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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남유진 부산대 건축공학과 교수

“공동주택세대 지열 적용기술
지열시장 확대 기폭제 될 것”
공공주택 지열 보급 활성화 방안 ‘RHO 도입’ 시급

정부의 2050 탄소중립선언 및 2030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 상향안 발표(2021년 10월)에 따라 제로에너지건물(ZEB) 보급확산 정책이 가속화되고 있다. ZEB 보급 확산 추세에 따라 ZEB 4등급 이상 달성을 위해서는 태양광설비 외 지열 등 신재생열에너지의 복합 적용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지열수열에너지학회는 최근 LH 본사에서 ‘지열 활용한 공동주택 냉난방시스템 적용 연구용역’ 보고서를 마무리했다. 이번 연구용역 총괄을 맡은 남유진 부산대 교수를 만나 연구용역 배경 및 공공주택 지열 활성화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 최근 수행한 LH 연구용역의 목적은
2050 탄소중립 선언 및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 상향안 발표에 따라 제로에너지건축물(ZEB) 보급확산 정책이 가속화되고 있다. ZEB 4등급 이상 달성을 위해서는 태양광설비 외에 지열 등의 신재생열에너지 이용이 필수적이다. 

또한 최근 ZEB 3등급 기술선도 시범사업에 LH공사 최초로 지열을 이용한 세대냉난방방식을 도입키로 결정했으나 실무 차원의 설계기준 표준화, 시공 매뉴얼 정립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용역에서는 기존 공동주택 지열 적용 사례 및 문제점 분석과 함께 개선 방안 도출, 설계·시공·유지관리 매뉴얼 개발, 경제성 분석 및 정책 개선 방안 도출 등이 수행됐다.     

■연구용역을 통한 공동주택 지열적용의 한계는
공동주택 지열적용은 지역난방+EHP 적용 케이스와 비교해 단순 초기투자비 회수기간 ROI(Return of investment)가 12.2년으로 산출돼 충분히 경제성이 확보될 수 있는 기술임이 확인됐다. 적정용량설계와 효율적 운전만 이뤄진다면 공동주택세대 적용은 보급 확대돼야 할 기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GI(Focus group interview) 및 현장조사에서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공동주택부지 내 지중열교환기 설치 면적 부족, 낮은 온수공급으로 인한 혹한기 실내 쾌적성 저하, 2차측 냉방 및 난방수요 불일치 시 대응 어려움 등이 거론됐다. 




하지만 대부분 문제점은 지열에 대한 문제라기보다는 중앙냉난방에 대한 문제점으로, 지역난방과 개별냉방에 비해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는 것이 지열 적용을 주저하게 만드는 것으로 판단된다. 상업건물의 냉난방이나 부대시설 적용 등은 작은 하자나 미흡함이 있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면 공동주택세대 냉난방은 입주민 민원으로 직결되는 중요한 분야라 조심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국내 공동주택시장을 볼 때 중앙냉난방에 대한 설계 및 운영사례가 많지 않으며 하자나 유지관리에 신뢰성 있게 대응할 수 있는 기업이 부족한 것도 보급 확대의 장애 요인으로 볼 수 있다.

■ 한계 극복 방안은
공동주택 지열적용의 기술적 한계는 해결방안이 있다. 지중열교환기 설치공간 문제는 열교환기 깊이 최적화 및 설치 공간 다양화로 극복될 수 있으며 경제성 문제는 축열조·장비의 적정 설계 및 최적운전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 또한 고효율 지중열교환기 기술, 설계 및 운전 최적화 기술, 열량 모니터링 및 관리기술 등 그동안 수행됐던 기술개발 과제들을 고려하면 지열 기술 자체의 문제점은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중층 이상 공동주택 지열 세대적용은 실별 부하 대응에 필요한 축열조 및 열분배기술이 필요하며 실무레벨에서의 충분한 운영경험과 실적(Track record)이 요구된다. 그러한 관점에서 LH공사의 공동주택 지열 시범사업의 성공적 운영도 중요할 것이다.     

