3) △시공(A4~A5) △운영(B1~B7) △수명종료(C1~C4) △재활용(D) 등으로 나눠 단계별 탄소배출량을 계량화하는 방식이다. 특히 EPD는 단순 수치제시를 넘어 타 자재와의 탄소배출 비교, BIM 데이터연계, 설계 의사결정 기준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 가능하다.
그는 “유럽은 이미 침엽수 원목 기준 EPD 데이터에서 A1~A3 단계 탄소흡수량 -870kg, 가공 배출량 157kg로 순저감량 -718kg의 구체적 수치를 제공하고 있다”라며 “이러한 데이터 기반 접근없이는 국내 민간시장 확산은 물론 정책타당성 확보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산 목재자원의 활용도 EPD 기준으로 정량화돼야 예산투입 정당성과 효과성을 입증할 수 있다”라며 “이를 통해 민간시장에서도 신뢰기반 수요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설계·시공 프로세스에서도 EPD 기반 정보가 설계 초기단계부터 반영돼야 하며 이를 통해 내재탄소 저감설계가 체계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내재탄소 정량화·등급제 도입, 목조건축 활성화 핵심”
탄소중립 건축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건물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온실가스 배출량의 정량화와 표준화된 인벤토리 체계가 필수라는 제언이 나왔다.
윤용상 건축학회 탄소중립건축원 운영탄소센터장은 “현재 내재탄소와 운영탄소를 모두 고려한 전 생애주기 기반의 온실가스 관리체계가 시급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센터장은 “국내에서도 LH는 내재탄소 제로화 로드맵을 수립하고 있으며 패시브·액티브 기술과 BEMS를 융합해 운영탄소 제로를 지향하고 있다”라며 “이러한 사례는 제도화된 인벤토리 구축 필요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발표에 따르면 내재탄소는 원자재 추출부터 시공, 해체 및 폐기까지 건축자재 사용과 관련된 모든 탄소배출을 포함하며 운영탄소는 사용단계에서 발생하는 에너지기반 배출을 의미한다. 특히 현재 운영탄소는 점차 제로로 수렴하고 있어 향후에는 내재탄소가 전체 건물배출량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윤 센터장은 영국사례를 인용해 “단위면적당 내재탄소 배출량에 따라 G부터 A++ 등급까지 나누는 등급제를 도입하면 산업 전반에 걸쳐 저탄소 자재사용을 유도할 수 있다”라며 “목재는 A1~A3 생산단계에서 마이너스 배출을 기록하는 대표적 저탄소 자재로 제도화된 정량수치가 구축되면 시장경쟁력이 급격히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국내 건물도 설계단계부터 자재별·부위별 내재탄소를 계량화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통해 어떤 부분에서 탄소감축이 가능한지를 파악하고 설계에 반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내재탄소 관리기준은 향후 탄소배출권, 녹색건축인증, ESG 평가 등과도 직결될 수 있으며 목조건축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목조건축, 민간확산 설계표준·정량 데이터·제도적 인센티브 등 시급”
이번 세미나에서는 발제 이후 정부, 학계, 산업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패널토론을 통해 목조건축 활성화를 위한 현실적 과제와 해법이 집중 논의됐다.
토론은 이태구 건축학회 탄소중립건축원장이 좌장을 맡았으며, 홍성준 국토부 녹색건축과장, 김선형 전남대 교수, 김수민 연세대 교수, 강승희 목조건축협회 회장, 이상준 국립산림과학원 박사가 패널로 참여했다.
김선형 전남대 교수는 “목조건축은 구조방식, 설계 프로세스, 행정절차 등 모든 면에서 기존 철근콘크리트와 다르기 때문에 단순한 기술전환이 아닌 ‘사고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라며 “목조건축 설계는 구조적 특성상 초기단계부터 설계자, 엔지니어, 시공자 간 긴밀한 협업이 필수인데 현재 국내 발주구조는 이러한 협업이 불가능한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도심형 저층 상업건축에 적용 가능한 ‘표준화된 설계 모델’을 마련해 민간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라며 “지하층은 콘크리트, 지상부는 공장에서 제작된 경량목조로 시공하는 하이브리드 구조가 도시환경에 적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설계 공수도 콘크리트 대비 체감상 1.5배 이상이며 현장 조정이 불가한 목조건축의 특성상 공정의 전 과정을 사전에 통제할 수 있는 ‘디자인-빌드(Design-Build)’ 방식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홍성준 국토부 녹색건축과장은 “목조건축 필요성에 공감하며 통상적인 정책제안을 위한 세미나에는 정부가 정책추진의 제약사항을 주로 설명하게 되지만 목조건축과 관련해서는 정부와 산업계의 지향점이 같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며 “다만 실질적인 정책 설계에서는 ‘얼마의 예산으로 얼마만큼의 탄소를 줄일 수 있는가’를 입증할 수 있는 데이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현재 목조건축 활성화법 제정을 추진 중이며 공공건축 중심의 초기적용은 무리 없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제했다.
다만 그는 “예산당국을 설득하려면 내재탄소 절감 수치를 정량화하고 표준화된 산정방식이 마련돼야 한다”라며 “민간의 자발적 확산을 위해서는 건축주 입장에서의 ‘경제적 메리트’ 제시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목조건축 초기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민간이 자발적으로 선택하도록 유도하려면 세제혜택, 용적률 인센티브 등 실질적 유인책이 뒷받침돼야 할텐데 이를 위한 예산확보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김수민 연세대 교수는 “신재생에너지 의무화처럼 공공건축에 일정비율 이상 목재를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라며 “목조건축은 구조적·건축적 하이브리드가 일반화돼야 하며 전체 건축물에서의 목재사용량 확대가 목표가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녹색건축인증이나 탄소중립인증에 목재사용량을 반영하는 지표를 포함시켜 제도적 연계를 강화하고 별도의 ‘목조건축 인증제’ 도입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승희 목조건축협회 회장은 “목조건축산업은 주문생산 체계로 움직이기 때문에 표준화되지 않으면 생산계획 수립 자체가 어렵다”라며 “국내에는 아직 규모화된 공장시스템이나 설계표준이 미비해 산업전반의 효율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수요가 일정수준 이상 확보돼야 기업이 설비투자에 나설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정부 주도의 초기수요 창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상준 국립산림과학원 박사는 “국산 목재에 대한 품질표준과 공학적 특성에 대한 신뢰확보가 병행돼야 한다”라며 “장기적으로는 국산목재 공급안정성과 성능데이터 확보가 목조건축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산림자원의 순환적 활용과 동시에 목재의 구조용 정밀가공기술, 방화성능 확보기술 등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패널토론은 목조건축 활성화를 위한 각계의 현실인식과 방향성 차이를 조율하며 민간확산을 위한 기술·경제·제도 삼박자의 병행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정량적 근거 기반’의 정책추진, 설계표준화, 제도적 인센티브 설계가 향후 국내 목조건축산업 발전의 핵심 열쇠로 부상하고 있음이 강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