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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인터뷰] 김광우 서울대 명예교수

“패시브, 민간주도로 도약해야”
신제품·신기술 수용에 관대한 문화 필요

이번 제22회 국제 패시브하우스 컨퍼런스에는 국내 석학들도 다수 참석했다. 현재 건축친환경설비학회 내에 설립된 패시브제로에너지건축연구소(IPAZEB)를 이끌고 있는 김광우 서울대 명예교수도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특히 볼프강 파이스트 PHI 소장과 만나 하반기 개최될 아시아 컨퍼런스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는 등 한국의 패시브하우스(PH) 확산을 위한 노력을 알리기도 했다. 김 교수를 만나 이번 컨퍼런스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에 대해 들어봤다.


■ 이번 컨퍼런스·전시회를 분석한다면


우리 정부는 패시브건축, 제로에너지빌딩을 미래 먹거리산업의 주축으로 보고 이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각 분야를 발전시켜 나가야 된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현실적으로는 민간부문에서 아직 확산이 많이 돼 있지 않다.


이번 컨퍼런스·전시회를 통해 느낀 것은 독일의 경우 민간에 패시브하우스에 대한 인식이 많이 퍼져있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수요가 많으니 관련 산업도 발전하고 보다 나은 제품을 개발하려는 시도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예전에는 단열부문에 적극적이었다면 이제는 환기분야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출품 제품도 과거 열교, 단열이 주축을 이뤘다면 이번 전시회에서는 환기제품이 더 많았다.


이는 열교·단열기술이 개발되고 다양한 제품이 생산되면서 쌓인 산업기반을 바탕으로 이제 사람이 거주하거나 생활하는 데 필요한 세밀한 부분에 주목하는 것이다.


그만큼 독일시장은 수준이 향상된 것이며 과거 에너지절감을 추구하던 것에서 나아가 이와 같은 상황에서의 쾌적성도 고려하고 있다. 에너지절약도 중요하지만 건축물에서 에너지를 줄임으로써 변화된 환경에 따라 다른 부분, 즉 쾌적성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는 단계가 된 것이다.


주목할 점은 모두 민간에서 참여한 것으로 관 주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녹색건축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민간에 동기부여가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가 주도적으로 하는 것도 좋지만 궁극적으로는 민간의 자발적,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실질적, 가시적인 개선을 위해 규제를 중심으로 정책방향이 짜여져 있으나 향후에는 이에 대한 필요성을 설득하는 활동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국민들을 설득시키고 공감하게 하는 방안에 소홀하고 규제를 중심으로 추진하면 하한선을 규정하는 제도 특성상 그 수준까지는 가겠지만 이를 넘어서기는 어렵게 된다.


건축주, 건설업계 종사자들이 이와 같은 필요성에 공감하게 해야 우리나라도 독일처럼 한 단계 성장하고 패시브·제로에너지건축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 학술내용보다 실무가 강조됐는데


PHI에서 주관하는 컨퍼런스 자체가 학술성이 강조되는 성격은 아니다. 실무에 관여하는 사람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현장에 적용했을 때 성능과 비용이 어떻게 도출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에 따라 실무자들의 발표가 많이 이뤄졌다. 특히 건축설계자들이 많이 참석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는 건축가들이 PH의 모든 내용을 두루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현장에서 디테일을 고려해야할 때는 각 분야 전문가가 나서겠지만 최초 설계부터 PH가 고려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건축가들이 디자인을 하고 나머지 다른 부분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 위임된다. 친환경요소는 컨설팅업체가 맡고 에너지절감 설비요소는 기술사들이 맡는 식이다.


그러나 PH는 엄밀히 말해 기술이 아니라 원리다. 일반 건축물에 친환경요소, 에너지절감 요소가 덧입혀지는 것이 아니다. 실질적으로 PH건물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후특성, 현장특성 등에 따라 다른 형태, 다른 디테일, 다른 개념들이 접목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건축가가 이를 이해하고 상당한 수준의 지식을 갖고 있어야 창의적인 건물이 나오게 된다. 특정 디자인에 단열성을 더하고 설비의 에너지절감성을 고려하기 위한 대안을 내놓고 반영할 수 있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다.


어떤 단열을 왜 넣어야 하는지, 다양한 아이템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고려해야 하며 이는 특정 건물의 생활패턴, 유형 등을 토대로 해야 한다. 이것이 건축가들의 PH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훈련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 자재산업 육성이 중요한데


자재기술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도 개발할 역량이 충분하지만 문제는 수요다. 새로운 제품이 개발되고 개선되는 과정에서는 비용상승이 필연적인데 이를 어떤 방식으로든 보상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특정 주체가 부담한다기 보다는 수요창출을 통한 대량생산으로 비용증가가 상쇄돼야 한다. 비용상승분을 경제구조적으로 보상받는 것이다.


자재개발은 스타트업들이 뛰어들어서 할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새로운 제품들이 수용되기 어려운 문화가 있다. 특정 현장에 적용을 의뢰하게 되면 실적을 보여달라는 요구가 많다.


누군가 나서서 도전적으로 적용을 하더라도 만약 실패하게 되면 채용을 결정한 당사자가 책임을 지게 되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절차를 거쳐 면밀히 조사하고 타당성분석을 통해 적용했다면 문제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책임을 면해줘야 한다.


유럽은 새로운 시도에 관대하며 잘 수용하는 편이다.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체계·문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