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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인터뷰] 임효재 지열인력양성센터장(호서대 교수)

"지열분야 R&D 원천 봉쇄로
지열산업 생태계 붕괴 직전”
고심도·침지형 지중열교환기 R&D·시공기준 시급

2008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지열분야 핵심연구센터로 지정된 호서대학교(총장 강일구) 산학협력단 산하 지열인력양성센터(GTEEC:  GeoThermal Energy Education Center)는 지열분야 최신 기술개발과 지열관련 기업의 엔지니어를 위한 재교육 및 신규로 지열분야에 진입하는 인력의 전문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지열전문기업의 기술지원과 국제협력을 통한 국내기업의 기술경쟁력 제고에  앞장서고 있는 임효재 센터장(교수)을 만나 국내 지열시장 동향 및 발전방향에 대해 들었다. 

■국내 지열시장을 평가한다면
10년 동안 총에너지와 지열에너지의 생산량은 20~40% 증가에 그친 반면 신재생에너지는 2,000% 이상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에서 지열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29%에서 2020년에는 1.9% 정도로 지열산업이 상대적으로 매우 위축돼 있다. 이유는 신재생발전분야에 대해서는 정책적, 제도적으로 집중 지원한 반면 신재생열에너지분야, 특히 지열분야에 대해서는 가혹할 정도의 지원을 배제한 결과로 평가된다. 

2017년 포항 지열발전과 관련된 지진 유발 사태 이후 지열분야에 대한 정부지원과 관심이 급속히 냉각되면서 지진과 관련 없는 지열냉난방도 관심에서 멀어지며 연구개발, 교육, 보급 등 지열산업 전체가 침체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최근 러-우 전쟁으로 인한 천연가스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공급망 불안과 탄소중립의 가장 가장 효율적인 수단으로 지열냉난방이 관심을 받으면서 지열산업 전체에 대한 재조명과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 국내 지열분야 R&D 현황을 평가한다면
2011년 기준 지열분야 R&D는 과제수 8개에 연구비 120억원에 달하는 연구를 수행했으며 교육분야 1개과제에 4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2016년부터 시행된 선택과 집중 그리고 일몰제에 의해 지열분야 R&D 및 교육예산이 감소해 2023년 현재 관련예산 0원이라는 처참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시행하는 각종 보급사업과 융복합사업, 그리고 공공의무화사업, 서울시 등 지자체 민간 건축물 신재생에너지 의무화사업 등 현장에서 지열냉난방 보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기술적 신뢰성 확보와 원가절감 등 생태계에서 꼭 필요한 R&D가 원천 봉쇄됨으로써 지열산업의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 가장 시급한 R&D 분야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보급률을 21.5%까지 확보하려는 정부계획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발전과 열분야에 대한 합리적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신재생열분야에 대한 RHO, RHI 등 정책적 제도 도입이 시급한 문제이다. 지열선진국에서 개발되는 신기술의 국내 도입 및 보급현장에서 발생하는 기술적 문제 해결을 위해 구체적인 R&D가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

최근 도심에서 의무화 비율을 만족하기 위한 고심도 지중열교환기가 관심을 받고 있다. 직진도를 확보하며 홀을 깊게 팔 수 있는 고심도 천공기술, 고효율 그라우팅재로 뒷채움할 때 발생되는 파이프 압력손실문제, 6관식 이상 다관식 열교환기 성능기술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한 실정이다. 특히 고심도 열교환기 문제는 미국을 비롯한 지열선진국에서는 연구된 사례가 거의 없는 순수 국내 기술로 매우 특수한 분야이며 우리의 독자적 기술개발이 절실한 상황이다.




