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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진섭 기계연구원 열에너지솔루션연구실 박사

“300℃급 고온 히트펌프시스템
산업공정 열공급 탈탄소화 현실화 기술”
식품·섬유 등 경공업·화공·조선분야 사업화
향후 500℃급 HP·열저장 연계시스템 목표

한국기계연구원은 2021년 온실가스 배출과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탄소중립 기계기술을 개발하는 탄소중립기계연구소를 설립했다. 연구소 산하 열에너지솔루션연구실은 가정과 산업현장에서 냉난방을 위해 소비되는 열에너지의 탈탄소화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산업분야의 탄소중립에 기여하기 위한 핵심기술로 300℃ 고온 히트펌프 개발을 올해부터 시작한다. 이번 과제와 관련 김진섭 기계연구원 박사를 만나 개발배경 및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 글로벌 히트펌프시장 동향은
2050 탄소중립에 대한 전 세계적인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주요한 수단으로 에너지의 전기화 기술이 대두되고 있다. 전기화 트렌드가 열에너지분야까지 확대되면서 히트펌프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IEA는 Net Zero 2050 보고서에서 2045년이 되면 건물난방설치의 50%를 히트펌프가 차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더욱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야기된 에너지수급 불안과 가격상승은 유럽냉난방시장에서 기존 보일러의 쇠퇴와 히트펌프의 급성장을 불러오고 있다. EU는 역내 천연가스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해왔기 때문에 수급 불안의 직격탄을 맞고 있지만 2022년 RePowerEU 계획을 발표하면서 친환경 정책의 후퇴가 아닌 가속화를 통해 에너지 의존에서 탈피할 방안 중 하나로 히트펌프 보급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2025년부터 신축 주택에 가스보일러 판매를 금지시키는 법안이 통과됐으며 오스트리아는 2년 앞당겨 2023년부터 가스보일러 판매를 금지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가정부문 냉난방설비뿐만 아니라 산업부문에서도 화석연료에 의존하던 기존의 보일러를 대체해 전기로 구동되는 히트펌프를 설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규제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산업현장에서 히트펌프 활용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 열에너지솔루션연구실에서 개발한 히트펌프기술은
기계연구원 열에너지솔루션연구실에서는 기존 증기압축식 히트펌프의 친환경 전환에 대응해 Low GWP냉매 및 자연냉매를 적용한 히트펌프시스템을 개발해 왔으며 멤브레인 히트펌프 및 화학흡착식 히트펌프와 같은 차세대 냉난방 신기술 개발도 진행해 왔다. 

이번 고온 히트펌프 과제에서는 산업공정에서 100~300℃ 온도영역의 열에너지수요가 높다는 점에 착안해 300℃ 고온의 열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히트펌프를 개발하고 있다. 높은 온도에서는 기존의 합성냉매의 임계점을 넘어서기 때문에 냉매의 증발과 응축을 통해 이뤄지는 전통적인 증기압축사이클(냉동사이클)을 구성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는 증기압축사이클 대신 기체의 압축-열방출-팽창-열흡수로 이뤄지는 역브레이튼 사이클(Reverse Brayton Cycle)을 활용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헬륨, 아르곤, 공기와 같은 기체상태의 자연냉매는 온실가스 배출 및 오존층 파괴로부터 자유롭고 300℃ 이상 높은 온도까지 압축이 가능하기 때문에 고온 히트펌프 개발에 적합하다. 이번 개발 과제에서는 낮은 비용과 산업공정 활용성을 감안해 공기(Air)를 히트펌프의 냉매로 고려하고 있다.



■ 300℃ 히트펌프 개발 배경은
국내 열에너지(냉난방) 사용량에서 석탄(37.0%), 석유(25.2%), 천연가스(28.6%)를 합한 화석연료 비중은 91%에 이르고 있다. 산업부문 공정별 에너지사용량 비중에서 직접가열과 간접가열을 합한 열에너지 비중이 72%에 다다른다. 이에 따라 산업공정에서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탈탄소 열공급기술이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중요한 관건이다. 