■ 제도 개선도 시급해 보이는데 
공동주택 지열 보급 활성화를 위해서는 몇 가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는 지역난방 공급지역에 지열냉난방설비를 설치하는 경우 지역난방과의 효율적인 연계 체계가 필요하다. 특히 지중온도 안정화를 위해 냉난방생산 밸런스가 필요한 지열설비는 공동주택과 같이 난방 및 급탕의 온열수요가 높은 건축물에 에너지를 공급하려면 보조적인 열원을 필요로 하게 된다. 이 때 급탕수요는 지역난방을 활용하거나 보조적으로 지역난방을 연결해두는 설계를 할 수 있다면 신뢰성이 높은 시스템으로 구축될 수 있다. 

하지만 지역난방공사에서는 집단에너지사업법을 근거로 지역냉난방열원을 보조열원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지역여건에 따라 법적 검토나 경제성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공동주택의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도의 조기 정착을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냉난방설비를 적용하는 사업에 한해 지역냉난방열원을 주·보조 열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오래전부터 신재생열에너지업계에서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RHO(Renewable Heat Obligation)제도 도입이 공동주택분야에 반드시 필요하다. 주거용 건축물에서의 에너지사용은 열에너지 63%, 전기에너지 37%로 이뤄지고 있으나 최근 추진되고 있는 대부분의 공동주택은 신재생에너지설치를 거의 태양광에만 의존하고 있다. 신재생열원으로 열수요에 대응하고 신재생발전으로 전기에 대응하는 이상적이며 효율적인 제도를 시행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건물 신재생에너지적용에 있어 ECO2 프로그램 개선에 관한 시장의 목소리가 높다. 지열설비의 보다 정확한 에너지생산량 산정, 소비전력 환산계수 적용 개선 등 현재 지열설비에 불리한 프로그램 내 산출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 국내 지열시장에 대해 평가한다면
국내 지열시장은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지정에 힘입어 지난 20여년간 꾸준하게 성장해왔다. 그 과정에서 지중열교환기를 포함한 전체 시스템설계 및 시공기술 또한 성숙단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주요 지열전문기업의 매출에 근거할 때 현재 지열시장은 연간 5,000억원 정도의 규모로 예상되나 이는 타 신재생에너지시장과 비교할 때 상당히 작은 수준이다.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 설정,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기준 상향 등 많은 호재가 있어 시장 확대의 기대는 높지만 시장을 주도하는 대기업의 부재, 열원설비의 일부로 치부하는 인식, 시스템 성능에 대한 불신 등은 여전히 지열시장 확대를 저해하는 요소다. 지열시장의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술력과 신뢰성을 가진 우수기업이 크게 성장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한 정부의 지원 정책이 요구된다.    



■ 그동안 지열 보급에 따른 성과는 
그동안 지열 관련 학계나 업계의 노력으로 지열 관련 기술은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으며 지열업계에서도 다양한 건물 용도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통해 지열설계나 시공노하우를 쌓아왔다. 하지만 그동안 노력에 비해 지열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성공사례를 널리 전파하는 노력은 미흡했다. 

또한 다양한 기술개발의 노력이 있었음에도 수직밀폐형의 획일화된 기술 보급은 또 다른 기술개발을 주저하게 만드는 상황이 됐다. 고효율 저비용의 설계나 시공기술이 신재생에너지기술로 인정되고 보급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지열시장의 개방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 탄소중립 이슈에서 지열의 역할은
건물의 냉난방 및 급탕에너지는 건물용도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전체 건물에너지 사용의 약 30~50%를 차지한다. 건물부문에서의 탄소중립을 위해 냉난방 및 급탕에너지절감이 중요하며 지열시스템은 공기열원에 비해 높은 효율로 대용량의 열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기술이다. 

최근 탄소배출량 비교분석 결과에 의하면 냉난방운전 시 탄소배출량을 공기열원에 비해 연간 42% 저감할 수 있다. 이는 초기 지중열교환기 등 공사단계에서 배출하는 탄소배출량을 3년 이내 상쇄시킬 수 있어 탄소중립 주요기술로 꼽힐 수 있다. 

