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지역에서의 갈등 문제를 해결하고 더 조속한 에너지전환을 위해서는 마을이 주도하는 에너지전환과 지자제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농민단체와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시됐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지난 4일 대통령직속 농특위 농어업농어촌탄소중립위원회와 ‘농민 주도의 에너지전환 어떻게 할 것인가?-농촌 에너지전환 촉진을 위한 사회적대화’ 토론회를 공동주최했다.
박진희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동국대 다르마칼리지 교수)는 발제에서 “해외에서의 에너지전환은 농촌에서 농민들이 주도해서 시작했다”라며 “기후위기대응 에너지전환은 설비 하나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농촌지역에서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전환을 위해서 실질적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업허가와 입지선정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가 명확하지 않고 주민참여 방식도 가이드라인이 부재하다”라며 “민원문제에 대해서도 행정이 사업허가를 어렵게 만드는 방식으로 소극적으로 해결하다보니 이격거리 등의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전환에 성공했던 해외사례를 보면 지역전환의 주도그룹이 결성돼 마을에서 자체적으로 전환의 기획이 나왔으며 지역에너지계획에서 계획단계부터 주민이 참여하고 실행단계에서 재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돼있었다.
협동조합이나 마을기업 설립, 개인투자 설립 등 마을에 주민들이 재생에너지 설비를 소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행정적 지원제도가 명확했고 이를 뒷받침하는 중앙기관과 지방정부의 행정역량이 탄탄했다.
박진희 대표는 “에너지설비가 마을소유가 되고 이것이 마을에 이익이 될 때 주민들이 설비에 대한 반발감이 적었다”라며 “국내에서는 이익공유를 한다고 하지만 직접적인 설비에 이익을 지역에서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에서는 전기만 이야기하지만 농촌 지역에서는 열이 매우 중요하다”라며 “대부분이 바이오플랜트 등을 통해서 열 배관망을 만들고 이를 통해 농촌에서 열을 중앙 난방시스템으로 공급하는 배관망이 함께 농촌에 들어가 지역의 삶의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강조했다.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기후위기는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고 기후위기는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에 원인이 있다”라며 “농촌지역은 냉해로 몇 년째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여름에는 집중호우, 겨울에는 한파로 농작물에 큰 피해를 입는 등 기후변화 피해를 현장에서 마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후변화 관련해 농업재해로 가장 피해보는 것은 농민이고 어쩌면 빠른 기후위기대응과 에너지전환이 가장 필요한 집단 중 하나가 농민”이라며 “에너지전환은 공감하지만 농촌을 침탈하는 방식의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동네 한가운데 태양광을 건설하고 이에 대해 주민이 반발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 경우 투자자는 주민과 대화하기보다 법을 따져가며 공사를 강행하는 사례가 지속되다보니 농민들은 재생에너지사업을 깨끗한 에너지를 만드는 사업으로 인식하기보다 갈등요소와 투쟁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실정이다.
이무진 위원장은 “실질적으로 농민이 주도하는 에너지전환을 하기 위해서는 농민이 농지를 소유하도록 토지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며 “지역농민 중 본인의 땅에 농사짓는 비중은 50%도 되지 않으며 임대농 비중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땅이 농민의 소유가 아니다보니 지주가 농지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농민은 그 땅에서 농사지을 권리를 뺏기는 구조”라며 “영농형 태양광도 보조금을 주면 농민이 혜택을 보는 것이 아닌 지주가 임대료를 높여서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이며 지주와 임대농 협상과정에서도 태양광이라는 대안을 갖고 언제든지 농민들을 쫓아내고 태양광사업을 하면서 농사짓는 흉내만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마을 협동조합이 제시됐다. 농지를 건드리지 않고 공동체주도로 에너지전환과 자립을 실현하는 방식이다. 전국 3만6,000개 농촌마을이 마을회나 마을주민이 참여하는 협동조합을 만들어 유휴지에 태양광을 설치할 경우 각 마을에서 100kW급 태양광만 설치해도 총 3.6GW가 되며 각 마을마다 에너지자립이 가능하다. 또한 발전 수익은 마을 발전기금과 마을의 공동체를 살리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어 마을에서 주도하고 공동체를 지키는 방식의 에너지전환이 가능하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실질적인 사례를 바탕으로 여러 방안들이 제시됐다.
