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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 HP 경쟁적 지원…“韓, 뒤처지지 말아야”

IEA, 2050 탄소중립 의지 속 HP 18억대 보급목표
왜곡된 국내 도시가스요금체계, 산업혁신 저해 지적
獨 싱크탱크, “규제 프레임워크, 폭넓은 지원책 필요”




최근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히트펌프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뒤처지지 않도록 보급활성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에너지전환포럼(공동대표 홍종호, 임성진, 전영환, 박진희)이 지난 7월6일 개최한 ‘에너지효율과 지속가능한 에너지사용을 위한 히트펌프 활성화 방안’ 온라인 세미나에서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의 히트펌프정책 및 기술현황을 공유하고 가정용·산업용 히트펌프 보급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에 대한 의견교류가 이뤄졌다.

이날 세미나는 임성진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가 좌장을 맡았으며 △히트펌프산업 기술정책현황(강희정 한국냉동공조인증센터 수석연구원) △한국에서의 가정·산업용 히트펌프 도입 한계와 제도개선 방향(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 △유럽의 히트펌프 보급정책 현황과 향후 전망(야나 홉 아고라 에네르기벤데 박사) 등으로 구성됐다.

임성진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는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에너지절약과 효율은 기본기”라며 “독일, 유럽, 미국 등에서 재생에너지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배경에도 에너지효율향상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관련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에너지효율측면에서 특히나 히트펌프의 시장확산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며 “재생에너지 확대가 답보상태인 현재로서는 히트펌프가 앞장서 시장을 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히트펌프 시장 ‘급성장’

강희정 냉동공조인증센터 수석연구원은 ‘히트펌프산업, 기술, 정책현황’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히트펌프는 냉매를 압축·기화시키며 저온부 또는 고온부의 열에너지를 고온부 또는 저온부로 이동시켜 냉난방을 수행하는 설비로 증발기, 응축기, 압축기, 팽창밸브, 냉매 등으로 구성된다”라며 “열원으로는 공기열, 수열, 지열 등이 있으며 COP는 정격 표준냉방 3.4, 정격 표준난방 3.8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탄소중립을 위한 온실가스 규제가 전 세계적인 흐름으로 자리잡아 친환경 냉매를 사용하는 히트펌프산업으로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라며 “최근 세계적으로 히트펌프가 급격히 증가하는 이유는 키갈리개정의정서에 따라 지구온난화지수(GWP)가 낮은 냉매를 사용해야 하므로 규제에 부응하는 제품을 생산·보급해야 한다는 규제 측면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넷제로(Net Zero) 달성을 위해 2050년까지 18억대의 히트펌프 보급로드맵을 제시한 활성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 히트펌프 시장규모는 과거 예측치를 뛰어넘고 있다. 2021년 677억달러로 집계됐으며 당시 예측기준으로 연평균성장률(CAGR)은 2030년까지 8.1%로 예상했다. 그러나 현재 기준으로는 예측치를 뛰어넘는 더욱 급격한 성장이 관측된다. 미국은 연평균 10.1%, 중국은 14.9%로 145억달러 이상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다.

유럽도 최근 몇 년 새 폭발적인 성장성을 보인다. 유럽히트펌프협회(EHPA)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약 300만대가 보급됐으며 이는 2021년대비 38% 증가한 것이다. 현재 유럽국가들은 연소기기가 70% 이상인데 이를 20%로 줄이고 히트펌프를 80% 이상 보급하는 것이 목표이므로 지난해 성장률을 뛰어넘는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측면을 살펴보면 유럽은 2021년 7월 유럽위원회(EC)가 ‘Fit for 55’ 패키지를 통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55% 감축하겠다는 목표로 정책을 시행 중이다. 지난해 5월에는 현재 히트펌프 보급률을 2배 늘려 향후 5년간 누적 1,000만대 이상 보급하겠다는 ‘REPowerEU’ 계획을 발표했다.



히트펌프 종류별로 살펴보면 글로벌 룸에어컨(RAC)과 패키지에어컨(PAC)은 약 1억2,600만대 규모다. 기후영향과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시장침체에서 서서히 회복 중이며 중남미시장은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미주, 인도, 동남아 등도 회복세다. 미국은 6.9% 성장률로 분리형 RAC 14%, 창문형 RAC 2.3% 등을 기록했으며 중남미는 10.3%, 유럽은 4.9%, 중국은 2.6%, 아프리카는 3.1%, 일본은 –4.2%를 기록했다.

