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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 이지하우스 완공, ZE설비 미래방향 제시

국내 첫 ZE 공동주택단지, ‘테스트베드’ 수행
고성능 패시브·액티브 적용 ‘실증’
ZEB 설비모델 제시…3년 후 최적화


제로에너지건축에서 패시브와 같은 건축부문만큼 액티브 등 설비부문이 매우 중요하다. 시간·비용·노력을 투자한 패시브건축이 완공 후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설비를 효율화하고 신재생설비로 에너지를 생산해야 한다.


고효율설비를 적용하지 않으면 패시브 요소가 절약한 에너지를 상쇄해버려 공들인 패시브 건축물이 의미를 상실하고 만다. 또한 패시브건축 자체가 에너지를 만드는 것이 아닌 만큼 신재생에너지 생산설비가 적용되지 않으면 당연히 제로에너지건축물을 달성할 수 없다.


이번 기획에서는 국내 최초의 제로에너지 공동주택단지 노원구 ‘이지하우스(EZ House)’의 패시브·액티브 요소를 살펴보고 단지에 적용된 액티브 요소를 중점 점검함으로써 향후 제로에너지 공동주택 구현을 위한 방향을 알아본다.



이지하우스, 지향점·잠재력 제시
국내최초 제로에너지 공동주택단지인 ‘이지하우스’가 지난 9월14일 완공됐다. 2013년 10월 사업 개시 이후 4년 만에 총 442억원 규모의 사업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


11월 민간분양 이후에도 연구목적의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이 남아있지만 그간의 자료대로라면 완공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첫째는 제로에너지건축물의 이상적인 모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공동주택으로서는 최초의 제로에너지건물인데다 NZEB(Net Zero Energy Building)를 달성했다. 냉방·난방·급탕·조명·환기 등 5대 에너지부문만 떼어놓고 본다면 오히려 생산량이 더 많은 플러스에너지 주택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제로에너지 추진전략이 nZEB(nearly ZEB)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앞선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둘째는 국내 제로에너지건축물의 발전 가능성을 담고 있다는 의미가 있다. 이지하우스는 일반 분양 후에도 상당기간 실증단지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입주민이 거주하는 상태에서 양질의 데이터를 방대하게 수집한다.


총 121세대로 제로에너지건축물에서는 큰 규모이며 분리계측을 통해 수천가지 데이터가 분단위로 쌓여 빅데이터를 구축한다. 향후 우리나라 ZEB수준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자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과제, 어떻게 진행됐나
이지하우스는 국토교통부, 서울시, 노원구청이 투자를, ‘제로에너지주택 실증단지 연구단(이하 연구단)’이 수행을,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이 관리를 담당한 ‘제로에너지주택 활성화 최적화 모델개발 및 실증단지구축’ 과제의 결과물이다.


과제는 총 3개의 세부과제로 이뤄졌다. △1세부과제는 제로에너지주택 단지융합기술연구 및 최적화모델 설계 △2세부과제는 제로에너지주택 및 커뮤니티 시공 △3세부과제는 제로에너지성능검증방법 개발, 시공 및 운영관리 매뉴얼개발, 쾌적성 모니터링 등이다.



연구단은 명지대학교 제로에너지건축센터를 책임기관으로 1세부과제를 명지대학교 산학협력단, 제드 건축사사무소가 담당했다. 2세부과제는 KCC, 프리모케이앤에스, 에코탑이 맡았으며 3세부과제는 SH공사 도시연구소, 제드 건축사사무소, 누리텔레콤이 수행했다.


연구단의 활동을 검토·관리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운영위원회’에는 △국토교통부 주택건설공급과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노원구주택사업과 등이 참여했다.


사업비는 총 442억원이었으며 일반건축비 202억원, 연구개발비 240억원으로 구성됐다. 연구개발비는 정부출연금으로 180억원이, 기업부담금으로 60억원이 충당됐다.


과제사업은 지난 2013년 10월 관련주체들 간 연구개발 협약이 체결되면서 개시됐다. 노원구 하계동 1만1,344㎡에 국민임대주택 형태로 건축하는 것을 목표로 올해 10월까지 4년이 소요됐다.