세계적인 플랫폼기업 출현과 혁신적인 물류시스템 도입으로 물류창고 건설이 매우 활발하다. 물류창고는 비교적 저층에 하중이 적고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특성을 갖고 있어 에너지파일 타입의 지중열교환기가 적합하다. 최근 미국의 구글은 캘리포니아 서안에 약 3,000개 에너지파일을 적용해 베이캠퍼스를 준공했다. 국내에서도 정부와 민간에서 유사한 건축물 수요가 폭증하고 있어 여기에 지열시스템을 적용하기 원하지만 지열이용검토서에 적용할 프로그램 미비와 실제 시공기준에서 제시하는 지중열전도도 측정방법과 실제 열전도도에서 많은 차이가 있어 건물 설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빠른 시일 내 에너지파일의 열용량에 대한 실증적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제주도는 육지중심인 밀폐형 지중열교환기 기준을 적용하기에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천공의 어려움과 함께 지중 내 다공성으로 그라우팅재 채움이 거의 불가능해 일부 수평형을 제외하고는 보급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 이처럼 지리적으로 상이한 지질학적 특수성을 반영한 업그레이드된 지열시공기준이 시급하지만 이와 관련된 상세한 기술적 연구결과가 없어 보급에 상당한 장벽이 되고 있다. 제주도와 강원도 등에 적합한 침지형 지중열교환기 연구 및 이에 따른 시공기준 개정이 시급하다.  

■ 지열분야 인력수급 현황 및 문제점은
에너지기술평가원 인력양성사업의 5개 프로그램은 태양광, 수소, 풍력, 연료전지, 원전, ESS 등 전기 관련 분야에만 지원되고 있으며 지열과 같은 신재생열분야에 대한 지원은 전무한 실정이다.

그동안 지열분야 인력양성은 크게 2가지로 이뤄져 왔다. 첫째는 대학에서 R&D과제를 수주하고 과제에 참여하는 학·석·박사과정 학생들이 과제 종료 후 또는 졸업 후 지열관련 기업체에 취업해 현장 엔지니어로서 지열산업에 종사하는 것이다. 둘째는 다른 냉난방산업이나 유관산업계에 종사하는 엔지니어를 재교육해 지열산업에 투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대학에 대한 R&D 중단으로 지열산업에 대한 신규 진입 인력이 막혀있는 실정이다.

■시급히 개선해야 할 분야는
2000년대 초 신재생에너지 도입기에는 지열, 태양열 등 열에너지와 태양광, 풍력 등 전기에너지 비중이 서로 비슷하게 지원돼 각 열원 전문가와 기업들이 매우 적극적으로 신재생에너지보급 및 활성화에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2010년 중반쯤 신재생열에너지 연구에 대한 일몰제 도입과 함께 보급에서도 전기에너지에 지나치게 편중되면서 양쪽의 차이가 극명하게 표출됐다. 지열의 경우 연구개발 지원 중단으로 학교나 연구소에서 지열분야에 관한 연구가 사라지고 이는 지열을 배우려는 학생 실종과 함께 지열전문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공급이 중단되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장 엔지니어 확보가 어렵게 됐다. 

지열분야는 산업 생태계가 소멸되고 있는데 전기분야에서는 설비 과잉으로 전국적으로 민원이 쇄도하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제라도 정부 및 관련기관에서는 조화로운 신재생에너지산업 육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 아울러 RHO나 RHI 제도의 신속한 도입과 신재생열에너지에 REC를 부여하는 방안 등을 심도 있게 연구하고 추진해야 한다.




■업계, 정부 등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더 이상 지열 생태계가 망가지지 않도록 정부와 각계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에너지소비는 전기와 열의 비율이 4.3대 5.7로 전기보다 열로 소비되는 에너지가 더 큰 비율을 차지한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생산은 7.3대 2.7의 비율로 열이 전기보다 매우 적다. 즉 수요는 열이 많은데 생산은 전기가 많아 생산과 소비 불균형이 발생되고 있다. 최근 신재생전기에너지의 과도한 보급에 따른 부작용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열에너지보급을 제한하고 전기에너지 생산에만 편중된 정책시행 때문으로 현재의 사태는 충분히 예견됐던 것이다. 이제라도 빨리 지열과 같은 열에너지에 대한 연구개발 및 보급을 정상화해 관련 산업생태계를 복원하고 예산대비 가장 효율 좋은 탄소감축정책을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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