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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안전불감증’ 화재규모 키워

최초 발견자 화재신고 요청, 관리자가 무시
스프링클러 임의조작…초기 8분 작동 지체



쿠팡 덕평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는 쿠팡의 안전불감증으로 사고규모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쿠팡 경기도 이천 덕평 물류센터에서 6월17일 발생한 화재로 인해 연면적 12만7,000m²(3만8,000평) 규모의 물류센터 건물과 내부 적재물 1,620만개가 사실상 전소됐다. 화재발생 직후 근무중이던 직원 248명이 모두 대피했지만 화재진압을 하던 김동식 소방경이 실종, 결국 시신으로 발견됐다.

화재원인은 물류센터 지하 2층 물품창고에 설치된 콘센트에서 연기와 불꽃이 나는 장면이 창고 내 CCTV에 찍혀 전기적 요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17일 새벽 5시36분경 최초 화재신고가 접수됐으며 2시간40여분 만인 오전 8시19분쯤 큰 불길을 잡고 경보령이 해제됐다. 하지만 오전 11시50분 창고선반이 무너져 박스들이 불씨가 있는 곳으로 쏟아지며 불길이 다시 치솟았다. 화재발생 105시간이 지난 21일 대부분의 불은 꺼졌으며 내부진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소방당국은 “불은 거의 다 꺼졌다고 보면 되는데 조그마한 불씨까지 모두 꺼야 완전 진화 선언을 할 수 있다”라며 “물류센터 면적이 워낙 넓어 완전 진화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듯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쿠팡측의 초기대응과 안전관리가 매우 부실해 화재규모를 키웠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화재 초기에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초기진압이 지연됐는데 이는 관리자가 스프링클러 수신기를 임의로 조작해 화재 초기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상규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장은 20일 이번 화재로 순직한 김동식 소방경의 빈소를 찾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면담과정에서 “최종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소방이 조사한 바로는 스프링클러 작동이 8분 정도 지체됐다”고 밝혔다. 스프링클러가 수동으로 폐쇄돼 있었다는 일부 언론보도가 있다는 질문에 “원칙적으로 (스프링클러를) 폐쇄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본부장은 “(화재경보와 관련한) 기술이 발달했다고는 하나 오작동이 많아 화재경보가 한 번 울렸을 때는 다들 피난하지만 두 번째부터는 ‘이건 가짜’라고 한다”라며 “그런 상황에서 이번에도 8분 정도 꺼놓은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초 신고자보다 10분 일찍 화재를 발견한 근로자가 있었지만 출근 시 휴대폰을 모두 걷어 보관하다가 퇴근 시 돌려주는 쿠팡의 근무환경 상 직접 신고를 못하고 관리자에게 신고를 요청했지만 묵살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초 신고자보다 먼저 화재를 발견했다고 주장한 쿠팡 직원은 KBS뉴스 인터뷰를 통해 “새벽 5시10분부터 화재경보기가 울리기 시작했고 1층 보안직원에게 화재신고를 요청했지만 무시당했다”라며 “1층 입구까지 가기 전에 이미 중간정도부터 연기가 차올랐다”고 말했다.

목격자에 말에 따라 신고를 했다면 빠른 시간에 불길을 제압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파장이 일고 있다.

이번 사고는 단일 화재사고로는 역대 최대 규모여서 재산피해 역시 물류센터 기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쿠팡 물류센터 전소라는 가정 하에 대략적인 건물 피해액은 795억원, 내부에 적재된 1,620만개 물품에 대한 피해액은 810억원으로 추정된다. 또한 부대설비 및 기계장치, 차량 및 운반구 손실 등 추가 손해액을 더하면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17일 화재 당일 모든 직위에서 즉각적인 사임을 표명함에 따라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대형사고가 발생했는데 사고수습에 대한 노력 없이 바로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것이다.

쿠팡측은 화재사고의 여파로 김범석 의장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자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달 말이었으므로 책임회피를 위한 사임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쿠팡의 관계자는 “김범석 전 의장의 국내 등기이사 및 이사회 의장 사임일자는 지난달 31일으로 이번 화재가 발생하기 17일 이전”이라며 “사임등기 완료 후 공개시점이 공교롭게도 화재 당일과 겹쳤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고로 열악한 노동환경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지난 3월 쿠팡에서 지난해 4명에 이어 올해 초 2명의 과로사가 발생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조의 관계자는 “화재위험이 높은 전기장치에 대한 문제는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계속 지적해왔던 부분”이라며 “물류센터 특성상 먼지가 심각하게 쌓여 누전과 화재발생 위험이 높았고 평소에도 정전을 비롯한 크고 작은 문제가 빈번함에도 쿠팡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거나 시행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쿠팡의 안전불감증, 노동차 처우문제, 김 의장의 책임회피 의혹 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거세지고 있다. 트위터에는 실시간 트렌드로 ‘쿠팡탈퇴’가 1위를 하고 관련된 내용만 16만7,000여건이 올라왔다.

쿠팡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업체의 한 관계자는 “주문건수의 급감과 함께 일매출의 70%가량이 환불될 정도로 불매운동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재가 확산되기 쉬운 탁 트인 구조인 초대형 물류센터는 박스, 비닐 등 가연성 소재가 내부에 가득 쌓여 있어 화재에 매우 취약하다. 또한 물류창고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샌드위치 패널과 우레탄폼의 특성 상 한번 불이 붙으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불이 빨리 번질 수 있다.

특히 최근 온라인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물류창고가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어 화재안전을 위한 기준강화와 철저한 당국의 감시가 시급한 상황이다.

한편 쿠팡의 이번 화재는 이천시에서 발생한 3번째 대형 화재사고다. 지난 2008년에는 냉동창고 화재 사고가, 12년 후인 2020년에는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화재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