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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환기시장 생존전략 ‘기술 차별화’

고효율인증 종료…제품 선택기준 다양화
2025년 ZEB의무화, 한국형 환기 완성해야
다양한 제품 객관적 평가기준 마련 시급



환기장치는 2006년 주거용 건축물인 공동주택에, 2013년 준주택 개념에 해당하는 오피스텔에 설치가 의무화됨에 따라 국내 환기시장은 지난 10여년간 괄목할 만한 양적 성장을 했다.

특히 미세먼지 이슈가 부각되면서 소비자들의 환기에 대한 인식도 크게 변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구성해 미세먼지와 환기제품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주고 받으며 똑똑한 소비생활을 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열회수환기장치의 고효율에너지기자재인증이 종료됨에 따라 환기산업은 에너지효율이라는 단일기준 외에도 각자의 특장점을 내세워 더욱 복잡한 시장으로 변모될 것이 예상된다.

열회수환기장치 외에도 바닥열, 하이드리드, 자연환기 등이 존재하고 최근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공기청정기능 겸용제품 등이 개발돼 각자의 특징과 개성을 살린 기능, 편의성, 효용성 등을 부각시키고 있다.

3,000억원 시장…파이 아쉬워
우리나라 건축의 특징을 주택중심으로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좁은 땅에 많은 주택을 지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이 공동주택의 형태로 건설되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건물의 초고층과 고기밀화 등으로 발전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국내 환기산업이 성장을 이루고 있다.

초창기 환기시장은 500억원 규모였으나 ‘주택법’, ‘다중이용시설 실내공기질 관리법’ 등으로 환기시스템 설치가 의무화되면서 지속적으로 팽창하고 있다.

아파트, 주택시장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으며 2017년 기준 시장규모를 약 3,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외에 학교 등 공공건물에 공급되는 조달시장은 약 1,500억원 규모로 20여개 중소 환기업체와 EHP를 내세운 삼성전자, LG전자가 함께 경쟁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환기산업 성장이 한창 가속화되던 2006년경 기대했던 만큼 국내 환기시장규모가 확대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업계는 이러한 이유가 건설사들의 저가수주, 과열경쟁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또한 국민들의 환기에 대한 인식부족도 한몫했다. 사용자들이 관심이 없고 있어도 가동을 안하니 성능보다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안의 싼 제품만 찾게된 것이다.

하지만 최근 미세먼지 이슈가 환기시장을 재점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열회수환기장치 외에도 바닥열, 하이드리드, 자연환기 등 다양한 시스템이 등장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반영한 공기청정, 제습기능이 추가된 제품 출시 및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환기제품 특장점 부각된다
환기설비에 관한 일반적인 사항은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과 ‘건강친화형주택 건설기준’에서 공동주택 의무설치를 규정하고 있다. 또한 실내공기질 관리법, 학교보건법 등에도 일부 내용이 담겨있다.

환기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설비이기 때문에 산업부에서도 관리 필요성을 느껴 고효율에너지기자재 인증품목으로 지정했으나 시장의 기술수준과 고효율기기 보급목표를 달성했다고 판단, 올해 1월부터는 고효율인증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효율이 중심이 됐던 기존 환기시장의 제품선택기준이 다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가격 △제품의 크기 △열교환효율 △미세먼지 제거성능 △에너지성능 등 여러 특성을 고려해 소비자는 더욱 합리적인 제품선택을 할 것이며 동시에 정부는 보다 현실적인 평가기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품의 성능이 좋을수록 가격은 당연히 높아져야 하며 제품의 크기가 작을수록 그리고 미세먼지 제거성능이 좋을수록 환기장치의 에너지소비량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동일한 풍량 및 구조적 특성 하에서 열교환효율을 높이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빌딩의 용도와 목적에 부합하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히고 동시에 충분한 정보제공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제안해야 할 것이다.

필터링·열회수·결로해결 ‘관건’
건강한 호흡을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환기를 실시해야 하는데 현대 사회에서는 외부 공기가 이미 깨끗하지 못하다는 점과 외부 공기를 유입하게 되면 건물의 에너지소모량이 많아진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에너지소모량이 증가한다는 것은 겨울철 환기를 위해서 밖의 차가운 공기를 건물 내부로 도입하면 실내가 차가워지고 더욱 난방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여름철은 반대경우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환기시스템은 ‘필터링’이라는 기능과 ‘열회수’라는 기능을 갖춰야 한다. 필터링은 외부 공기 속 미세먼지 혹은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기능이며 열회수란 실내로 유입되는 공기와 밖으로 버려지는 공기간 열교환을 수행하는 기능이다. 열회수를 통해 실내와 비슷한 온도의 공기가 유입되기 때문에 여름·겨울철에 추가적인 냉난방비용 증가를 최소화할 수 있다.

열교환 시 가장 골치를 썩이는 것은 바로 결로현상이다. 여름철에 시원한 음료수병을 탁자 위에 놓아 두면 차가운 음료수병과 공기 중 습기가 만나 음료수병의 표면에 물방울이 생기는 것과 같은 원리로 환기 시 차가운 공기와 습윤한 더운 공기가 열교환소자 내부에서 교차하면서 결로가 발생한다.