전체 연면적은 1만7,710㎡로 지상 7층, 지하 2층 규모다. 총 121세대가 건립됐으며 아파트 106세대, 연립주택 9세대, 합벽주택(땅콩주택) 4세대, 단독주택 2세대, 목업주택 1세대가 단지를 이룬다.
기타 시설로는 상가·마을회관·홍보관 등 근린시설, 경로당·놀이터 등 공동시설 등이 있으며 조경면적이 3,796㎡에 달해 생태면적률이 40%를 넘었고 자연지반녹지율은 20%를 초과했다.


연구단에서는 실증단지의 모델을 ‘미래형 주택단지’를 넘어서는 것으로 기획했다. 인간의 욕구를 충족하면서도 환경부담이 없는 주거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사회가 진화할수록 편의·안전·복지 등 에너지수요를 증가시키는 거주자 요구는 증가하기 마련이다. 동시에 인간활동에 따라 환경부담이 증가하게 되는데 이를 방치하면 인류발전 및 편익증진은 지속가능하지 않게 된다.


이에 따라 연구단은 에너지절감요소와 신재생에너지시스템을 통해 거주자의 쾌적성 등 욕구를 저하시키지 않으면서 친환경주택단지를 조성했다.


이를 위해 △행복한 국민 △함께하는 마을 △따뜻한건물 △쾌적한 환경 등 4가지를 콘셉트로 했다. 사람의 활동에 제약이 없고 공동체와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며 에너지복지를 실현하면서 환경도 살리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1세부과제에서는 중장기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최적화모델 설계 및 성능인증이 수행됐다. 이와 함께 기술가이드라인도 개발했으며 이는 국내 제로에너지 건축기술 발전을 위해 공개된다. 기술가이드라인은 2017년 10월 현재 완성단계에 있으며 발간·공개 초읽기에 들어갔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제로에너지주택을 만들 수 있는 요소기술이 담길 전망이다. 또한 경제성 검증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도 개발해 제시된다. 수준별 제로에너지를 달성할 수 있는 조합을 모듈화해 제시하는 것으로 ‘에너지효율등급’상 기준을 정하면 해당 등급을 달성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자재 조합을 추가 건축비 순으로 목록화할 예정이다.


2세부과제에서는 1세부과제에서의 마스터플랜과 설계에 따라 목업주택·제로에너지단지 구축과 홍보관·홍보물 및 다큐멘터리 제작 등이 수행됐다.


3세부과제에서는 주택에너지 및 쾌적성 성능평가 지표개발과 단지의 인증기준 개발이 진행됐다. 이와 함께 운영과정에서 성능저하 없이 최적화가 가능하도록 운영·관리·시공관리 매뉴얼도 개발됐다.


또한 제로에너지주택단지의 IT 모니터링 시스템이 개발 및 구축됐으며 단지 에너지 사용분석과 평가작업이 수행됐다.


패시브·액티브 ‘최고성능’
이지하우스는 국내 최고수준의 패시브 기술·자재를 토대로 건축됐으며 고효율 기계설비, 통합배관, 자동제어, 신재생에너지설비 등 액티브 요소를 적용해 부하를 낮추고 에너지를 생산한다.


패시브 요소는 단열부문에서 180mm XPS(압출법보온판)+록셀보드 복합단열재로 외단열을 적용했으며 지하실 외부바닥은 160mm XPS를 설치했다. 1층·2~4층 베란다 창호 윗부분에는 180mm 미네랄울이 설치돼 단열성과 화재안전성을 높였다.


창호부문에서는 열관류율 0.872W/㎡K의 틸트&턴 3중 유리 시스템창호가, 진공단열재·우레탄폼이 적용된 열관류율 0.8W/㎡K 이하의 현관문이 설치됐다.


기밀·열교부문은 돌출 발코니에 쉐크 아이소콥 열교차단재가, SIGA 기밀테이프 등이 사용됐다. 특히 기밀테스트 결과 50Pa 압력에서 시간당 공기교환율인 n50 수치가 평균 0.48로 패시브 기준인 0.6 이하를 만족했다.


