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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스마트시티 수출국 ‘입성’…LH, ‘쿠웨이트 신도시’ 착수

패시브·지역냉방·환기 ‘검토’
4조원 규모…국내기업 ‘우대’
세계시장 진출 초석 기대


세계는 스마트시티 열풍이다. 싱가포르, 마드리드 등은 이미 세계 스마트시티를 선도하고 있다. 유럽·미국 등 선진국은 물론 가까운 일본·중국까지도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도·브라질·중동 등 개도국들마저 앞다퉈 스마트시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세계 스마트시티 시장은 2016년 1조달러(약 1,075조원)에서 2020년에는 1조6,000억달러(약 1,721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해마다 약 15%씩 성장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스마트시티를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관련기술 및 솔루션 개발, 판로개척에 몰두하고 있다.


다소 암흑기가 있었지만 세계에서 가장 빨리 스마트시티에 도전했던 경험과 ICT(정보통신기술)·SI(시스템통합)기술력과 도시개발·건축기술 경쟁력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최근에는 쿠웨이트 정부와 ‘사우스 사드 알 압둘라(South Saad Al Abdullah) 신도시개발 프로젝트’ 협약을 맺는 성과를 거뒀다. 앞으로 갈 길이 멀지만 ‘우리나라 제1호 스마트시티 수출’이라는 의미가 크다.


쿠웨이트 압둘라 신도시는 현재 도시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지역냉방, 태양열이 검토되고 있으며 냉방, 난방, 급탕, 환기 등이 기획되는 단계다.


스마트시티의 개념과 우리나라의 스마트시티 위치.전망을 쿠웨이트 압둘라 신도시를 중심으로 점검해 본다.



스마트시티, 도시자체가 플랫폼
스마트시티는 수많은 형태로 구현될 수 있다. 낮은 단계의 스마트시티는 기존 저개발지역에서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거나 자연재해, 환경적 한계 등을 극복함으로써 주민들이 보다 편리하게 살 수 있게 한다.


나아가서는 한계에 부딪친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는 형태가 있다. 이미 개발이 거의 완료된 도시에서는 환경·교통·범죄 등 문제가 증가하는 반면 인프라 확충은 제한돼 확장하지 못하는 한계가 발생한다. 스마트시티는 에너지그리드·교통정보 등을 제공함으로써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한다.


궁극적으로는 ‘플랫폼으로서의 도시(City as platform)’로 뜻이 모아지고 있다. 컴퓨터를 예로 들면 윈도우와 같은 운영체제(OS)다. OS는 스스로 무엇을 하지는 않지만 다른 프로그램들이 개발.사용되도록 도와준다. OS 없이는 간단한 문서편집 프로그램도 만들기 어렵다.


스마트시티는 다양한 분야에서 수많은 데이터를 통합·관리하고 공유함으로써 플랫폼 기능을 수행한다. 사업자들은 그 데이터를 이용해 서비스를 개발하고 시민들은 편익을 증진시킨다.


예컨대 분산전원 제도와 인프라가 갖춰져 있고 전력사용정보, 생산량 등이 공공데이터로 제공되면 이를 이용해 쉽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韓, 암흑기 거쳐 급성장
우리나라는 10년 전인 2008년 ICT기술을 기반으로 세계 최초로 스마트시티를 추진했다. 당시는 ‘U-City(유비쿼터스도시)’로 명명해 인프라, 교통, 통신을 중심으로 대대적으로 시도했다. 전국 15개 시범단지가 선정됐으며 70개 지자체가 스스로 추진했다.


그러나 신도시개발 위주로 추진되고 CCTV 등 체감도가 낮은 서비스를 중심으로 해 국민의 호응을 얻기가 어려웠다. 특히 IoT, 빅데이터, 스마트홈, 에너지그리드 등 연관기술들이 개발되지 않아 한계에 부딪혔다.


이에 따라 2013년부터 하락세에 접어들어 불과 지난해까지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2013년 전국 73곳이었던 사업지는 지난해 초 기준 40여곳으로 줄었다.


