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김명준)은 1976년 신가치 창출, 산업경쟁력 강화, 신시장 개척 등을 통한 국력신장에 이바지하기 위해 설립, 정보통신을 포함한 광범위한 디지털 혁신기술 연구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1988년부터 기술기준 연구, 1989년부터 정보통신표준 및 적합성시험도구 개발연구에 착수했고 정보통신표준화 연구기능 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정보통신표준화 추진체계 구축(안)’을 마련했다. 1989년 10월 정보통신표준연구센터(PEC: Protocol Engineering Center)를 설립해 본격적인 정보통신기술 표준화 연구를 시작했으며 현재까지 정보통신 표준기술에 대한 핵심 연구조직으로 국내 및 글로벌 표준화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정상진 ETRI 책임연구원은 데이터센터 및 통신망의 에너지효율 향상을 위한 JTC1, ITU-T 국제표준을 개발하고 그린데이터센터인증제에 인증지표로 반영해 국내 ICT산업의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하고 있다.
정상진 책임연구원을 만나 데이터센터표준화 필요성 및 향후 방향에 대해 들었다.
■ 표준화 활동은
2003년부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표준연구본부에서 표준화 업무를 시작했으며 △IPv6 및 미래인터넷 △그린 ICT △데이터센터 △ESS(에너지저장장치) △IoT(사물인터넷) 등 분야 표준개발 과제에 과제책임자·참여연구원으로 참여해 수십건의 국제 및 국내표준을 개발해왔다.
또한 △IEC TC120(ESS) △ITU-TSG5(기후변화) △ITU-T SG13(미래네트워크) △ISO/IEC JTC1/SC39(데이터센터) △OCF(사물인터넷) △IETF(IPv6) 등 다양한 국제표준화 기구의 표준화 그룹에서 표준 에디터로 표준개발을 주도하고 ITU-T SG5 Q11(기후변화 완화 및 스마트에너지)의 라포터를 수임해 탄소중립 및 기후변화 관련 국제표준화를 총괄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스마트에너지·환경 △통신망 응용 △IECTC120 △TC57(전력시스템) △JTC1/SC39 전문위원회 △한국ITU연구위원회 △사물인터넷융합포럼 △스마트그리드 표준화포럼 등 다양한 표준화기구에서 국내표준을 개발하고 국제표준 보급 등 표준화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국립전파연구원으로부터 ITU-T 우수 연구위원상을, 2015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로부터 표준화 공로상을 수상한 바 있다.
■ 데이터센터 표준화 수행은
현재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PUE(Power Usage Effectiveness)는 미국의 단체표준과 같은 개념이지만 모든 나라에서 사용하는 공적표준, 국제표준을 만들기 위해 ISO/IEC JTC1 산하에서 데이터센터 표준을 담당하는 그룹인 SC39에서 진행되던 아이템을 가져온 것이다.
지난 2012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데이터센터의 에너지효율 측정에 대한 국제·국내 표준 개발과제를 공고한 바 있다. 이 과제를 맡아 PUE 표준 제정에 참여해 미국, 중국, 독일 등과 함께 작업을 진행했다.
해당 과제는 2015년 종료됐으며 후속과제를 위한 노력을 했지만 정부정책에 따른 R&D 예산분배 순위가 높지 않아 연기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기후변화 대응 이슈와 정부의 탄소중립 2050 발표에 따라 많은 IT설비가 모여있는 데이터센터의 에너지효율 향상이 부각돼 관련표준 개발 필요성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 이번 표준화의 초점은
이전 연구에서 다뤄진 PUE는 데이터센터 전체의 에너지효율 측정기준이기 때문에 냉방, 공조 등 세부설비의 효율을 측정할 수는 없었다.
이에 따라 이번 표준개발은 이러한 냉각, 공조, 랙 집접성, 상면 효율성 등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현재 서버실에 들어가는 지점을 측정토록 돼있는데 분전반 등 기타설비가 사용하는 전력도 함께 집계되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진다. 이 수준을 높여 서버 앞에서 측정하거나 세분화를 해야 한다.
PUE는 미국이 주도해 만든 표준이니 국내 실정과 거리가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의 상암동에는 지역냉방을 사용하는 데이터센터들이 있는데 PUE 측정방법에는 이러한 냉수사용 시 변환방법이 없어 국내 상황에 맞춘 변환방법 등도 포함될 예정이다.
특히 공조설비의 효율 측정지표를 만들어 국제표준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며 데이터센터의 내부공간 효율개선을 위한 측정방법도 개발할 방침이다.
이번 과제는 냉방부문에 가장 큰 초점이 맞춰진 만큼 현재 사용되고 있는 인랙쿨링 등에 대한 측정방법도 다뤄질 예정이다.
현재 연구과제를 기획 중이며 2022년 공고 및 사업착수에 돌입할 수 있도록 목표를 잡고 있다. 과제는 3년간 진행되며 2022년 착수하면 2024년 말까지 국제표준 제정까지 진행될 수 있도록 스케줄을 짤 계획이다.
실제로 데이터센터를 설계하는 방법이 나라마다 비슷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가 국제표준을 주도할 시 국내기업의 강점이 부각될 수 있다. 표준개발을 만들 때 삼성SDS, LG CNS, KT, SKT 등 데이터센터 관련기업의 담당자들이 협의체에 참여토록 해 초안을 함께 검토하고 국내 업계의 요구사항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 그린데이터센터인증은
2012년 과제 당시 만들어진 표준을 국내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표준의 성격 상 국내기업들을 강제할 수는 없었다. 이를 활용하기 위해 그린데이터인증을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KDCC)와 함께 만들었고 PUE를 평가지표로 넣어 인증을 받을 때 함께 사용토록 유도했다.
하지만 그린데이터센터인증을 획득해도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적어 참여 데이터센터가 적은 것은 아쉽다. 정부에서 전기요금 할인, 세제혜택 등을 주면 좋겠지만 이러한 인센티브가 빠지다보니 국내 160여개 데이터센터 중 20여개에서만 인증을 획득했다.
특히 인증을 받고 이를 계속 유지시키려면 비용이 필요한데 인증을 가지고 있을 때 메리트가 적다보니 한번 받고 다음해에는 인증유지를 하지 않는 실정이다.
이번 데이터센터 표준화 과제가 만들어지면 당연히 KDCC와 함께 진행할 예정이며 그린데이터센터인증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지원책과 평가지표 등을 개선할 계획이다.
현재 탄소중립이 주요이슈로 작용하고 있어 전력량을 대규모로 사용하는 데이터센터의 에너지효율화 필요성을 강조하면 정부로부터 지원책을 이끌어내기 충분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현재 그린데이터센터인증 평가지표 중 PUE가 80점가량을 차지하는데 이번 과제결과를 반영해 PUE 점수를 낮추고 냉각·공조설비 등을 포함시킬 예정이다.
■ 장기적인 연구방향은
전자통신연구원은 정보통신분야의 표준화를 담당하고 있는 기관이며 융합표준연구실은 ICT를 활용한 표준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탄소중립 및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할 수 있는 표준연구도 진행하고 있으므로 데이터센터 측정지표 외에도 배출권거래 등 다양한 아이템을 다룰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