액티브 요소로는 신재생에너지 설비부문에서 냉방 COP(Coefficient Of Performance: 성능계수) 4~5, 난방COP 3~4 수준의 지열히트펌프, 연간 34만kWh를 생산하는 태양광설비가 설치됐다.


고효율 설비부문은 유효 열교환효율이 각각 87%, 84%인 판형·로터리형 중앙 열회수형 환기장치가 적용돼 냉방과 환기를 담당한다. 또한 난방과 급탕효율을 위해 4세대 지역난방을 채택해 세대별로 3Way(난방·급탕·직수) 통합배관이 구성돼 있다.


이에 따라 에너지밸런스를 계산한 결과 냉방·난방·급탕·조명·환기 등 5대 에너지부하 기준으로 소비량보다 생산량이 많은 ‘플러스에너지(Plus Energy)’를 달성했다.


한국 평균주택 121세대의 연간 5대 에너지소요량은 124만9,453kWh다. 이를 패시브설계로 61% 절감해 49만2,285kWh로 낮추고 고효율 지열히트펌프, 열회수형환기장치 등 설비로 35% 추가 절감해 32만2,378kWh까지 끌어내렸다. 결과적으로 태양광설비가 연간 40만7,503kWh를 생산하기 때문에 8만5,125kWh의 에너지가 남는다.



지열히트펌프, 급탕·냉난방 담당
이응신 명지대학교 제로에너지건축센터 교수는 “제로에너지건물을 만드는 데 가장 어려운 것이 열 생산”이라며 “지열없이는 제로에너지 달성이 힘든데 이지하우스는 지열히트펌프를 사용해 효율을 5배까지 올려 충당하기 때문에 제로에너지가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지하우스의 지열히트펌프로는 신성엔지니어링(대표 박대휘)의 GSKE-050R2B(50RT) 2대와 GSKE-030R2B(30RT) 1대가 적용됐다.


50RT 1대로는 냉난방부하를 처리하고 50RT 1대와 30RT는 급탕부하를 담당한다. 160m, 28구 천공을 하고 15.6℃를 기준온도로 4℃편차 운전을 통해 열을 획득한다.


연구단에서 제품 선정에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한 부분은 효율이다. 시험성적서 기준으로 온수모드에서는 COP 3.8, 냉수모드에서는 COP 5 수준이다. 그러나 연구단은 변수가 많아 부하수준에 따라 냉방 시 COP 4.5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지하우스의 경우 냉방부하가 일반주택에 비해 매우 낮기 때문에 COP 6~7까지 나올 가능성도 있어 실제 운전을 통해 최적화하고 효율을 최대화할 수 있는 조건을 연구한다는 방침이다.
난방·급탕모드에서도 역시 적정부하일 때 효율이 높은 만큼 최적화에 따라 COP가 성적서보다 높아질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일반주택의 경우 55℃ 온수가 대량으로 가야 난방과 급탕이 가능하지만 이지하우스의 경우 단열성능이 높기 때문에 목표온도를 낮춰 난방이 가능한지를 연구할 계획이다. 연구단은 COP 4까지도 기대하고 있다.


지열히트펌프 자동제어솔루션은 버튼솔루션(대표 최재호)이 맡아 능동제어 방식으로 구축했다. 기존에는 단순 온도변화에 따라 히트펌프를 정지하기 때문에 부하측냉온수 온도변화가 심했지만 적용된 솔루션은 온도가 아닌 부하량에 따라 능동적으로 가동해 부하측 냉온수 온도편차를 최소화했다.


공기열 히트펌프, 가능성 연구
이지하우스의 열원은 지열뿐이다. 그러나 연구단은 공기열 히트펌프를 목업주택에 설치해 성능을 시험하고 향후 공동주택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


목업주택에는 대린이엔텍(대표 김재만)의 공기열 히트펌프 ‘BSR6 SOLAR BLOCK(25RT)’가 적용됐다. 연구단은 이 제품 COP가 6.5라는 업체 실험결과를 수용해 시험 적용했으며 앞으로 실측데이터를 축적해 성능을 검증한다는 방침이다.



