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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인터뷰] 이윤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환기설비에 장기수선충당금 사용토록 주택법 개정해야”
신기술 적용가능한 제도적 기반마련 필수


어느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기준과 제도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건설부문 정부정책지원과 연구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정책수립에 필요한 연구용역을 수행, 과제분석과 해결책을 위한 근거를 뒷받침하고 있다.

건설기술연구원 건축도시연구소에서 국내 환기산업발전의 밑거름이 될 연구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이윤규 선임연구위원을 만나 국내 환기산업 현황과 개선점을 들어봤다.

■ 국내 환기시장을 평가한다면
국내 환기시장은 예상치보다 규모가 너무 작다. 2017년 기준으로 공기청정기시장은 약 1조2,000억원 규모이지만 환기설비시장은 3,000억원이 안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제값을 받으면 1조원 가까이 가야 하는 시장이다.

이는 건설사에서는 저가의 제품만 원하고 국민들은 환기설비에 대한 인식이 작기 때문이다. 공기청정기는 필요성을 인정하고 사용하는데 환기설비는 효과가 더 큰 데도 불구하고 전기료가 나간다고 안쓴다. 2009년 이후 환기설비의 공동주택 설치가 의무화돼 자기집에 이미 있는데도 굳이 공기청정기를 별도로 사서 가동시킨다.

공기청정기는 CO₂배출이 되지 않고 제품 근처만 공기질이 개선되기 때문에 집안전체 공기질 개선을 위해 2~3개씩 돌리면 환기설비보다 전기요금이 더 든다. 

이는 대기업 주도 시장인지, 중소기업주도 시장인지에 기인한 것 같다. 공기청정기는 대기업에서 광고하니 국민들 인식이 개선된 것이다.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환기설비는 홍보가 제대로 안되니 의무적으로 설치됐음에도 불구하고 사용하지 않는다. 건설사가 원하는 가격에 맞춰 제품을 만들다보니 계획보다 성능이 안나오는 경우도 있다.

정부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프리히터, 바이패스 의무화 등 규제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장에서 자발적인 경쟁을 통해 제품의 질이 향상돼야 하는데 왜곡된 시장구조로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 향후 개정방향은
최근 환기산업이 발전하면서 여러 가지 환기시스템이 개발되거나 기존 시스템이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받쳐주고 있는 법체계는 기술이 발전되는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경향이다.

현재로써는 법기준에 맞지 않거나 KS규격이 없어 성능을 평가할 방법이 없는 기술들이 있다. 아직까지 열회수환기장치외에 바닥열환기, 하이브리드환기, 자연환기 등은 에너지효율을 측정하는 기준이 정해져있지 않다.

이러한 시장변화와 신기술 개발에 대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준이 개선돼야 할 것이다. 국토부는 현재 건강친화형 주택건설 기준에서 녹색기술, 신기술인증 등 국가가 공인한 인증을 받은 제품은 기술을 인정해주고 있으며 추가적인 관련법 개정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데 이에 맞춰 필터성능도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 국토부는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비색법* 80%를 기준으로 정해두고 궁극적으로 90%까지 올린다는 계획이 있다. 500세대 이상에 적용하는 건강친화형 주택건설 기준에는 필터성능을 비색법 95%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필터성능이 강화되면 반송동력 역시 높아진다. 하지만 국민건강 유지에 필요하다면 경제적 비용이 다소 수반되더라도 기준강화는 필요하다. 또한 전기식 집진기라든지 정압이 많이 걸리지 않는 기술들이 존재하고 이러한 것들이 적용될 수 있도록 법이 유연하게 대응해줘야 할 필요
가 있다.

필터에 관해 국토부는 비색법에서 계수법**으로 시험방법을 바꾸고 기준치도 강화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조리 시 생기는 미세먼지를 위해 레인지후드 관련규정도 이미 일부 적용됐고 강화될 방침이다.

환기설비는 법에서 의무화하고 있는 만큼 주택법에 규정된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해 주기적으로 필터를 교체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하면 국민건강을 지키는 일은 물론 자연스레 시장도 확대될 수 있다. 환기설비 사용에 대한 홍보효과도 있어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또한 최근 고속터미널 지하상가 실내공기질 개선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언뜻 봤을 때 사람이 많아 공기질이 안 좋을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측정해보니 예상보다 좋았다. 원인을 분석해보니 최근 언론 지적 이후 환기설비를 24시간 가동시키고 3개월에 한 번씩 꼭 필터를 교체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유지관리가 이뤄지고 있어 악조건 속에서도 실내공기질이 잘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더 오랜 시간 머무는 주거용 건물에는 ‘유지관리가 쉬운 시스템이어야 한다’는 규정만 있지 ‘해야한다’는 의무규정이 없어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비색법: 시험필터의 정격풍량으로 조정하고 시험필터 상류에 표준분진을 투입해 여재의 색깔변화를 비색계를 이용, 비교 측정해 효율을 표시하는 방법.
**계수법: 시험필터의 정격풍량으로 조정하고 시험필터 상류의 입자개수와 필터 하류의 입자개수를 측정해 효율을 표시하는 방법.

■ 제로에너지시대의 환기산업 방향은
기본적으로 제로에너지건물에서 환기나 실내공기질 문제를 해결하려면 건축물의 기밀성능기준이 있어야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없는 실정이다.

제로에너지건물의 실내환경기준 정책연구를 끝내고 국토부에 제출했지만 아직까지 채택되지 않았다.

제로에너지건물에서 환기효율 향상과 열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밀성이 높아야 한다. 기밀성능기준이 확보되고 실내환경기준도 따라와야 한다. 환기는 에너지손실이기 때문에 손실은 적게 하면서 환기효율은 높여줄 수 있는 시스템이 개발, 보급될 수 있도록 법제도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

예를 들어 주방에서 고등어를 구우면 기준치의 50배에 달하는 미세먼지가 발생된다. 워낙 농도가 높아지니 단순한 환기설비로는 해결하기 힘들다. 이럴 경우 자동적으로 레인지후드를 작동시켜 오염된 공기를 빨리 빼내면 환기는 적게 해줘도 된다.

이런 통합형, 연동형 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환경이 안되면 시장은 기술개발은 뒷전이고 저가경쟁으로만 흘러갈 것이다. 결국 현실에 맞는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법이 기술개발을 막는게 아니라 산업발전을 유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 환기관련 연구과제를 소개한다면
‘창문부착형 하이브리드 환기설비’를 개발해 업체 기술이전을 완료했고 최근 ‘외기냉방 환기시스템’, ‘공동주택의 환기설비와 레인지후드 통합형 스마트 환기시스템’ 등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선진국에서도 이제 초입에 들어선 기술로 동등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공동주택의 환기설비와 레인지후드 통합형 스마트 환기시스템’은 주방조리 시발생하는 PM2.5 등 유해오염물질을 90% 이상 저감시키는 것을 목표로 환기 및 배기설비 에너지효율이 30% 이상 향상된 고효율 열회수 환기설비를 개발하는 것이다.

또한 △IoT 기술을 접목한 웹기반 스마트 제어알고리즘 및 센서모듈 개발 △주방조리 시 오염물질 제거효율 평가방법 개발 △통합형 환기시스템의 최적운영을 위한 실내공기질 평가지수 제시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