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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설비, 독립지위 인정 및 제도개선 따라야…”

설비공학회, ‘제4회 설비포럼’ 개최

대한설비공학회(회장 강병하)가 건설분야에서 기계설비의 독립된 지위를 인정하고 그게 상응하는 정부의 제도개선 및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설비공학회는 13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설비분야 발전방안’이라는 주제로 제4회 설비포럼을 개최했다. 안충환 국토교통부 건축정책관, 박덕준 사무관, 홍희기 경희대 교수, 박성룡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등 산·학·연 및 업계 관계자 50여명이 참석해 의미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사회를 맡은 홍희기 설비포럼 추진위원장(경희대 기계공학과 교수)은 “건물분야는 최종 소비에너지의 25%를, 그중 설비가 70%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라며 “그동안 창호, 단열재 등 패시브 요소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고효율 에너지설비, 건물에 적용가능한 신재생에너지설비, BEMS에 집중해야 할 시간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또한 기계설비 분리발주 필요성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고 저가수주 관행에서 벗어나 온실가스 저감 운용이 탁월한 우수제품 개발과 보급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안충환 정책관은 축사를 통해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문제로 인해 건축물의 에너지효율, 설비시스템의 설계나 설치 및 유지관리가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라며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건강, 안전, 행복한 선진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 학계가 힘을 합쳐 역량을 결집해야 하기 때문에 오늘 포럼에 참석한 많은 전문가들이 고견을 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병하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기계설비산업은 냉난방, 환기, 급수, 급탕, 위생 등 자동제어시스템을 통해 건물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시켜주는 산업으로써 인체에 비유하자면 신장 및 호흡기, 신경계 등에 해당되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라며 “최근 에너지효율 향상으로 온실가스 감축의 실질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총 건설금액대비 기계설비분야의 비중이 점점 증가해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기계설비분야가 처한 상황을 파악하고 발전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유호선 숭실대 교수가 ‘신기후체제 하 한국 기계설비산업 재조명’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유호선 교수는 △신기후체제와 대응 △기계설비산업 재조명 △기계설비산업 도전과 응전이라는 3가지 파트로 나눠 발표를 진행했다.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파리에서 열린 당사국 총회의 협정내용을 토대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배출을 전망치대비 37%까지 감축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자발적 감축을 위해 그 방안을 열심히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온실가스배출을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에너지분야에서 감축에 기여할 수 있는 전략적 방안 논의가 시급하다.

이를 위해 기계설비산업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 △쾌적한 인간생활 환경 △최적의 제품생산환경 제공 △생산활동에 필요한 유틸리티 공급 △보관, 유통물품의 가치보존 △재난으로부터 생명과 재산 보호 등 기능이 복합된 집단에너지시스템으로 에너지시스템이 그 핵심이다.

특히 전체 에너지사용량에서 건물부문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기계설비는 건물부문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에너지효율화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 감축 잠재력이 큰 분야 중 하나다.

기계설비산업의 발전을 위해 연간 1조원 이상의 매출역량을 갖춘 전문업체들이 다수 배출돼야 하며 기계설비산업을 위한 법이 제정돼야 한다. 또한 종합건설회사의 패러다임 전환, 기계설비업체 EPC 수행능력 구축, 해외사업 독자적 진출 등 목표를 세우고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

분리발주‧인재양성 등 문제해결 ‘시급’
주제발표가 끝나고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박진철 중앙대 교수가 좌장을 맡고 △박종일 동의대 교수 △강기호 한국설비연구 대표 △박덕준 국토부 사무관 △조현일 한국기계설비건설협회 본부장 △권혁중 한국냉동공조산업협회 상무 등이 패널로 참석해 기계설비산업 발전에 대한 열띈 논의를 펼쳤다.

좌장인 박진철 교수는 “현재 기계설비산업은 건설의 한 부분으로 취급되며 분리발주, 규제 등 여러가지 불이익이 많다”라며 “오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소관부처인 국토부와 함께 기계설비산업 발전에 대한 토론의 장이 열렸다”고 말했다.

