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9 (화)

  • 구름많음동두천 9.0℃
  • 구름많음강릉 10.1℃
  • 구름조금서울 8.4℃
  • 맑음대전 10.1℃
  • 대구 11.0℃
  • 구름많음울산 14.2℃
  • 황사광주 10.1℃
  • 구름조금부산 14.3℃
  • 맑음고창 8.5℃
  • 흐림제주 12.6℃
  • 구름조금강화 8.0℃
  • 구름많음보은 10.4℃
  • 구름조금금산 9.1℃
  • 맑음강진군 11.2℃
  • 구름많음경주시 13.7℃
  • 맑음거제 13.7℃
기상청 제공

커버스토리

[인터뷰] 이승복 연세대 교수

“中, 국내시장 잠식우려”
자재산업 기반으로 세계진출 서둘러야

제22회 국제 패시브하우스 컨퍼런스에서는 국내 인사들이 발표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승복 연세대 건축공학과 교수도 컨퍼런스에서 포스터 세션에 참석해 우리나라에서 이뤄지고 있는 PH 요소기술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우리나라 건설산업의 진화방향이 명확해졌다고 설명하는 이 교수를 만나봤다.


■ 컨퍼런스에서 경제성이 강조됐는데


패시브하우스(PH) 개념은 1970년대 에너지파동 이후 에너지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1980년대 제시된 패시브솔라아키텍처를 건축기술로 정립한 것이다.


이를 주도한 것이 파이스트 교수다. 건축물리학자로서 건물에너지성능을 충족시키기 위해 어떻게 건축해야 할 것인가를 22년전에 정립했다.


PHI의 핵심은 성능기준이다. 기후변화, 환경 등 인류생존이 걸린 문제를 건축이라는 구체적인 분야에서 다루기 위해 단순·명쾌한 설계·성능기준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기준을 충족시키는 건축자재가 지속 개발되는 산업풍토를 만들었으며 인증자재를 중심으로 좋은 건축물을 탄생시키는 순환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기여도가 크다.


이번 발표에서는 이와 같은 선순환고리를 강화하기 위해 5가지 PH의 중점요소별로 공사비 산정을 매우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예전에 산업이 성숙하기 전에는 고가였던 제품들이 다양한 디테일·자재·부품들이 개발되면서 큰 비용증가 없이 PH기준을 충족하는 수준까지 도달하게 됐다.


유럽에는 전체 960여개 PHI인증 자재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장에는 다양한 선택권이 있다.


이를 어떻게 조합해서 PH를 구현하는지, 이를 기반으로 어떤 건축디테일이 있는지가 명확히 제시돼 있어 건축업계 종사자들은 이를 기반으로 설계·시공할 수 있다.


파이스트 교수가 언급했듯 한마디로 정리하면 ‘Not cheap, but economical’이다. 투자경제성이 있으니 사업적 측면에서도 이 분야에 뛰어든 기업들은 성장일로에 있다. 이는 향후 건축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고 분석된다.


■ 국내 PH산업 경쟁력을 위해서는


PH는 기술적내용이 강조된 분야여서 학술·이론적 측면보다는 기술적 측면이 중요하다.


유럽에서는 산업기반이 되는 자재·부품산업, 이것의 기준이 되는 PHI인증, 인증을 충족할 수 있는 솔루션이 나와 있다. 이 3박자를 토대로 통합적인 설계, 엔지니어링을 통해 제로에너지까지 이르는 PH를 구현하고 있다.


특히 독일은 제조업 강국으로서 산업기반이 탄탄하다. 다양한 구조·재료·공법을 위한 디테일이 개발돼 있으며 건축가는 다양한 선택가능성을 갖고 있다. 더구나 시장보편성도 갖고 있어 가격도 안정적인 장점이 있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이번 컨퍼런스가 우리나라에 큰 의미를 주는 것은 특정분야에서 세계 최초의 제품이 개발돼 PHI인증을 획득했다는 것이다.


이건창호의 진공유리의 경우 기존 3중유리에 비해 가벼우면서 성능은 더 뛰어나다. 이와 같은 특성에 힘입어 전시회에서도 거래조건에 대한 상담까지 이뤄지는 것을 목격했다.


우리 건축자재산업측면에서 보면 이와 같은 접근을 통해 다양한 자재, 부품으로 국제 건축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중국시장의 도약이 위협적인데


그렇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중국의 질주가 돋보였다. 우리나라가 국제 건축시장으로 뛰어들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지 않으면 국내 건축시장이 자재·고성능 제품들에 의해 잠식당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어마어마한 시장을 갖고 매우 빠른 속도로 유럽 등 선진국의 기술을 흡수하고 있다. 이미 PHI인증 등 고성능 제품을 매우 많이 생산하고 있다. 이는 주변국가들의 건축시장에 굉장히 큰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유럽기반의 기술로 PHI인증을 통해 성능을 검증받은 제품이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을 생산기반으로 한다면 성능·가격 모든 면에서 경쟁력이 커진다. 이에 따라 향후 자재시장, 나아가 건축시장에 큰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 우리나라가 이에 대응하려면


우리의 입장이나 산업을 지키거나 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면 현상을 진단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강조되고 있는 것이 한국형, 우리 실정에 맞는 PH기준 등을 이야기 하고 있다. 국내 자재산업이 준비가 덜 돼 고성능을 요구하면 산업이 쫓아오지 못하니 여지를 둔다는 차원에서는 일리가 있다.


다만 이와 같이 성능기준을 완화하면 타협의 여지를 줌에 따라 궁극적으로는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우리나라가 미리 대비하지 못해 중국의 성장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매우 시급한 상황임을 고려해야 한다.


PHI에서 제시하는 성능기준은 극지방을 제외하고는 동일하다. 러시아의 경우도 단열재를 1m까지 써야한다고는 하지만 불연단열재로 달성이 불가능하다면 진공단열재 등 이를 충족할 수 있는 솔루션의 다양화로 접근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다양한 구조·재료·공법을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한다면


한마디로 표현하면 다시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크게 3가지 측면인데 기존에는 이와 같은 기본들이 개념적으로 제시됐다면 이제는 시급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먼저 통합설계관점에서 PH를 건축개념으로 볼 필요가 있다.


PH는 에너지절감기술 1~2개를 덧붙이는 것으로 되지 않는다. 이는 단지 비용상승만 야기할 뿐이고 설계초기단계부터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에너지절감 최적화가 가능하다.


이를 위해 전문가 교육, PH디자이너 교육훈련 등 통합적 솔루션을 찾아낼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다음으로 아무리 전문가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시장에 자재·부품이 없으면 구현이 불가능하다. PH를 가능케하는 단열·기밀·창호·열교·환기장치 등 요소에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솔루션이 존재하면 충분히 구현이 가능하다.


현재의 자재들은 유럽의 성능대비 가격이 높게 책정돼 있고 기준에 부합하는 성능을 갖춘 자재도 일부품목에만 국한돼 다양한 솔루션이 구현되기 어려운 구조다.


끝으로 건물의 에너지성능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 건축물은 노후에 따라 성능저하가 지속되기 때문에 독일처럼 몇 백년 된 건물도 PH로 개선하는 작업을 이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