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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송찬호 한국기계연구원 에너지솔루션연구실장

“글로벌 냉매규제 대응,
자연냉매 적용 냉동기 원천기술 확보”
350kW급 R718 적용 압축식 냉각기술 개발

냉동공조분야에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냉매 누출을 최소화하고 가능하면 GWP가 낮은 냉매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보다 낮은 GWP 냉매를 사용토록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제조사는 Low GWP 적용 냉동공조기기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GWP가 ‘0’인 냉매를 적용한 냉각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송찬호 한국기계연구원 에너지솔루션연구실장(책임연구원)을 만나봤다. 

■ R718냉매는 생소하다. 어떤 냉매인가
지난 몇년 동안 수행해왔던 냉동기 개발 프로젝트는 ‘350kW급 자연냉매 (R718) 적용 압축식 냉각기술 개발’이다. 여기서 언급하는 자연냉매 R718은 물을 의미한다. 물은 인류에게 있어서 가장 오래된 냉매(refrigerant)로 알려져 있으며 지구온난화지수(GWP)가 0인 매우 친환경적이며 가격도 저렴하다.

또한 가장 안전하며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다. 액체에서 기체로 쉽게 변화할 수 있는 물질은 냉매로서 사용될 수 있으며 물은 냉매역할을 잘 수행하는 물질로 누구나 알 수 있듯 피부 위의 몇 개의 물방울이 증발하면서 시원해지는 냉각효과를 우리 모두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는 물을 냉동기의 냉매로 사용하는 경우 기존의 냉동기에 적용한 작동온도와 압력이 아닌 다른 조건이 돼야 효과적으로 증발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냉동기의 냉수시험 온도조건은 12℃의 물을 7℃로 냉각하는 조건이다. 이에 따라 냉동기의 증발온도는 7℃ 이하로 유지해야 하며 증발온도 5.5℃의 경우 해당 물의 작동압력은 약 0.9kPa로 대기압보다 매우 낮은 상태다. 이와 같은 조건에서 밀도 역시 상당히 낮으므로 기존 냉동기 설계와는 다른 설계 개념이 필요하며 새로운 압축기 개발과 열교환기를 설계해야 한다. 

■ 현재 진행 중인 국책과제 진행 현황은 
이번 과제는 원천기술 과제로 2018년 4월부터 시작해 2022년 6월 종료됐다. 총 연구기간이 51개월로 코로나로 인해 6개월 연장됐다. 참여기관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진솔터보기계, 서울대학교 등이었으며 주관기관인 기계연구원을 포함해 총 4개 기관이 수행했다. 증발기 개발, 냉동기시스템 제작, 평가는 기계연구원이, 응축기 설계, 압축기 성능예측은 생산기술연구원, 압축기 설계 및 개발은 진솔터보기계, 신개념 증발기 설계 및 상변화 열전달 연구는 서울대에서 맡아서 진행했다. 

조립, 제작과 시험평가를 진행한 4차년도는 보고서를 제출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시험을 진행하는 등 참여연구원들의 투혼을 발휘한 기간이었다. 작동유체의 큰 비체적으로 인해 사이즈가 커진 압축기와 열교환기를 제작, 조립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거치고 다시 수정, 재제작하는 등 많은 자원이 투입됐다. 시작품의 크기가 크다 보니 조립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으며 시험할 수 있는 장소가 매우 제한적이어서 시험평가를 수행하는데 애로사항이 많았다. 월드이엔씨, 생산기술연구원을 거쳐 최종적으로 신성엔지니어링 시험설비에서 만족할만한 데이터를 얻었으며 지난 12월 최종평가를 마쳤다.



■ 글로벌시장에서 R718냉매 적용현황은 
국내 산업계에서는 R718 터보냉동기 개발이 미흡하지만 선진국에서는 수십년 전부터 개발에 착수해 꾸준히 연구개발하고 있다. 이중 독일 IDE는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니고 있다. 터보압축기를 활용해 아이스슬러리를 생산했으며 주로 대용량 공정에 설치됐다. R718 터보냉동시스템은 ILK Dresden, Kawasaki, Efficient Energy 등에서 개발했으며 기존 HFC냉매를 사용한 냉동기와 유사한 성능을 보이고 있다. 다만 물 냉매 사용으로 인해 용량에 비해 압축기가 지나치게 클 수 있으므로 비용을 절감하고 크기를 축소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하고 있다. 

