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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생산성 한계’ 건설산업…모듈러건축 기반 혁신해야

노동집약적 건설업, 제조업화 통한 생산성증대 필요
자재생산·운송·시공 등 탄소배출량 획기적 절감가능
글로벌 시장규모 100조원 육박…국내기업 진출가능성



모듈러건축이 건설산업계의 ‘핫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한 유행처럼 인기몰이라기 보다는 기존 건설산업의 한계로 지적돼 온 ‘생산성의 벽’을 허물 가능성이 있는 게임체인저로서 주목받고 있다.

건설산업은 현장중심의 노동집약적인 특성에 따라 생산성 저하가 고질적인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모듈러건축을 통해 노동중심에서 기술중심으로, 현장중심에서 공장중심으로 전환함으로써 건설생산성, 품질,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현장이 정해지면 현장근로자가 투입되고 자재가 들어가면서 장기간에 걸쳐 공사가 진행되는 기존 방식은 공기도 오래걸릴 뿐만 아니라 투입인력의 전문성과 경험에 따라 시공품질이 천차만별인 경우가 많다. 신기술이 적용되더라도 본래 성능을 발휘하도록 최적시공되기 어려우며 하자가 발생하기 쉽다.

이러한 방식은 다수의 현장인력을 필요로 하며 고강도의 노동을 수반하기 때문에 직종 기피현상에 따라 인력수급이 어려워지고 있다. 전문인력 감소에 더해 코로나19 등으로 그나마 단순노동업무를 수행하던 외국인 노동자마저 인력수급이 어려워져 시공품질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는 상황이다.

또한 주52시간제, 중대재해처벌법 등 규제환경 변화에 따라 공기증가, 현장위험요소 관리 등 건설산업의 리스크도 건설산업에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러한 건설산업 프로세스가 근본적으로 혁신하지 않으면 고품질을 원하는 수요자의 요구나 스마트화, 자동화, 디지털화와 같은 시대흐름을 수용하기 어려워 산업잠재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모듈러건축은 기존 프로세스에서 현장작업을 최소화해 생산방식 효율성을 극대화한 공법이다. 전문가들은 생산성, 환경성, 안전성, 성장성 측면에서 모듈러건축이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공장에서 구조물을 생산·조립한 후 완제품 또는 반제품 형태로 현장에서 간단하게 조립하는 방식이므로 표준화·자동화 생산을 통한 스마트건설을 실현할 수 있다.

또한 건설현장에서 탄소배출을 저감할 뿐만 아니라 건축물폐기단계에서도 일부 또는 대부분을 재사용할 수 있어 지속가능한 건설을 실현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현장작업을 최소화해 안전성 확보 및 기상요소 배제 등으로 공기증가와 같은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나아가 요소기술 개발, 대량생산 등 체계를 갖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기존방식보다 해외 건설시장으로의 수출이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아직 국내에서는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모듈러건축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실증사업 성격의 공공프로젝트에 의존하고 있으며 모듈러건축을 저품질의 임시 컨테이너 건물로 여기는 사회인식도 해소해야 한다. 또한 모듈러건축에 대한 제도 역시 주택법의 공업화주택이 유일하며 이에 따라 인증 및 인센티브 등 별도의 육성·지원정책이 미흡한 상황이다.

이번 기획에서는 모듈러건축의 효과를 살펴보고 전문가들에게 산업활성화 방안과 국내 기술수준에 대해 들어본다.

모듈러, RC대비 노무비 19%↓
건설업은 생산성은 노동생산성과 관련이 깊다. 노동력, 노동투입원가가 높은 건설업은 노동생산성 제고가 전반적인 산업의 생산성 증대에 필수적인 요소다.

한양대가 2020년말 발표한 ‘모듈러건축 파급효과 분석’에 따르면 건설업의 노동생산성은 시간당 25달러로 39달러인 제조업보다 낮으며 지난 20년간 건설업의 연평균 생산성증가율도 1% 수준으로 제조업의 3.6%보다 낮다. 또한 2009년 이후 10년간 건설업 노동생산성은 27.9% 감소해 18.5% 증가한 제조업과 대조를 이뤘다.

보고서는 최근 몇 년간 수주호황국면에서도 생산성이 저하된 원인은 노동력 공급부족으로 비숙련 노동력 투입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젊은 층에서 건설업의 근로시간 과다, 근로시간대비 적은 보수, 위험한 작업환경 등을 근거로 3D업종으로 인식하는 가운데 이들의 빈자리를 외국인근로자가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내국인근로자의 노임단가가 10%가량 높지만 작업속도는 외국인근로자대비 약 20%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공종에 따라서는 50% 이상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안용한 한양대 교수는 “건설업의 생산성이 저하되고 있으며 생산성이 낮은 외국인노동자로 건설인력이 대체되는 상황을 해결하려면 건설업의 제조업화가 필요하다”라며 “모듈러 건축공법은 대부분 공정이 공장에서 이뤄지는 특징에 따라 임시직 형태의 현장노동자를 정규직 형태의 공장 노동자로 전환, 고용의 질을 개선하고 노동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양대가 천안두정 공동주택 직접공사비 내역을 토대로 노동생산성을 추정한 결과 RC공법대비 모듈러공법의 노무비가 약 19%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RC공법 시 노무비는 3억5,243만원인 것에 비해 모듈러공법은 2억8,660만원으로 낮아졌다.