현재 산업공정 열에너지공급의 대부분은 화석연료를 통한 가스(기름)보일러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화석연료의 연소효율을 감안한 가스보일러의 에너지효율은 90% 정도이며 이때 온실가스 배출을 100으로 볼 때 재생전력을 공급받는 히트펌프의 COP(성능계수)가 2.0~3.0 범위를 가질 경우 에너지효율은 200~300%다. 온실가스 배출은 0으로 감소한다. 전력그리드에서 재생전력 비중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이보다 증가할 수 있지만 화석연료대비 히트펌프를 활용함으로써 온실가스 배출량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열에너지통계가 잘 갖춰져 있는 유럽의 산업공정 에너지활용을 살펴보면 산업공정 열에너지의 40% 가량이 300℃ 이하 열원으로 이뤄져 있으며 유럽과 유사한 국내 산업공정 열에너지 활용도를 고려할 때 국내 산업공정에서 300℃ 이하 열원비중도 40% 정도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 상용화돼 있는 히트펌프의 최대 온도는 150℃ 이하에 머물러 있어 높은 온도의 열공급을 위한 고온 히트펌프 개발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다. 300℃급 고온 히트펌프는 상대적으로 활용이 어려운 낮은 온도의 산업폐열을 높은 온도로 승온해 산업공정에 활용 가능한 고온열을 공급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 300℃ 히트펌프 활용처는 
고온 히트펌프는 활용도가 떨어지는 70~80℃ 이하 폐열을 300℃로 승온해 100~300℃ 열원을 필요로 하는 산업(제지, 섬유, 화학 등)에 공정열을 공급하는 데 활용된다. IEA Net zero by 2050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이 되면 음식료업, 섬유제품업, 펄프·종이 등의 light industry에서 400℃ 이하 산업공정열의 31% 가량이 히트펌프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반도체공정이나 바이오 플랜트와 같은 첨단산업공정에도 열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향후 화석연료 보일러를 대체하는 수단으로서 고온 히트펌프시장 확대가 예상되며 산업용보일러시장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추산하면 2030년 100~300℃ 범위의 산업용보일러시장 규모는 48억7.800만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석연료에 대한 규제 강화를 바탕으로 보일러시장의 상당 부분을 히트펌프가 대체할 것이다. 
    
■ 신뢰성 확보방안은
고온 히트펌프는 높은 작동온도로 인해 압축기, 열교환기, 열저장시스템 등 구성품의 고온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압축기는 고온의 작동 유체뿐만 아니라 압축기를 구동하는데 필요한 전동기로부터도 열을 받는다. 압축기의 여러 구성품 중 전동기 구동에 필요한 영구자석과 무급유 베어링 등은 특히 열에 취약하기 때문에 압축기에 다양한 냉각기술을 적용해 고온조건에 대비한 압축기 신뢰성을 확보할 예정이다. 그리고 열저장 물질은 300℃ 및 향후 더 높은 온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온도 안정성이 높은 콘크리트, 자갈 등의 고체재료를 적용해 고온 신뢰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 개발될 압축기 방식과 선택 배경은
고온 히트펌프에 적용할 압축기는 무급유 베어링, 원심형, 컴팬더 방식을 적용해 개발된다. 무급유 베어링은 윤활 오일을 쓰지 않기에 고온의 작동유체에 의한 베어링 윤활오일의 열화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원심형 압축기는 왕복동 압축기대비 대용량에 유리하다. 컴팬더방식은 압축기와 팽창기가 한 축에 연결돼 구동되는 방식으로, 연결된 팽창기를 통해 고압의 작동유체로부터 일부 에너지를 회수해 압축기 구동에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작용으로 압축기의 효율을 향상시켜 히트펌프시스템 전체의 효율을 높이는데 기여하도록 개발을 진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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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은 
고온 산업공정용 열에너지생산에 대한 연구는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대부분 기존의 합성냉매를 활용해 200℃ 이하 열원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그 이상의 온도영역에서는 주로 개념적인 연구에 머무르고 있다. 200℃ 이상 고온 히트펌프 연구로는 초임계 CO₂사이클을 활용하거나 헬륨을 사용하는 스털링 사이클 등이 있다. 

