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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B 난제' 공동주택 대응방안 논의

설비공학회·SH공사, ZEB 기술세미나 개최



대한설비공학회 ZEB시스템전문위원회(위원장 송두삼)와 SH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 김세용)가 공동주택의 제로에너지 대응방안 모색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설비공학회와 SH공사는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SH공사에서 ‘제로에너지빌딩(ZEB) 기술세미나’를 열고 △ZEB구현에서 설비시스템의 중요성(송두삼 성균관대 교수) △ZEB구현에서 TAB·커미셔닝의 중요성(김진호 수원과학대 교수) 등을 발표했다.


전문가·입주민간 ZEB ‘시각차’…ZEB체감 필요
송두삼 성균관대 교수는 “국토교통부의 제로에너지의무화 로드맵에 따라 2020년 1,000㎡ 이상 공공건축물에 제로에너지 의무화가 개시되고 2025년부터는 민간으로 확대돼 1,000㎡ 이상 건축물과 30세대 이상 공동주택은 제로에너지로 지어야 한다”라며 “최근에는 지구단위 제로에너지 시범사업이 추진되고 있고 SH공사도 강동구에 제로에너지 공동주택을 추진하는 등 정부·지자체 차원에서 ZEB가 다양하게 기획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ZEB라고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경제성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냉난방·급탕·조명·환기 등 5대 부하의 에너지자립률을 20% 수준으로 맞추는 ZEB 5등급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라며 “이를 1개 등급 상향해 자립률 40%를 맞추기에는 아직 경제성이 받쳐주지 못하고 있어 개선노력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최근 ZEB구현의 핵심은 경제성으로 모아지고 있다. 어떻게 기계설비·신재생설비를 최적화 할 것인가, 어떻게 건축물과 융합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가가 주요 의제다. 일반적으로 ZEB는 패시브건축과 액티브설비를 더하면 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사실상 덧셈만으로는 추가적인 경제성확보가 어려운 단계에 와있다. 전문가들은 패시브와 액티브의 융합, 즉 곱하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송 교수는 “기존 방식처럼 건축·설비·전기가 따로 논의돼서는 안 되고 통합적으로 함께 고민해서 좋은 아이디어를 초기부터 융합해 적용하는 통합설계가 이뤄져야 한다”라며 “건축설계가 끝나면 뒷일은 후속공정 전문가들이 알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제로에너지가 구현될 수 있도록 후속공정의 다양한 에너지절감 솔루션이 처음부터 건축설계와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선진국은 ZEB와 관련해 플러그부하도 감안한 Net ZEB,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로 한다는 Zero emission, 에너지비용이 제로까지 된다는 Cost Zero와 같은 개념까지 논의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이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자립률과 같은 이론적·계산적 방법이 ZEB의 척도로 쓰이지만 앞으로는 한 걸음 나아가 실질적인 제로에너지화, 에너지비용의 절감이 논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에서는 이대로 가다간 ‘왜 ZEB에 입주했는데 에너지비용이 나오느냐’는 국민들의 민원에 대응할 수 없고 결국 ZEB의 수요창출, 대중화에 실패하게 된다는 위기의식이 높다.


특히 공동주택은 높은 층고에 비해 대지면적이 좁아 신재생에너지를 충분히 설치할 수 없기 때문에 ZEB구현이 난해한 주택형태로 꼽힌다. 국내 주거형태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송두삼 교수는 “ZEB구현을 위한 건축·설비·전기·신재생의 시스템적 사고와 설계가 필요하다”라며 “또한 이를 원활히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통합설계 플랫폼이 정착돼야 그나마 경제성을 확보하면서 실질적 에너지절감이 가능한 솔루션들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와 지자체는 다양한 시범프로젝트로 시장을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자재·제품·솔루션기업들을 비롯한 다양한 기관·단체들은 신기술·신제품 개발, 국산화, 조직 융·복합을 통해 뒷받침해야 한다”라며 “이에 더해 커미셔닝을 통해 실질적인 에너지성능을 확보하고 융·복합형 인재양성을 통해 제대로 구현될 수 있는 기반을 갖춰야 한다”라고 밝혔다.


1+1=1.5?…기술간 교호작용 고려해야
이어 ‘ZEB구현에서 TAB·커미셔닝의 중요성’을 주제로 발표한 김진호 수원과학대 교수는 “TAB는 기계설비를 설치한 뒤 그것이 설계의도대로 작동하는지를 조정하고 보증하는 것”이라며 “이에 비해 커미셔닝은 TAB와 달리 기획·설계단계부터 함께하기 때문에 설계목적을 위해 새로운 시스템까지도 제안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TAB도 기획단계부터 관여하면 시스템 오버사이징 등을 검토해 수정·보완을 요구할 수 있지만 사실상 완공단계에서 공기·물·제어시스템의 시험, 밸런싱, 조정 정도로 이해되고 있다. 이 단계에서 문제가 포착될 경우 재시공이 이뤄지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시스템 재설계까지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다.


이에 따라 커미셔닝 개념이 중요해지고 있다. 커미셔닝이 시장에 소개된 초기에는 HVAC을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위생, 배관, 나아가 전기, 건축까지 이어지고 있다. 즉 플러그부하측을 제외하고 건축물이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와 관계된 것들을 포함하고 있다.


커미셔닝은 기획단계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비용절감 여지가 크다. 시스템의 부적절 사례가 확인되면 조기에 설계변경, 시스템 재검토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대응여력이 높다. 통상 사업계획, 설계, 시공 등 단계마다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기술·도서·현장 등을 모두 검토해 문제점을 찾는다. 기기를 적용할 경우 해당 커미셔너의 입회하에 업체와 장비테스트까지 진행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ZEB구현에 필수적인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기획·설계단계에서 30~40% 에너지절감률을 목표로 추진하는 프로젝트가 준공되고 나면 15% 수준으로 제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특정 솔루션의 에너지절감률의 합이 무조건 덧셈으로만 작용하지 않는다는 함정을 간과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진호 교수는 “기술간 교호작용에 따라 기술별 에너지절감량의 합이 전체 에너지절감량과 같지 않다”라며 “이를 미리 점검하고 검증해야 하지만 현재 건축·설비·신재생 등이 따로 설계·적용되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기 쉽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건축물 설계를 총괄하는 건축사도 큰 역할을 하지만 에너지전문가가 처음부터 방향을 설정하고 이끌어가야만 ZEB구현이 가능하다”라며 “건축물과 관련된 다양한 요소·공정을 이해하는 전문가가 총괄디렉터 역할을 수행하는 커미셔닝이 ZEB 구현에서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