독일의 ILK Dresden은 1993년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해 1,000kW급 2단 압축, 완전 밀폐형 구조의 1세대 시스템을 거쳐 3세대 제품까지 개발했다. 3세대 제품은 쉘튜브 열교환기 이용 간접 열교환 방식과 반밀폐형 압축기 구조로 설계, 제작돼 이전에 비해 크기가 작아졌으며 2013년 제작 및 시험이 완료됐다. 일본의 Kawasaki Heavy Industries는 마그네틱 베어링을 이용한 무급유 방식의 터보압축기기술을 적용했다. 350kW급 2단 압축시스템으로 주요 컴포넌트를 컴팩트하게 배치, 설계했으며 2013년 필드시험했다. 독일의 Efficient Energy는 35kW급 저용량 냉동기를 개발했는데 모듈형으로 제작돼 최대 300kW까지 능력을 낼 수 있으며 2017년 데이터센터 필드시험을 거쳐 현재 제품화됐다.  

■ 참여기관, 기업들 역할은 
총괄을 맡은 기계연구원은 R718 적용 사이클 설계, 전체 통합시스템 구축, 증발 열전달 특성 실험장치 설계·제작, 350kW급 증발기 시작품 설계/제작, 압축기용 인터쿨러 설계·제작, 냉동기 시작품 시험 및 평가를 담당했다. 



생산기술연구원은 응축 열전달 특성 실험 장치 설계·제작, 350kW급 응축기 시작품 설계·제작, 1·2단 압축기 성능 예측, 해석, 결과 검증, 다단 압축기 유로 성능 해석 및 최적화 등을 맡았다.  

진솔터보기계는 1·2단 압축기 및 개선품 설계·제작 및 성능시험평가, 베어링 등 관련 부품 제작, 내부식성 고회전 임펠러 및 구동 전동기 제작, 통합시스템 압축기 성능시험, 수정 설계 제작 등을, 서울대는 증발기에서의 액상-기상 상변화 열전달 메커니즘 연구, 열전달 효율 향상을 위한 표면 패턴 향상 도출, 원형관 맞춤형의 상변화 열전달 촉진 패턴 디자인 도출과 제조기술 확보 등을 수행했다.

■ 개발된 시스템의 주요 수요처는 
기본적으로 건물 및 산업용 냉동기 개발을 위해 시작된 과제다. 건물과 산업용 냉수를 생산하는 냉동기를 필요로 하는 곳은 어디나 해당되며 건물의 냉방, 식품의 냉동, 산업용 냉각 등 매우 광범위하다.

■ 기대효과는 
물 냉매를 사용한 350kW급 압축식 냉각기술 개발의 고유 모델 및 기술을 확보해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과제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각 요소기기와 시스템설계의 독자 능력 확보, 원천기술 선점을 통한 기술료 수입도 예상되며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춰 시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시장 진입을 통한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며 무엇보다 글로벌 냉매규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지구온난화방지를 위한 세계적 추세에 동참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와 함께 터보압축기 기술 확대와 개선을 위한 추가적인 연구 사업,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 보급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이번 과제의 성격은 원천기술 개발로 상용화까지 추가적으로 보완해야 할 것들이 많다. 지금까지 개발된 기술을 국내 냉동공조기업에 이전해 상용화를 위한 여건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필요 시 실증과제를 추진해 제품경쟁력을 높이도록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냉매를 적용한 냉동시스템과의 경쟁에서 제품 사이즈, 비용, 효율 모두 경쟁력을 갖춰야 하므로 최적화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정책적으로도 국제적 냉매규제 흐름에 적극 동참하도록 유도해 이번 과제와 같은 연구가 많이 이뤄지도록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냉동공조산업은 세계 4위 생산량과 함께 기술적으로도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경쟁력 있으며 선진국과 동등 위치에 있는 분야다. 그러나 후발국의 발전과 기존 선진국들의 확대로 인해 우리의 산업이 위협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번 과제와 같은 원천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우리 냉동공조산업의 역량을 강화하고 신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접목해 독자적인 기술 확보를 이뤄야 한다. 에너지절감과 친환경냉매 사용은 냉동공조분야의 끊임없는 화두로 향후 국제 변화에 대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