전열교환소자에 결로가 발생하게 되면 종이재질의 소자가 젖고 장기적인 측면에서 곰팡이와 바이러스가 번식하게 돼 결과적으로 건강한 환기가 아닌 건강에 유해한 환기가 실시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력을 보유한 환기업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결로를 해결하면서 오염물질 제거 및 열회수성능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자연환기는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실내·외 기압차 및 농도, 밀도차를 이용해 환기설비 본연의 목적인 각종 무기화합물 및 새집증후군, 곰팡이균 등 오염된 공기를 실외로 배출하고 신선한 공기를 유입시켜 실내공기를 청정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기계식 환기는 필요한 만큼의 환기횟수를 맞출 수 있고 열교환소자를 이용해 유입되는 공기의 온도를 실내온도에 근접하게 만들어 여름이나 겨울철 쾌적한 실내공기질을 유지시킨다. 전기에너지를 사용하지만 냉난방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어 많은 건물에서 사용되는 방식이다.

기계식 환기에는 판형 열교환소자를 이용한 전열교환기가 가장 널리 사용되며 로터리형도 시장에 보급되고 있다. 또한 난방 시 바닥 하부로 버려지는 열을 이용해 외기를 가열하는 바닥열 환기시스템도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환기는 필요에 따라 자연환기와 기계식 환기를 자동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무덕트시스템에 에너지사용을 최소화한다는 장점이 있다.



제로에너지시대 환기 방향
지난해부터 제로에너지빌딩 인증제도가 시작됐고 2020년 공공부문을 시작으로 2025년에는 민간부문까지 제로에너지빌딩이 의무화된다.

건물에너지 소비와 생산을 ±0으로 만드는 제로에너지빌딩 실현을 위해서는 열손실을 최대한 줄이는 패시브하우스가 선행돼야 하고 기존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고단열·고기밀성 건물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에너지사용을 최대한 억제하는 제로에너지빌딩과 패시브하우스는 기존 건물에서는 있어도 안쓰던 환기설비를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일반 건물은 기밀성능이 높지 않기 때문에 따로 환기장치를 가동하지 않아도 창틀·문틈·지붕 등을 통해 어느 정도는 공기가 왔다갔다한다. 하지만 패시브하우스에서는 시간당 0.1~0.05회 수준으로 환기횟수가 내려가 강제로 환기를 하지 않을 경우 재실자는 답답함을 느끼며 불쾌감이 가중된다.

그렇다면 패시브하우스에서는 단순히 법에서 정하고 있는 시간당 0.5회의 환기횟수만 맞춰주면 되는 것일까?

패시브하우스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국가가 독일이다. 그만큼 패시브하우스의 선두주자이고 기술개발도 앞서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패시브하우스 선진국인 독일의 환기기술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지는 의문이다. 유럽 기후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여름에 습도가 높지 않다. 잠열회수가 불필요하기 때문에 유럽 전시회에 방문하면 열회수환기장치는 굉장히 많은데 현열회수 제품이 대부분이다. 종이를 사용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열교환 소자가 플라스틱, 알루미늄 등이기 때문에 물분자가 통과하지 못해 잠열교환은 전혀 안된다. 성능 좋은 유럽 환기제품도 국내에서 사용하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다.

국내 패시브하우스에서는 습도조절과 잠열회수가 재실자의 쾌적감을 상승시키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이러한 부분에 대해 대응이 부족한 상황이다.

공공부문 제로에너지빌딩의무화가 2년도 안 남은 현 시점에서 이러한 잠열회수 효율향상에 대한 빠른 기술개발이 요구된다. 이를 통해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및 동남아시아 등 여름철 고온다습한 해외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기청정기 설치? 공기질개선 ‘미비’
계속 이어지는 미세먼지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환기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업계의 노력만으로는 시장확대나 사회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결국 국가의 지원책이 요구되는데 관련 전문가들은 새롭게 개발되고 있는 신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효율인증 종료에 따라 건설사나 제조사, 사용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을 확실히 정해야 하고 바닥열,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환기시스템의 성능을 서로 비교할 수 있는 객관적인 시험방법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실내공기질 개선이라는 목표를 해결하는 가장 합리적인 접근방법이 사용돼야 한다. 최근 서울시를 비롯한 수도권 지자체는 어린이집, 노인정 등 취약계층 이용시설 및 학교 등에 실내공기질 개선을 위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을 열어보면 공기청정기를 보급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실내공기질 개선은 미세먼지를 비롯한 각종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것과 이산화탄소 배출이 포함된다. 공기청정기는 실내에 존재하는 오염물질을 제거할 수는 있지만 범위가 국소적이고 이산화탄소 처리가 불가능해 결국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켜야 한다. 이 때 외부 오염물질이 다시 들어오고 문 닫으면 이산화탄소 농도는 올라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대기업들의 홍보덕에 공기청정기에 대한 국민 인지도가 높고 설치가 편해 이번 보급사업은 정책홍보에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투입대비 실제 효과는 미비할 것으로 예상되며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안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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