냉매가열 역할을 하는 집열판은 벽면에 6장, 옥상에 6장으로 총 12장을 운영하고 있다. 집열판은 현재 벽면에 추가로 부착하는 형태를 하고 있지만 유럽 등 기술 선진국의 경우 집열판을 외피요소로 활용하고 있다.


이응신 교수는 “플러스에너지 건축물을 구현할 때 열부문에서 외피 자체 열관류율을 ‘0’으로 만들어 열손실을 막거나 외피에서 열을 공급받는 것이 기술개발 목표가 되고 있다”라며 “환경열을 이용하는 공기열원 보일러의 집열판을 BIPV(Building Integrated Photovoltaic: 건물일체형 태양광모듈)처럼 이용하는 방안이 고려될것”이라고 밝혔다.


통합배관, 배관비용 절감
이지하우스는 단지 전체에 통합배관이 적용됐다. 통합배관은 난방과 급탕을 위한 배관시스템을 기존의 4배관에서 2배관으로 통합하는 시스템이다.


4배관방식은 각 세대로 들어가고 나오는 배관을 난방용과 급탕용으로 각각 운용한다. 반면 통합배관은 각각 한 개의 급수, 환수 배관으로 난방과 급탕을 모두 담당한다.


히트펌프에서 생산한 온수를 저장하는 저탕조에서 각 세대로 온수를 보내면 이를 이용해 세대별로 난방을 한다. 급탕은 이 난방배관과 상수도관을 열교환해 공급하는 방식이다.


통합배관 방식은 배관설비 비용이 줄어 4배관 방식보다 약 20% 공사비 절감 효과가 있으며 배관 2개에만 열공급을 하면 되기 때문에 에너지비용도 절약된다. 또한 줄어든 배관만큼 공간적인 이점도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를 위한 핵심장비인 세대별 열교환기는 구성이엔드씨(대표 윤석구)에서 공급했다. 저탕조에서 들어오는 물을 각 세대에서 열교환해 급탕·난방에 사용하는 것으로 ‘퓨어화(PURE-HWA)’ 제품이 설치됐다.



퓨어화는 이번 이지하우스에 적용되면서 정교하게 유량제어를 하도록 제품이 업그레이드 됐다. 정유량 제어는 난방측면에서 쾌적성과 에너지절감에 중요한 요소다. 아무리 온수분배기를 통해 제어한다고 해도 정밀하게 제어하지 않으면 난방수가 다량 흘러가게 된다. 이지하우스는 패시브하우스인 만큼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바닥이 과열돼 쾌적범위를 벗어나기 쉽다.


연구단이 해당 열교환기를 선정한 이유는 난방수를 1lpm(liter per minute: 분당 리터 수) 이하로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품선정 과정에서 타사제품도 검토됐지만 1lpm으로 정교하게 제어하는 정유량 밸브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급탕부문에서도 약 15lpm 수준으로 열교환시켜 43℃를 유지하기 때문에 고효율 장비 기준에 부합한다.


연구단은 사전 실험을 위한 건물인 목업주택에서 3년간 테스트를 거친 결과 성능을 확인했기 때문에 입주 후에도 성능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난방, 4세대 실증 수행
이지하우스는 4세대 지역난방을 위한 실증연구도 수행한다. 현재로서는 단지 내에서 지열히트펌프로 열을 생산해 자체적으로 난방과 급탕을 하는 중앙난방 방식이다. 그러나 에너지절약 효과가 높은 지역난방을 확산시키기 위해 지역난방공사와 함께 연구한다.


지역난방은 열생산시설에서 125~129℃ 중온수(스팀)를 생산해 각 단지로 보내고 단지에서는 이를 열교환해 55℃ 난방수를 만들어 세대에 공급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시스템은 신재생에너지와의 연계가 어렵다. 신재생에너지로는 60℃ 이하의 온수를 생산하고 중온수는 생산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열, 공기열 등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약 60℃ 온수는 바로 세대로 공급하면 되기 때문에 더 경제적이기도 하다.