이와 같이 국내에 스마트시티 역량이 정체된 사이 세계 각국의 후발주자들은 기후변화·지속가능성·자원고갈·도시문제 등이 점차 확산되고 스마트시티의 필요성이 증대되는 한편 관련기술 수준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구글이 캐나다 토론토에 ‘플랫폼으로서의 스마트시티’를 추진하고 있으며 베트남정부도 전국 도시 곳곳에 ‘인프라 중심의 스마트시티’ 구축을 위해 해외기업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부터 스마트시티 관련 정책·제도가 정비되고 4차 산업혁명이 대두되면서 국민들의 관심이 커졌다. 이에 따라 관련 기술개발·투자가 활발해지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현재는 그간 진행하던 스마트시티 사업과 더불어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스마트시티를 접목한 사례를 시범사업지로 발굴하면서 신도시, 도시재생 두 축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스마트시티 첫 수출
지난해부터 국내 스마트시티산업이 탄력을 받고 있지만 소위 ‘암흑기’에도 관련분야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스마트홈산업협회(회장 서병삼)의 관계자는 “그동안 협회를 비롯해 정부, 학계 등에서 ‘U-City’를 우리나라 스마트시티 브랜드로 정립하고 관련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등 꾸준히 노력해 왔다”라며 “탄력을 받지 못한 것은 국민적 관심에서 멀어져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휘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시설처장도 “국내 스마트시티, 스마트홈 경쟁력은 결코 나쁜 수준이 아니며 오히려 상당한 수준”이라며 “현재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기술, 시스템들이 개발되고 있어 조만간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압둘라 신도시도 지난 2015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쿠웨이트 순방에서 시작된 것으로 국토교통부장관과 쿠웨이트 주택부 장관이 2016년 5월 MOU를 체결하며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MOU 당시 주관사로 선정된 LH는 쿠웨이트 주거복지청(PAHW)과 함께 개발협력에 합의했으며 쿠웨이트 정부는 2016년 10월 국제입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우리나라 ‘선진컨소시엄’을 지난해 1월 선정했다.


국내외업체로 구성된 선진컨소시엄은 MP(마스터플랜)분야에 △선진엔지니어링 △동명기술공단 △동일기술공사 △Perkins, 시범주택분야에 △포스코A&C △현대종합설계, 스마트도시분야에 △포스코ICT, 재무회계분야에 △삼일회계법인 등이 참여하고 있다.


LH 쿠웨이트사업단은 사업총괄을 맡아 MP용역 시행단계에서 쿠웨이트 정부의 요구사항에 부합하도록 사업관리 및 설계계약관리 업무를 수행한다. 향후 신도시 조성단계에서는 양국 정부간 협력구도 하에 LH와 PAHW간 출자를 통해 현지 SPV(특수목적회사)를 구성해 사업을 시행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 국토부는 쿠웨이트 정부와 협력해 수주지원, 인센티브 등을 제공하며 쿠웨이트 정부는 토지출자, 인허가와 함께 SPV와 미분양택지·주택매입 확약을 진행한다. 또한 LH는 SPV에 출자·재원조달을 제공한다.


40억달러 규모사업…국내기업 ‘우대’
사업대상지인 압둘라 신도시는 쿠웨이트 수도인 쿠웨이트시티 중심에서 서쪽으로 30km 지점에 위치한 국유지에 조성된다.


면적은 64.4㎢(1,950만평)로 자국민용 주택이 2만5,000~4만호 건립될 예정이다. 당초 59㎢로 계획됐지만 지난해 7월 쿠웨이트 정부측의 요청으로 면적이 확대됐다.


해당지역은 사막지대로 기온이 높고 인프라시설이 없으며 물이 귀하고 모래폭풍에 의한 피해가 우려되는 특성이 있다.


이에 따라 압둘라 신도시의 스마트시티 시스템은 오수처리, 물 재활용, 급수 및 급탕 등 수자원관리를 최우선으로 하며 냉방시설 및 부하저감, 신재생에너지생산 등 에너지측면이 부각될 전망이다.


또한 주택수요충족 및 쾌적성 향상을 위한 스마트홈과 모래폭풍 등 자연재해 극복 및 실내환기 등 요소도 적용될 방침이다.


추정사업비는 40억달러(약 4조4,000억원)에 달한다. 현재 MP용역이 수행 중이며 용역은 지난해 4월 착수해 2019년 4월 종료된다. 계약금액은 약 433억원으로 PAHW 사업예산으로 충당한다.


