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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민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HP, 탄소중립 핵심기술 선정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
건물·상업용 히트펌프 기술력, 글로벌 경쟁 가능


IEA 에너지기술전망에 따르면 히트펌프는 탄소중립 핵심기기로 이미 등극했으며 2030년까지 6억대의 히트펌프를 보급함으로써 건물부하 20%를 담당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는 만큼 성큼 다가온 히트펌프시대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시기다. 김민성 중앙대 교수는 2008년부터 국제에너지기구(IEA) 히트펌프기술협력위원회(HPT TCP)에 적극 참여하며 히트펌프 보급 확산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히트펌프기술분야 활성화와 국가 위상제고에 이바지하고 있다. 김민성 교수를 만나봤다.  

히트펌프 기술은 어떤 기술인가
인간의 삶에서 열에너지는 건강과 쾌적한 삶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열에너지는 온도가 높고 낮음에 따라 질적인 가치가 달라지는데 히트펌프(heat pump)는 열에너지의 온도를 변화시키기 위한 기기다. 더운 여름에는 뜨거운 열을 차가운 열로 변환하고 겨울에는 차가운 열을 뜨거운 열로 변환해 사용한다. 유사한 목적의 기기와 비교해 히트펌프는 가장 효율이 뛰어난 방식으로 보통 투입되는 전기에너지의 약 3배 이상 열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히트펌프 원리는 이미 100여년 전에 제안됐지만 기계기술의 급속한 발달과 에너지효율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십여년 전부터 보급이 활발하게 이뤄지기 시작했다. 

히트펌프에는 열교환을 위한 매개체로 냉매가 사용된다. 압축기(compressor)가 저온·저압에서 고온·고압의 기체상태로 압축한 이후 응축기(condenser)에서 등온냉각을 거쳐 열을 방출해 냉매는 액체상태가 된다. 이 고압의 액체냉매는 팽창밸브(expansion valve)에서 저온·저압의 2상 유체로 팽창한다. 마지막으로 증발기(evaporator)에서 등온가열을 거쳐 열흡수가 일어나며 냉매는 처음의 저온·저압의 기체상태로 변환된다. 이 과정에서 압축기가 사용하는 전기에너지는 응축기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의 20~30%에 불과해 많은 에너지를 절감한다. 이때 얻을 수 있는 열에너지에 투입한 전기에너지비율을 COP라 하며 히트펌프의 성능을 가리킨다. 보통 3~4의 값을 가진다. 이러한 히트펌프는 온도차가 클 경우 효율이 떨어진다. 최근 겨울철 외기온도가 낮을 때 히트펌프 효율저하에 대비해 가스보일러와 하이브리드 형태로 상호보완한 상용화시스템이 보급되고 있다.

탄소중립 핵심기술로 선정됐는데 
탄소중립의 정의는 한 국가에서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온실가스의 순수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다. 에너지를 크게 공급과 수요의 측면으로 보면 공급측 관점에서는 신재생에너지나 원자력과 같은 무탄소 전원들이 있다. 수요측에서 보면 사용처에 따라 건물, 수송, 산업과 같이 구분되고 형태에 따라 열에너지와 전기에너지로 나뉜다. 주요하게 언급되고 있는 전기에너지와는 달리 열에너지에 대해서는 중요성이 크게 논의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열에너지가 최종소비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50%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열에너지에 대한 탄소중립 대책없이는 실현 불가능하다. 열에너지의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전기화(electrification) 기기를 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열-전기와 같이 서로 다른 범주의 에너지를 연계하는 방식을 섹터커플링(sector coupling)이라고 한다. 섹터커플링은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산업·건물부문 열에너지 생산 △수송부문에 전기동력을 저장⸱공급하는 전기화 (Electrification)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연료⸱에너지 캐리어 생산 등이 핵심이며 변환방식에 따라 △P2H(Power-to-Heat) △P2F(Power-to-Fuel) △P2G(Power-to-Gas) △P2L(Power-to-Liquid) △P2M(Power-to-Mobility) △V2G(Vehicle-to-Grid) △X2P(X-to-Power) 등으로 구분한다. 