이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의 시대적 흐름 속에서 지역난방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125℃ 이상의 중온수는 지열을 통해 생산한 저온수와 열교환시키기 위한 배관설치 및 운영이 매우 복잡하다.


현재까지는 지역난방과 지열을 매치시키는 사례가 없다. 이에 따라 지역난방공사는 이지하우스에서 배관 및 열교환기 구조, 지역난방용수와 신재생에너지와의 조합 방법, 지역난방수의 저온난방 활용방안 등을 위한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미래 주택기준에 적합한 설비기준 정립 연구도 수행한다. 현재 지역난방공사가 설비용량을 정하는 기준 데이터는 1980년대에 수립된 내용이다. 1980년대 이후 건축물의 성능기준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에 기존 데이터로는 과설비 가능성도 크다.


지역난방공사는 향후 10년을 내다보고 미래주택에 대응할 방향을 수립하기 위해 연구단과 협력하고 있다.


향후 확산될 제로에너지건축물에 부합하는 설비용량 기준은 어느 정도인지, 패시브하우스 수준의 주택에는 난방열을 얼마나 공급해야 하는지, 급탕용량과 난방용량의 비율을 어느 정도로 설정할지 등에 답을 찾기 위한 연구가 진행될 전망이다.


환기장치, 인버터제어 적용
이지하우스의 냉방은 지열히트펌프와 환기장치가 담당한다. 50RT 지열히트펌프에서 여름철 생산한 7℃ 냉수는 저탕조를 거쳐 환기장치로 보내진다. 환기장치에서는 열교환을 통해 각 세대에 찬 공기를 공급한다.


특히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위해 냉방부하량에 따라 팬 속도를 조절하는 인버터 제어방식을 적용했다. 정압센서를 횡주덕트 1/3 지점에 설치해 압력이 일정하도록 제어한다. 불필요한 가동을 없애고 설비동력의 효율화를 통해 에너지를 절감한다.



이지하우스의 환기장치는 열교환 효율 80% 이상 제품이 설치돼 있다. 공동주택인 101~103동은 중앙환기 방식을, 단독주택 및 땅콩주택인 201~302동은 개별환기 방식을 적용했다.


환기부문은 패시브하우스에서 기밀성이 강조될수록 중요도가 높아진다. 열손실을 줄이기 위해 집을 점점 더 밀폐하면서 실내공기질 문제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외기를 도입하고 내기를 배출하는 과정에서 열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101동과 103동에는 플랙트우즈코리아(대표 한경붕)의 제품이 설치됐다. 로터리형 열교환기를 사용하는 전열교환방식이다. 열교환 효율은 현열 84%, 잠열 83%다.


102동에는 독일 PHI(Passive House Institute) 인증제품인 시스템에어(System Air)사 제품인 ‘MAXK-I3’이 적용됐다. 판형열교환기를 사용하는 현열교환 방식으로 열교환 효율은 87%다.


201~302동에는 힘펠(대표 김정환)의 ‘HRD-EP150IB’ 제품이 설치됐다. 연구단은 국산 환기장치 중 가장 뛰어난 효율과 성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열교환 효율이 83%로 실측돼 유럽제품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평가다.


핵심은 열교환소자의 성능에 있다. 목업주택에서 3년간 실측한 결과 외부 온도가 아무리 많이 변해도 아무런 전자적 장비를 쓰지 않고 환기장치의 열교환소자만으로 실내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 확인됐다.


디자인 감안한 태양광
이지하우스의 태양광 패널은 총 417kW 용량으로 설치됐다. 지붕에는 232kW가 설치됐고 수직면인 남측에 99.4kW, 서측에 55.7kW, 동측에 30kW가 설치됐다.


아파트 단지인 101~103동의 경우 각 동마다 지붕에 세로 1m, 가로 2m 패널이 9행 17열로 총 153개가 부착됐다. 50kW 용량으로 벽면 50kW와 함께 총 100kW를 구성한다.



