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명석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2021-01-10

“감염병 대응 기술·설계 검증시스템 만들어야”
이동형 음압병실·모듈러 음압병동 등 활용 필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경제적 여파로 대다수의 국민과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규모 확산세가 발생할 때마다 중증환자를 위한 음압병실의 숫자가 한계에 달했다는 소식도 심심치않게 전해지고 있다.

최근 해외에서는 백신접종이 시작되고 있으며 치료제 개발에 대한 소식도 간간히 들려오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만 끝난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사스, 메르스 등 감염병 유행이 주기적으로 발생해왔고 앞으로도 새로운 질병 혹은 변종 바이러스가 언제 다시 인류를 위협할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명석 서울대 교수를 만나 현 상황을 진단하고 포스트코로나 시대 새로운 감염병에 대한 대응방안을 들어봤다.

■ 현재 코로나19 대응을 진단한다면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음압병동 관련사업은 국가지정음압격리병동, 권역별응급병실, 생활치료센터, 선별진료소, 긴급치료병상 등이 있지만 사업주체가 일원화되지 않아 통합컨트롤러가 없다보니 혼선이 빚어지는 경우가 생긴다.

또한 국가지정음압격리병동은 비말, 에어로졸까지 감당할 수 있는 엄격한 기준으로 만들어지고 있지만 긴급치료병상 등 다른 부분은 기준이 약하고 정확한 목표를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병원측에서 비용을 문제로 기준완화를 요구하며 전실을 없애달라고 하는데 문이 열리는 순간 차압이 깨지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누출될 가능성이 생긴다. 병원입장에서는 병실 수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을 하지만 안전보다 경제성에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라 아쉬운 점이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음압병동사업은 명확한 타겟팅을 우선해야 한다. 요양원이나 정신병원을 준격리시설로 사용하겠다는 사업이 논의 중인데 경증환자에게는 적당한 시설이지만 중증환자용으로는 사용하기 힘들다.

코로나19는 우리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경험이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병원인프라 확충이 코로나19 대응 수준에만 그친다면 더욱 치명적인 전염병이 발생할 때 그동안 투자한 비용이 낭비되기 때문에 근시안적인 대책은 지양해야 한다.

■ 기계설비 중요성이 부각되는데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에 건축·설비 전문가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음압병동에 대한 건물·설비의 이해가 없으니 건설프로세스를 모르고 투입한 노력과 비용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지어지고 있는 음압병실에 적용되는 세부기술들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병원에서는 세균문제 때문에 판형·원형 열교환기를 사용할 수 없어 기존의 열회수 환기장치를 활용하지 못한다. 런어라운드코일, 히트파이프 같은 현열회수방식만 사용할 수 있지만 효율이 많이 떨어진다. 

리턴공기를 차단한다고 해도 제품내부에서 누기가 생길 수 있다. 이러한 누기율을 측정할 수 있는 검증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병원에 적용할 수 있는 엄격한 기준과 검증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또한 기준이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설비기술인들이 자신있게 ‘안된다’라고 말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단순히 현재 기준에 맞춰 시험을 치르듯 통과만 하려고 하지 말고 감염에 취약한 부분이 있다면 비용이 추가되더라도 발주자에게 기준 이상을 적용할 것을 주장할 수 있어야 설비인들의 자존감과 위상이 향상될 것이다.

기계설비법 제정의 가장 중요한 취지는 국민의 안전을 담보하는 것이다. 기계설비의 원리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정부·병원관계자 등에게 자유롭게 주장을 내놓을 수 있어야 국민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 수 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바이러스 전파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기술개발과 함께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우선적으로 정비해야 할 것이다.



■ 당장 적용할 수 있는 대책은
최근 이동형 음압병실, 모듈러 음압병동 등이 주목받고 있다. 일반병실에 이동형 음압기를 설치해 간이 음압병실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화장실에서의 감염노출 등이 해결될 수 없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응이라고 볼 수는 없다.

현재 각 시도별로 환자를 격리·치료하고 있는데 이미 음압병상 수가 한계에 도달한 지자체가 있다. 이럴 때 이동형 음압병상을 확보해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며 빠르게 건설할 수 있는 모듈러 음압병상을 활용할 수 있다. 이동형 음압병상은 해당 지자체의 환자수가 줄어들면 타 위급지역으로 옮겨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체육관 등 펜데믹 상황에서 문을 닫고 있는 시설을 활용해 내부에 음압격리시설을 설치하면 냉난방비도 절약할 수 있다.

대규모 재난상황을 대비해 앞으로 지어지는 신축건물에 대해서도 바이패스모드 등 환기장치를 강화해 일반 가정집 자체가 경증환자·자가격리자 등을 위한 격리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비상시에는 환기를 강하게 가동할 수 있는 장치나 수단을 만들어놓으면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감소시킬 수도 있다.

■ 코로나19 이후 개선점은
이번 코로나19가 종식된 후에는 음압병실 및 건물기밀성 유지, 환기기술, 공조설계, 검증시스템 등 폭넓은 분야에서 피드백이 필요하다. 재실인원 기준마련 및 설비설계 적용원칙 등도 보완할 수 있는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다.

평상시에는 병원의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으면서 교차오염이 일어나지 않는 공조설계와 이번과 같은 재난시에도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유연하게 전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절약이라는 목표아래 고정창을 확대하고 창문 개폐율을 너무 줄였다. 결과적으로 기밀성은 높아지고 에너지는 절약했지만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이 왔을 때 자연환기가 어렵게 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막대한 현재 상황에서는 환자수를 억제하는 것이 국가적인 이득이 될 것이다. 이러한 팬데믹 싱황에서 에너지절약은 우선순위를 낮추고 감염병 확산을 막는 방향으로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 평소에는 건물이 밀폐되더라도 필요 시 개폐가 가능하도록 기준을 조정해야 한다. 사람도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데 건물은 항상 똑같은 외피만 두르고 있는 상황이니 이러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의사·간호사 등이 사용할 수 있는 부대시설 확충도 요구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의료인력의 중요성은 이미 깨달았다. 많은 의료인들이 집에도 못가고 과중된 업무를 부담하고 있는데 장기적인 재난대응을 위해서라도 이를 위한 시설이 마련돼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관련업계의 신기술 개발 및 산업활성화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인식 기자 ischoe@kharn.kr
저작권자 2015.10.01 ⓒ Kharn

관련기사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바 무단전제,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칸(KHARN) |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중앙로 171, 마곡나루역프라이빗타워Ⅱ 1006호 (우 07788)
대표이사 겸 발행, 편집인 : 강은철 | 사업자등록번호: 796-05-00237
인터넷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아5613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제 강서4502호
정기구독문의: 02-712-2354 | 이메일 : kharn@kharn.kr
Copyright ⓒ khar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