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는 건축물의 특성(재실자수·행동특성, 내부 공간구조 등)을 고려하고 안전성능 목표치를 설정해 맞춤형 화재설계를 하는 성능기반 화재안전 설계기준(안)을 마련했다.
현행기준은 건축물 용도 및 규모(층수, 면적 등)가 유사한 구조·형태에 따라 일률적으로 내화피복 두께, 면적에 따른 방화구획 설치, 피난계단 개수 및 설치기준 등 내화구조 및 피난안전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실자의 피난 행동특성, 건축물의 공간 및 구조특성, 내부 적재물 등을 고려한 화재 위험도나 창의적인 건축물의 형태구현 등을 고려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초고층 건축물, 대공간(아트리움 등), 대형쇼핑몰, 공항터미널, 다목적 스타디움 등 법규적용이 어렵고 복잡한 형태의 건축물의 화재안전 대응능력 강화를 위해 성능기반 설계방식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국토부가 이번에 마련한 ‘성능기반 화재안전 설계’는 건축물 내 모든 재실자가 피난할 수 있는 환경조성 등 안전성능 목표치를 설정하고 반복적인 화재·피난 시뮬레이션을 통해 목표성능을 확보하는 설계를 의미한다.
예컨대 상업·업무복합시설을 소유한 건축주는 일부를 어린이집 또는 유치원으로 용도변경하고자 하지만 해당 용도변경 시 화재안전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성능기반 화재안전 설계도입 시 어린이 등 피난약자의 행동특성 및 건축물의 형태·구조 등을 고려해 화재 및 피난 시뮬레이션을 적용한 결과 어린이들도 충분한 시간 내에 피난할 수 있음을 확인하고 설계할 수 있다.
또한 창의적인 디자인의 건축물을 건축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현행 화재안전기준에 따를 경우, 원하는 디자인을 구현하기가 어렵다. 성능기반 화재안전 설계도입 시 건축물 재실자의 수, 피난특성 및 건물형태와 구조 등을 고려해 화재발생시 모든 재실자가 피난을 완료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구상할 수 있다. 화재·피난 시뮬레이션을 적용한 결과 창의적인 디자인의 건축물 설계가 가능하게 된다.
내화·피난·제연 기술기준 제시
성능기반 화재안전 설계기준(안)은 △내화구조 설계 △피난안전 설계 △연기제어 설계 등을 주요내용으로 한다.
먼저 내화구조 설계는 건축 구조물의 기둥, 바닥판(슬래브) 및 보 등 힘을 받는 구조요소의 화재 시 붕괴방지를 위한 내화성능 확보방안을 담았다. 화재온도 가열곡선 등을 통한 화재크기 예측 및 열전달해석 등을 통한 내력구조 부재의 구조적 안전성 평가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평가방법은 △요구안전대피시간 설정 △화재크기 산정 △재료에 따른 열전달 해석 및 열응력 해석 △구조적 거동 허용범위 등에 대한 기술기준에 따른다.
피난안전 설계는 설계과정에서 건축물의 조건에 맞춰 인명안전을 가장 우선으로 하는 설계와 안전성 검토에 관한 절차와 방법을 다룬다. △사용자 중심의 건축물 용도분류체계 △재실자 밀도 산정방법 △설계시나리오 △피난시간 예측을 위한 기준값 △예비 성능설계 및 평가기준 △화재·피난 시뮬레이션 모델 △안전계수 △확인·검증 지침 등을 제시한다.
연기제어 설계는 수치화된 설계목표(연기 하강 높이, 가시거리 등)를 제시하며 건축물과 가연물 특성에 따른 연기발생량·흐름에 대한 계산방법을 규정했다. △용도·실면적·개구부 등을 고려한 화재 곡선 △화염특성 산정방법 △실내 연소물질을 고려한 연기발생량 등 산정방법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국토부는 올해 마련한 성능기반 화재안전 설계기준(안)의 검토를 위해 과천, 대전, 인천 등에 위치한 기존건축물 대상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김상문 국토교통부 건축정책관은 “건축물도 특성에 맞는 옷을 맞춰 입을 수 있도록 설계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으로”이라며 “건축물 성능기반 화재안전 설계의 단계적 도입을 통해 인명 및 재산보호와 더불어 건축물의 창조적인 디자인 적용과 개발이 확대됨으로써 동 분야 기술 경쟁력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지금까지 마련한 설계기준(안)과 시뮬레이션 결과를 토대로 2021년 8월까지 건축물 성능기반 화재안전 설계기준을 수립하고 2021년 내 건축법령 개정을 통해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화재안전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다양한 디자인의 건축물 설계를 유도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을 지속적으로 검증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