특이한 점은 지붕의 태양광이 곡면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태양광 패널은 35° 각도가 가장 효율이 좋기 때문에 평면으로 설치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향후 태양광의 주민수용성 확대를 위해 디자인 측면이 고려됐다.


사실상 디자인을 위해 효율 저하를 감수한 것으로 현재 태양광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는 디자인과 발전효율 사이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향후 발전효율을 저하시키지 않으면서도 디자인면에서 우수한 제품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다만 연구단에서는 각도에 따른 발전효율을 분석한 결과 최고효율과 최저효율 사이의 차이가 3.4%에 불과하기 때문에 디자인 측면에 보다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통상 태양광은 가장 낮은 효율을 내는 패널을 기준으로 전력이 생산되기 때문에 각 패널마다 효율이 다르면 이를 직접 연결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연구단은 같은 효율을 직렬로 세트화하고 이를 다시 병렬로 연결하도록 구성했다. 즉 같은 각도인 가로 패널 16개를 8개씩 직렬로 묶어 2개의 세트로 만들고 같은 방식으로 묶인 다른 줄의 세트 전체를 병렬로 연결하는 형태다. 이에 따라 인버터 설비투자규모도 크게 늘었다. 같은 효율이면 하나의 인버터만 있어도 되지만 각 효율마다 인버터를 따로 둬야하기 때문이다.


태양광에서 생산한 전력은 한국전력과 상계거래 된다. 단지에서는 한전에서 받는 전력을 쓰고 생산한 전력은 한전계통으로 보내는 방식이다.


ESS(에너지저장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이지하우스로서는 상계거래하지 않으면 제로에너지 의미가 퇴색된다. 피크부하 때는 한전에서 전력을 받아쓴다고 하더라도 부하가 낮은 시간에 생산된 잉여전력은 저장할 수 없어 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상계거래를 함으로써 피크시간에는 한전의 전력을 더 많이 쓰고 그 외 시간에는 한전에 전력을 공급하는 형태가 된다.


원격검침·홈네트워크, 실측데이터축적
이지하우스는 방대한 실측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분리계측, 원격검침 인프라도 갖췄다.


각 세대에는 총 5개의 AMI(Advanced Metering Infrastructure: 원격검침인프라)가 설치됐다. 총 121세대의 전기·수도·급탕열량·난방열량·열교환기 등의 데이터를 개별적으로 수집하고 급탕 및 난방열량에는 유량·온도를 별도로 계측한다. 관리실, 기계실, 엘리베이터 등 공용부의 에너지도 별도로 계측한다.




또한 세대별로 스마트 분전반이 설치돼 추가로 설치된 에어컨 등 냉방기 사용량 또는 콘센트 전력 사용량 등을 별도로 측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는 연구단뿐만 아니라 각 세대에서도 접근할 수 있다. 연구단은 홈네트워크시스템을 구성해 각 세대의 월패드(Wall Pad)로 에너지사용 및 생산 현황을 볼 수 있게 했다.


전체적인 에너지모니터링시스템 총괄은 누리텔레콤(대표 조송만)이 맡았고 계측부문은 피에스텍(대표 김형민)이, 홈네트워크부문은 아이콘트롤스(대표 정현)가 담당했다.


향후 설비 최적화 연구
연구단은 향후 설비부문 최적화 연구를 진행할 방침이다. 1년간은 각 설비업체들의 기본 세팅대로 운영해 데이터를 수집한 뒤 이를 토대로 2년째부터 최적화 제어를 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최초 제로에너지 공동주택단지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지만 이지하우스는 여전히 ‘실증단지’로서 미완성이라는 성격이 있다. 즉 실질적인 제로에너지단지, 플러스에너지단지가 되기 위해서는 수년에 걸친 데이터 축적과 최적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목업주택에서 최적화, 관리·제어 노하우 축적에 3년이 걸렸듯 이지하우스 운영 3년차에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플러스에너지 공동주택단지의 모델’로 거듭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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