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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와 진실] 녹색건축분야

비용기반 녹색건축 ‘옛말’
기술집약 첨단산업 도약
비정상적 저품질·저비용 건축 정상화 필요



건물부문은 지난 2018년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수정안’에서 감축목표를 기존 18.1%에서 32.7%로 대폭 높일 정도로 감축잠재력이 높다. 녹색건축은 이를 위한 핵심 수단이다.

그러나 기술기반 설계, 고품질 자재, 고성능 설비, 정밀시공 등이 필요해 일반건물대비 가격이 높다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이는 오해다. 정해진 공사비 하에서 건축물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최적화함으로써 에너지를 큰 폭으로 절감하는 녹색건축이 가능하다.

컨설팅업계의 한 관계자는 “무조건 비싼 장비와 자재를 투입하면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겠지만 기대대비, 투입비용대비 효과를 도출하기는 어렵다”라며 “커미셔닝, 통합설계 등을 통해 최적화하면 비용상승을 최대한 억제하면서도 충분한 에너지절감률을 달성할 수 있으며 그것이 기술”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2014년 준공된 서울 모 호텔의 경우 기존 설계안보다 공사비를 오히려 0.5% 줄이면서 연간 에너지소비량을 29.9%, 연간 에너지비용을 31% 절감했다. 이미 5년 이상 지난 기술로도 이와 같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프로젝트의 공사금액은 건축·기계·전기·토목·조경·가설 등을 포함해 약 463억원이었으나 다양한 분석, 시뮬레이션을 거친 컨설팅안은 약 3억원 감소한 46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연간 에너지소요량은 1만6,000여kWh에서 1만1,000여kWh로 줄었으며 연간 에너지비용은 11억여원에서 3억여원 줄어든 8억여원으로 도출됐다.



전문가들은 녹색건축이 단순히 비용을 많이 투입해 좋은 자재와 설비를 적용해야 하는 ‘고급건축’만이 아니라 지식·기술기반 하이테크 건축산업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서는 건물에너지 최적화 관련요소를 분석하고 BIM 등을 활용해 3차원 에너지분석 및 유지관리·보수 등을 수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동적 에너지 시뮬레이션을 통한 정확성 향상도 필요하다.

구체적인 요소기술로는 △건물에너지기반 통합설계 △커미셔닝 △BIM △건물에너지 시뮬레이션 △주변환경조건(기후데이터) 분석 △건축물 및 실내공간(zone)의 용도·조닝에 따른 패시브건축조건 분석 △건축물 실외용도 및 배치 등 패시브조건 분석 △창면적(구조·차양) 조건 분석 △벽체·지붕 단열·열교·기밀 등 열성능 분석 △실내 건강·쾌적조건(온도·습도·풍속·실내공기질) 분석 △냉난방공조·수배관시스템 분석 △전기설비시스템 부하율 및 과부하 분석 △신재생에너지 적용성·효율 분석 등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다양한 요소기술의 효과적인 적용과 비용대비 프로젝트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통합설계와 커미셔닝이 전제돼야 한다. 녹색건축 전문가가 발주처와 직접 소통하며 설계·시공·운영 단계에서 각 분야에 전문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컨설팅업계의 한 관계자는 “녹색건축을 위해 비용을 더 많이 들이면 에너지성능이나 친환경성을 높이기 쉬운 것이 사실이다”라며 “그러나 녹색건축 보급·확산을 위해서는 비용기반 건축산업이라는 오해를 탈피하고 기술집약 건축산업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공사비 ‘비정상의 정상화’ 필요
‘녹색건축은 비싸다’는 오해는 그간 국내 건축물의 품질이 너무 낮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발주처의 최저가 낙찰제, 기업간 저비용경쟁에 따라 품질을 유지할 수 없는 수준으로 공사비가 하락하면서 상대적으로 녹색건축이 경제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로 인식됐다는 것이다.

한국패시브건축협회의 관계자는 “패시브건축은 디테일한 설계·시공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존보다 공사비가 올라간다고 인식할 수 있다”라며 “그러나 지금까지 국내 건축시장은 지나친 싸구려 건축물을 지어왔기 때문에 공사비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정상화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편으로는 건축시장질서·윤리의 문제도 제기된다. 업체의 과다이윤 추구와 같은 문제로 많은 금액을 들이고도 에너지효율이 낮고 하자가 많은 건축물이 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주로 감리가 어려운 소형건물에서 나타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하 KICT)의 관계자는 “기존에 건축된 단독주택의 실태파악을 위한 현장조사에서 수천만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진행한 한 주택은 건축주가 창호를 A등급으로 인지하고 있었지만 알고보니 C등급이었고 벽체는 단열재도 없이 석고보드만 대놓은 경우가 있었다”라며 “이와 같은 유사사례가 상당하지만 소형건물의 경우 건축주가 감리자 역할도 맡아야 해 한계가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실제로 소형건물의 경우 10여년 전 평당 200~300만원하던 공사비는 최근 5년간 급격히 강화된 건축기준에 준하는 수준으로 지으려면 평당 500만원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주택 역시 비슷한 상황이며 최근 재개발된 서울 한남3구역은 평당공사비가 500만원대 후반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전문가들은 공사비 부담이 커진 것으로 인식할 수도 있지만 건축물생애주기(LCA)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경제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설계·시공오류에 따른 재공사비용, 지속적·주기적인 하자보수 비용, 낭비되는 에너지 및 유지관리 비용 등이 절약되고 재실자에게 건강과 쾌적함이라는 효용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오해를 해소하고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효용에 대한 논리를 데이터 기반의 체계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홍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정부는 KICT 등 다양한 연구기관을 통해 DB구축 및 분석을 위한 R&D를 진행해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한국감정원 등 녹색건축센터를 통해 가치산정을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또한 녹색건축의 효용을 국민들이 건축시장에서 일상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전문인력을 양성해 건물용도·규모에 관계없이 기술집약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KICT의 관계자는 “건물에너지분야는 건축·설비·신재생에너지·IT와 같은 산업들의 기술이 집약된 분야”라며 “비전문가인 건축주는 이를 제대로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회계사·변리사와 같은 에너지전문가가 일상 속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사회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쩍 낮아진 ZEB 문턱
녹색건축의 최종단계인 제로에너지빌딩(ZEB) 역시 문턱이 많이 낮아지고 있다. 과거 노원 이지하우스는 일반건축대비 추가비용이 30% 이상 투입됐지만 이는 국내 ZEB도입 초기 가능성 연구를 위해 첨단기술을 대량으로 시범적적용해 에너지 완전자립을 이룬 사례다.

최근 건축·기계·신재생에너지분야의 기술발전 및 보급, 건축기준 강화에 따른 일반건축물 공사비·에너지성능 상승, 정부 인센티브제도 확대 등 요인으로 상승폭이 낮아지고 있다.

건축물에너지효율 1등급 기존건축물을 제로에너지빌딩인증 전제조건인 1++등급으로 향상하는 데 드는 비용은 15% 이내이고 신축건물의 경우 더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너지공단의 관계자는 “지역·규모 등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비용을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라며 “다만 기준강화, 신재생에너지 단가하락 등 영향으로 5% 내외의 추가비용으로 ZEB인증 5등급 획득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되며 이는 인센티브를 활용할 경우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입주가 시작된 인천 힐스테이트레이크송도는 고층형 공동주택 최초로 ZEB인증 5등급을 획득하면서 추가공사비를 인센티브로 전부 충당하기도 했다.