RAC, PAC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냉매트렌드 변화다. 유럽의 냉매쿼터로 인해 기존 HFCs 냉매 중 현재는 주로 R32가 쓰인다. 그러나 R32 냉매 역시 GWP가 670으로 높은 HFC냉매여서 2030년 이후에는 사용할 수 없다. 대체냉매로 일본, 유럽은 R290을 적극 검토 중이지만 인화성이 있는 이소부탄계열이어서 안전관리기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냉매와 관련 일본은 10년 전부터 모든 RAC에 R32냉매를 적용했다. 중국도 R32냉매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어 2021년 R32 보급률이 70%에 달한다. 동남아·호주·인도 역시 R32냉매로 전환하고 있으며 브라질, 칠레 등 중남미국가들도 R32로의 전환을 준비 중이다.

급탕기와 같은 공기 대 물 방식(ATW)의 히트펌프는 가스보일러 대체제품으로써 가장 시장성장이 크게 나타난다. 세계적으로 410만대 가량의 시장규모를 이루고 있으며 연간 약 19.3% 성장 중이다. 유럽이 46.1%, 중국 12.6%, 일본 11.6%, 미국 8.8% 등으로 성장률이 높다.

유럽은 현재 약 109만대 시장이지만 10년 후 1,000만대 이상 목표로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핀란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포르투칼, 스페인, 영국 등을 중심으로 히트펌프 제품개발 및 출시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가정용 석유·가스보일러를 대체하는 경우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특히 독일, 네덜란드, 스페인은 상업용 장비에 대한 보조금 지급도 착수했다. 유럽 내에서는 프랑스가 35.5% 점유율을 차지하며 이탈리아, 독일 등 3국이 유럽 전체시장의 63%를 차지한다.

아시아·태평양지역은 219만대 규모로 집계되는 중국시장이 12.6% 성장했지만 동남아는 히트펌프 수용성이 낮아 ATW에 대한 정책은 도입되지 않은 상태여서 성장성은 불확실하다. 호주는 가장 엄격한 환경규제를 적용해 전기히터 대안으로 ATW와 에코큐트(CO₂ 냉매 사용)온수기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은 11만2,000대 시장으로 규모가 작은 편이다. 난방문화 차이로 ATW 히트펌프에 대한 수요가 낮다. 다만 가정용, 상업용, 산업공정 온수용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공익사업체, 지자체의 ATW 인센티브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법안)에 따라 히트펌프 교체 시 보조금을 주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가정용 온수기시장의 경우 10년 내 800~1,000만대로 수요잠재력이 크며 특히 수영장용 ATW시장 전망이 밝은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은 59만대 시장규모를 갖고 있지만 앞선 기술을 기반으로 수출 중심으로 세계시장 진출이 적극적이다. 히트펌프 및 축열기술센터(HPTCJ) 히트펌프 보급을 적극 추진 중이며 2001년 CO₂ 냉매를 적용한 에코큐트기술 상용화 이후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 2021년 에너지기본계획 전략을 수정해 2030년까지 1,400만대 보급계획을 1,590만대로 확대해 유럽 ATW시장의 63%를 차지하겠다고 선언했다. 2022년 3월 기준 에코큐트 누적출하량은 801만대에 달한다.

VRF(EHP)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208만대 규모이며 연간 15.5%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 일본, 한국 등이 세계 3대시장을 형성하고 있어 전 세계의 약 8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21년 기준으로 살펴보면 중국은 133만대로 20.7% 성장했으며 미니 VRF시장에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역시 미니 VRF시장이 급격히 상승 중이며 연간 12% 성장해 7만2,000대 규모로 집계된다. 인도는 고급 주거용 미니 VRF를 중심으로 4만7,000대 규모이며 동남아도 이와 비슷한 4만6,000대 규모로 집계된다.

유럽의 2021년 VRF시장은 전년대비 7.2% 성장했으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호주는 5.1% 성장했으나 2020년대비 수요가 감소했다. 중남미는 민간건설투자 수요가 회복하며 16.6% 성장한 3만2,300대, 중동은 5.7% 성장한 3만3,100대로 집계됐다. 일본은 2.3%, 우리나라는 7.5% 성장해 각각 14만6,000대, 12만4,000대로 나타났다.

VRF분야 역시 냉매가 가장 큰 화두다. 현재 VRF용 냉매인 R410A의 대체냉매로 R32, R454B, R466A 등이 후보군을 이루고 있다. 향후 어떤 냉매가 주도권을 확보하는지에 따라 시장의 기술리더가 달라지므로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은 R32를 많이 쓰고 있다. 우리나라도 수출용에는 R32를 쓰고 있지만 국내용은 여전히 R410A가 주력냉매다. 미국은 신규 가정용, 소형에어컨에 R452B, R454B, R454C, R457A, R32 등을 사용하고 있다. 유럽은 R32가 PAC, ATW, VRF 등에 널리 적용 중이다. 또한 R290 냉매적용을 검토 중이며 소형 분리형 에어컨, 히트펌프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희정 수석연구원은 “현재 히트펌프는 전 세계 건물 난방수요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라며 “그러나 2030년까지 20%, 2050년까지 55% 이상 수요를 담당해야 글로벌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왜곡된 가스요금 정상화 필요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국내 도시가스시장 위기와 히트펌프 관련 제도개선점’을 주제로 발표했다.