초임계 CO₂사이클을 적용할 경우 고압으로 인해 시스템 전체의 비용이 상승할 우려가 있으며 헬륨을 사용하는 스털링엔진은 대형화에 불리한 점이 있다. 기계연구원에서 개발하는 300℃ 고온 히트펌프는 자연냉매인 공기를 작동유체로 사용하고 원심형 터보기기를 적용하기 때문에 대형화에 유리하며 작동압력이 상대적으로 낮아 설비단가를 낮출 수 있다. 유지비용이 낮은 것도 장점이다.

■ 중점을 두고 개발할 부분은
이번에 수행하는 300℃ 고온 히트펌프 개발은 사이클설계 및 시스템 개발과 압축기-팽창기의 터보기기 개발, 고온 열저장시스템 개발 등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시스템부분에서는 우선 효율이 높으면서 콤팩트한 고온 열교환기를 개발하는 것에서 시작해 압축기-팽창기와 열교환기를 결합한 전체 시스템의 성능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압축기-팽창기에서는 고온에 견딜 수 있는 냉각구조 개발과 무급유베어링 개발이 중요한 요소기술이 될 것이다. 

고온 열저장은 향후 더 높은 온도영역으로의 확장을 고려해 고체 열저장시스템을 설계 및 제작하고 대용량화하는 기술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구원 내 인프라를 활용해 전체 히트펌프시스템의 테스트베드 실증을 수행함으로써 바로 산업공정에 현장실증이 가능한 수준까지 기술수준을 높일 계획이다. 실제 산업공정에서는 부하변동이나 전력수급 변화와 같은 변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변동성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산업공정 열공급 모사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주요 연구 내용으로 포함돼 있다. 

■ 적용할 냉매 후보군은 
기존의 증기압축(Vapor-compression) 사이클에 쓰이는 합성냉매는 임계온도가 200℃ 이하로 200℃를 넘어서는 영역의 고온 히트펌프의 작동유체로 사용할 수가 없다. 헬륨, 아르곤, 공기 등과 같은 기체상태의 자연냉매는 온실가스 배출 및 오존층 파괴로부터 자유롭고 300℃ 이상의 높은 온도까지 압축이 가능하기 때문에 고온 히트펌프 개발에 적합하다. 이번 개발 과제에서는 낮은 비용과 산업공정 활용성을 감안해 공기(Air)를 개발할 히트펌프의 냉매로 고려하고 있다.

■ 향후 개발 계획은
산업공정 열공급의 탈탄소화 기술개발이라는 목표가 현실화될 수 있도록 산업체와의 연계 및 협력을 통해 기술사업화와 실용화에 주안점을 두고 개발을 진행할 것이다. 초기 개발단계부터 주요 기자재 공급업체(고온 기체압축기 및 열교환기 제작업체)와 긴밀히 협력해 사업화에 적합한 사양 및 성능지표를 설정하고 히트펌프시스템 완제품기업과 협업해 이번 사업으로 개발한 300℃급 고온 히트펌프시스템을 식품·제지·섬유 등 경공업 및 화공·조선분야에 사업화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기계연구원에서는 온도영역에 따라 두 가지 고온 히트펌프 포트폴리오를 가져가고 있다. 200℃ 이하 영역에서는 Low GWP 냉매를 적용하는 고온용 터보히트펌프를 개발해 단기간 내 산업공정에 활용이 가능한 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하고 300℃ 이상 영역에서는 자연냉매를 활용하는 초고온 히트펌프시스템을 개발해 장기적인 산업공정열 공급에 대비하면서 향후 400~500℃급 히트펌프 열저장과 연계하는 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규모 재생에너지단지 확대에 따라 잉여전력을 장기간 저장하는 에너지저장기술 필요성이 증대되면서 초고온 히트펌프 활용처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기대효과는
전 세계 산업용 히트펌프시장은 2018년 61억4,160만달러에서 연평균 성장률 9.51%로 증가해 2023년 96억7,19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MarketsAndMarkets, Heat Pump Market, 2018). IEA Net zero by 2050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이 되면 음식료업, 섬유제품업, 펄프·종이 등의 경공업에서 400℃ 이하 산업공정열의 31% 가량이 히트펌프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고온 히트펌프의 지속적인 시장 확대가 예상된다. 300℃ 고온 히트펌프기술은 이러한 산업용 히트펌프시장의 핵심기술로 지속적인 시장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관련 산업으로서 압축기, 열교환기, 열저장분야 동반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