LCA관점 탄소배출량 급감
모듈러건축은 자재생산·수송·시공 등 과정에서 기존공법대비 탄소배출량이 낮아 건물부문의 탄소중립 실현에도 기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RC구조물 건설에 따라 시멘트 수요가 증가하며 상당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9년 시멘트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3,900만톤으로 국가 전체배출량의 5.6%, 국가 전체산업부문의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듈러건축과 같은 OSC공법을 활용할 경우 건축구성재의 부품화·조립화를 통한 건식공법으로 건축프로세스의 혁신을 실현할 경우 이러한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전과정평가(LCA) 관점에서 △천안두정 공공주택 △인천옹진 공공주택 △광양제철소 기숙사 △유강초등학교 △자월보건지소 등 프로젝트의 투입건축자재 누적질량 기준으로 기존공법대비 모듈러건축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비교한 결과 평균 35.5%의 저감효과가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천안두정 공공주택은 437.5kgCO₂eq/㎡에서 279.5kgCO₂eq/㎡로 36.1% 저감 △인천옹진 공공주택은 373kgCO₂eq/㎡에서 307.9kgCO₂eq/㎡로 17.44% 저감 △광양제철소 기숙사는 275.6kgCO₂eq/㎡에서 202.7kgCO₂eq/㎡로 26.5% 저감 △유강초는 801kgCO₂eq/㎡에서 180.8kgCO₂eq/㎡로 77.4% 저감 △자월보건지소는 540kgCO₂eq/㎡에서 431.7kgCO₂eq/㎡로 20.1% 저감됐다.

안용한 교수는 “프로젝트 특성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기존공법대비 모듈러공법이 친환경적인 공법임을 알 수 있다”라며 “이는 재사용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70~90% 재사용이 가능한 모듈러건축의 특성을 감안할 경우 탄소배출량 저감이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한건축학회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주요 건축공사 공법별 건설폐기비용이 철골조, RC조 등은 6,000원/㎡였지만 모듈러공법은 2,316원/㎡으로 상대적으로 건설폐기물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모듈러공법이 적용된 평창 미디어레지던스 호텔과 RC건축물인 H오피스텔을 대상으로 건설폐기물을 비교한 결과 H오피스텔의 연면적이 60% 넓었음에도 불구하고 건설폐기물은 평창 미디어레지던스 호텔이 50% 적게 배출됐다.



RC대비 안전·공기·하자 ‘유리’
모듈러건축은 안전성, 공사기간, 하자감소 등에서도 기존 공법대비 유리하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 먼저 안전성의 경우 건설업이 국내 전체 재해의 2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가운데 가설건축구조물이 주요 발생원인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작업발판, 안전난간, 개구부 덮개, 사다리, 이동식비계 등 5대 가시설물 등의 비중이 낮을 경우 건설현장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모듈러공법은 RC공법대비 가시설물이 적어 잠재적인 현장 안전사고 가능성이 낮다. 광양제철소 기숙사의 경우 RC동과 모듈러동을 각각 건축해 두 공법을 비교한 현장으로 RC동대비 모듈러동의 가설공사비가 32.2% 수준으로 나타났다.

또한 모듈러건축의 짧은 공사기간은 모듈러건축의 공사비상승분을 절감한다는 측면에 더해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한 주택공급이나 코로나19 사태에서 방역·치료시설 확충 등 속도전 측면에서도 필요성이 크다.

광양제철소 생활관의 경우 RC동은 기초공사부터 시운전까지 13개월이 소요됐지만 모듈러공법은 7개월이 소요돼 6개월을 단축한 것으로 나타나 RC공법대비 46% 공기단축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밖에도 모듈러건축이 적용된 평창 미디어레지던스 호텔과 RC건축물인 동대문 A호텔, 제주도 B호텔을 비교한 결과 모듈러건축의 하자율이 RC건물의 11%에 그쳤으며 모든 하자유형의 발생건수와 영업기회손실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시장 진출가능성 감안
육성·지원정책 마련해야
모듈러건축은 건축산업 체질개선과 파급효과가 크지만 미래 먹거리로서의 가능성도 크다. 국내 모듈러시장규모는 공동주택 기준으로 약 1,000억원으로 추산되나 RB(이동형 모듈러)의 경우 그린스마트스쿨 등 학교시설을 중심으로 향후 수년간 총 1조3,000억원(임대료 기준)의 물량이 예정돼있다.

보다 주목해야할 부분은 글로벌시장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관 마켓앤마켓(Markets and Markets)에 따르면 2020년 모듈러건축 세계시장은 823억달러(약 99조1,303억원)로 분석됐으며 2025년까지 연 5.75% 성장해 1,088억달러(약 131조496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안용한 교수는 “미국시장을 중심으로 모듈러시장을 조사한 결과 국내 모듈러의 경쟁력이 충분한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현지 인건비나 자재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선진국일수록 경쟁력이 있어 국내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경로를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국 건축시장규모는 1,500조원을 상회하며 주거부문은 651조원을 차지한다. 이는 국내 건축시장 145조원의 4배를 넘는 규모다. 모듈러건축 중 주거용은 3,000억여원 수준으로 파악되지만 공동주택, 숙박, 교육 등 잠재시장은 237조원에 육박한다.

특히 LA의 경우 평당공사비가 1,000~1,800만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국내 모듈러건축의 가격경쟁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러한 국내·외 시장확대를 통한 먹거리 창출과 다양한 모듈러공법의 긍정적 파급효과를 감안하면 모듈러건축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육성정책 및 기술개발의 필요성이 크다.

최근 국내 대표기업을 중심으로 고층화·대형화되는 글로벌 모듈러건축기술 트렌드를 앞서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며 기술개발 및 실증이 이뤄지는 상황이다. 이러한 업계의 노력이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제도정비, 인식개선 등을 위한 지원방안이 필수적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모듈러건축으로 건축산업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면 공업화주택 인정제도뿐인 국내 제도를 개선하고 인센티브와 같은 육성·지원정책 등을 충분히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