■ 최근 공기열원에 대한 신재생에너지원 지정이 논의되고 있는데 
공기열원과 지열원은 같은 히트펌프기술로 열원을 어디에서 가져오느냐의 차이다. 공기열원도 지열원 이상의 COP가 확보될 수 있다면 재생에너지로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름철 고온의 외기조건이나 겨울철 혹한의 외기조건에서 실험실 조건의 COP가 확보될 수 없다. 연구자로서 실제 운전상황에서도 지열과 비교해 동등 이상 성능이 보장되면 공기열원도 재생에너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산업관점에서 보면 공기열원이 신재생에너지로 지정되면 기존의 신재생에너지 기술, 특히 같은 히트펌프 냉난방기술인 지열원은 특별히 매력적인 기술이 아니게 될 가능성이 높다. 설계자나 이용자는 친숙하고 대기업 주도의 공기열원 기술을 선호해 지열시장은 축소될 것으로 본다. 다만 시스템성능을 중요시해 운전성능을 검증해 신재생에너지로 인정하거나 가점을 부여하는 체계가 구축된다면 지열시장에는 더 유리한 상황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지열산업이 침체기라는 지적도 있는데  
국내 지열시장은 신재생에너지설치 의무화가 신설되면서 활기를 띄였다. 특히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 공공부문에서의 신축이 전국적으로 추진되면서 지열설비 보급이 확대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공신축에 대한 수요가 축소되고 태양광 위주 보급 정책이 추진되다 보니 지열보급도 미진한 상황이다. 또한 정부의 R&D 지원이나 보급사업도 축소돼 이슈가 될 만한 사업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실적인 해결방안으로 정부나 지자체의 신재생열산업 지원 정책을 확대하도록 제안하고 싶다. 지열업계에는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실적 데이터에 근거해 홍보 자료를 만들고 적극적으로 의사결정자에게 어필하는 노력을 부탁하고 싶다. 

최근 서울시 의뢰로 지열수열에너지학회에서는 지열설비의 실제 장기간 운전실적을 바탕으로 실효성을 검증하는 용역을 수행했다. 그 결과 지열설비가 어느 열원설비보다 경제적이며 안정된 기술이라는 것이 검증됐다. 이러한 다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열설비의 우수성을 홍보한 것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최근 화두인 탄소중립 이슈와 에너지복지 키워드에 부합하는 기술로 지열기술을 홍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 정부의 지열분야 R&D 투자가 없는 것 같은데  
최근 국내 에너지분야 정부 R&D지원을 보면 태양광, 수소 등 특정분야에 한정돼 이외 기술, 특히 신재생열에너지분야 기술 지원은 거의 없다. 개발된 고급기술은 사장되는 것은 물론 기존 기술자는 이직하고 신규 인력은 유입되지 않는 등 기술개발의 어려움이 심각하다. 신재생열원 중 지열설비는 용량의 관점에서 가장 많은 양의 건물에너지절감이 가능한 기술이며 건물부문 탄소중립을 위한 주요기술이다. 

다시 말해 지열 활용기술은 건물부문에서의 획기적인 에너지 저감을 위해서는 보급하고 장려해야 하는 기술이다. 과대 설계 및 부실 운영을 막고 저비용 고효율기술을 개발해 건물부분 탄소저감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지열분야 R&D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 지열산업 활성화를 위해 투자해야 할 기술분야는
지열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기술적 분야와 사업적 분야 두 가지로 구분해 투자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기술적 부분은 지중열교환기의 경제성 확보다. 즉 수요자가 받아들일 수준으로 지중열교환기를 저비용으로 신속하게 설치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고효율 열교환기를 통해 필요 길이를 최대한 줄이는 것도 경제성 확보 필수요소다. 저심도의 효율적인 열원 활용기술이나 유출수 등 지하수를 적극 활용하는 기술도 신재생에너지기술로 인정해야 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 

사업적 분야라는 것은 기술투자보다는 지열산업의 성장을 위해 제도를 개선하고 우수사례나 실적을 홍보하는 등의 노력을 의미한다. 신재생에너지원별 보정계수가 가장 낮은 지열이 홀대를 받는 상황에도 지열업계는 중소기업이 주도하다보니 큰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워 제도 개선 노력 또한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다. 보정계수 개선을 위해 관련 학회 및 협회, 유관 단체들과 협업해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지열산업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동안 침체돼 있던 지열시장 확대 또는 재도약에 공동주택세대 적용기술은 시장 확대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또한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기준 상향도 태양광 위주 신재생에너지시장에서 타 기술이 활용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번 기회를 잘 잡아 보급 확대로 이어질 것이냐 아니면 여전히 적용이 어려운 기술로 남느냐는 지열 관련 산업계의 책임감 있는 노력에 좌우될 것이다. 이러한 중요한 시기에 공동주택 적용을 위한 지열기술 개발 연구는 물론 보급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이 추진돼 지열산업계가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