석광훈 전문위원은 “화석연료 퇴출을 추진하는 방향에서 도시가스를 히트펌프로 전환하는 문제가 자연스럽게 대두되는데 영국의 사례에서 이를 잘 볼 수 있다”라며 “영국은 히트펌프가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면서 브리티시가스 등 기존 도시가스사업자들이 시장위축에 반발하며 도시가스에 수소혼소를 통해 난방하겠다는 방안을 주장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한 전기로 히트펌프를 가동할 경우 COP가 훨씬 높아 비교할 수 없는 효율을 보인다는 점이 영국 내에서도 이미 결론이 난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가스산업이 워낙 크기 때문에 계속 쟁점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선진국들이 히트펌프에 상당한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보급을 활성화하려는 것은 에너지효율에 대한 히트펌프의 장점이 극명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은 IRA를 통해 기존 히트펌프를 업그레이드할 경우 최대 2,000달러, 신규로 히트펌프를 설치할 경우 최대 4,000달러, 저소득층의 경우 최대 8,000달러를 지원하고 있으며 주정부 단위의 보조금까지 더하면 실제로 개인은 제로코스트(Zero Cost)로 히트펌프 설치가 가능하다.

유럽 역시 가스보일러, 석유보일러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가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EU는 2028년부터 신축에서 가스보일러를 중단하며 기존건물에서도 폐지를 권고한다. 네덜란드는 이미 2018년부터 신축 가스배관 연결을 금지했으며 2026년부터 히트펌프 설치를 의무화한다. 노르웨이도 2020년부터 기존·신축 등 모든 주택에서 가스 및 석유사용이 금지됐다. 오스트리아, 아일랜드는 올해부터 신규건물 화석연료 보일러 설치가 금지되며 슬로바키아도 올해부터 석유·가스보일러 신규판매 및 설치가 금지됐다. 독일은 2024년부터 사실상 신규 화석연료 보일러가 금지되며 덴마크는 2029년까지 가스보일러 40만대를 지역난방 및 히트펌프로 전환할 계획이다.

석광훈 전문위원은 “우리나라에서 도시가스의 히트펌프로의 전환을 가로막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왜곡된 도시가스 가격”이라며 “우리나라는 도시가스 요금이 올해기준 MJ(메가줄)당 20.7원으로 매우 저렴해 히트펌프와 공정한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MJ당 가스요금인 20.7원은 수출국인 미국의 가정용 가스요금인 24원보다도 낮아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왜곡된 요금체계라는 지적이다. 화석연료 사용을 효과적으로 줄이고 있는 국가들의 경우 가정용 가스요금이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비싸다. MJ당 요금이 스웨덴 112원, 네덜란드 110원, 오스트리아 105원, 덴마크 85원, 독일 82원, 프랑스 55원, 영국 51원 등이다.

특히 영국은 지난해 주택용 전기·가스요금 상한을 조정해 전기요금은 kWh당 820원, 가스요금은 MJ당 65원으로 상한을 허용했다. 2022년말 기준 국내요금 121원/kWh, 19.7원/MJ과 비교해 각각 6.8배, 3.3배에 달한다.

석광훈 전문위원은 도시가스 요금인상이 에너지복지 차원에서 저소득층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했다.

석광훈 전문위원은 “도시가스 요금을 왜곡하는 방식으로 저소득층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접근방법은 자연스러운 시장원리를 훼손해 장기적으로 인류발전에 더 기여할 새로운 산업의 등장을 막는다”라며 “선진국은 가스요금체계를 시장원리에 맡기는 대신 저소득층에게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에너지복지를 실현한다”고 밝혔다.

이어 “가스요금을 시장가격과 다르도록 왜곡하는 과정에서 지출·보전해야 하는 비용을 없애는 대신 그만큼을 정부재정으로 동원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방식이 오히려 건강한 산업발전과 신기술 도입을 가로막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양극화와 에너지취약계층 문제 해소에도 더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럽은 도시가스를 인위적으로 할인하지 않고 시장가격을 그대로 반영하는 반면 정부재정을 동원해 100~120조원의 에너지재난지원금을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지급하고 있다.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히트펌프가 가스난방을 빠른 속도로 대체하는 가운데 이를 운영·관리하는 시스템 개발 및 적용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영국, 호주, 일본 등은 변동형 요금제를 도입했으며 30분 단위로 변동하는 소매전기요금에 자동으로 대응해주는 플랫폼을 개발해 적용하기도 한다.