박종일 교수는 “현재 기계설비산업은 전체적인 상황을 조정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부족하다”라며 “지금까지는 시공단계까지만 검증이 이뤄지고 있는데 향후에는 운영과정에서도 시공 시 요구된 성능을 지속적으로 만족하고 있는가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기계설비분야는 건설, 환경, 에너지, 안전 등 여러 관련법에 흩어져 있는 상황이다. 각 법들과의 중복이나 현실성 결여와 더불어 토목이나 건축분야에 비해 정확한 기준들이 마련돼지 못해 문제가 심각하다.

현재 기계설비가 전체 에너지소비량의 16%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선진국형으로 나아갈수록 이 비율이 30~40%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돼 효율적인 설비 및 적정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강기호 대표는 “지금 대학을 졸업한 많은 사람들이 청년실업을 겪고 있지만 정작 기계설비산업에서는 좋은 인력을 받아들일 수 없는, 그리고 오지도 않는 구조가 형성됐다”라며 “자동차, 반도체, 중공업 등 연봉 높은 분야에 비해 엔지니어링쪽은 그만큼 처우가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기계설비업계가 설계주권을 갖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건축사가 설계하고 도와주는 현 상황에서 기계설비인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해 업계에 종사한 지 3년을 버티지 못하고 등을 돌리는 일이 파다하다. 이러한 관행이 개선되지 못하면 설비엔지니어링의 진흥은 이뤄질 수 없다는 주장이다.


조현일 본부장은 “현재 기계설비분야는 1960년대 만들었던 법 테두리 안에 갇혀 선진화가 불가능하다”라며 “최소한 녹색건축물에서라도 설계, 시공, 유지관리 기준이 하나로 통합돼 독자적인 위치를 확보할 수 있는 지위를 주고 하도급이 아니라 원도급할 수 있는 길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은 크게 토목, 건축, 기계, 전기로 구성되는데 1950년대는 건축에 사용되는 기계 자체가 변변치 않아 건축의 일부로 취급됐다. 지금은 녹색건축을 실현화하는 핵심전략으로 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를 이용, 벨류엔지니어링을 구축할 수 있는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토목, 건축과 분리돼야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 2014년 에너지 전체 소비량은 215조원으로 96%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가 대표 먹거리 산업이라는 반도체로 열심히 벌어봤자 에너지비용으로 다시 빠져나가는 상황이다. 건축부분의 에너지소비가 30%를 차지하고 있는데 여기서 10%만 줄여도 3조원가량을 절약할 수 있어 기계설비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현재 전기나 통신은 별도의 법으로 관리를 받고 있지만 기계설비는 1960년대 만든 법 안에 갖혀 있다. 같은 현장에서 건축은 공사비의 75%, 전기는 80%로 수주 받고 있는데 기계설비는 55%에 계약이 이뤄지는 만큼 독립된 지위의 인정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권혁중 상무는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1970년대 일본에서 가져온 고압가스 관련법이 냉동기산업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라며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고 세계 냉동공조산업 규모는 조선업보다 훨씬 큰 1,700억불 정도로 우리나라는 중국, 미국, 일본에 이은 4위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2013년 브라질에 4위를 내어줬다”라며 법적인 규제를 풀어 자율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상무에 따르면 제로에너지건축 접근에 가장 유리하고 좋은 방법으로 공기열원인데 신재생에너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업계의 어려움이 크다.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은 포함하고 있는 만큼 법적인 제약을 풀어주면 업체들이 국내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또한 분리발주가 되더라도 업체는 상전만 바뀔 뿐 같은 입장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더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 건설사와 직접 연결하는 것보다 부도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처럼 선취득권이라든지 법적인 보완도 수반돼야 한다.

박덕준 사무관은 “발제내용과 패널들의 의견으로 실제 필드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들을 잘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라며 “온실가스 감축목표 37% 중 21.7%가 국내 감축분인 상황에서 정부 각 부처는 목표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작성하고 있고 올 여름경에 전체 계획이 발표가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패시브적인 요소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엑티브 요소까지 포괄적인 접근이 수반될 계획이다. 특히 제로에너지건축에 있어 단순하게 단열, 기밀을 넘어 부하 감당을 위한 고효율설비, 신재생설비 등의 비중이 높아질 예정이다. 또한 발주방식, 인재양성 등에 관한 의견도 검토가 필요하다.

이어 그는 “녹색건축과 기계설비에 대한 정책을 더욱 세련화하고 유지관리, 운영단계에 적용되는 방안을 만들어 낼 계획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