정부와 LH는 이번 사업에 국내기업이 우선 참여할 수 있도록 협상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MP 우선협상대상 선정도 공개적으로 추진돼 해외 기업들과 경합했지만 LH가 평가기준에 한국정부에게 면허를 받은 사업자만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쿠웨이트 정부로부터 얻어내면서 국내 컨소시엄이 선정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국내 건축설계 및 시공, 건설자재, 기계설비, 신재생에너지업계도 현지의 특수한 조건에 적합한 솔루션 및 제품을 보유한 경우 진출이 가능할 전망이다.



패시브·지역냉방·환기 ‘중요’
이번 개발이 현지주민들의 주택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되는 만큼 사업의 핵심은 최대 4만호에 이를 전망인 시범주택분야라고 볼 수 있다.


LH에서는 사업총괄을 맡은 쿠웨이트사업단과 주택시설처가 주택부문에서 협력하고 있으며 현재 포스코A&C와 현대종합설계가 해당 분야 MP용역을 수행하고 있다.


현지 주택은 중동지역 특성상 기온이 높아 냉방부하처리가 가장 큰 이슈가 될 전망이다. 현재 인근 지역에서는 가정마다 에어컨을 사용하고 있는데 에너지과소비가 심각한 수준이다.


쿠웨이트는 산유국으로 에너지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데 이에 따라 몇 주간 집을 비울 때도 에어컨을 켜둔 채 외출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현재 계획으로는 에너지비용을 줄이기 위해 지역냉방을 검토하고 있으며 일반주택, 개별빌라에는 관망공사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지므로 중심상업지역, 고층화 주상복합 아파트지구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열원계획은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신재생에너지로 추진될 전망이며 태양열이 유력하다. 당초 지열시스템을 검토했지만 현지에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고 국내기술도 아직 미흡한 것으로 판단돼 태양열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태양열은 현지에서 에너지효율이 높고 내구성 문제도 해결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모래폭풍이 빈번한 지역이어서 유지관리문제가 선결돼야 할 전망이다.


패시브건축도 실내 냉열의 유지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당초 액티브요소만을 적용하려고 했으나 공사비문제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져 보냉관점에서 벽체단열, 열교차단 등 패시브요소 결합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창호의 경우는 모래폭풍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지에서는 모래폭풍이 빈번해 충격에 의한 파손을 막을 수 있는 강도 높은 제품이 필요할 전망이다.


한편 이와 같은 상황은 환기시스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현지에서는 호흡기질환 등 의료비지출 비중이 높은 편이며 모래폭풍에 의한 먼지를 우리나라의 미세먼지와 유사하게 여기고 있는 상황이어서 패시브건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환기, 공기청정분야의 진출도 기대된다.


난방부문은 현지에서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어 도입가능성이 적은 반면 급탕부문은 아직 전망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급수가 안정적이지 않아 대부분 건물 위에 물탱크를 올려놓는 방식으로 물을 사용하는데 외부에서 태양열을 그대로 흡수하다보니 실내로 공급되는 직수온도가 50℃에 달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가수조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빙축열 등을 이용한 냉수공급 시스템을 구축할지, 수도관을 매설하고 펌프 및 보일러로 온수설비를 설치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다만 수도관매설은 설비비를 포함해 공사비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성공적 마무리 ‘관심’…세계진출 초석 기대
압둘라 신도시 사업은 △1단계 용역수행 △2단계 사업시행으로 추진되며 1단계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는 순조로운 편이며 MP용역기간이 오는 4월까지로 예정돼 있지만 업체에서는 빠르면 이달 중 MP를 확정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다만 1단계가 마무리되고 2단계로 넘어가기 전에도 공사비 산정, 투자규모 및 주체, 쿠웨이트 정부의 지급보증 및 매입확약 등이 필요하다. 또한 시행단계에서도 사업에 뛰어든 기업들이 손해를 보거나 불합리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정부의 관리·지원 및 쿠웨이트와의 협상도 중요하다.


황필재 LH 쿠웨이트사업단장은 “LH는 G2G(정부대 정부)사업의 공동시행자이며 향후 설립될 SPV의 잠재적 공동투자자로서 상호 동반자적 관점에서 LH의 의사를 적극 반영할 수 있는 공동조정위원회를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업이 성공적으로 수행되면 현재 중동에서 일고 있는 스마트시티 열풍에 올라타 제2, 제3의 스마트시티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리나라 스마트시티 1호 수출건인 이번 쿠웨이트 압둘라 신도시 개발사업이 준공까지 성공적으로 완료돼 중동은 물론 세계 스마트시티 시장에 우리나라의 이름을 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