대형히트펌프 도입 역시 주목할만한 분야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열효율이 높은 지역난방과 열병합발전 보급률이 높다. 그러나 기존의 원전, 열병합발전 등은 유연성이 떨어지는 경직성 전원이므로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따라 유연성이 높은 히트펌프로 열병합발전을 대체할 수 있도록 대형히트펌프가 도입되고 있다. 주로 덴마크, 스웨덴 등 북유럽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산업용 히트펌프의 경우 히트펌프가 공급할 수 있는 열이 높지 않으므로 기존의 산업용보일러 전체를 대체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180℃ 이하 저온부문인 식료품, 화학 등에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석광훈 전문위원은 “우리나라의 왜곡된 가스요금 정책은 과거 연탄을 대체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지만 이미 도시가스 보급률이 85%로 세계 2위인데다 탈연탄정책의 주요 목적인 일산화탄소 중독사망사고 역시 거의 제로에 가까워 졌다”라며 “과거 유가자유화 이후 국가적 위기를 겪지 않았으며 자동차연비, 에너지효율 등이 발전하는 선순환 기능을 발휘한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에너지요금을 인위적으로 할인하는 것이 복지정책인 것처럼 여겨왔지만 이는 소득역진성이 강한 방식이어서 빈부격차를 더 늘리게 된다”라며 “현재의 도시가스 가격정책은 이미 정책목표를 달성한 만큼 전향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 기축건물 HP 보급량, 신축건물 추월

야나 홉(Yanna Hoppe) 독일 아고라 에네르기벤데 연구원은 ‘유럽의 히트펌프 보급정책 현황과 향후 전망(Rolling out heat pumps in Germany and Europe)’을 주제로 발표했다.

야나 홉 연구원은 “독일은 건물부문 온실가스 배출을 지속적으로 감축해 2020년 기준으로 1990년대비 45% 줄였다”라며 “그러나 2045년까지 기후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으므로 더욱 빠르게 감축해야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운송, 건물부문에서 감축이 빠르게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은 최종에너지소비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력부문의 경우 1990년 3.4%에서 2021년 41%로 2035년 100% 목표달성이 가능한 기울기로 증가하고 있다. 반면 열에너지의 경우에는 1990년 2~3%대에서 2011년 12.7%로 올라선 이후 2021년까지 16.5% 수준을 달성하는 데 그쳤다.



야나 홉 연구원은 “현재 연정을 구성 중인 사회민주당, 녹색당, 자유당은 2년 전 화석연료기반 보일러의 단계적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많은 반발에 부딪힌 후 초기 규제안이 상당히 후퇴했다”라며 “초안은 신규설치 난방시스템의 경우 최소 65%를 재생에너지원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어서 사실상 석유, 가스보일러의 신규설치를 금지하는 것이었지만 수정 이후 신축건물에 대해서만 적용하며 수소·바이오매스에 예외를 허용하는 것으로 후퇴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몇 년 새 히트펌프의 보급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기존건물에서 히트펌프 도입 대수가 신축건물의 도입 대수를 추월하는 현상이 관측돼 분위기가 반전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아나 홉 연구원은 “고무적인 것은 지난 10년간 난방부문에는 대부분 천연가스를 사용했으며 석유보일러, 가스보일러가 대부분이었지만 지난 2~3년간 독일시장의 히트펌프 매출규모가 상당히 증가했다”라며 “2022년 23만대가 판매됐으며 히트펌프비중이 지속 상승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2020년 신축건물에 5만4,000대의 히트펌프가 적용됐지만 기존건물에 6만6,000대가 적용되면서 처음으로 기축건물 보급대수가 신축건물을 뛰어넘은 이후 2021년에는 신축 5만5,000대, 기축 9만9,000대로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라며 “신축은 단열성도 좋고 기술적용 쉬우므로 히트펌프 도입에 더 수월한 측면이 있지만 기존건물의 절대적인 수가 훨씬 크므로 기존건물에의 보급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 과제인 만큼 이러한 현상은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야나 홉 연구원은 “1,000가구당 히트펌프 설치대수를 살펴보면 노르웨이가 517대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스웨덴, 핀란드, 에스토니아, 덴마크, 스위스 등이 뒤를 잇고 있다”라며 “주로 북유럽 국가들인데 외기온도가 낮은 지역에서도 히트펌프설치가 충분히 가능함을 보여주는 사례여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유럽이 히트펌프 보급을 활성화하는 목표치가 10~20% 수준 확대 수준이 아니라 최종적으로는 90%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라며 “이에 따라 정책목표를 세우고 화석연료의 단계적 폐지를 규정한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며 저소득가구, 노후설비 등에 대한 설비교체 보조금 지급 등 지원책이 폭넓게 적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