이중 히트펌프는 P2H의 핵심기기다. 히트펌프는 일반적인 전열기보다 효율이 훨씬 높음이 여러 연구과 해외 보고를 통해 알려져 있다. 실제로 열에너지의 탄소중립기술은 히트펌프가 가장 효율적이며 유력한 기술이며 사실상 다른 대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 탄소중립 핵심기술로 히트펌프를 선정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다.




현재 국내 기술 수준을 평가한다면
국내 히트펌프기술의 우수함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다만 영역이 상업용이나 건물용 히트펌프로 제한돼 있다. 이는 가정용 히트펌프가 보급되기 힘든 국내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기본적인 히트펌프 관련 기술은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제도나 시장여건만 조성되면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을 만큼 기본적인 역량은 충분하다.

글로벌 수준과 비교한다면
글로벌시장에서 히트펌프 중 상업용·건물용 히트펌프기술은 일본이 가장 앞서가고 있으며 국내 수준은 이에 근소하게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등 후발주자의 추격이 거세지만 압축기부터 열교환기까지 전주기의 생산라인업을 구축하고 개별효율 향상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추후에는 세계 최고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대형 히트펌프기술은 아직 기술 수준이 많이 뒤쳐저 있다. 건물 냉난방 히트펌프와 달리 산업공정에 사용되기 위한 히트펌프는 용량도 훨씬 크고 생산온도도 더 높아야 한다. 특히 요구되는 온도와 용량이 다양하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국내 제조사가 후발주자로 뛰어들기에는 위험이 크다. 이런 현실에 따라 현재 국내에 보급되는 산업용 대형 히트펌프의 대부분은 유럽이나 미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이다. 

히트펌프 보급 기대효과는 
탄소중립에서 가장 어렵게 고려되고 있는 부분은 열에너지수요를 어떻게 무탄소화할 것인가이다. 실제로 유럽을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는 히트펌프를 중심으로 한 탄소중립 계획이 수립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히트펌프를 얼마나 보급해야 할지, 어디까지 보급할지 등 전체적인 밑그림이 전무한 상황이다. 

현재 보급되고 있는 히트펌프는 난방기기 대체재로서 보급되고 있을 뿐 친환경기기, 탄소중립기기로서의 보급에 대한 인식은 낮은 편이다. 추후 더 많은 히트펌프가 보급되고 효용성이 널리 알려지게 되면 히트펌프사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궁극적으로 히트펌프가 가열을 위한 보편적 기기로 인식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보급 활성화를 위해 풀어야할 과제가 있다면
히트펌프가 중요함에도 보급이 잘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위해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공동주택에 중앙집중식이 아닌 개별 가정용 히트펌프로 냉난방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축열조와 부대설비를 설치할 공간이 필요하며 이 공간을 서비스면적으로 지정하는 등과 같이 다양한 지원체계를 마련한다면 국내에도 가정용 히트펌프 보급이 진행될 수 있다. 일단 가정용 히트펌프가 널리 보급된다면 히트펌프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재고할 수 있으며 활발한 보급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대용량 히트펌프 보급에 가장 어려운 점인 고압가스 관련 규제를 해외의 규제상황을 고려해 보급에 적합한 제도적 보완도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히트펌프 보급을 위한 거시적이면서 구체적인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영국은 히트펌프제조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히트펌프가 기여할 탄소중립의 미래를 위해 다양한 정책적,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예컨대 가정에서 보일러를 히트펌프로 전환하지 않는 이유를 조사해 이에 대한 대안을 발굴한다거나 여러 지원책과 규제를 나열하고 개별 조합에 의한 영향성을 분석하는 등 실질적 보급을 위한 다양한 고민을 진행하고 있다. 즉 기술만 고민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급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필요하다는 측면에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의 핵심경쟁력은 
국내의 건물 및 상업용 히트펌프에 대한 기술적 경쟁력은 현재 매우 우수하다. 또한 대용량 히트펌프를 적용할 수 있는 열교환기, 압축기 등 주변기술들이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와 있다. 즉 여건만 형성되면 빠른 속도로 기술적인 추격이 가능하다는 점이 핵심경쟁력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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