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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미코, 건물에너지원 수소화 ‘맞손’

SOFC실증진행… 전력공급 안정성·친환경성 입증

최근 서울시가 ‘친환경도시 서울’을 만들고자 건물에너지원 수소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소차, 수소충전소를 넘어 중·대형민간건물에 건물용연료전지를 도입하기 위해 미코가 개발한 2kW급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를 8월부터 서울물연구원에서 실증운전하고 있다.


서울시가 테스트베드를 제공하고 미코가 민간사업자로 참여하는 이번 실증운전은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에너지기술개발사업으로 추진한 ‘kW급 건물용 SOFC시스템 실용화 기술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전액 국비지원을 받아 진행된다.


차세대 친환경연료전지 ‘SOFC’
3세대연료전지로 불리는 SOFC는 도시가스, 수전해 수소는 물론 음식물쓰레기, 축산분뇨 등 바이오가스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어 보다 친환경적인 연료전지로 평가받는다.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을 통해 전기에너지와 열에너지를 생산하는 수소연료전지는 연료를 태우지 않고 에너지를 생산해 미세먼지, 질소산화물(NOx), 이산화탄소(CO₂)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저감에도 기여한다.


다른 CHP(열병합 발전, Combined Heat and Power)에 비해 열 대비 전기효율 비율범위가 넓은 SOFC는 높은 전기효율 확보가 가능하고 귀금속 대신 세라믹을 전해질로 사용해 강한 내구성과 높은 경제성을 보인다.



전해질의 종류에 따라 △PEMFC △PAFC △MCFC △SOFC로 구분되며 이중 SOFC는 발전효율이 45~60% 수준으로 가장 높아 건물관리를 위해 24시간 전력이 필요한 곳에 적합하다. 또한 이미 완비된 도시가스배관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중·대형건물이 많은 서울 등 대도시에 안성맞춤이다.


국내기업의 SOFC기술력은 이미 실증단계에 이르렀으며 오는 2020년 상용화될 예정이다. 공기를 흡입해 전력과 열을 생산하는 SOFC는 자가발전설비로서 가치를 지닌다. 지난 2011년 9월 사상초유의 대규모 정전사태(blackout) 발생 이후 국내에서도 독립전력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전력자립률을 높이고 전력 공급·수요자간 불일치로 야기되는 사회적갈등도 해결하는 방안으로 SOFC를 서울시가 주목한 셈이다.


블랙아웃 해결책으로 부상
서울시 신재생에너지팀의 관계자는 “대도시 서울은 블랙아웃이 발생하면 경제적 손실은 물론 다수의 인명피해 우려도 있어 전력자립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라며 “전력공급위기에도 도시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발전효율은 높으면서도 단위면적당 부피는 줄일 수 있는 SOFC를 공공건물뿐만 아니라 중·대형민간건물에도 적극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가 주목하는 방식은 소규모 독립형전력망인 마이크로그리드(Microgrid)다. 한전의 전력독점공급이 이뤄지는 현시점에서 이를 당장 도입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르지만 실제로 한전에서도 마이크로그리드 구축사업을 위해 R&D용역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은 에너지사용량의 절반 이상을 건물에서 소비하고 있어 건물에너지원 자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SOFC는 작동온도가 700℃가 넘어 정상운전이 이뤄지기까지 12시간가량 소요되지만 한번 가동하면 쉽게 끄기 어려운 점을 역이용해 분산발전은 물론 병원, 데이터센터 등에서 비상전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가치를 지닌다.


환경영향평가 대상 건물부터 우선 적용
현재 서울시에는 녹색건축물 인증 가점을 목적으로 설치한 PEMFC가 이미 존재한다. 다만 전기에너지효율이 35% 안팎에 그쳐 대부분의 건물에서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서울시의 관계자는 “연료전지의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산업통상자원부의 KS인증에 SOFC가 빨리 포함돼야 한다”며 “서울시에서도 인센티브를 적극 부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서울시는 연면적 10만㎡ 이상 환경영향평가 대상 건축물의 경우 건물에너지사용량의 18%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오는 2020년부터는 20% 이상으로 상향될 예정이다. 또한 연면적 3,000㎡ 이상 신축건물도 규모별 9~11%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설치토록 하고 있다.


신축건물의 신재생에너지비율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제로에너지건축물 수준에 이르는 것이 서울시의 최종목표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중 서울시가 발표할 ‘신·재생에너지 시설의 에너지생산량 산정지침 개정고시’에 SOFC원별보정계수도 포함할 예정이다.


수소는 현재 산업단지의 부생수소와 화석연료 등을 통해 얻고 있어 이산화탄소(CO₂)배출 등 온실가스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SOFC 역시 경제성이 낮은 수전해나 바이오가스 대신 천연가스를 개질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서울시의 관계자는 “SOFC가 수전해나 바이오가스 등에서 에너지원을 얻는 그린수소를 사용하는 단계에 이르면 인명피해를 야기하는 기후변화까지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며 “탄소배출권 등에 동참하고자 자체 생산한 에너지를 거래하는 로드맵까지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미코, 순수 국내기술로 SOFC시장 선도

반도체리페어 전문기업 미코는 정밀세라믹 소재·부품제조 및 코팅기술을 보유한 글로벌엔지니어링기업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SOFC제작에 필요한 단전지(cell)·스택(stack)·시스템(system) 등 모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SOFC의 스택이 세라믹인 점에 착안에 SOFC개발에 뛰어든 미코는 현재 서울시와 2kW급시스템 모델인 ‘TUCY’를 실증운전하고 있다. 해당 제품은 국내 최고 발전효율(51.3%)을 자랑할 뿐만 아니라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대비 설치면적도 최소화할 수 있는 도심형 발전이다. 또한 일산화탄소(CO) 배출농도도 한국가스안전공사(KGS) 발표 기준 0.0001%에 불과하다.


현재 2kW급 TUCY는 흡기·배기연도(FF배관), 수전·발전 전원부, 연료·전력측정용 계측기, 소형분전만 등에 설치·가동 중으로 미코는 기존에 설치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설비와 시너지를 이루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또한 중·대형건물과 달리 가정용건물에서는 전력가동률이 높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 SOFC에서 나오는 고온의 물을 난방용으로 활용하는 전략도 구사할 계획이다.


미코의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2kW급시스템과 8kW급시스템이 내년에 추진될 산업부의 KS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라며 “오는 2020년 초에는 8kW급을 상용화해 시장모델로 선보인 후 2020년 말까지 분산발전용 50kW급시스템 개발에 성공하는 것이 중장기 목표”라고 전했다.


미코는 2kW급시스템 상용화를 위해 지난 7월10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협업해 처음으로 실증운전을 시작한 후 7월17일에는 전북 부안군 구 관사 내에 족욕장 용도로 설치해 주민복지향상에 기여했다. 이후 7월24일에는 서울시와 MOU를 체결해 전력사용에 대한 실증을 진행 중이다.


기존 PEMFC보다 앞선 발전효율을 기반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오는 2020년 말에는 해외시장 진출에도 적극 나설 계획으로 규모의 경제에 따른 원가절감을 꾀한다.


미코의 관계자는 “지난 6월 이탈리아에서 TUCY에 관심을 보이며 러브콜을 해왔다”라며 “이집트, 사우디 등 중동지역에서도 석유고갈 대비책으로 SOFC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