문병완 보성농협 조합장은 영농형 태양광으로 농사도 짓고 태양광도 발전했던 본인의 경험을 소개했다. 문 조합장은 “농지를 훼손하고, 지역민들과 갈등이 첨예하게 이뤄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민이 주도해서 농지를 훼손하지 않고 국가정책을 이행하는 방법이 중요하다”라며 “벼농사와 태양광발전을 함께 할 수 있는 영농형 태양광을 직접 해보니 농가수익뿐 아니라 태양광 수익금도 적지 않아 안정적인 소득이 생겼다”고 밝혔다.
이어 “규제만으로 농지전용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라며 “농지를 지키기 위해서는 농지활용의 경제성이 높아지도록 만들어줘야 하는데 영농형 태양광은 농사와 태양광 발전을 함께하는 농지의 복합 활용방식이라 농지보존을 하면서 경제성도 높이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도헌 성우농장 대표는 충남 홍성군 결성면 원천마을 사례를 소개하며 마을과 지역중심으로 가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도헌 대표는 “마을에 바이오플랜트도 보급됐고 상업용 태양광도 4.1MW 설치했는데도 갈등이 없었다”라며 “이는 마을에 이미 주택용 태양광 보급률이 93%였으며 부지선정과정에서 사업자가 마을의 경관과 정체성에 상처가 되지 않도록 추진했고 마을 에너지 공동체가 마을총회를 만들어서 의사결정을 했던 것이 주요했다”고 밝혔다.
이어 “농촌에서 진정한 지속가능한 에너지전환을 위해서는 농촌·농업의 에너지전환을 정의해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할 과제가 드러나며 농촌·농민이 무엇을 주도할 것인지 정의돼야 역할과 책임이 명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안 지역농업네트워크 연합회장은 “에너지전환 문제와 식량안보문제, 농지문제는 구별해 접근이 필요하다”라며 “식량안보 문제가 에너지전환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며 농지의 토지문제가 에너지전환으로 발생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대로 된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문제를 명확하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라며 “에너지전환을 주도하는 부서가 산업부이다보니 농업현장에서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고 농업과 농촌을 모르는 사람들이 정책입안을 하니 여러 시행착오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김종안 연합회장은 “농식품부가 에너지전환과 관련해 권한과 책임을 확대하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라며 “농촌마을 종합개발 사업 등 농식품부와 행안부에서 마을단위와 공동체 지원사업이 많이 진행되고 있지만 대부분 하드웨어와 역량강화에 집중돼있고 보조금에 의지하다보니 보조금이 중단되면 지속가능하지 않은 형태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애초에 일정 범위에서 재생에너지를 함께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열어두거나 구체적인 지침을 넣으면 장기적인 운영자금까지 함께 확보할 수 있다”라며 “농촌종합개발의 개념을 확장시켜 지속가능한 개발방안에 대해서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우리 한겨레 기자는 “태양광으로 인한 농지전용이 전체 농지전용의 4%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현장에서 농민들은 태양광으로 인한 농지전용을 크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라며 “농촌태양광이 농가소득과 이어지지 않아 농민들에게는 부정적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린뉴딜 정책에서 농림부 예산은 전체의 0.5% 수준인 상황”이라며 “저소득 농민, 임차농민의 태양광 발전에 대한 금융지원과 함께 농민의 고민과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농림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송재원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재생에너지 팀장은 “농림부에서는 농촌지역 에너지전환을 위해 농지제도 정비 등 제도개선 및 농촌재생에너지 보급지원 등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농업인과 지역주민이 발전사업 이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다양한 주민 참여형 태양광발전 모델을 발굴하고 있으며 영농형 태양광은 영농활동을 하는 농어업인의 낮은 소득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영농형 태양광은 실제 영농형으로 운영되는지 모니터링 규제를 강화하고 농업농촌의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서 농지잠식을 최소화하면서 에너지전환을 추진할 수 있는 로드맵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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